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적 경주 남산
산에서 보는 신라 천년 석불의 역사
삼릉~금오산~용장마을까지 등산은 3시간 남짓, 유적답사는 6시간 걸려
신라 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고도 경주 남산엔 신라의 흔적이 곳곳에 서려 있다. 남산은 서울의 북한산과 같이 경주의 진산이다. 북의 금오봉(金鰲峰, 468m)과 남의 고위봉(高位峰, 494m)을 중심으로 동서 너비 4㎞, 남북 길이 10㎞의 타원형으로, 한 마리의 거북이 서라벌 깊숙이 들어와 엎드린 형상이다. 골은 깊고 능선은 변화무쌍해 기암괴석이 만물상을 이루어 야트막하면서도 큰 산이다.
신라의 흥망성쇠를 함께 한 남산은 온갖 전설이 남아 있다. 신라시조 박혁거세가 탄강한 나정(蘿井)과 초기 왕궁, 나을신궁, 도성을 지켜온 남산신성(南山新城)을 비롯한 4곳의 산성, 망국의 한이 서린 포석정지(鮑石亭趾)가 전설과 함께 지나간 역사를 전하고 있다.
불교를 특히 숭상한 신라는 남산에 그 자취를 고스란히 남겼다. 따라서 남산에는 많은 불상과 탑들이 남아 있다. 그 대부분은 석탑과 석불로서 특히 마애불이 많다. 많은 유물들이 돌로 만들어진 것은 질 좋은 화강암이 많아서이기도 하지만, 불교가 들어오기 전부터 이어져온 바위 신앙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경주 남산 중턱에 석탑 상층부가 부러진 채 1000여 년의 풍파를 견딘 한국 최고 높은 곳의 삼층석탑이 있다.
남산에 불상이 조성되기 시작한 것은 7세기 초로 추정하고 있다. 7세기 초에 조성된 동남산 부처골 감실여래좌상(佛谷龕室如來坐像)은 투박한 시골 할머니가 돌로 만든 집 속에서 편안히 쉬고 있는 듯한 모습의 한국 최고(最古) 감실불이다. 7세기 중엽의 장창곡 석조미륵삼존불의상(石造彌勒三尊佛倚像)과 선방곡 석조여래삼존불(石造如來三尊佛)은 티 없이 천진무구한 어린아이의 웃음으로 잘 알려진 불상이다.
남산 전체가 마애불의 보고(寶庫)지만, 특히 냉골(삼릉계곡)에 마애불이 많다. 입가에 방글방글 미소를 머금은 채 금방 하늘에서 내려온 듯한 마애관음보살입상(磨崖觀音菩薩立像), 다듬지 않은 넓은 바위 면에 사바세계(裟婆世界)에서 설법하고 있는 석가삼존불, 극락으로 왕생(往生)하는 중생을 마중 나오는 신비스런 모습의 내영아미타여래(來迎阿彌陀如來)를 한 폭의 그림으로 새긴 선각육존불(線刻六尊佛), 얼굴은 원만상으로 조각하고 몸은 억센 선으로, 연화대좌는 부드럽고 희미한 선으로 처리해, 기도하는 중생을 위하여 바위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듯한 높이 6m의 상선암 마애대좌불(磨崖大坐佛) 등 남산 전체가 불보살의 세계를 옮겨 놓은 듯하다.
현재 남산에 남아 있는 문화유적은 왕릉13기, 산성지 4개소, 사지(寺址) 147개소, 불상 118체, 탑 96기, 석등 22기, 연화대 19점 등 672점이 있다. 이들 문화유적 중 44점이 보물 13점, 사적 13개소, 중요민속자료 1개소 등으로 지정되어 있고, 2000년 12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 등산객들이 경주 남산에 올라 암벽에 새겨진 마애석불을 보고 있다. 경주 남산은 유적산행의 대표적인 장소로 꼽힌다.
유적탐방 산행으로 경주남산연구소는 삼릉에서 냉골 석조여래좌상~마애관음보살입상~선각육존불~마애여래좌상~석조여래좌상~선각마애여래상~상선암선각보살상~상선암마애대좌불~금송정터와 바둑바위~상사바위와 소석불~금오산 정상~대연화대(삼화령)~탑기단석~용장사지삼층석탑~마애여래좌상~삼륜대좌불~용장사터~탑재와 석등대석~용장계 절골 석조약사여래좌상~용장마을까지 가는 하산 코스를 권했다. 등산을 하면서 문화유적을 탐방할 수 있는 가장 일반적인 코스다. 이 코스는 단순 등산은 3시간 30분 정도 걸리지만 유적에 대한 설명과 감상을 곁들이면 6시간 정도 걸린다.
중간에서 탈출할 수도 있다. 삼릉에서 상선암 위 바둑바위까지 갔다가 서남산주차장으로 돌아오는 코스는 3시간이면 된다. 2시간 정도는 보물 666호인 석조여래좌상까지, 1시간 정도라면 선각육존불까지 왕복하면 된다.
이 코스는 신라시대의 석불을 시대적으로 모두 만날 수 있는 신라 석불의 보고로 꼽힌다. 먼저 삼국시대의 대표적 걸작인 배리삼존불, 통일신라의 문화적 성숙기에 조성된 풍만하면서도 늠름한 기상이 보이는 냉골 석조여래좌상, 하늘에서 하강하는 모습의 마애관음입상, 힘 있는 붓으로 한 번에 그린 듯한 선각육존불, 남산에서 유일한 고려 초기의 마애여래좌상, 통일 직후의 아름다우면서도 힘차게 타오르는 불꽃이 아름다운 석조여래좌상, 산길을 오르내리는 사람들에게 그림자를 살며시 보여주는 듯한 선각마애여래상 등을 잇달아 만난다.
남산에서 두 번째로 크며 바위 속에서 현신하는 순간을 새긴 마애여래대좌불, 통일신라의 전형적인 석탑이면서도 거대한 바위산을 하층기단으로 삼고 우뚝 선 용장사 삼층석탑, 남산에서 가장 씩씩하고 아름다운 청년기의 마애여래좌상, 대현스님께서 기도하면서 돌면 불상 또한 고개를 돌렸다는 삼륜대좌불, 김시습이 머물면서 최초의 한문소설인 금오신화를 집필한 용장사지, 신라하대 방형대좌의 약사여래좌상 등 삼국시대부터 고려 초기까지 신라 불상을 두루 만날 수 있는 코스다.

교통
승용차 경부고속도로 경주나들목에서 나오면 보이는 산이 남산이며, 세 번째 신호등 못 미처 우회전하면 35번국도로 나선다. 경주시내에서는 오릉을 지나, 35번국도를 따라 1.3km 거리의 왼쪽에는 포석정이 있으며, 2.2km 지점의 오른쪽에 서남산 주차장이 있다. 이곳에 주차하면 된다. 주차비 1일 승용차 2,000원. 배리 삼존불만 들를 때는 삼불사 주차장으로 바로 들어가면 된다. 주차비 무료.
대중교통 경주시내버스터미널에서 내남행 버스를 타고 삼불사 앞이나 삼릉에서 하차하면 된다. 약 30분 소요. 돌아올 때는 용장마을에서 시내행 시내버스를 타면 된다. 택시 요금은 10,000~12,000원이다.
숙식(지역번호 054)
현지에서 추천하는 음식점으로 토박이식당(748-7025), 한정식집 장독대(777-5557). 하룻밤 묵을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로는 경주게스트하우스(745-7100), 등잔초가집민박(745-7245), 황토방민박(745-1008) 등이 있다.

★오늘의 날씨★
'등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Man&Wall-황매산 은하수암] 5cm도 안 되는 홀드 찾아...손가락 하나에 온 신경 집중 (0) | 2022.06.02 |
---|---|
주왕산 | 절골~대문다리~가메봉~큰골~주방천 14km (0) | 2022.06.01 |
[임도 라이딩 강촌 임도] 오르막 3개 클리어하면 나도 "중급" (0) | 2022.05.30 |
[전라도의 숨은 명산] 평야에 우뚝 솟은 나주의 수문장 (0) | 2022.05.28 |
[고산 철쭉 5선] 덕유산ㅣ 5월 말에서 6월 초 중봉 일원 절정 (0) | 2022.05.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