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비우려 해도 쉽지 않아… 멈추지 않는 시냅스 신호 때문
뇌 건강에 좋다는 맹신 금물… 습관적으로 멍 때리면 병 의심
오는 9월 4일, ‘한강 멍 때리기 대회’가 3년 만에 돌아온다. 무언가를 끊임없이 해야 하는 현대 사회,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다는 게 대회의 모토다. 참가자들은 90분 동안 아무 생각이 없어 보이는 상태로 있어야 한다. 주변에 대한 무관심을 과시해야 수상의 영예를 안는 것이다. 그런데 멍 때리기는 뇌 건강에도 좋다고 알려져 있다. 과학적으로 근거 있는 말일까?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발목 잡는 잡생각
우리는 끊임없이 생각한다. 쉴 때라고 다르진 않다. 스마트폰, 대화, 취미활동 모두 정보를 습득하고 판단하는 과정이다. 뇌는 쉴 시간이 없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뇌를 위해 멍 때리는 걸 권장하는 분위기까지 형성됐다. 그런데 온전하게 멍 때리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멍하니 있으려니 온갖 잡생각이 끊이지 않는다. 잔업이나 대인 관계, 저녁 메뉴가 떠오르기도 한다. 만약 멍 때리기가 아무 생각을 하지 않는 상태라면, 가능한 일일까?
먼저 생각이 추상적인 이유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람 뇌의 80%를 차지하는 대뇌 피질엔 뉴런이라 불리는 신경세포들이 많다. 뉴런은 ‘시냅스’라는 특수한 구조를 통해서 신경전달을 매개한다. 사람 뇌엔 약 1000억 개의 뉴런이 있는데 한 개의 뉴런이 다른 뉴런과 1천~1만 개의 시냅스를 형성해 총 10의 16승개의 시냅스를 만들어낸다. 사람들이 기억, 인지, 판단할 땐 수많은 뉴런이 시냅스를 통해 서로 신호를 주고받으며 신경망을 형성한다. 뉴런들이 왜, 어떻게 이런 일을 벌이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잘 때도 생각하는 뇌, 생존에 유리했기 때문?
뇌는 백지상태에 도달하지 않는다. 육체적인 활동은 물론 잘 때도 끊임없이 움직인다. 꿈은 수면 중에도 뇌의 일부 영역이 활성화됐다는 증거다. 그러나 왜 그런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 뇌과학과 고재원 교수는 “뇌가 백지상태에 도달하지 않는 이유를 알려면 각각의 뉴런들이 어떻게 매개하는지가 먼저 밝혀져야 한다”며 “사고의 유형에 따라 활성화되는 뇌의 영역 정도는 밝혀졌지만 뉴런들이 무엇을 기준으로 시냅스를 만드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추측은 해볼 수 있다. 존스홉킨스대 바리 고든 교수는 미국 과학잡지 사이언티픽아메리칸에서 사람이 생각을 멈추는 것이 왜 불가능한가에 대해 ‘위험과 기회 속에서 생존을 위한 지극히 자연스러운 작동’이라고 설명한다. 끊임없이 생각하는 게 생존에 유리했다는 것이다. 협력이 생존에 필수 요소였던 영장류가 동료들의 얼굴만 따로 인식하는 일명 ‘얼굴세포’를 가지게 된 것처럼 말이다.
◇멍 때리기, 다음 단계 위한 명상 정도라면 OK
만약 멍 때리기가 잡생각이 덜한 상태라면 활용해볼 수 있다. 이때는 명상에 가깝다고 받아들이는 게 좋다. 복잡한 생각은 내려놓고 단지 보고 있는 것에 대해서만 생각한다. 이러면 뇌에서는 과하게 활성화되던 영역이 줄어들고 ‘디폴트모드(Default Mode Network)’라 불리는 특정 부위가 활성화된다. 다음에 일어날 상황을 대비해 비울 건 비우고, 기억해야 할 정보는 정리하는 것이다.
다만 이마저도 맹신은 금물이다. 실제 일관된 연구 결과가 없기 때문이다. 뇌과학자 박문호 박사는 “멍 때릴 때 찾아오는 디폴트모드는 쉽게 말해 즉각 처리할 일이 없는 뇌의 상태라고 볼 수 있다”며 “오랫동안 한 문제를 끊임없이 고민했던 사람이 창의력을 발휘하기 위해 활용할 순 있지만 뇌 건강을 개선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고재원 교수도 “멍 때리기의 효과는 동물 실험이나 이미징 연구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뇌 건강에 좋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의도적이지 않은 멍 때리기는 경계해야…
의도적이지 않은 멍 때리기는 피해야 한다. 극도로 피곤할 때가 대표적이다. 미국 위스콘신대 연구팀이 피곤한 사람들의 뇌를 측정했더니 뇌가 전반적으로 활동하고 있는데도 잠들어 있는 영역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원래 일어났어야 할 시냅스가 상실됐다는 뜻으로 판단력이 느려질 수도 있다. 졸음운전이 위험한 까닭이다.
질환이나 스트레스가 원인일 수도 있다. 원하지 않았는데 머리가 뿌옇게 흐려지거나, 습관처럼 반복해서 자주 멍한 상태가 된다면 일명 ‘브레인 포그’라고 할 수 있다. 보통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았거나 뇌신경질환 및 우울증 등을 겪고 있는 환자들에게 발생한다. 치매 등 퇴행성 질환이 원인일 수 있는데, 이런 경우엔 멍 때리기가 오히려 독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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