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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제주, 어디까지 아세요] 군산, 사방이 뻥 뚫린 최고의 조망

by 白馬 2023. 4. 1.

제주 남서쪽 일대에서 산방산 다음으로 높아

 

동쪽 상공에서 본 군산. 그 서쪽으로 나지막한 월라봉, 우뚝 솟은 산방산, 바닷가의 송악산도 보인다.

 

제주 남서쪽 바닷가에 솟은 군산(334.5m)은 제주 해안에 솟은 오름 중에서는 산방산(395m) 다음으로 높다. 오름 자체의 높이만 해도 280m로 바닷가의 성채처럼 우뚝 선 모양새다. 산방산이 워낙 독보적인 자태와 덩치를 지녀서 이웃한 군산이 주목을 덜 받지만, 출입이 금지된 산방산에 비해 탐방로가 나 있는 군산은 한라산을 포함해 제주 남쪽의 풍광을 조망하기 위한 최고의 명당이다. 

정상에서 본 서쪽 풍광. 맞은편 봉우리에 가린 야트막한 산이 ㄷㆍ래오름(월라봉)이고, 그 너머로 산방산과 송악산, 형제섬, 모슬봉도 가늠된다.

 

오름 남쪽의 신비한 샘 ‘구시물’ 

군산은 ‘산’이란 이름을 가진 몇 안 되는 오름 중 하나다. ‘군산’은 군용 천막을 쳐놓은 것 같아서 붙은 이름이라 알려지기도 했는데, 남녘의 대평에서 보면 딱 그 모양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오름나그네>를 쓴 김종철 선생은 ‘쓸데없는’, ‘가외의’라는 의미를 지닌 접두사 ‘군-’이 ‘산山’에 붙어서 생긴 말이라고 했다. 즉 나중에 갑자기 생겨난 산, 덧생긴 산, 가외로 생긴 산이란 의미다. 그래서 ‘군메오름’, ‘굴메오름’으로도 불린다. 월라봉 북동쪽, 안덕계곡을 품은 창고천 아래에 동서로 길게 가로누운 군산은 정상부에 ‘쌍선망월석雙仙望月石’이라 부르는 두 뿔 모양의 바위가 솟아 독특한 외형을 보여 준다. 

 

상예공동묘지 맨 위쪽. 산담이 온통 덩굴식물로 뒤덮인 저 예쁜 무덤은 이토록 아름다운 풍광을 품었다.

 

군산은 크게 세 곳에서 오를 수 있다. 서쪽의 대평에서 감산으로 가는 긴 고개인 ‘진마루’ 중간쯤에서 승용차 한 대가 다닐 만한 콘크리트 포장도가 군산 정상 바로 턱밑까지 이어진다. 그러나 도로가 무척 가파르고 교행이 불가할 정도로 좁아서 오르다가 내려서는 차량을 맞닥뜨리기라도 하면 여간 난처한 게 아니다. 

감동적인 조망이 펼쳐지는 군산 정상. 좁고 바람도 센 곳이다.

 

그래도 정상부 턱밑까지 차로 오를 수 있어서 많은 관광객이 주로 이 길을 이용한다. 정상 바로 아래에 승용차 몇 대를 댈 수 있는 주차장과 운동시설이 마련되어 있고, 여기서 정상까지는 5분 남짓 거리다.

동쪽은 차량으로 접근할 수 있는 상예공동묘지 입구에서 탐방로가 시작된다. 운동시설과 화장실을 갖춘 이곳에서 정상까지는 700m쯤 된다. 그다지 가파르지 않은 산길은 곳곳에서 조망이 트이며 눈을 즐겁게 한다. 상예공동묘지 꼭대기를 스쳐 지나는데, 이쯤에서 남쪽으로 샘인 ‘구시물’ 가는 길이 갈린다. 여기서 구시물에 들렀다가 살짝 둘러서 정상으로 가거나 사자암과 진지동굴을 거쳐 곧장 정상으로 가도 된다. 

 

구시물 옆 진지동굴 안에서 본 입구. 미지의 세계로 열린 신비의 문 같다.

 

구시물. 아무리 가물어도 마르는 법이 없는 이 물로 기우제를 지냈다고 한다.

 

신비로운 샘인 ‘구시물’과 두 곳의 일제 동굴진지도 살필 수 있는 구시물 코스가 더 흥미롭다. 구시물 앞에서는 남쪽 대평으로도 길이 이어진다. 

기우제 지내던 오름

구시물은 ‘굇물’이라고도 불린다. 분화구가 없는 군산을 숫오름으로 여기기도 하는데, 그래서 이 지역 사람들 사이에선 구시물의 물을 떠 놓고 소원을 빌면 아들을 낳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암반에서 이끼를 타고 떨어져 내리는 구시물은 물맛이 좋아서 주변 사람들이 운동 삼아 와서 길어가곤 한다. 

 

북쪽 능선의 전망대로 이어진 길. 이곳도 봄이 한창이다.

 

제주의 여느 오름에서나 흔한 무덤이 군산 정상부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예로부터 기우제를 지내던 곳으로, 무덤을 쓸 수 없는 금장지禁葬地로 엄격히 관리되었기 때문이다. 이곳에 무덤을 쓰면 홍수가 나거나 극심한 가뭄이 든다는 전설이 있는데, 한 번은 심한 가뭄이 들었을 때 이곳에 암매장한 무덤을 찾아 파헤치자 그날로 비가 내렸다고 한다. 군산에서 기우제를 지낼 때 바로 남쪽의 구시물에서 물을 길어 썼다. 그러니까 구시물은 아무리 가물어도 마르지 않았다는 말이다. 

구시물에서 군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길은 군산에서 유일하게 가파른 구간이다. 통나무계단이 정상 직전까지 지그재그로 나 있지만 그리 길진 않다.

 

군산 서쪽 들머리에서 만난 유채밭. 순전히 유채 농사를 위한 곳이라서 더 아름다웠다.

9곳 일본 진지가 있는 요충지

군산의 두 봉우리 중 동쪽이 정상으로, 제주의 숱한 오름 중 손꼽을 만큼 빼어난 조망이 펼쳐지는 명당이다. 터가 넓지 않아서 대여섯 명이면 꽉 차지만, 조망의 시원함은 정말 혀를 내두를 정도다. 

한라산은 물론 산방산과 월라봉, 모슬봉, 송악산, 형제섬, 마라도, 가파도와 대병악, 소병악, 영아리오름, 원물오름, 고근산, 범섬, 문섬, 섶섬 등 사방의 숱한 오름과 섬을 볼 수 있다. 마음속까지 뻥 뚫어줄 듯 시원하다. 그래서 아예 눌러앉아 풍광을 실컷 만끽하고 싶지만 바람이 거세고, 찾는 이도 많아 좁은 정상을 독차지하기는 어렵다.

조망이 탁 트이는 곳이라 과거 일제가 가만두었을 리 만무하다. 군산의 정상부를 두르며 여섯 개의 진지동굴을 팠고, 군산 전체엔 아홉 곳이나 구축했다. 미국과의 태평양전쟁에서 수세에 몰린 일본군은 제주를 마지막 보루로 삼고 정예병력 7,400여 명을 주둔시켰다. 이들은 미군의 폭격에 대비해 군산과 같은 요충지를 해안기지로 만들어 군수물자와 보급품을 숨기고 대피소를 겸한 요새로 삼았다. 

수많은 진지동굴 구축을 위해 제주도민뿐만 아니라 전국의 남녀노소를 강제 동원해 노역을 시켰으며, 이 과정에서 식량과 물을 제대로 공급하지 않아 많은 이가 노역 중 죽어갔다고 한다. 가슴 아픈 현장이 아닐 수 없다. 

봄날이면 군산 남서쪽 창천리 일대 밭은 유채꽃으로 온통 샛노랗다. 산비탈에 조성되어서 평지와는 또 다른 감동으로 다가온다. 곳곳에는 신비로운 보랏빛의 갯무꽃밭도 섞여 있어서 그야말로 황홀한 꽃 잔치판이 펼쳐진다.  

군산 개념도

 

교통

제주버스터미널에서 금릉과 협재해수욕장 등 제주 서쪽을 경유해 서귀포환승정류장을 오가는 202번 간선버스가 군산 들머리인 ‘상예2동’ 정류장에 선다. 정류장에서 오름 들머리인 상예공동묘지 입구까지 1km쯤 걸어야 한다. 

서쪽 들머리로 가는 대중교통은 불편하다. 모슬포항에서 대평리를 오가는 751-2번 지선버스가 ‘한밭입구’ 정류장을 지나지만, 군산까지는 한참을 걸어야 한다. 안덕에서 택시를 이용하는 게 좋다. 

 

안덕계곡

 

주변 볼거리-안덕계곡

드라마 <구가의 서>, <추노>의 촬영지기도 한 안덕계곡은 천연기념물 제377호로 지정된 ‘안덕계곡상록수림지대’를 품고 있다. 제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계곡으로 꼽히며, 예로부터 명승으로 소문이 자자해 대정으로 유배를 왔던 추사 김정희도 자주 찾았다고 한다. 전체 길이의 절반쯤이 5~10m의 수직절벽에 둘러싸여 있다.

 

중앙식당 갈치국.

 

맛집

안덕농협본점 옆, 성게보말국과 갈치국으로 유명한 ‘중앙식당(064-794-9167)’이 먹을 만하다. 제주 바다가 한가득 담긴 듯한 성게보말국은 여느 식당과 달리 깊은 맛이 빼어나고, 배추와 호박, 청양고추를 듬뿍 넣어 끓인 갈치국은 시원한 맛이 으뜸이다. 두 메뉴 모두 1만5,000원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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