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창문을 열면 마음이 들어오고. . .마음을열면 행복이 들어옵니다
  • 국내의 모든건강과 생활정보를 올려드립니다
등산

[전라도의 숨은 명산 남덕유산 할미봉] 육십령 넘어온 왜군들 대포바위 보고 줄행랑

by 白馬 2023. 11. 16.

웅장한 백두대간 조망, 초심자도 쉽게 다녀올 수 있어

 

할미봉의 상징 대포바위는 우람한 남근석을 연상케 한다.

 

전북 장수군과 경남 함양군의 도계를 나누는 할미봉(1,026m)은 육십령에서 북쪽 남덕유산을 바라보고 있다. 할미봉은 삼국시대에 백제와 신라의 국경선으로 치열한 격전지였다. 할미봉이라는 지명은 과거 정상 부근 명덕산성에 군사들이 먹을 양식을 쌓아 놓았다 해서 합미성合米城에서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백두대간 종주꾼들은 할미봉을 남덕유산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봉우리 정도로 생각하지만, 최근에는 할미봉 주변의 암봉을 보기 위해 오롯이 이곳을 목적으로 찾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할미봉의 들머리인 육십령휴게소는 해발 730m의 고지대. 할미봉까지 고도차가 약 300m에 불과하고 거리도 2.2km로 짧은 편이라 초심자도 쉽게 백두대간의 일부를 밟아볼 수 있다.

 

할미봉은 초심자도 백두대간의 웅후한 기운을 어렵지 않게 만끽할 수 있다.

 

할미봉의 매력은 빼어난 조망이다. 이곳에서는 남덕유산의 웅장한 산세가 한눈에 들어온다. 멋진 바위들도 또 다른 볼거리인데, 삼형제바위, 족제비바위, 음문바위 그리고 국가산림문화자산 2017-01번으로 지정된 대포바위가 그 주인공이다. 대포바위는 덕유산권에서 유일한 국가 산림문화자원이다. 이 멋진 기암괴석들은 할미봉 정상 주변에 몰려 있다. 노년기 화강암으로 추정되는 이 바위들은 오랜 세월 삭박과 침식을 받아 날카롭지 않고 유연하다.

 

수많은 발길에 의해 움푹 파인 바위지대.

 

육십령대피소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육십령은 과거 산짐승과 도적들 때문에 60명이 무리를 지어야만 고개를 넘을 수 있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조령, 죽령, 팔량치와 더불어 영남지역의 대표적인 4대 고개로 손꼽힌다. 육십령휴게소 음수대 옆에 있는 계단을 100m 정도 오르면 백두대간 길이다. 이정표에서 왼쪽으로 가면 할미봉, 오른쪽으로 가면 무룡고개가 나온다. 여기서부터 할미봉까지는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할미봉으로 오르는 길은 완만하다. 빽빽한 소나무들로 인해 시야는 가리는 반면에 숲 그늘은 좋다. 백두대간 주 등산로답게 수많은 사람의 발길이 묻어 있다. 한때는 발을 딛는 바위마다 군데군데 오목 파여 있다.

 

국립공원 덕유산지구에 있는 백두대간 길답게 잘 정비되어 있다.

 

삼형제바위 아래의 명소 족제비바위 

헬기장 터를 지나면 조망이 터진다. 가슴까지 시원해지는 풍경이다. 북쪽으로 삼형제바위가 우람하게 서 있고, 서쪽으로는 임진왜란 때 적장을 안고 산화했던 논개의 생가가 있는 장수군 장계면 일대가, 동쪽으로는 금원산과 황석산의 힘찬 골격이 지나간다. 

913고지를 넘어서부터는 커다란 바위들이 성벽처럼 길을 막고 경사가 급해진다. 삼형제바위는 할미봉 정상 직전 오른쪽 100m 거리에 있다. 3개의 암봉이 키 순서에 따라 사이좋게 줄지어 있다. 대부분 삼형제바위를 멀리서 바라만 보지만 가까이 가면 색다른 매력이 있다. 20m는 족히 넘는 위압적인 바위다. 

 

할미봉에서 내려다보이는 삼형제바위

 

삼형제바위로 가는 길은 이정표 대신에 로프가 매여 있고 길도 분명하다. 바위 아래쪽으로 크게 돌면 2번째 봉우리 아래에 커다란 족제비바위가 있다. 독립문과 비슷해 보이지만, 꼬리를 세우고 하늘을 향하고 있는 모습이 영락없는 족제비다. 

할미봉에는 10여 명이 쉴 수 있을 정도로 넓은 터가 있다. 빨간 글씨가 인상적인 정상석과 삼각점도 있다. 계단처럼 넓은 암반들이 있어 휴식을 취하기에도 좋다. 사방으로 조망이 트여 심심하거나 지루하지도 않다. 남덕유산을 비롯해 남쪽으로 지리산 천왕봉 주능선까지 거침없이 보인다. 

 

할미봉 정상 직전 암릉지대.

 

대포바위를 보기 위해서는 할미봉에서 서봉 방향으로 70m 정도 더 내려가다가 반송마을 방향으로 내려가야 한다. 누군가 ‘대포바위 500m’라고 적어놓은 표시를 볼 수 있다. 내리막은 급경사지만 안전로프와 난간이 설치되어 있어 안전하다. 로프가 이정표 역할도 하므로 길을 헤맬 염려는 없다. 주위에는 아기단풍이 많아서 가을 풍경이 궁금해지는 곳이다. 

데크다리를 건너면 음문바위가 나온다. 눈을 번쩍 뜨이게 만드는 바위다. 2개의 기둥 위에 지붕을 얹어 놓은 모양새다. 어림잡아 10m가 넘는 높이다. 거대한 고인돌 혹은 개선문이 떠오르기도 한다. 바위 표면에는 석영이 잔뜩 붙어 있는데, 이 일대는 일제강점기 시절부터 규석이 채굴된 곳이라고 한다. 아직도 남아 있는 광산이 몇 곳 있다.

 

할미봉 정상, 사방으로 탁 트인 파노라마 조망이 펼쳐지는 곳이다.

 

음양을 이루는 대포바위와 음문바위

음문바위는 대포바위와 3분 거리에 있다. 마치 음양의 조화를 맞추기 위한 자연의 신비처럼 느껴진다. 호사가들은 대포바위의 위치를 인체에 비유하는데, 남덕유산을 머리, 서봉을 배꼽으로 친다면 대포바위는 남근석의 위치라는 것이다.

75도 각도로 솟아 있는 모습은 얼핏 보면 엄지손가락 같기도 하다. 성인 네 사람이 안아야 할 정도로 둘레도 두껍다. 뒤쪽은 아찔한 낭떠러지다. 안전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음문바위는 생김새와 거대한 규모에 두 번 놀란다.

 

대포바위는 왜군을 물리쳤다는 역사적 가치와 인문 경관학적 가치도 있다. 근처에 설치된 안내문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임진왜란 당시 진주성을 공격하기 위해 육십령재를 넘어온 왜군들이 할미봉 중턱의 엄청나게 큰 대포바위를 보고 깜짝 놀라 혼비백산해서 도망쳤다고 한다. 덕분에 장수군 장계지역은 화를 면했다는 역사가 전해진다.”

 

삼형제바위 중 두 번째 봉우리에 있는 족제비바위.

 

하산길의 경사는 만만치 않지만 5분 정도면 걸으면 임도가 나온다. 오른쪽 반송마을 방향으로 시멘트포장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임도사거리에 차단기가 있다. 양삼마을로 가려면 오른쪽으로 꺾어 가면 되고, 육십령에 있는 차량을 회수하려면 직진해야 한다. 육십령 방향으로 가는 도유림숲길은 평범한 산책로 같은 길이다. 40분 정도 걸으면 차단기 이후 도로를 만난다. 생태도로를 지나면 육십령에 닿는다. 

 

 

산행길잡이

▲ 육십령휴게소~삼형제바위~여우바위~할미봉~갈림길~음문바위~대포바위~갈림길~도유림숲길~임도~도로~망덕정바위~육십령휴게소(8.5km 4시간 30분)

▲ 육십령휴게소~삼형제바위~여우바위~할미봉~갈림길~음문바위~대포바위~갈림길~임도~양삼마을회관(7.3km 4시간)

 

교통 (지역번호 055)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육십령휴게소를 목적지로 하면 된다. 동서울에서 함양 서상까지 하루 3회 운행한다. 직통은 3시간 소요되며 버스 요금은 1만6,900원, 서상터미널에서 육십령까지는 택시(963-0025)를 이용할 경우 9,000원 한다. 군내버스는 불규칙하므로 서상터미널(963-0303)에 확인하는 것이 좋다.


오늘의 날씨

* 오늘 하루도 즐겁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