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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지리산 주능선 대피소 A to Z] 노고단대피소엔 개인실 있다는데…

by 白馬 2024. 8. 1.

 

지리산을 종주하다보면 만나는 대피소. 상주하는 레인저들에게 저마다의 특징을 물었다. 똑같아 보여도 알고 보면 개성이 넘친다. 판매물품은 모두 동일하며 로타리대피소는 공사 중.

 

 

신축 노고단대피소 전경.

 

 

노고단대피소

지리산 유일 장애인 이용 가능 대피소

 

예약가능 인원 36명 문의  061-783-1507, 061-780-7700

시설 ★★★★★(대피소 개인실은 혁명이다)

화장실 ★★★★★(대피소 중 가장 멀리 있지만, 가장 최신식이며 깨끗하다)

 

친환경에너지 건물로 거듭났다.

 

우리나라 국립공원 전체를 통틀어서 가장 최신의 대피소다. 에너지효율등급 트리플플러스에 ZEB 1등급 친환경에너지도 곁들였다. 이제 신축된 지 6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게다가 수면실이 무려 개인실이다. 대피소가 전체 소등에 들어가는 밤 9시 이후로도 암막커튼을 치고 안에서 불을 켜고 혼자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해외에도 입소문이 나서 외국인 이용객도 하루에 3~5명 머물러 찾아온다고 한다. 이효경 성삼재분소장은 “개별 콘센트까지 제공되기 때문에 더욱 편안한 하룻밤을 보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노고단대피소 수면실은 무려 개인실이다.

 

성삼재에서 출퇴근이 용이하고 시설도 좋아 근무 여건이 좋을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 들머리에 근접해 있기 때문에 다른 대피소에서 하지 않는 새벽 3시 입산시간지정제 관리와 노고단 탐방예약제 관리 업무를 24시간 병행해야 한다. 또 비교적 길이 편해 쉽게 고지대를 갈 수 있다는 점에 이끌려 준비가 미흡한 탐방객도 많다. 그래서 의외로 심정지환자도 자주 발생하는 편이다.

“아무래도 남녀노소 누구나 와서 힐링할 수 있는 곳이다 보니 등산화도 아니고 양복에 구두 신고 오시는 분들도 많아요. 저흰 늘 자그마한 배낭에 편한 신발이라도 꼭 신고 올라오시라 홍보하고 있죠. 사고가 발생하면 즉각 출동해서 적극적으로 의료대응하고 있습니다.”

 

이효경 성삼재분소장.

 

또 하나 노고단대피소의 특징은 지리산에서 유일하게 장애인도 이용할 수 있다는 것. 성삼재에서 무장애탐방로로 이어져 있고, 대피소 정면에 휠체어와 의료용 침대 4동이 있는 장애인 전용 숙소가 마련돼 있다. 단 이를 이용하려면 개인이 신청하긴 어렵고 기관을 통해 예약해야 한다. 

 

연하천대피소는 1980년대 모습 그대로다.

 

연하천대피소

모든 대피소의 물이 말라도 이곳은 마르지 않는다

 

예약가능 인원 50명 문의 063-630-8929, 063-630-8900

시설 ★★★(대피소 전체 규모가 작아 다소 비좁은 편)

화장실 ★★(재래식이지만 칸 별로 크기가 커서 그나마 낫다)

 

배진석(왼쪽), 김재용 주임.

 

“2018년에 지리산에 대가뭄이 한 번 찾아온 적이 있었어요. 지리산의 다른 모든 대피소가 물이 말라서 식수 보급에 엄청 차질을 빚었죠. 탐방객이나 레인저 모두 엄청 애를 먹었어요. 그런데 우리 연하천은 그때도 물이 나왔습니다. 용출수가 솟아나거든요.”

연하천대피소는 물 걱정이 없는 대피소다. 대피소 바로 앞 샘터에서 물이 콸콸 쏟아져 나온다. 그래서 다른 대피소들은 샘터에 수도꼭지를 설치해 두고 물을 아껴 쓰게 만든 경우가 많은데 여긴 특별한 일이 없으면 그냥 흘러내리게 놔둘 정도다. 김재용, 배진석 주임은 “옛 추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는 게 연하천대피소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콘센트는 복도에 있다.

 

“1980년대부터 있던 건물을 조금씩 리모델링하면서 현재에 이르렀어요. 외관은 그때 모습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내부 시설은 탐방객들이 큰 불편을 겪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고쳐나가고 있죠. 그래서 옛 대피소 느낌과 정취를 여전히 품고 있죠. 아직도 옛날에 돌로 쌓은 외장재를 그대로 쓰고 있거든요.”

 

수면실은 전형적인 대피소다.

 

정통적인 2박3일 지리산 주능선 종주의 첫 숙박지기도 하다. 요샌 무박 종주, 1박2일 종주를 많이 하지만, 처음 지리산에 입문하는 초보자들에겐 2박3일 종주가 무난하다. 그래서 연하천에는 늘 초보종주꾼들이 많이 보인다. 김 주임은 “장비를 잘못 챙겨 와서 발을 동동 구르는 분들이 꽤 있다”며 “직원 입장에서 최대한 이들을 따뜻이 도와주려고 한다”고 전했다. 

 

벽소령대피소 정면 피크닉테이블에서도 취사가 가능하다.

 

벽소령대피소

지리산 화장실의 혁명을 이끌다

 

예약가능 인원 63명 문의 010-7167-1426, 055-970-1000 

시설 ★★★★(2018년 개축돼 깔끔하다) 

화장실 ★★★★(순환수세식이 처음 도입됐을 때부터 꾸준한 만족을 불러왔다)

 

2018년 개축돼 수면실은 개별난방이 가능해졌다.

 

벽소령대피소는 지리산의 허리다. 노고단과 천왕봉 사이 정확히 중간에 위치해 있다. 그러다보니 능선을 종주하는 사람들의 주요한 쉼터로서 사랑받고 있다. 벽소령에 푹 빠져 아예 음정마을 방면에서 벽소령을 기점으로 왕복산행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안성용 주임.

 

벽소령대피소를 지키고 있는 레인저도 산꾼 출신이다. ‘벽소령’이란 닉네임을 사용했던 안성용 주임이다. 그는 “벽소령대피소는 1996년에 처음 생겼고, 2018년 12월 개축된 상황”이라며 “개축 전후로 대피소 문화가 정말 크게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취사장은 깔끔한 편이다.

 

“2013년에 예약제가 도입되고, 이어 음주가 금지되면서 대피소 분위기가 너무 좋아졌어요. 옛날엔 밤새 떠들고 술 취해 화장실 못 찾아서 수면실 안에서 소변을 보는 경우도 적지 않았어요. 한 번은 사람들이 다 빠져나가고 오전에 청소를 하는데 탈의실 안에 대변을 보고 간 사람도 있었죠.”

특히 벽소령대피소는 지리산 화장실의 혁명을 이끌었다. 최초로 순환수세식 화장실을 도입했다. 원래 고지대 대피소에 수세식 화장실을 도입하려면 물이 너무 많이 소모돼 어려움이 따른다. 그런데 순환수세식은 오물과 함께 내린 물을 거듭 정화해서 재사용하기 때문에 고지대에서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

“그동안 냄새나고 지저분한 화장실로 인해 대피소 이용 만족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왕왕 있었는데 순환수세식이 도입되어서 엄청 사람들이 좋아했죠. 물론 그만큼 직원들이 열심히 청소하고 관리하는 것도 있고, 탐방객분들도 깨끗하게 사용해 주시고 있어요.”

 

세석대피소. 1996년 1월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세석대피소

185명 수용, 지리산에서 가장 큰 규모

 

예약가능 인원 185명 문의 010-3346-1601, 055-970-1000

시설 ★★★★(오래된 건물이지만 깨끗하다)

화장실 ★★★★(수세식으로 냄새 적음) 

 

세석대피소 근무자들. 왼쪽부터 박선홍 분소장, 임길동 계장, 박준태 주임.

 

세석대피소는 지리산국립공원에 있는 대피소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이곳에 들르는 사람이 많다는 증거다. 세석에 사람이 붐비는 가장 큰 이유는 주변 풍경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봄이면 대피소 주변 세석평전에 철쭉이 만발하고 구상나무가 대피소 주변을 에워싸고 있어 볼거리가 많다. 대피소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촛대봉 일출도 유명하다. 게다가 산청의 거림이나 함양의 백무동에서 산행을 시작하면 3시간 이내로 닿을 수 있다. 그러니까 세석대피소는 비교적 쉽게 지리산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는 최적의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또 세석대피소 인근에는 ‘물’이 많다. 임시 식수장 두 곳에선 늘 맑은 계곡물이 콸콸 쏟아진다. ‘풍요로운 지리산’ 이미지를 대표하는 곳이다.

 

대피소 1층에 마련된 취사장. 야외 식탁에서도 취사할 수 있다.

 

지금의 세석대피소가 신축된 시기는 1996년 1월이다. 돌로 지어진 이전 대피소는 신축 건물 바로 옆에 그대로 남아 있으며 취사장으로 사용되다가 2년 전 ‘기후변화 대응 스테이션’으로 바뀌어 운영되고 있다.

다른 대피소와 마찬가지로 세석대피소 근무자들도 일상이 바쁘다. 박선홍 세석분소장이 말했다. 

“주말에는 대개 정신이 없습니다. 풍경이 좋아 근무하기 좋겠다고 흔히들 말하는데, 풍경을 감상할 시간이 평일에도 얼마 없습니다.” 

 

대피소 2층에 올라가면 세석평전이 내려다보인다.

 

세석대피소 인근 세석평전은 아고산 기후를 갖고 있어 생태적·경관적 가치가 매우 높다고 평가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립공원에서는 대피소가 신축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세석평전 생태계 복원에 꽤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엔 헬기장으로 쓰였던 대피소 앞 나대지에 구상나무를 비롯해 자생식물을 심었다. 주변 생태계가 무리 없이 복원되도록 끊임없이 모니터링하는 작업도 대피소 직원들의 일이다.

 

치밭목대피소는 2017년에 신축된 현대식 건물이다.

 

치밭목대피소

근무 경쟁률 1위! 레인저들이 가장 선호하는 대피소

 

예약가능 인원 30명 문의  055-970-1000

시설 ★★★★(장점 : 신식 시설, 개별난방, 넉넉한 외부 테이블 공간, 단점 : 3단 침상)

화장실 ★★(재래식 화장실이지만, 깔끔한 편)

 

치밭목대피소는 써리봉능선 안부에 위치하고 있다.

 

치밭목대피소는 등산객보다 레인저들에게 더 인기 있는 대피소다. 7년간 지리산에서 대피소 근무를 해 온 양영준 주임의 말이 그 증거다. 

“치밭목대피소는 느긋하게 지리산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에요! 이용객이 적어 한적하고 여유롭죠. 여기서 근무하고 싶어 하는 직원들이 꽤 많아요. 지리산 대피소 중 근무 경쟁률이 가장 치열한 곳이죠.”

치밭목대피소는 2017년 새단장을 마쳤다. 기존의 낡은 건물은 철거되고, 현대식 건물이 그 자리를 대체했다. 1986년부터 2016년까지는 민병태씨가 민간임대 형식으로 치밭목대피소를 관리해 왔으나, 현재 국립공원공단이 운영 및 관리를 맡고 있다.

 

3단 침상으로 이루어진 수면실.

 

치밭목대피소의 전체 수용 가능인원은 60명이지만, 코로나 이후 예약 정원이 30명으로 줄어들었다. 여름 기준, 평일에는 5~10명, 주말에는 20명 전후의 인원이 이곳에서 숙박한다. 숙박공간은 3단 침상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개별난방이 가능하다.

 

치밭목대피소에서 근무하는 조일규 팀장(왼쪽), 양영준 주임.

 

치밭목대피소 이용객 대부분은 화대종주를 하는 등산객이다. 현재 이곳에서 근무하는 조일규 팀장은 치밭목대피소가 무박 화대종주를 하는 이들에게 꽤 중요한 거점이라고 강조했다. 그 이유는 천왕봉에서 대원사까지 하산로가 꽤 긴 것과 관련해 등산객들의 중간 휴식처나 대피소로 유용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봉 부근에서 급격히 체력이 고갈되어 구조 요청을 하는 사례가 꽤 많다고 한다.

지리산 동부의 숨겨진 일출명소인 써리봉과 중봉까지의 접근성이 좋은 편이다. 써리봉까지는 1시간 30분, 중봉까지는 2시간 30분이면 닿는다.

 

제석봉을 배경으로 들어선 장터목대피소.

 

장터목대피소

가장 높고, 가장 힘들며, 가장 자부심 높은 대피소

 

예약가능 인원 128명 문의 010-2883-1750, 055-970-1000

시설 ★★(다소 노후화됐지만 산장다운 구조는 정겹다)

화장실 ★(재래식이며 악취가 심한 편)

 

옛 산장의 구조가 정겨운 수면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대피소인 장터목. 꼭 능선종주를 하지 않더라도 장터목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일출을 보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연중 끊이지 않는 곳이다. 그래서 세석대피소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128명을 수용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늘 예약이 꽉 들어차 있다.

탐방객들에겐 이렇게 인기가 높지만, 레인저들에겐 그렇지 않다. 지리산에서 28년, 대피소만 18년 근무한 허승철 팀장은 “우리끼리 웃자고 하는 얘기로 ‘지옥’이라 부른다”고 했다.

“예약제 전 500명, 600명씩 잤던 시절과 비교하면 무척 좋아졌지만 그래도 다른 대피소에 비하면 부족한 점이 많아요. 건물은 노후화돼 삐걱거리는 소리가 전체에 울리고 식수도 부족하죠. 화장실도 직원들이 1~2시간에 한 번씩 청소를 해도 냄새가 심해요. 출퇴근길도 지리산에서 가장 길고 험하죠.”

 

탈의실은 남녀공용이다.

 

이토록 근무조건만 보면 꼴찌지만, 레인저들의 자부심은 1등이다. 천왕봉에 가장 가까이 있고, 탐방객들이 가장 많이 오며, 지리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말을 가장 많이 들을 수 있고, 그런 그들을 도울 수 있는 곳. 그곳이 바로 장터목대피소라는 것. 

종주꾼들도 기나긴 길의 끝을 코앞에 두고 마지막으로 쉬어가는 곳이라 각별하다. 그런데 종주의 기착지라 또 다른 문제가 있다. 허 팀장은 “사람들이 그간 잘 관리해서 가져온 음식을 여기선 다 먹으려고 풀다 보니 음식물쓰레기가 너무 많이 발생한다”고 했다. 하루에 약 40~50리터다. 특히 문제는 국물이다. 쓰레기 수거업체에서 찌꺼기는 가져가도 국물은 수거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한다. 그래서 처리가 매우 곤란하다.

 

허승철 팀장.

 

최근 한라산에서도 음식물쓰레기 국물 문제가 불거진 적이 있다. 언론에서 대대적으로 다루고, 민간에서도 자발적으로 쓰레기 되가져가기, 음식물 남기지 않기 캠페인을 벌이며 지금은 상당히 많이 개선됐다고 한다. 

사실 이는 장터목대피소가 훨씬 먼저 홍보하고 당부하고 있던 문제였다. 그럼에도 지금껏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어쩌면 장터목대피소는 조금 서운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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