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당도 최고의 비경으로 꼽히는 가마바위
차량으로 여행할 수 있는 섬, 거금도. 2009년 녹동항과 소록도 사이에 다리가 놓이고 다시 2011년 소록도와 거금도가 연도되면서 입도가 매우 간편해졌다. 거금도에서 배를 타면 고흥군 연홍도는 물론 완도군에 속한 금당도도 갈 수 있다. 이번 여행의 테마는 두 개 군과 세 개 섬을 넘나드는, 2박 3일의 추억 여행이다.
●거금도
아찔한 캠핑의 추억
녹동항 부둣가에서 베지근한 장어탕으로 배를 단단히 채운 후 소록대교 방향으로 차를 몰았다. 코로나19 이후 소록도는 외부인의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잠깐 들러 봤지만, 영락없는 퇴짜다.
소원동산에서 바라본 거금도 청석 앞바다
소록대교를 지나 거금대교를 건넌다. 거금대교는 우리나라 최초로 보행자 및 자전거 전용도로와 자동차 도로를 구분해서 설치한 복층 구조의 해상교량이다. 약 2km의 다리를 건너고 나면 우리나라에서 11번째로 큰 섬, 거금도가 나타난다.
적대봉(592m)의 남쪽 자락에 위치하고 있는 거금생태숲
거금도에는 괜찮은 해변이 많다. 특히 해안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연소, 익금, 금장해변 등 어디다 내놔도 빠지지 않는 해변들이 차례대로 등장한다. 그중 익금해변은 아찔한 추억의 장소다. 오래전 캠핑을 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던 적이 있었다. 해변 뒤편으로 해송 숲이 있어 야영지로 적당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사롭지 않다고 생각했던 바람이 역대급 비와 강풍으로 변신했고, 결국 일행들은 텐트를 그대로 놓아 둔 채 인근 화장실에서 밤을 보내야 했다. 아침이 되고야 텐트 한 동이 유실됐음을 알았고, 바람에 날려간 그것은 해변 끝 모래톱에 비참한 몰골로 처박혀 있었다는 웃픈 기억이다.
청석오토캠핑장
이랬던 거금도에 지금은 멋진 캠핑장이 생겼다. 바로 청석오토캠핑장이다. 거금생태숲 곁에 있어서 등산이나 산책하기에도 좋고 바다를 향해 층층이 설치된 널찍한 데크 사이트 덕에 전망도 그만이다. 머물고 싶은 마음을 진정하고 연홍도를 향해 발걸음을 돌렸다.
●연홍도
섬 속의 미술관 그리고 밥상
거금도는 금산이라고 불린다. 행정구역상 금산면으로 지정돼 있기 때문이다. 거금도에서 연홍도행 도선을 타려면 내비게이션 앱에서 ‘금산면 신양항’을 검색하면 된다.
연홍도와 금당도의 풍경이 한 장면에 조망되는 신양선착장
도선은 금산 신양항과 연홍도를 하루 7차례 왕복한다
신양항에서 바라본 연홍도는 손이라도 닿을 듯 지척이다. 바다에 닿을 듯 움푹 들어간 마을 뒤편으로 금당도 해안절벽의 웅장한 모습이 겹쳐진다. 도선으로 짧은 바다를 건너고 섬으로 들어섰다. 선착장에 특산물판매장과 영상체험장으로 이용되는 스마트 연홍센터 건물이 들어선 것을 제외하고 연홍도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 연홍도의 섬 길은 골목길, 좀바끝 가는 길, 아르끝 숲길 등 세 코스로 나뉘어 있다. 하지만 눈길이 닿는 대로 걸음을 옮기기만 해도 섬이 가진 대부분을 만나게 된다.
연홍도 선착장에선 커다란 소라 조형물이 여행객을 맞이한다
연홍도는 늘 설렘이 있는 섬이다. 설렘의 전반은 섬에, 후반은 사람에, 즉 선호남 관장 부부에 있다. 연홍도는 우리나라에서 연륙이 되지 않은 섬 중, 유일하게 미술관이 있는 섬이다. 미술관을 운영하는 선호남 관장과는 여행으로 끈끈해진 사이다. 물론 연홍도에서 처음 만났다. 개념 없이 배낭을 짊어지고 온 여행자에게 선 관장은 미술관 마당에서의 설영을 허락해 줬고 “잠은 텐트에서 자더라도 밥 한 끼만 같이 먹읍시다”라던 그의 따뜻한 배려가 인연의 시발점이 됐다.
연홍미술관은 금당도 해안경을 감상하기 가장 좋은 스폿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오래 머물기를 추천하고픈 연홍미술관
연홍도만큼 다정한 선호남 관장 부부
섬에 도착하자마자 곧장 미술관으로 향했다. 기다리고 있던 선 관장 부부가 큰 웃음으로 맞아 주니, 마치 형님댁이라도 찾아간 기분이 들었다. 미술관은 갤러리와 교육장 외에 카페와 숙소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커피 한 잔을 곁들여 잠시 인사를 나눈 후, 섬을 둘러보기 위해 나섰다.
작품은 섬에서 창작된 것이어야 가치가 더욱 빛난다
미술관 앞바다에는 밀물 때 반쯤 잠겼다가 물이 완전히 빠지면 온전한 제 모습을 드러내는 물고기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프랑스 설치미술가 실뱅 페리에(Sylvain Perrier)의 ‘은빛 물고기’란 작품이다. 그는 작품을 위해 한 달간 섬에 머물렀다. 연홍도 골목에 설치된 정크 미술 작품들 또한 작가들이 섬에 들어와 작업한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연홍도를 ‘지붕 없는 미술관’이라고도 부른다.
아마도 부인을 모델로 그렸음직한 미술관 벽화
곧 근사한 저녁상이 차려졌다. 식단의 주재료는 굴이란다. 굴 무침, 피굴, 김국과 고흥 갓김치 등이 테이블 위에 놓였다. 사실 연홍도를 방문하기 전부터 미술관에서의 저녁을 몹시 고대했던 터였다. 선 관장 부인의 독보적인 손맛 때문이다. 그녀의 솜씨를 익히 알고 있었기에 음식을 마주하는 순간 입 안에 침이 가득 고였다. 이윽고 식사가 시작되고 기대했던 맛의 향연이 이어졌다. 한 젓가락마다 이어지는 탄성, 더할 나위가 없었다.
술 마신 다음날 간절하게 그리워지는 피굴
특히 고흥 지역에서 즐겨 먹는다는 피굴은 껍데기째 삶아 우려 낸 굴 육수에 실파, 고추, 참기름 깨소금 등으로 간을 하고 굴살을 넣어 끓여 낸 것이다. 굴의 부드러운 식감에 국물의 개운함이 어우러지니 술을 마시는 동시에 해장이 되는 느낌이 들었다.
정겨운 밤을 보내고 난 다음날 아침, 따뜻하게 잔 데다 매생이 떡국으로 속을 단단히 채웠기에 컨디션은 아주 좋았다. 선 관장 부부의 배웅을 받으며 나서려는데 전날보다 다소 떨어진 기온 탓에 바다 건너 금당도가 더욱 선명하게 다가왔다.
●금당도
섬 여행의 찬란한 기억
과거 금당도를 가려면 녹동항에서 여객선을 타야 했다. 그런데 이제는 금산면 우두항에서 하루 네 차례 배가 다닌다. 그 덕분에 운항 소요 시간이 40분에서 15분으로 훨씬 줄었다. 신양항에서 우두항까지는 불과 5분 거리, 연홍도에서 금당도로 여정을 이어가기가 간편해졌다.
금당도의 끝마을 가학리의 전경을 오롯이 조망할 수 있는 동막재
금당도는 고흥반도와 아주 가까이 있지만 행정구역으로는 완도군에 속한 섬으로, 득량만의 입구를 지키고 있다. 섬 전체가 바윗덩어리인 금당도를 바다에서 바라보면 깎아지른 듯한 주상절리가 섬을 받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섬의 동쪽 해안은 부채바위, 병풍바위, 스님바위 등 수직의 해안절벽이 보는 이를 압도한다. 그래서 금당도는 트레킹 및 산행코스가 많아 등산애호가들이 즐겨 찾는다.
세포전망대에서 바라본 금당도의 아침 풍경
2017년 백령도에서 울릉도로 이어지는 20개 섬 연속 여행을 할 때 금당도는 10번째 섬이었다. 금당도의 세포전망대는 주변 경관과 조망권이 탁월한 데다 전망 데크가 널찍해 많은 백패커들이 숙영지로 선호하는 곳이다. 당시 세포전망대에서 침낭과 비비색만으로 하룻밤을 보냈다. 두 눈 가득 쏟아져 내리던 별빛과 시리도록 강렬했던 아침 바다 풍경은 섬 여행의 찬란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리고 6년 만에 다시 찾은 세포전망대. 그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에는 이웃 섬 비견도, 충도, 허우도는 물론 멀리 시산도까지 담겨 있다. 섬과 바다로 이어지는 절경의 파노라마다. 기억 속 밤과 현실 낮이 만나 완벽한 여행이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지질박물관으로도 불리는 금당도 교암청풍바위
세포마을은 두 개의 암릉 사이로 길게 만입되어 파도조차 치지 않는 온화한 바다를 품고 있다. 하나의 암릉이 세포전망대로 이어지는 절벽이라면, 다른 하나는 500m가량 뻗어나 가마바위와 교암청풍바위에서 멈춰 선다. 교암청풍바위는 지상으로 분출된 마그마가 오랜 세월 해풍과 파도에 부식되어 창조된 금당도 최고의 비경이자 지질학적 명소다.
침낭 하나로 품어 본 섬, 바다, 바람, 별빛 그리고 낭만
일찍이 송시열의 제자 위세직은 금당도 일대를 유람하고 쓴 <금당별곡>에서 섬의 아름다운 절경들을 ‘금당 8경’이라 칭송했다. 37km나 되는 해안을 따라 섬의 비경들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거금도 금진항 또는 섬 내 가학항에서 출발하는 유람선을 타야 한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멈춰 섰던 유람선은 아직 때를 기다리는 중이다.
★오늘의 날씨★
'등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덕유산 육구종주] 덕유산 대피소 사람들 (1) | 2024.02.08 |
---|---|
[덕유산 육구종주] 구글 어스로 보는 덕유산 육구종주 (1) | 2024.02.07 |
[덕유산 육구종주] 흰 사슴뿔 같은 상고대 터널을 걷다 (1) | 2024.02.05 |
2월에 걷기 좋은 길 4선 (0) | 2024.02.03 |
2월의 산 BEST 4 (0) | 2024.02.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