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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호남의 산 응봉

by 白馬 2022. 6. 7.

호남의 산 응봉       608.5m·전북 임실
고추 고을 임실과 의견 고장 오수를 굽어보는 산

 

▲ 돼재의 서어나무.

 

 

의견의 고장 오수에서 임실로 달리다 서쪽을 바라보면 노산~응봉~봉화산으로 이어지는  삼형제 봉우리가 눈웃음친다. 그 산은 때로는 승천을 준비하는 용처럼 흰 구름을 휘감고 용트림하는 강인한 모습을 보여 주다가 때로는 인자한 어머니 모습으로 다가오며 고향소식을 묻곤 했다.

산행 들머리인 가동(佳洞)은 주변경관이 아름답다고 소쿠리 속같이 안옥하다는 뜻이며, 권씨가 살아 건개울, 권가을이라 했다. 마을 모정에 모기가 없어 오지리 주민들이 석정암과 노산치를 지나 쉬어갔다. 노산치는 주민들이 오수장을 보러 넘나들던 곳이다. 노산치 동쪽 기슭에 있는 석정암은 1945년 창건된 비구니 사찰로 물맛이 좋고 송림이 울창하다. 연대를 알 수 없는 마애불상과 옥정사가 있었다.

산줄기는 금남호남정맥 팔공산에서 마령치를 지나 성수산, 고덕산, 17번 국도(임실-오수)를 지나 봉화산, 응봉에 닿으면 두 갈래를 친다. 남쪽은 노산~깃대봉~미산에서 오수천에 몸을 숨긴다. 서쪽은 번화치~두만산에서 두 갈래를 쳐 백이산~백련산으로 보내고, 지초봉, 원통산, 무량산에서 섬진강 원류인 적성강에 잦아든다.

 

▲ 1 노산치 들머리. 2 응봉 정상. 3 봉화산 부근의 인삼밭. 4 지형도 상 봉화상의 소삼각점.

 


노산~응봉~봉화산 종주산행


이번에는 호남지리탐사회가 동쪽 오수천, 서쪽 임실천을 가르는 노산~응봉~봉화산 개척산행을 했다. 임실을 지나 30번 국도 정월교에서 죄회전하여 745번 지방도를 달리면 이인 정류소가 나온다. 좌회전하여 응봉 가는 길 삼거리에서 우회전해서 동쪽 덕림 마을 팻말을 보고 달리면 고갯마루에 가정 버스정류소가 나온다. 대형버스는 이곳에서 하차해 10분쯤 마을 앞을 지나 10분쯤 걸어야하고, 승합차는 망전 마을 앞을 지나 비포장인 노산치까지 진입할 수 있다.

 

묘 2기가 있는 송림을 오르면 진달래가 고운 옷으로 단장한 산불감시초소가 마중 나온다. 동쪽으로 오수 들녘과 만행산이 조망된다. 산불로 인해 잡목이 우거져 등산로가 희미하고 가시가 발길을 잡는다. 봄이 실종됐는지 여름처럼 무더운 날씨가 땀을 줄줄 흐르게 한다. 고사리와 산나물을 채취하느라 후미가 늦다. 잡목과 가시가 발목을 잡아채는 능선을 헤치다보면 특징이 없는 노산에 닿는다(노산치에서 30분 소요). 안산 김정길, 개척산악회, 이종훈, 삼국지의 리번이 인사한다. 서쪽은 망전 마을, 동쪽은 오수와 만행산이 보일 뿐 조망이 시원찮다.
노산에서 응봉 구간은 등산로가 아주 나빠 가시밭길과 씨름해야 한다. 서쪽 능선으로 잡목을 헤치면 망전에서 오는 비포장 임도가 응봉까지 쉽게 이어지는데, 동쪽 안부의 길이 좋다고 선두를 따라갔다가 고생을 실컷 하고 시간도 많이 걸렸다. 후발대는 반드시 길이 안 좋아도 서쪽 능선을 고수하기 바란다.

가시밭길을 헤치고 옛적 농경지였던 늪지대와 송림을 올라서면 노산에서 오는 임도 능선을 만난다. 임도를 타고 오르다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응봉에 닿는다. 북으로 봉화산, 동으로 만행산, 남으로 노산, 서로는 원통산, 용골산이 다가온다. 삼각점(임실 11)과 무인산불감시초소가 있다. 산불로 민둥산이 됐는데 나무를 식재했다(노산에서 1시간20분 소요).

서쪽은 번화치를 지나 두만산에 이르러 두 갈래를 친 뒤 서쪽은 백련산과 나래산, 남쪽은 원통산과 무량산을 지나 모두 섬진강 원류에 몸을 숨긴다. 등산로가 좋고, 온 산이 신록으로 물들며 산벚꽃과 진달래가 만발해 꽃의 계절을 실감케 한다. 눈부시게 하얀 조팝나무가 줄지어선 능선길이 좋다.

17번 도로에 차량이 줄지어 달리고 전주-광양간 고속도로공사로 산등성이가 잘려나간 모습들이 흉물스럽다. 임도가 끝나고 산길로 들어서면 진달래가 마중나오고, 건너편에 거대한 인삼밭이 다가온다. 또 다시 임도를 만나다가 산길로 들어서면 큰 서어나무가 있는 돼재에 닿는다(응봉에서 40분 소요). 서쪽은 임실읍 정월리, 동쪽은 오수면 오암리를 잇는 큰 고개다. 곧이어 인삼밭이 능선을 점령하고 있어 가로질러가다 숲에서 오찬을 즐긴다.

송림과 진달래 능선이 15분쯤 이어지다가 갈림길에서 북쪽으로 간다. 서쪽은 대곡리가 내려다보이고, 숲길이 계속된다. 산불지대에 잡목과 진달래가 진을 치고 있다. 잡목구간을 지나면 지형도에 봉화산으로 잘못 표기된 곳에 국방지리연구소에서 세운 소삼각점이 있다(돼재에서 30분 소요). 35사단 이전지역이라 빨간 깃발과 분묘이장공고 표지판이 묘소마다 세워져있다. 이곳에서 독도에 유의해서 좌측의 좋은 길로 가지 말고 우측으로 가야한다.

묘소와 소나무숲이 있는 곳에서 양측으로 고갯길이다. 고인돌 같은 바위가 있고 동쪽 봉천역에 기차가 신나게 달리고, 서쪽은 갈미봉과 대곡리가 내려다보인다. 전북체신청 탐사대가 세운 두치봉수대 팻말이 있는 봉화산에 올랐다가 등산로가 뚝 떨어진다. 마을 주민에 의하면 봉화산에 금으로 된 그릇이 묻혀 있다는 전설이 있다고 한다.

내리막에  올무가 많아 박영근, 김영래 고문이 철거하느라 애쓴다. 젖소 농장이 진을 치고 있는 말치에 닿으면 인분냄새가 진동한다(응봉에서 2시간 소요). 농가에서 물을 공급받고 세수하고 나니 살 것 같다.
 

말치에서 낙엽이 수북한 오름길이 숨이 막힌다. 1봉을 올라서면 넓은 터에 버려진 묘소가 있고, 2봉을 올라서면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온다. 소나무숲을 지나면 3봉에 삼각점이 있는 428.1m봉이다. 17번 국도에 차량이 굉음을 내면서 달린다. 서쪽 임실 감성, 동쪽 오류를 잇는 고개길을 지나면 길이 좋다.

 

▲ 1 산행이 끝나갈 무렵 17번 국도 넘어로 덕태산과 선각산이 치솟아 보인다. 2 말치. 3 428.1m봉의 문근호 소장.

 

창원황씨 묘소를 지나면 갈림길에서 큰 서어나무가 있는 고갯길이다. 문근호 소장이 나무의 정기를 받는다며 서어나무를 감싸안는다. 서쪽 평교, 동쪽 월굴을 잇는다. 잠시 후 독도에 유의해서 죄측의 밭이 있는 곳을 지나 임도로 이어진다. 우측 산길로 가면 알바(?)를 해야 한다. 산골짜기의 밭두렁에서 보면 내동산과 고덕산이 멋지게 다가온다. 우측엔 17번 국도가 보이고 곧이어 좌측엔 감성저수지와 평교 마을 뒤 묘소와 밭을 지나 능선에 오른다. 부산의 같이하는산악회 리본이 비교적 안내를 잘한다. 능선에 올라서면 꽃이 만발했다.

밭길과 고갯길을 지나면 작은 고스락에서 서쪽 숲길로 간다. 갈림길에서 북으로 가면 묘소와 전답이 있고 17번 국도에 차량이 보인다. 이 마을 아주머니가 삽재라고 하는데 지형도에는 구치로 나와 있는 고개를 넘어 능선의 묘소를 지나면 벌목한 뒤 식재하고 대나무에 노란 색을 칠해서 나무를 보호한다. 서쪽에 임실과 갈마리 저수지가 보인다.

끝날 줄 알았던 산줄기가 다시 이어지며 묘소에서 잡목을 한참 헤치고 내려가면 민둥산에 나무를 심었다. 고압선을 지나 능선을 오르면 임실변전소와 제일주유소가 있는 17번 국도가 보인다. 덕태산과 선각산이 고개를 내민다. 성수육교를 건너 날머리 17번 국도로 내려가면 임실변전소와 제일휴게소가 있다(말치에서 2시간 소요).

 

 

 

축제 및 명소

원동산공원 의견비

고려 때 임실 지사에 사는 김개인이 사랑하는 개를 데리고 오수장에 갔다가 술에 취해 잔디밭에서 불이 난 줄도 모르고 잠이 들었다. 밤중에 잠에서 깨어난 그가 개가 물속에 뛰어들어 몸에 물을 묻혀 불을 끄고 나서 죽은 것을 알고 그곳에 개의 무덤을 만들고 지팡이를 꽂았더니 새싹이 돋고 자랐다. 그 뒤부터 오수의 지명이 개 오(獒), 나무 수(樹)를 쓰게 됐으며, 오수시장 안의 원동산에 의견비가 있다.

 

오수의 견문화제

화마로부터 주인을 구하고 죽은 숭고한 개의 넋을 기리는 오수의견문화제는 4월 말 3일간 열린다. 초·중·고 백일장 및 사생대회, 수중견과 애견시범행사, 김개인 생가터 울림, 오수개학술회의, 명견선발 및 도그쇼, 연예인축하음악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특히 서울에서 애견동호인 200명이 탑승한 애견열차가 오수역에 도착하면 환영 페레이드가 볼거리다.


산행길잡이
○가동 버스정류소~(1.2km)~노산치~(1.3km)~노산~(1.5km)~응봉~(3.7km)~봉화산~(0.8km)~말치~(4.5km)~17번 국도 <13km, 6시간30분 소요. 점심 포함>

 


교통

드라이브코스  호남고속도로 전주 나들목~동부우회도로~17번 국도~임실역~(30번 국도)~임실~정월교~(745번 지방도)~이인리 버스정류소~(2km)~가정(대형버스 주차, 도보 10분 거리)~노산치(승합차 주차 가능)

서울→임실 남부터미널에서 8회 운행 / 동서울터미널에서 2회 운행.
임실→-이인리 1일 7회 운행.
임실→가정 1일 3회 운행.
임실 시외버스터미널 063-642-2114, 임순여객 063-643-3100, 임실개인택시 063-642-5013.
 

맛집

도봉집(주인 박정례·063-643-2980) 임실시장 안에 있는 이 식당은 옛 전통 그대로 순대국으로 언론에 소개될 만큼 어머니의 손맛을 느낄 수 있다.

관촌기사식당(주인 유정금·063-643-8032) 깨끗한 물에서 서식하는 다슬기를 주재료로 호박, 부추 등 갖은 양념으로 맛을 낸 국물에 수제비를 빚어 넣어 별미다. 동의보감에 간장, 위장에 좋다고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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