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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제주, 어디까지 아세요 금오름]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작은 백록담

by 白馬 2023. 4. 29.

금오름, 제주 들녘을 조망하는 즐거움이 있는 한림읍 중산간의 화구호

 

금오름 굼부리 가운데 있는 타원형의 물웅덩이 금악담. 어지간해서는 마르는 일이 없다고 한다.

 

오름 자체로 완벽한 분화구지만 화구호를 가진 것은 드물다. 성판악휴게소에서 진달래밭대피소로 오르다가 만나는 사라오름과 설문대할망의 전설이 깃든 제주시 봉개동의 물장오리, 남원읍에서 조천읍을 잇는 남조로 옆에 우두커니 서 있는 물영아리, 분화구 안에 ‘문강사’라는 절이 자리한 제주시 삼양동의 원당오름 등 열을 넘지 않는다. 그중 가장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이 제주 서부의 금오름이다. 

금악리에서 본 금오름. 완만한 사다리꼴을 하고 있다.

 

차로 오르기보다 걸어서 올라야 제맛!

제주시 한림읍의 벵디못을 중심으로 옹기종기 모인 중산간의 작은 마을 금악리. 금오름은 이 마을의 남동쪽에 완만한 사다리꼴을 하고 서 있다. 그 모양이 마치 <어린왕자>에 나오는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을 떠올리게 한다. 협재해수욕장에서 보는 비양도와 판박이다. 사면은 온통 해송으로 빼곡하다. 정상부는 완만한 능선의 화구벽을 따라 너른 초지대에 물웅덩이까지 있다. 

 

오름 정상까지 이어진 포장도로가 있다.

 

‘금오름’이라니, 이름만으로는 갑甲이겠다. 그런데 알고 보니 금, 은, 동의 그 금金이 아니다. 정확한 유래는 확인할 길 없으나 조선시대에 제작된 고지도에 오름 자락의 마을인 금악리를 ‘흑악黑岳’ 또는 ‘흑악촌黑岳村’이라 표기하고 있다 하니, 이를 미루어 짐작해 볼 때 ‘검은오름’이 변해 금今오름이 된 게 아닐까 싶다. 

금오름이 금악리의 뒷산이지만 오름 들머리는 마을에서 한창로를 따라 동남쪽으로 1.3km 간 후 왼쪽으로 들어서야 한다. 오름 입구에 꽤 너른 주차장과 화장실도 보인다. 금오름은 ‘차로 정상까지 오를 수 있는 유일한 오름’으로 잘 알려진 곳이다. 특히 인기를 끌었던 TV 예능프로그램 ‘효리네민박’에 소개된 후 사람들이 몰리며 한때 자동차 출입을 막기도 했다. 

하늘에서 본 금오름. 비스듬히 사선으로 오르는 포장도가 보인다.

 

금오름의 해발고도가 427.5m지만 오름 자체의 높이는 178m에 불과하며, 주차장에서 정상까지 천천히 걸어도 30분이면 닿으니 주변 풍광 즐기며 걷는 게, 건강이나 환경을 생각해서도 좋겠다. 

출발하자마자 양쪽으로 작은 물웅덩이가 보인다. 오른쪽은 ‘생이못’이라는 재밌는 이름도 가졌다. 자주 마르는 못이어서 ‘생이(새)나 먹을 정도의 물’ 또는 ‘새가 많이 모여들어 먹던 물’이어서 붙은 이름이란다. 왼쪽은 가축용으로 부러 판 것이다. 

 

북쪽 능선에서 본 정상. 철탑이 선 쪽만 해송이 자란다.

 

백록담에 견줄 만한 금악담 

금오름은 두 길을 통해 오를 수 있다. 주차장에서 사면을 비스듬히 가로지르며 이어지는 콘크리트 포장도를 따르거나, 입구에서 조금 들어선 곳 왼쪽의 ‘희망의 숲길’을 이용하는 것이다. 해송숲 사이로 지그재그 이어지는 ‘희망의 숲길’을 따라 올랐다가 굼부리를 한 바퀴 돈 후 콘크리트 포장도로 내려서는 동선을 추천한다. 어느 길로 들어서거나 정상이 가까워질 즈음 조금씩 전망이 트인다. 

정상부 능선에 올라서면 탄성이 절로 터져 나오는 풍광이 눈앞 가득 펼쳐진다. 남쪽과 북쪽이 높고 동서가 낮은 화구벽은 정상인 남쪽 일부를 제외하곤 온통 풀밭이다. 굼부리 복판에는 물웅덩이가 있어서 전체 모양이 백록담을 축소한 것 같다. 

 

금오름에서 본 비양도. 외형이 금오름과 판박이다

 

타원형인 물웅덩이는 동쪽이나 서쪽 능선에서 더 잘 보인다. ‘금악담今岳潭’이라는 이름도 가져 백록담에 버금가는 격이 느껴진다. 수량이 많지는 않으나 어지간한 가뭄에도 마르는 법이 없다고 한다. 바람이 없는 날에는 하늘이 투영되며 신비로운 풍광을 연출한다.  

무엇보다 화구벽을 따라 이어진 탐방로가 예쁘다. 누구랑 걸어도 기분 좋을 것 같은 오솔길이 꿈길인 양 아름답게 이어진다. 또 바람! 오름을 걷다가 만난 제주의 바람은 그야말로 최고다. 굼부리 안의 숱한 억새를 훑고 지나온 바람이 얼굴을 쓰다듬는 기분이 참 좋다. 오름에 중독되는 이유 중 하나가 이 바람 때문이기도 하다.

 

들머리의 ‘생이못’. 들새가 와서 물을 마시는 곳이다.

 

값을 매길 수 없는 평상 하나

남쪽에 솟은 금오름 정상엔 통신용 철탑 서너 개가 서 있다. 굼부리 안에서 소나무가 자라는 곳도 이곳 철탑 아래다. 여느 오름의 북쪽 사면에서 소나무가 자주 발견되는 것과 같은 이유일 게다.

풀밭으로 이뤄진 북쪽 능선에 서니 서부 제주 대부분이 가늠된다. 한라산부터 노로오름과 노꼬메오름, 바리메오름, 새별오름, 이달봉이 한눈에 들어오고, 남동쪽으로도 내로라하는 숱한 오름들이 나를 좀 봐달라며 고개를 들었다. 금악리가 여기서는 손바닥 보듯 훤하다. 푸릇푸릇한 밭뙈기들 사이로 낮고 알록달록한 지붕들이 한없이 정겹다.

 

금오름 굼부리. 한가운데의 타원형 화구호가 신비롭다.

 

그 너머 서쪽 바다엔 이정표 같은 비양도가 외롭다. 이곳엔 산불감시초소가 있다. 매일 이 풍광을 즐기는 산불감시원은 전생에 나라라도 구했을까. 얼마나 덕을 쌓아야 이런 곳에서 일을 할 수 있는지, 그가 한없이 부러워진다. 북쪽 능선 정상 부근엔 일제강점기 때 파 놓은 진지동굴도 보인다. 

산불감시초소 옆에 놓인 평상 하나, 이보다 값비싼 평상이 이 땅에 존재할까? 배낭을 내려놓고 앉으니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다. 산불감시초소가 선 북쪽 봉우리 일대는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으로도 이용되며, 가끔 동호인들의 활강 모습을 만나기도 한다. 

제주의 하늘을 날며 내려다보는 오름과 주변 풍광이야 말이 필요 없을 만큼 장관일 테지만, 이곳 평상에 앉아 즐기는 것만으로도 차고 넘칠 정도다. 내친김에 누워 하늘을 본다. 제주의 푸른 하늘 가득 말로는 표현치 못할 행복이 번져간다. 

 

 

교통

승용차로는 평화로 광평교차로에서 이시돌목장 쪽으로 5.6km 간 곳에서 오른쪽으로 들어서면 된다. 금학리까지는 버스가 다니지만 금학리에서 오름까지 1.4km를 걷거나 택시를 이용해야 해서 버스편은 불편하다.

 

주변 볼거리

오설록 티뮤지엄 차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국내 최대의 차 종합전시관이다. 옛 선조들이 차 문화를 즐겼던 다기와 관련 유물들을 살펴볼 수 있다. 티뮤지엄 앞은 국내 최대를 자랑하는 서광다원 차밭이 장관이다. 

 

맛집

금오름 자락의 금악리에 제주 지역민이 즐겨 찾는 백반 전문인 ‘푸른솔샘(064-796-5004)’이 먹을 만하다. 목살과 오겹살(1만5,000원), 묵은지갈비찜(4만 원), 정식(8,000원) 등 모든 메뉴가 맛있다. 흑돼지 두루치기와 고등어 튀김에 갖은 반찬이 함께 차려지는 정식이 특히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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