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들의 음주 문제가 심각합니다. ‘한 잔쯤이야 괜찮겠지’라는 생각 멈추셔야 합니다. 최근, 암환자 세 명 중 한 명이 폭음 또는 과음을 한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오늘의 암레터 두 줄 요약
1. 암환자의 폭음, 과음 심각합니다.
2. 한 잔 술도 멀리 하세요!
암 진단 후에도 술 못 끊어
강남세브란스병원 연구팀이 2016~2017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암환자 603명의 음주실태를 추적했습니다. 현재 암 치료중인 환자 259명과 암을 치료한 적이 있는 암 경험자 209명이 포함돼 있었는데요. 분석 결과, 암환자 중 27.2%가 폭음, 5.3%가 과음을 하는 ‘위험음주’ 상태였습니다. 연구에서, 폭음의 기준은 한 달에 한 번 이상 남성 하루 7잔 이상, 여성 하루 5잔 이상이었습니다. 과음은 하루 평균 남성 하루 3잔 이상, 여성 하루 2잔 이상인 경우를 말합니다.
암에 걸렸는데 왜?
암에 걸렸는데도 왜 술을 끊지 못하는 걸까요? 전문가들은 “사회적 활동이 많은 20~30대 암환자는 술을 마실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이기도 한다”며 “우리나라는 음주가 하나의 문화처럼 자리 잡아 술에 비교적 관대한 경향이 있어, 암경험자뿐 아니라 현재 암 치료중인 환자에게도 음주를 부추기는 게 문제”라고 꼬집습니다.
환자 스스로 술에 무뎌진 것도 원인 중 하나입니다. 암 진단 전부터 이미 술을 오래 마셔온 환자들의 경우, 습관적으로 술을 마시거나 이를 자제하지 못하는 ‘중독’ 상태에 이르러, 술을 멀리하지 못합니다. 암환자들이 단순한 음주가 아닌 폭음이나 과음까지 하는 이유 역시 이 때문입니다. 우리의 뇌는 알코올에 매우 취약합니다. 술을 마시면 이성적 사고와 감정, 충동을 조절하는 전두엽의 기능이 억제됩니다. 스스로 술의 양을 조절하지 못하고 과음이나 폭음으로 이어지는 것이죠.
술, 생존율 떨어뜨리고 재발 부추겨
암환자가 술을 마시면 생존율이 낮아집니다. 미국 국립암연구소에서 2009~2010년 알코올 섭취로 인한 암환자 사망률을 분석한 적이 있습니다. 그 결과, 약 1만9500명의 암환자가 알코올 섭취로 사망했으며 이는 암 사망 원인의 3.5%에 해당합니다. 이 중 48%가 하루 세 잔 이상의 술을 마셨고, 하루 한 잔 반 정도 마신 경우도 25%였습니다.
두경부암, 간암 환자 중 알코올 섭취량이 많은 환자는 술을 마시지 않는 경우에 비해 사망률이 최대 85% 높다는 국내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술을 마시는 암환자는 암 재발 위험도 높습니다. 하루에 소주 반 잔 이상을 마신 유방암 환자가 술을 마시지 않는 유방암 환자에 비해 재발 위험이 35% 높고, 사망 위험은 50% 높다는 결과가 있습니다.
술 마시는 암환자, CAGE 테스트를
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음주의 심각성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평소 술을 조금이라도 마시는 암환자라면 ‘CAGE 테스트’를 해보세요. ▲C(Cutdown): 술을 끊어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나요? ▲A(Annoyed): 술로 인해 주변 사람들로부터 비난 받은 적 있나요? ▲G(Guilty): 술로 인해 죄책감을 느낀 적 있나요? ▲E(Eye-opener): 술 마신 다음 날 해장술을 마신 적이 있나요? 네 가지 항목 중 두 개 이상 해당한다면 알코올 의존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때는 의학적인 도움이 필요합니다.
절주 아닌 금주를
암환자에게는 소량의 알코올도 해롭습니다. 유럽연합(EU)에서는 암 예방 및 억제를 위해 모든 유형의 알코올 섭취를 제한하고 술을 아예 마시지 말라고 강조했습니다. 미국 임상종양학회는 하루 한두 잔의 술도 암 위험을 증가시킨다고 발표했습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서인호 교수는 “술을 줄인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기 때문에, 아예 마시지 말아야 한다”며 “암환자는 자신의 음주 행태를 주치의에게 알리고, 환자가 이를 인지하지 못할 경우 보호자라도 의사에게 알려 전문 의료진의 도움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정수민 교수는 “대부분의 암환자들이 담배는 위험하다고 여기지만, 술은 발암물질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술 한두 잔도 암환자에게는 치명적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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