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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해남의 미식 여행

白馬 2024. 6. 1. 06:38

 

해남 8미부터 동네 중국집까지, 
해남의 모든 맛을 탐닉한 여행.

 

 

(왼쪽부터) 한오백년의 보리쌈밥, 호남식당의 자연버섯탕, 만재가든의 생고기, 바다동산의 톳고구마 솥밥

 

땅끝으로 떠난 미식 여행

우리나라 가장 남쪽에 있는 해남은 광활한 농경지와 청정해역을 보유한 곳이다. 예정리와 송천리를 지나면서 배추밭을 보고, 바다로 나가면 김 양식장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붉은 황토가 키워 낸 고구마도 있다. 비옥한 땅에서는 해남쌀, 양파, 돼지감자, 감자, 마늘, 호박 등 다양한 농산물이 난다. 식문화가 발달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다. 그리고 전라도라는 지역적 특색도 무시할 수 없는데, 해남도 신선한 재료와 풍성한 구성을 바탕으로 맛에 관해선 타협이 없다. 게다가 해남미남축제(2019년부터), 미식 가이드북(2024년 6월 예정) 등 미식 여행 관련 콘텐츠도 다양하다.

 

전주식당의 산채버섯비빔밥. 해남의 자연이 입 속으로

 

정든집 토종닭 코스의 닭불고기. 매콤 달콤한 게 별미다

 

그렇다면 무엇을 먹어야 할까? 시작은 해남 8미다. 닭 코스요리부터 떡갈비, 삼치회, 황칠오리백숙, 보리쌈밥, 한정식, 생고기, 산채정식까지 해남을 대표하는 8가지 맛이다. 닭 코스요리와 떡갈비, 한정식은 누구나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맛이다. 시골에서 키운 닭을 활용해 구이, 백숙, 불고기, 육회, 닭죽 등을 순서대로 내주는 닭 코스요리는 가게마다 구성이 달라 비교하는 재미가 있다. 특히, 가슴살과 모래집, 날개를 활용한 육회는 신선한 닭을 이용한다는 방증이다. 떡갈비와 한정식은 푸짐함의 대명사다. 한 상이 차려지면 먹는 순서에 대한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남도의 손맛이 제대로 담겨 있으니 열심히 젓가락과 수저를 움직여야 하는데 포만감이 덜한 나물부터 시작해 간이 센 음식으로 이어 가면 된다.

 

중국관의 간짜장. 로컬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다

 

천지라멘의 오리지널 라멘과 매운 라멘. 사이드 메뉴인 가라아게는 맥주를 부른다

 

가성비는 보리쌈밥의 몫이다. 대흥사 근처에는 보리쌈밥 전문점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데 합리적인 가격에 맛, 영양까지 골고루 잡았다. 보리밥을 필두로 싱싱한 채소, 여러 밑반찬과 나물, 든든함을 더해 주는 고기구이(주로 제육볶음)가 준비된다. 나만의 보리비빔밥을 만들고, 상추, 당귀, 찐 양배추와 함께 쌈으로 먹는 게 포인트다. 자연에서 가져온 수십가지의 재료를 활용한 산채정식은 어른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밥상이다. 최소한의 간으로 재료 고유의 맛을 살리는데, 그중에서도 버섯과 두릅, 더덕, 죽순의 향은 긴 여운을 남긴다.

 

902 Pasta의 시그니처 ‘황칠들깨파스타’. 해남에 젊은 감각이 들어섰다

 

별미로는 황칠오리백숙과 생고기, 삼치회를 꼽을 수 있다. 해풍을 맞고 자란 해남의 황칠나무는 특유의 향이 매력적이다. 황칠은 음식에도 적극 활용되는데, 오리와 닭을 푹 끓인 백숙의 마침표가 바로 황칠의 향취다. 생고기와 삼치회는 남도에서 즐겨 먹는 요리지만, 해남에서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삼치회는 계절 별미로, 9월부터 2월까지는 생 삼치를 두툼하게 썰어 김, 밥, 양념장과 함께 맛볼 수 있다. 

 

명량주막의 숭어비빔밥. 뜰채로 직접 잡은 숭어를 활용한다. 숭어회와 숭어전도 일품

 

본동기사식당의 전복 된장찌개. 푸짐한 반찬도 곁에 놓인다. 식사 후에는 송호해수욕장 산책 필수

 

본동기사식당의 전복 된장찌개. 푸짐한 반찬도 곁에 놓인다. 식사 후에는 송호해수욕장 산책 필수

 

이 밖에 우수영관광지의 숭어 요리 3종(회·전·비빔밥), 해남공룡박물관 인근의 아나고주물럭, 고산윤선도유적지 초입의 흑염소탕과 추어탕, 동네 주민들의 사랑방 같은 중국집, 젊은 감성을 불어 넣는 파스타 가게, 장터 감성이 묻은 통닭 골목 등도 만났다. 게다가 이미 알려진 음식, 식당이 전부는 아니다. 미식 여행의 즐거움은 숨겨진 맛을 찾는 데도 있으니 말이다. 자신만의 기준과 방식으로 해남의 맛을 탐험하고, 해석하다 보면 유명세와는 별개로 멋진 음식을 내어 주는 곳을 찾거나 새로운 맛의 방정식을 발견하게 된다. 그 순간에 느끼는 희열을 위해 먹고 또 먹는 걸지도 모른다. 또 음식은 생각 이상으로 지역의 정서와 맞닿아 있다. 해남의 맛을 알아 가는 과정을 통해 해남과 더 가까워지고, 애착도 커지게 된다. 마지막으로 식도락에 필요한 건 단 두 가지. 땅끝으로 향할 결심과 깨끗하게 비운 위장이다.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땅끝정인숙칼국수에서 즐긴 팥칼국수. 전라도, 그리고 해남에서는 소금이 아니라 설탕을 첨가해야 한다

 
 

●해남의 밥심이 궁금하다면
소망식당 & 서성식당

해남은 전라도 밥상의 DNA가 고스란히 새겨진 곳이다. 젓가락을 멈출 수 없는 푸짐한 상차림이 기다리고 있다는 뜻. 게다가 반찬 하나도 허투루 내지 않으니 식사 전까지 반드시 공복을 유지해야 한다. 첫 번째 식사를 위한 식당으로는 소망식당 또는 서성식당을 권한다. 전자는 1인 1만4,000원으로 만나는 돼지고기 주물럭 한정식이다.

 

식당에서 표기한 이름은 아닌데 굳이 한정식으로 표현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메인 요리인 뚝배기 주물럭과 찌개 곁에 놓인 반찬 수가 한정식 부럽지 않다. 중심은 중심대로, 반찬은 반찬대로 수준급이다. 고등어조림과 잡채, 두부조림 등 반찬이란 꼬리표를 붙이기에는 화려한 것들로 차려진다. 뚝배기에 가득 담긴 주물럭은 돼지고기의 고소함과 양념의 감칠맛이 조화를 이뤘고, 싱싱한 채소가 방점을 찍는다. 찌개는 그때그때 다른데 김치찌개와 된장찌개가 준비된다. 

 

서성식당은 로컬의 지지를 받는 곳이다. 애호박찌개와 돼지머리고기, 감자탕이 주력 메뉴다. 애호박찌개는 전라도 여행에서 맛봐야 하는 별미인데, 가게마다 조금씩 달라 비교하는 재미가 있다. 서성식당은 깔끔한 편. 국물은 개운함에 힘을 줬고, 적당한 얼큰함을 가미했다. 채썬 애호박과 고기가 듬뿍 들었고, 두부가 식감을 더한다. 건더기와 국물을 밥에 비벼 먹으면 밥 한그릇은 뚝딱 해결할 수 있다.

 

돼지머리고기와 감자탕은 최적의 안주다. 서성식당이 어르신들의 핫플인 이유기도 하다. 돼지머리고기는 잡내 없이 기분 좋은 육향만 남겼다. 살코기와 지방이 적절히 조화를 이뤄 고소함이 그득하다. 마늘과 고추, 쌈장을 더하면 물리지 않고 마지막 한 점까지 기분 좋게 먹을 수 있다. 감자탕은 쑥갓이 올라가 좀 더 향긋한 게 특징이다. 야들야들한 고기와 포실포실한 감자를 먼저 즐기고, 마지막 라면으로 탄수화물까지 보충하면 일말의 부족함도 없이 서성식당을 즐긴 셈이다.

 

 

●땅끝이 낳은 2가지 고기
대동명품한우 & 전주식당

‘땅끝한우’, 해남의 한우 브랜드다. 군이 직접 농가를 육성하고, 전문생산단지를 조성하는 등 최고급 한우 생산을 주도하고 있다. 해남에서 경험해야 할 식재료가 하나 더 늘어난 것이다. 땅끝한우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곳이 대동명품한우다. 이미 현지인에게 인정받은 식당으로, 갈비탕 같은 식사부터 푸짐한 한우구이까지 두루 섭렵할 수 있는 곳이다.

 

 

점심 시간에는 황칠갈비탕, 생고기비빔밥, 도가니탕 같은 식사 메뉴가 인기다. 특 황칠갈비탕은 큼지막한 갈빗대 3개가 들어가고, 해남의 명물인 황칠 특유의 향이 밴 국물이 입맛을 돋운다. 구이는 정육식당인 만큼 고기를 직접 보고 선택할 수 있다. 살치살, 갈비살, 꽃등심, 채끝 등 부위별로 선택하거나 모둠으로 골고루 음미할 수 있다. 또 육회도 빠트리지 말자. 전라도 특유의 달짝지근한 양념이 매력적인데, 간이 딱 맞아 젓가락질을 멈출 수가 없다. 따끈한 밥이랑 찰떡궁합이다. 참, 해남진도축협 하나로마트에서도 땅끝한우를 구매할 수 있다. 땅끝 여행 중 펜션에서 머물거나 오시아노 캠핑장에서 하루를 보낸다면 잊지 말고 소고기를 챙기자.

 

 

다른 고기는 무엇일까. 힌트는 땅에서 나는 재료다. 바로 표고버섯. 특유의 향과 식감 덕분에 고기만큼 흥미로운 먹거리다. 대흥사 근처에 있는 전주식당은 직접 키운 표고버섯으로 색다른 밥상을 차린다. 산채버섯비빔밥, 표고전골, 산채한정식, 표고산적 등의 요리가 메뉴판을 채우고 있다. 한입 한입 먹을수록 해남 자연의 기운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이 식당을 더 특별하게 만드는 건 3년 묵은 김치다. 시원하면서도 톡 쏘는 맛이 일품이다. 표고산적과 김치의 조합은 보통의 것과 다르다. 해남에서만 만날 수 있는 맛의 감각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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