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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나홀로 우리 땅 걷기] 맛있는 과자처럼…아껴가며 조금씩 걷는 길

by 白馬 2022. 2. 18.

전남 장흥 힐링로드

 

억불산에 조성된 30여만 평 규모의 편백나무 숲.

 

맑고 밝은 에너지가 가득해서 겨울에도 삶의 생기가 넘쳐흐르는 곳, 전남 장흥엔 볼거리와 먹거리가 참으로 많다. 서울 광화문 한복판에서 직선을 그으면 육지 최남단에서 만나는 곳이 바로 장흥이다. 정남쪽이라 해서 정남진으로 부른다.

둘레둘레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올망졸망한 작은 섬들이 피어 있는 바다가 있다. 보림사 비자나무숲길, 억불산 말레길, 천관산 등 걷기만 해도 보약이 되는 길이 있고, 장흥삼합, 자연산 석화구이 등 풍성한 먹거리가 있고, 소등섬, 정남진 전망대 등 볼거리 등이 각기 다른 색깔로 방문객들에게 힐링의 시간을 선물한다.

 

400년생 비자나무 숲길

보림사 티로드는 가지산 자락에 고즈넉이 안겨 있는 보림사를 에워싸고 있다. 수령이 400여 년 훌쩍 넘은 비자나무 군락지와 소나무, 참나무 등이 있고 그 비자나무가 만들어 주는 그늘 아래에서 차들이 살아간다. 무질서 속에도 서로 부둥켜안고 있다. 갑자기 스리랑카 차밭 생각이 솟아났다.

 

이 야생차로 청태전을 만든다. 청태전은 파래처럼 파란색을 띠고 옛날 엽전과 비슷해서 돈차, 전차라고도 부른다. 1,20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의 발효차로 삼국시대부터 남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발달했다. 맛은 순하고 부드럽다.

하늘 향해 두 팔 벌린 비자나무 숲은 깊은 산중에서나 느낄 수 있는 한적함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숲이 깊지 않아도 나뭇잎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이 부드럽다. 세상살이의 어떤 소리도 감히 침범할 수 없는 산책길이 계곡을 따라 흐르는 작은 시냇물처럼 흘러간다. 은은한 비자향에 이끌려 작은 잎가지 가까이 다가가니 비자향이 와락 내게 다가선다. 걷기만 해도 건강이 쌓인다.

 

정상까지 이어지는 말레길은 편백나무와 함께 숨 쉬며 걸을 수 있는 무장애길이다.

 

 

휠체어 타고 정상까지, 억불산

여행이 치유의 한 과정임을 누구나 알고 있다. 그중에서도 산림치유가 으뜸이다. 셀 수 없이 많은 부처가 있는 억불산에는 30여 만 평의 편백나무로 조성된 숲이 있다. 편백나무는 침엽수 중에서도 가장 많은 피톤치드를 공기 중으로 뿜어낸다. 피톤치드는 식물이 해충이나 미생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발산하는 방향·항균물질로 산림욕을 통해 몸으로 흡수되면 스트레스가 완화되고 장과 심폐기능이 강화되며 살균작용도 한다. 특히 고혈압과 심장병 환자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 편백나무는 사시사철 늘 푸른 상록수여서 우리의 눈을 편안하게 한다.

 

정상까지 갈 생각은 전혀 없었다. 편백숲 향기를 친구삼아 산책만 하고 오려고 가벼운 마음으로 입장권을 사서 데크길을 따라 편백림으로 들어섰다. 그런데 입구에서 본 안내도에 ‘말레길, 맨발로 걷는 힐링산책’이란 제목 아래에 데크길을 맨발로 걷는 사진이 있다. 아무리 산이 낮아도 그렇지 정상까지 데크길을 놓다니? 그런데 억불산의 정상 높이는 518m이다. 정상까지 거리는 약 3.8km.

 

말레는 장흥의 방언으로 나무가 깔린 대청마루를 일컫는다. 긴가민가해서 편백숲을 지나 걷다 보니 어느새 말레길이다. 초입에는 아기자기한 그림들과 설치물들이 걷는 이의 발걸음을 가볍게 만든다. 봄 산책 나온 아이처럼 마냥 즐겁다. 쓰여 있는 글들도 너무나 정겹다.

갈피갈피 쌓인/마음의 병,/불치의 병,/나쁜 병,/키 큰 나무 사이로/낯선 바람이 붑니다./바람 끝에 태워/보낼 사람/서둘러 보냅니다./키큰 나무야/키큰 나무야

 

천관산 환희대 주변은 천태만상의 기묘한 바위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나는 누굴 바람 끝에 태워 보낼까?

정상까지 이어지는 말레길은 지그재그로 끝없이 이어진다. 힘들이지 않고 올라갈 수 있게끔 최대한 경사도를 낮추어서 만든 길이다. 호흡조차 가빠지지 않는다. 산 중턱에 이르니 장흥읍이 한눈에 들어온다. 저 멀리 바다도 보인다. 30여 분 더 올라가니 억불산 정상. 정말로 정상까지. 흙을 밟지 않고 오로지 데크만 걸어서 오른 것이다.

정상에 서니 전혀 예상치 못했던 멋진 세상이 펼쳐졌다. 제암산과 사자산, 천관산 등이 병풍처럼 둘러쳐 있고, 장흥읍 너머로는 남도 바다가 펼쳐졌다. 정상에서 내려다보니 편백림 사이로 데크길이 한 장의 그림엽서 같다. 이렇게 예쁜 길을 걸어왔구나. 이렇게 좋은 길을 걸어왔구나.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 맛난 거 아껴 먹는 아이처럼 걸어야 할 길이 점점 짧아지는 아쉬움이 커진다. 어느 날엔 멋진 일몰을 즐기러 다치 찾아와 있을 나를 상상해 본다.

 

소등섬 작은 바위에서 남해 일출을 즐기고 있는 여행객.

 

 

천자의 면류관, 천관산

기암괴석과 억새평원으로 명성이 높은 천관산(723m)은 장흥 여행에선 빼 놓을 수 없는 코스이다. 지리산, 월출산, 내장산, 변산과 함께 호남의 5대 명산으로 손꼽힌다. 능선에 서면 다도해의 올망조망 섬들의 향연이 펼쳐지고 쾌청한 날에는 멀리 제주도까지 보일 정도로 조망이 멋진 산이다. 어디 조망뿐이랴! 사계절 하늘을 찌를 듯 웅장하게 치솟은 바위들만 보아도 산행하는 수고로움을 느낄 새가 없다. 정상부의 다채로운 바위들이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는 모습이 마치 천자의 면류관 같다고 해서 천관산으로 부른다.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남해 바다의 일몰과 일출 또한 환상적인 뷰 맛집이다.

천관산은 정상 연대봉에서 장천재로 향하는 능선이 봄에는 진달래꽃으로 넘실거리고, 여름에는 더위를 잊게 해주는 푸른 초원으로, 가을에는 은빛 찬란한 억새가 출렁거리는 은빛바다가 되고, 겨울에는 하얀 설원으로 변하며 변화무쌍한 모습을 연출한다. 계절에 따라 즐기는 맛이 다른 산이다.

 

오늘 산행코스는 금강굴코스로 올랐다가 양근암코스로 하산하는 약 8km이다. 천관산의 높이는 723m, 그리 높지 않다.

주차장을 지나 장천재로 향하는 들머리 길엔 아직도 떠나고 싶지 않은 가을이 머물고 있다. 길에 수북이 쌓여 있는 단풍잎들은 아직도 색이 선명하다. 가을의 한가운데에선 얼마나 화려한 색을 뽐냈을까?

장천재에서 환희대까지는 겨우 2.3km. 짧고 굵은 코스. 조선시대 실학의 대가 위백규 선생을 비롯한 많은 학자들이 수학했던 장흥 위씨의 제가인 장천재에서 조금 진행하면 체육공원이 나오고 이곳에서 금강굴 코스와 금수굴 코스가 갈라진다. 금강굴 코스는 경사가 급한 오르막이지만 선인봉에서 천주봉으로 이르는 9개의 암봉을 즐기며 바다를 조망하는 짜릿함이 있다.

 

산을 오르면 얼마 되지 않아 정남진 남해 바다가 펼쳐진다. 바다로 향하는 능선 끝자락을 따라간 눈길은 이미 제주도에 머문다. 시원스런 조망 덕분에 세상살이의 시름도 모두 떨쳐버린다. 시름이 떨어져 나가니 몸이 더욱 가벼워진다. 발걸음이 춤을 춘다.

 

오랜만에 바위를 오르는 즐거움에 빠지니 조망이 터진 바위를 찾느라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산을 오른다. 학창시절 보물찾기 하는 맛이다. 구경거리가 많으니 산을 걷는 노고를 느낄 새가 없다. 저만치 뒤에서 걷던 세진도 무서움 없이 이 바위 저 바위를 방문하며 즐기고 올라온다. 조금은 힘들 텐데 지친 내색 없이 봉우리들을 즐기며 정남진 바다를 바라보며 서 있는 그녀의 뒷모습에서 행복을 읽는다. 산은 달리는 곳이 아니라 즐기러 오는 곳이다. 마음이 통하는 이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걸으며 마치 혼산 하는 것처럼 각자의 속도로 걷는다. 산에서 느끼는 자유로움이야말로 내겐 축복이다.

금강굴을 지나 석선봉. 중봉 서남쪽에 있는 거석이다. 멀리서 바라보면 마치 위엄 있게 서 있는 노승 같다. 깊게 패인 주름살에는 스님의 삶이 그대로 담겨 있다. 환희대 방향으로 눈길을 돌리니 하늘을 향해 치솟은 대세봉이 나무들 사이로 보인다. 관음봉의 위쪽에 있는 가장 높은 봉우리이다.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축제’ 촬영지이자 아침 일출 핫플레이스인 장흥 남포마을의 소등섬.

 

당번, 천주봉이 내 앞에 우뚝 섰다. 천주를 깎아 만든 기둥. 불가에서는 깃발을 달아 놓은 보찰이라고 한다. 잠시 비쳐진 햇살에 황금빛이 드리워지니 더욱 도도한 위엄이 느껴진다.

 

드디어 환희대. 네모나게 깎아져 겹쳐 있는 바위의 모습이 마치 수만 권의 책이 쌓인 것 같다. 책바위의 가운데는 석대石臺이다. 산을 올라온 사람들이 산행의 수고를 이곳에서 쉬면서 즐겁고 기뻐한다고 해서 환희대라 부른다. 바위에 붙여진 이름의 의미가 참으로 공감된다. 환희대 주변은 천대만상의 기묘한 바위들이 모여 있는 만물상이다. 360도로 몸을 천천히 돌리며 만물상 바위들을 관람한다. 너무나 다양한 모습이 신기할 뿐이다.

 

환희대에서 연대봉 정상까지 약 1km 구간은 완만하게 펼쳐진 구릉이 대평원처럼 사방이 뻥 뚫려 있다. 지금까지 걸었던 길과는 완연히 다른 모습이다. 천관산의 백미코스이다. 햇살 가득한 바위에 앉아서 억새평원에 우뚝 서서 근육질을 자랑하는 바위들과 눈을 마주치며 잠시 쉼의 시간을 즐긴다. 어느 곳을 쳐다보아도 정상 조망처럼 멋지다.

 

천관산의 정상인 연대봉. 고려 시대(1149년)에 만들어진 봉화대이다. 시야가 좋으면 북쪽으로 무등산이 보인다. 남쪽으로는 그림 같은 다도해가 펼쳐진다. 정상에서 잠시 쉬어가려 했으나 갑자기 바람이 불어서 양근암으로 하산을 재촉한다.

누군가 정성스럽게 만든 조경석 같은 바위, 정원암을 지나니 양근암이다. 15척 높이의 규모도 놀랍지만 그 모양이 조각해 놓은 것처럼 선명하게 남성을 닮은 바위가 오른편 건너편 여성을 연상케 하는 금수굴과 서로 마주보고 있어서 자연의 조화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영월정으로 돌아오니 오를 때는 무심코 지나쳤던 위 선환 시인의 시 ‘천관산을 오르는 길에는’에 눈길이 머문다.

천관산을 오르는 길에는/이마가 서늘하리/그 이마 서늘해지며/하늘빛에 물들으리/억새잎들 부딪히며 서걱대는 소리/흐느끼지/…/나는 눈물 나리/억새꽃들 풀풀 날아서 자꾸 쌓여서/어느새/내 어깨를 묻고 말리/

아무래도 올 가을엔 천관산의 억새평원의 억새꽃들을 만나러 와야겠다.
 
 

장흥 남포마을의 자연산 석화구이는 편백나무 장작불에 구워서 더욱 깊은 득량만의 바다내음이 느껴진다.

 

‘냠냠’ 장흥

일 년 내내, 사시사철 먹거리가 풍성한 장흥. 사계절 중에서도 겨울의 바다 먹거리는 장흥이 단연 으뜸이다. 오동통 살이 오른 자연산 석화, 죽은 소도 벌떡 일으킨다는 낙지, 육지와 바다의 기운을 한 번에 보충할 수 있는 장흥삼합, 겨울 웰빙 보양식 매생이 등이 장흥의 대표 먹거리. 도망갔던 겨울의 입맛도 장흥에선 찾을 수 있다.

 

장흥의 맛은 단순하다. 여러 가지 식재료를 섞지 않는다. 조미의 맛보다는 재료 자체의 맛과 신선함에 충실하다.

특히 장흥 남포마을의 자연산 석화石花구이는 내 사랑을 독차지한다.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축제’ 촬영지이자 아침 일출 핫플레이스이기도 한 소등섬이 있는 남포마을은 장흥읍에서 승용차로 20여 분, 야트막한 산을 구불구불 돌아서 결코 바다가 나올 것 같지 않은 야트막한 산자락 아래의 시골 어촌마을이다. 참으로 한적하고 평화로운 곳이다. 한겨울인 12월부터 2월까지는 속이 꽉 차있는 석화를 맛볼 수 있다. 남포마을의 은빛 해안선은 굴 꽃이 지천이다.
 

편백나무 장작불에 구워 먹는 자연산 석화는 생굴로 먹어도 좋지만 구워 먹으면 까먹는 재미까지 더해져 꿀맛이다. 장흥의 편백나무 장작불에 바다에서 갓 건져온 싱싱한 석화를 구워 먹는 재미는 먹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산더미처럼 석화를 쌓아 놓고 먹는 행복~ 말로 어찌 표현할꼬!!! 편백나무 장작불에 한가득 석화를 올려놓고 한 손에는 장갑을 끼고 한 손에는 작은 칼을 잡고 장작불에 살짝 벌어진 석화의 입을 활짝 벌려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굴을 한 입에 털어먹는다. 짭조름한 바닷물이 고인 굴이 입 안에 들어서는 순간 득량만의 바다내음이 가득 찬다. 진미 중의 진미이다.

 

장흥삼합은 뭘까? 돼지수육과 홍어를 묵은 김치에 싸먹는 홍어삼합은 알고 있는데 듣도 보도 못한 장흥삼합은 키조개 관자, 표고버섯, 한우를 함께 구워 먹는 것이라 한다. 어떻게 이런 삼합이 탄생했을까. 장흥은 사람 수보다 한우가 더 많은 한우의 고장이고, 깊은 숲에서 무럭무럭 자라는 표고버섯은 전국 생산량의 20% 가까이 된다. 또한 득량만의 키조개는 전국에서도 알아 주는 일품 맛이다. 이 세 가지의 궁합이 어찌 맛이 없을 수 있을까? 장흥삼합은 안 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어본 사람은 없을 정도로 중독성이 강하다. 

 

장흥삼합을 제대로 맛보려면 정남진장흥토요시장을 찾아야 한다. 매주 토요일에 열리는 정남진장흥토요시장에서 장흥삼합의 기본 재료인 한우, 표고버섯, 키조개 관자를 좀더 저렴하게 구입해 식당으로 찾아가 상차림 비용을 지불하고 구워 먹을 수 있다. 

 

찾아가기

● 승용차

수도권에서는 광주와 나주를 거쳐서 장흥으로 이동한다. 광주에서 장흥까지는 약 71km.

 

●기차

KTX나 SRT를 이용해 서울→광주까지 이동하고 광주-장흥은 고속버스를 이용한다. 

광주에는 장흥 가는 고속버스가 많다. 

 

●고속버스
서울 센트럴시티- 장흥 고속버스가 하루 5회 운행된다.



오늘의 날씨

* 오늘 하루도 즐겁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