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덕유산 종주는 많은 산꾼들의 로망이다. ‘이곳을 걷는 건’ 마치 눈꽃행성을 누비는 기분이다. 빠르게 능선을 돌파하는 것도 나름대로의 재미가 있지만, 대피소에서 하루 묵으며 천천히 덕유산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대피소에서 쉬어가면 체력도 아끼고, 즐거움도 200%로 상승할 것이다. 취재팀은 2박3일 일정으로 덕유산을 종주했다. 덕유산에서 머물렀던 대피소와 만났던 사람들을 소개한다.
삿갓재대피소 전경
삿갓재대피소에서 근무하는 정근태 주임. 그는 총 8년째 이곳에서 근무 중이다.
삿갓재대피소
수용인원 최대 26명, 겨울철 이용객 많아
덕유산 육구종주의 주요 거점이다. 국립공원공단이 직접 관리한다. 덕유산 능선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어, 접근성과 활용성이 좋다. 이곳에서 가장 가까운 황점마을에서 대피소까지는 2시간 정도 소요된다. 삿갓재대피소는 현재 4명의 국립공원 직원이 2명씩 번갈아가며 근무하고 있다.
삿갓재대피소는 현재 4명의 국립공원 직원이 2명씩 번갈아 가며 근무하고 있다. 취재 당일 삿갓재대피소에 있던 정근태(44) 주임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올해로 총 8년째 삿갓재대피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베테랑이다. 정주임은 대피소 근무를 “힘들지만 보람 있는 일”이라고 했다. 그는 “대피소 근무는 현장에서 탐방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필수적인 역할”이라며 “이 자부심을 원동력 삼아 오래도록 대피소 근무를 맡고 있다.”고 덧붙였다.
삿갓재대피소의 정원은 26명으로 겨울에 가장 붐빈다. 주말은 대부분 만석이고 평일에도 10명 정도가 이곳에 묵는다. 삿갓재대피소 이용객의 70% 정도는 육구종주를 하는 이들이다. 무룡산 일출, 남덕유 산행만을 목적으로 대피소를 찾는 이들의 비율도 꽤 된다. 정근태(44) 주임은 겨울철 덕유산을 찾는 등산객들에게 당부의 말을 남겼다.
“겨울철 안전사고가 많이 발생합니다. 겨울산행은 꼼꼼히 준비하세요. 적절한 방한용품과 산행장비를 꼭 챙기시고요. 겨울산행은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일정을 넉넉히 잡고 안전을 최우선으로 덕유산을 즐기시길 바랍니다.”
이용정보
예약가능 인원 : 26명 (인터넷 국립공원공단 예약시스템에서 예약)
이용금액 : 주말 및 성수기 1만3,000원, 주중 1만2,000원. (성수기 : 7.1~8.31, 10.1~11.15)
식수 : 삿갓재대피소에서 황점마을 방면으로 50m 아래에 삿갓샘이라는 샘터가 있다. 겨울철에도 이용할 수 있는 음용수다. 대피소 매점에서 생수도 구매할 수 있다.
판매 품목 : 건전지, 우의, 아이젠, 랜턴 같은 안전용품과 휴대용 가스를 판매한다. 생수와 햇반 외에도 연양갱, 에너지바, 분말 이온음료도 구비되어 있다.
문의 010-5423-1452 / 063-322-3174 (전화 예약 불가)
삿갓재대피소에서는 구매한 햇반을 전자레인지에 돌려먹을 수 있다.
1층은 2단 나무침대, 2층은 침상으로 이루어져 있다.
공용슾리퍼가 넉넉히 비치되어 있다.
삿갓재대피소에서 만난 사람들
추운 겨울 이들은 왜 삿갓재대피소를 찾았을까? 그들에게 덕유산은 어떤 의미일까?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영대(67)
“친구들과 함께 황점마을에서 출발했어요. 내일은 남덕유산을 지나 영각사로 내려가려고 해요. 매년 겨울이 되면 덕유산을 찾아요. 눈꽃이 정말 아름답거든요. 겨울에는 꼭 삿갓재대피소를 예약해 1박2일로 산행해요. 대피소만의 재미도 있고, 산행을 여유롭게 할 수 있어 좋아요. 남은 일정에는 멋진 상고대를 볼 수 있으면 좋겠네요.”
정기훈(67)
“함께 온 이영대와는 중학교 동창이에요. 친구 따라 산에 다닌 지 어느덧 15년이나 됐네요. 백두대간도 완주했고, 산행을 운동이라 여기며 꾸준히 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덕유산에서는 주목에 상고대 핀 풍경이 가장 마음에 들어요. 곤돌라로 편하게 올라 구천동으로 내려가는 코스도 즐겨 걷습니다. 여유 있게 덕유산을 만끽할 수 있어 좋아요.”
차무열(51)
“무룡산에서 일출을 보기 위해 삿갓재대피소를 예약했어요. 내일 새벽 무룡산 나무데크에서 일출을 기다릴 겁니다. 거기서는 남덕유와 서봉이 시원하게 보여요. 덕유산 눈꽃은 우리나라 최고예요. 인기 많은 향적봉 외에도, 서봉에서 삿갓재까지 이어지는 눈꽃터널이 굉장히 매력적입니다. 20년 전 처음 본 덕유산 눈꽃에 반해, 겨울만 되면 연어처럼 덕유산으로 돌아오게 되네요.”
차도현 주임(39)
“올해 초부터 삿갓재대피소에서 근무하고 있어요. 이제 2주일 됐네요. 덕유산을 찾는 탐방객들은 부지런한 분들이 많으세요. 해 뜨기 전부터 준비를 마치고 산행을 떠나시거든요. 저는 향적봉에서부터 능선을 타고 삿갓재까지 오는 길을 좋아합니다. 오르락내리락 걷는 능선이 부드럽고 포근하거든요. 앞으로 이곳에서 보내게 될 덕유산의 4계절이 기대됩니다.”
향적봉대피소 관리인 박봉진씨. 그는 24년째 이곳을 지키고 있다.
향적봉대피소
민간이 임대 운영, 음료도 판매 중
향적봉대피소는 접근성이 좋다. 곤돌라를 타고 설천봉에 올라 약 20분만 걸으면 도착한다. 이곳은 겨울 덕유산 풍경을 찍는 사진가들의 거점이기도 하다. 취재 당시 6명의 사진가가 4일 동안 이곳에 머물며 상고대 핀 덕유산 사진을 찍고 있었다.
현재 향적봉대피소는 박봉진(67)씨가 관리하고 있다. 2000년 처음 향적봉대피소에 올라온 그는 24년째 향적봉대피소를 지키고 있다. 박씨는 1년 동안 계약직으로 대피소에서 근무하다, 2001년부터 국립공원으로부터 대피소를 임대받아 관리를 이어오고 있다. 그는 대피소에 머물며 조난 구조뿐만 아니라, 대피소 인근을 정비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대피소 이용 정원은 38명이다. 예약은 국립공원 홈페이지가 아닌, 네이버 예약을 통해야만 한다. 이용객은 대부분 사진가 혹은 향적봉에서 일출을 보기 위한 일반 등산객이다. 1박2일 종주 숙박지로 이곳을 선택하는 등산객은 드물다. 겨울철 주말은 대체로 만석이며, 평일에도 눈 예보가 있으면, 예약이 순식간에 마감된다. 향적봉대피소 관리인 박봉진씨는 덕유산을 찾는 등산객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아름다운 덕유산 자연보존에 동참해 주세요. 덕유산은 우리나라에서 몇 안 되는 아고산대 생태계로 보존 가치가 높습니다. 울타리를 넘어 사진을 찍는 행동이 소중한 자연을 파괴할 수 있음을 명심해 주세요. 가슴으로 느끼고, 눈으로만 즐겨보시는 건 어떨까요?”
이용정보
예약가능 인원 : 38명 (네이버 예약시스템으로 예약)
이용금액 : 성수기 1만3,000원, 비수기 1만2,000원. (성수기 : 7월 20일~8월 말, 12월 16일~2월 말)
식수 : 향적봉대피소 인근에 샘터가 있다. 음용 부적합판정을 받았기 때문에 정수기를 이용하거나 끓여 마셔야 한다.
판매 품목 : 향적봉대피소에서는 커피와 콜라 같은 간단한 음료를 판매하고 있다. 단 쓰레기는 등산객들의 몫이다. 구매 시 쓰레기를 담을 비닐봉지를 나눠준다. 이외에도 햇반, 가스, 랜턴 같은 기본적인 물품들도 구비되어 있다.
문의 063-322-1614 (전화 예약 불가)
대피소 1층은 2단 나무 침대로 되어있다.
향적봉대피소에서는 모포를 대여할 수 있다.
등산용품 외에도 여러 음료를 판매하고 있다.
향적봉대피소에서 만난 사람들
대피소는 평일이었음에도 붐볐다. 그들은 대부분 일출을 보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사진가부터, 일반 등산객, 어린아이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오동숙씨
오동희씨
오동숙(66) & 오동희(63)
“자매끼리 안성탐방지원센터에서 올라왔어요. 오늘 향적봉대피소에서 묵고 내일 다시 원점회귀 할 거예요. 향적봉대피소는 덕유산을 종주하면서 자주 이용했어요. 몇 년 전에 왔을 때에는 1층이 침상이었는데, 지금은 2층 침대로 바뀌었네요. 추억의 공간이 바뀌어 아쉽긴 하지만, 새로운 대피소가 편하게 느껴지기도 하네요.”
김동대(78)
“덕유산 상고대 사진을 찍으러 왔어요. 4일 동안 대피소에서 지내며 멋진 눈꽃 사진을 찍어보려고요. 저는 특히 중봉에서 덕유평전을 배경으로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해요. 이른 아침 덕유평전 위로 넘어가는 운해를 보고 있으면 다른 세상에 온 듯한 기분이죠. 덕유산은 상고대 외에도 멋진 피사체가 가득해요. 철쭉, 구절초, 산오이풀 등 어느 계절에 와도 만족스러운 넉넉한 산입니다.”
안우주(12) & 안우성(8)
“겨울방학 여행으로 부모님과 함께 부산에서 왔어요! 작년에 곤돌라를 타고 향적봉에 처음 왔는데, 너무 좋았어요. 이번에는 향적봉 일출을 보기 위해 대피소에서 하루 자려고요. 대피소 숙박은 처음인데, 굉장히 아늑해요. 저녁으로 먹을 삼겹살과 라면도 너무 기대돼요! 생각보다 날이 춥지 않아 다행이에요. 내일 아침에는 상쾌한 바람과 함께 멋진 일출을 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김은성(36) & 황외자(65) & 김기달(69)
“대구에서 왔어요. SNS에서 우연히 덕유산 겨울 사진을 봤는데, 꼭 한 번 가보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부모님을 모시고 왔어요. 이왕이면 일출도 보고 싶어 대피소도 예약했죠. 여기 오려고 등산화도, 아이젠도 새로 샀어요. 아침에 날이 흐려 걱정했는데, 다행히 날이 개어 일출을 볼 수 있었어요. 유럽 알프스보다 본 풍경보다 더 좋았어요! 대피소에서의 하룻밤도 재밌었습니다.”
★오늘의 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