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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임도 라이딩 강촌 임도] 오르막 3개 클리어하면 나도 "중급"

by 白馬 2022. 5. 30.

굴봉산역과 강촌역 잇는 46km 봉화산 임도

 

 

강촌 임도를 달리는 춘천 자전거클럽 회원들. 여러 산줄기 따라 굽이굽이 오르막이 이어지는 만만찮은 라이딩 코스다.

 

 

강촌 임도는 춘천과 가평군 경계에 걸쳐 있다. 북쪽으로 북한강을 마주 보면서 굴봉산과 새덕산, 그리고 두리봉과 봉화산 사이를 비집고 이어지는 임도이다. 서울에서 휴일에 경춘 철도를 이용하면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며, 매년 강촌 챌린저 산악자전거 대회가 열리는 장소이기도 하다. 

 

어느 정도 임도를 타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자신의 능력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찾는 곳이다. 대부분 능선과 계곡을 따라 올가미처럼 둥글게 그려지는 임도는 그 안쪽으로는 검봉산(529m)과 명승 구곡폭포를 품고 있으며, 북쪽으로는 북한강이 흐른다. 춘천 자전거 클럽 회원들과 리더인 ‘북한강’님의 도움을 받아 경춘 철도를 타고 가다가 첫 번째 강원도 역인 굴봉산역에서 내려 출발했다. 

 

떡잎을 벗고 꽃대를 세운 들나물이 밭둑에 빼곡하고 수로에 갇힌 올챙이와 송사리들이 꼼지락거리는 모습을 보니 이제 완벽한 봄이었다. 낙낙한 봄빛이 비록 겨울을 밀어내기는 했으나 아침저녁은 아직 쌀쌀했다. 백양리 마을로 들어가는 도로를 달리는 동안 춘경을 시작한 농부들의 경운기 로타리질 소리를 들으며 백양리 마을회관을 지나 우측의 임도로 진입했다. 

 

오랫동안 동호회를 통해 자전거를 탄 사람들인지라 페달을 돌리는 솜씨와 나아가는 속도가 확실히 여유가 있었다. 경험이 많은 사람들과 함께 주행하는 것은 자신의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한치령에서 이어지는 내리막 길. 옛 임도를 폐쇄하고 새로 임도를 냈다.

 

약 2km를 지나자 본격적인 오르막이 시작되었다. 원래 자전거로 오르막을 오를 때는 허파에서 더운 공기가 나오고 이마에서 땀이 물처럼 떨어지는 걸 느끼며 용을 쓰고 오르는 것이 당연하다. 강촌 임도는 가파른 오르막 3개가 있는데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초보자도 쉽게 오를 수 있는 경사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막상 페달을 돌리다 보면 녹록찮다. 4km 길이의 초반 오르막은 그날 컨디션을 측정하고 자신의 체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구간이다. 여럿이서 달릴 때는 자신도 모르게 처음 오르막부터 경쟁하듯 무리하게 주행하기 십상이다. 그러다 보면 체력이 빨리 떨어져 마지막에 고생한다. 그러니 앞뒤 기어비를 힘에 맞게 정한 후 체력을 안배하면서 주행해야 한다.

 

두 번째 오르막인 한치령을 향해 달리는 춘천 자전거클럽 회원들.

 

도로 옆 비탈에 매달렸던 흙이 해빙기가 되자 무너지면서 가랑잎 위에 쏟아지는 소리가 들렸다. 흠뻑 내린 봄비는 충분히 흙을 적시고 남은 물이 돌과 쌓인 낙엽 사이로 흘러내렸다. 청춘은 봄 숲에서 느끼고, 노년의 쓸쓸함은 가을에 잎이 떨어진 나무를 보면 저절로 알게 된다는 말이 실감 났다. 오를수록 몸에서 솟구치는 열과 봄볕에 달궈진 지열이 합해져 뿜어내는 에너지가 최고조에 달했다.

 

첫 번째 고개에서 두 번째 맞닥뜨리는 오르막인 한치령까지는 내리막과 오르막이 극적으로 바뀌었다. 오른쪽으로 영춘지맥이 지나가는 새덕산(461m)이 곧게 서 있어 그 줄기로부터 갈라져 깊게 파인 골짜기에 이르러서 내리막의 정점에 도달했다. 소 목에 끼우는 멍에처럼 계곡의 굽이를 따라 연결된 임도는 능선에서 그 자취가 보이다가 골로 들어가면 흔적이 없어졌다. 

 

앞만 보면서 달리기보다 이따금 맞바람과 부딪치는 능선 가장자리에 도착해서는 자전거를 멈추고 잠시 숨 고르며 뒤를 돌아보는 것도 괜찮다. 경치는 앞을 볼 때와 뒤를 돌아볼 때가 다르기 때문이다.

 

한치령 꼭대기에 올라 기념사진을 찍었다.

 
단번에 오르려 하면 낭패 볼 수 있어 

새덕산을 지나 조금 더 내려가면 본격적으로 한치령으로 가는 짧은 오르막이 시작된다. 경사가 급해 단번에 오르려고 힘을 쓰면 중간에 낭패를 보게 된다. 그렇다고 쉬었다가 다시 출발하기도 번거롭다. 

기어비는 페달의 회전속도와 근력의 정도를 잘 헤아려 정한 후 꾸준하게 페달을 밟아야 한다. 함께 간 아내는 예전의 기량을 완전히 회복하지는 못했어도 지난번 백운산 임도를 타면서 호되게 당한지라 절치부심 매일 자전거에 매달리더니 이번에는 좀 달랐다. 

 

한치령(370m)은 영춘지맥이 지나는 지점에 있는 고개로 정상에서 좌우를 살펴보면 날쌘 참매가 날아오르면서 날개를 접었다가 펴듯 그 형상이 자못 평범하지 않았다. 대부분 고갯마루에 도착하기 전까지 전력을 다한 탓에 고개에 도착한 회원들은 긴장된 근육을 풀어 준 뒤 마지막 남은 봉화산고개를 넘을 준비를 했다.

한치령 오른쪽으로는 봉화산 능선을 경계로 하여 가정리와 창촌리가 있고, 왼쪽으로는 한강에 물을 보태는 북한강이 백양리마을 앞으로 흐른다. 길 좌우로 가래나무와 신갈나무들이 빼곡히 들어찼을 뿐만 아니라 봉화산 줄기에서 벋어 내린 골짜기를 따라 물이 모이는 비교적 평평한 곳에는 어김없이 뙤밭(잔디밭)이 보였다. 예전에 화전민들이 이 골짜기까지 들어와 집을 짓고 밭을 일구면서 살았다는 증거였다. 

 

한치령에서 봉화산고개(423m) 오르막이 시작되는 곳까지는 원래 임도를 지우고 새 길을 닦아 벌건 황토가 맨살처럼 드러나 있었다. 새로 만든 임도 주변으로 풀과 나무들이 자리를 잡기까지는 적어도 5~6년은 걸릴 것이다. 

 

춘천 자전거 동호인들의 추천으로 맛본 경강 막국수.

 
자전거 동호인 추천 맛집은 믿지 말라

파도처럼 일어섰다가 가라앉는 골을 따라 드러나고 숨기를 반복하는 임도는 아래로 갈수록 경사가 급해지기 시작했다. 사방댐을 지나 옛날 임도로 들어서자 이제 봉화산고개 오르막이 시작됐다. 강촌 임도 주변 산은 높지 않지만 숲이 깊은 것이 특징이다. 특히 침엽수보다는 수령이 오래된 활엽수가 많아 가을에 오면 임도에 떨어진 가래열매나 도토리를 조심해야 할 정도로 시원하고 울창하다.

가장 밑에서 봉화산고개 꼭대기까지는 대략 3km로 거리상으로는 짧으나 실제 페달을 돌리며 오르다 보면 경사가 심해서 쉬지 않고 오르기에는 인내심이 요구되는 구간이다. 등산의 가장 큰 매력이라면 무엇일까? 계절별로 분명한 개성을 연출하는 숲과 만나 도시 생활에서 축적된 번뇌와 중압감을 깨끗하게 청소할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사람이 만든 인위적 예술과 만나 스트레스를 버리는 것도 의미 있지만, 인위가 아닌 자연과 더불어 마음을 비우는 것은 더 특별하다. 

 

강촌 임도 개념도

 

그러니 자전거는 말해 무엇하겠는가! 걷는 효과 이외에도 균형을 잡기 위해 몸 전체를 쉬지 않고 움직여야 한다. 따라서 자연과의 교감을 통한 마음의 안정은 물론이고, 신체의 모든 근육을 골고루 쓸 수 있는 운동 효과가 또한 큰 장점이다.

 오르막의 마지막 구비를 힘차게 올라온 선두가 숨을 고르며 봉화산 정상에 도착하고 뒤이어 다른 회원들이 차례로 따라왔다. 숲에 가려졌던 해가 정중앙에 오면서 모두 자전거를 한쪽에 세워놓고 따뜻한 봄볕 아래에서 달콤한 휴식을 즐겼다. 한 여성 회원분께서 준비해 온 커피와 간식을 꺼내놓자 모두 탄성을 질렀는데 카페나 다방에서 마시는 커피와 비교할 수 없었다. 귀하게 얻으면 더 아름답고, 힘들게 얻으면 더 소중한 법이다.

 

새로 이전한 강촌역에서 회원들과 작별하고 옛 경춘 철도를 따라 굴봉산역으로 자전거를 몰았다. 중간에 지금은 기적이 끊어진 옛 강촌역과 백양리역에 들렀다. 백양리역 기념관을 지키는 분을 만나 옛날 얘기를 들었다. 더불어 옛적 이곳을 찾던 청춘들의 아우성을 좇으며 역무원들이 근무하며 묵었던 숙직실을 돌아봤다. 기념관에 전시된 흑백사진 속 그 시절 대학생들의 MT 사진, 기차 안에서 여흥을 즐기던 풍경 등은 우리 눈가를 따뜻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강촌 임도를 내려와 덤으로 얻은 선물이었다.

 

잠깐 굴봉산역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잃어 가평역 직전까지 갔다가 돌아왔다. ‘북한강’님의 추천으로 경강 막국수집에 들러 요기를 했다. 운동이 끝난 후 어느 음식인들 맛이 없겠는가. 그래서 혹자는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추천하는 맛집을 믿지 말라’고도 하는데 여기는 달랐다. 오랜만에 달려본 강촌 임도는 봄의 정취를 느끼기에 안성맞춤이었다. 휴일에 임도를 함께 달린 춘천 자전거 동호회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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