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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낭만야영] 그림같은 달마산과 다도해… 2박 3일은 너무 짧다

by 白馬 2021. 12. 24.

달마고도~신지도
다도해가 드러나는 완도 해안가와 신지도 상산 백패킹

 

완도의 남파랑길을 걷다 해가 지고 자리잡은 곳. 잠들기 아쉬울 만큼 아름다운 야경이었다.

 

코리아 둘레길의 남해안 코스인 남파랑길을 걷고 야영할 계획을 세웠다. 코리아 둘레길에는 동해안의 해파랑길, 비무장지대DMZ의 평화누리길, 남해안의 남파랑길, 서해안의 서해랑길이 포함된 거대한 걷기길이다. 총 길이는 4,500km로 산티아고 순례길(800km)의 약 5.6배에 이른다. 하루 40㎞씩 4개월을 걸어야 완주할 수 있는 긴 거리이다. 이 중 남파랑길은 부산 오륙도에서 전남 해남군 땅끝까지 이어지는 1,463km의 걷기길로, 90개 코스로 구성되어 2020년 개통했다. 

 

2020년 12월 초, 해남이 고향인 김정미와 김효주·송은미와 함께 남해안으로 백패킹을 떠났다. 평일 휴가를 하루 사용하고 주말까지 붙여 전남 해남과 완도의 경치 좋은 곳 몇 군데만 들러보기로 했다. 시간 여유가 많지 않아 해남의 달마고도 일부를 걸은 후, 바닷가를 따라 트레킹하며 하루 머물고, 다음날 신지도로 이동할 계획이었다.

김정미의 고향집에서 하룻밤 묵고, 다음날 아침 일찍 달마고도 길을 걷기 위해 집을 나섰다. 달마고도는 남파랑길 89~90코스에 해당한다. 해발 489m의 달마산 둘레길로 총 거리는 18km이며 6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달마산 12개 암자를 잇는 순례길로, 1코스의 미황사~큰바람재, 2코스의 큰바람재~노지랑골, 3코스의 노지랑골~몰고리재, 4코스의 몰고리재~인길~미황사로 나뉘어 있다. 완주하면 좋겠지만, 신지도로 가기 위해 일부만 걷기로 했다.

 

달마고도 둘레길을 산 친구들과 함께 걷고 있노라면 마음의 여유와 평온함이 찾아오는 듯하다

 

달마산 설경, 귀하디귀한 풍경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얼어붙은 도로 위로 조심스럽게 발을 디디며 미황사로 향했다. 원래 해남땅에 12월 초에 눈이 오는 일은 무척 드물다고 한다. 기상이변으로 갑작스레 내린 눈에 사찰은 아침햇살을 머금고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미황사 뒤편으로는 달마봉을 중심으로 관음봉에서 도솔봉으로 이어지는 기암절벽의 실루엣이 장엄하게 늘어서 있었다. 미황사의 시작점에는 스탬프북 배부함이 놓여 있었다. 미황사와 달마고도를 걸으며 6개의 스탬프를 찍어 제출하면 해남군청에서 주는 완주 인증서와 인증 메달을 받을 수 있다. 완주는 어렵지만, 재미있을 것 같아 스탬프북을 한 권씩 챙겨들고 시작점에 들어섰다. 

 

달마고도 둘레길의 너덜 구간을 오르는 일행들. 코스마다 난이도가 달라 걷는 재미가 있다.

 

‘출가의 길’이라 불리는 1코스는 임도로 이어지는 무난한 길이었다. 김정미의 반려견인 ‘초코’는 신이 난 듯 앞으로 내달렸다가는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쾌청한 하늘 아래를 걷고 있자니, 세상 모든 걱정과 근심이 사라졌다. 

우거진 오솔길을 벗어나자 너덜이 나타났다. 계속되는 오르막에 땀이 났다. 4코스 ‘해탈의 길’을 여기에 명명했어야 하는 게 아닐까. 아니면 3코스의 ‘고행의 길’은 생과 사를 넘나들만큼 힘든 코스인걸까? 힘이 드니 오만 생각이 들었다. 해탈이 필요했다. 

 

달마고도 둘레길의 출발지인 미황사와 달마산 설경. 땅끝 해남의 설경은 상당히 귀한 풍경이다.

 

그래도 이른 아침의 찬바람을 호흡하니 상쾌했다. 더군다나 사람이 없어서 부담 없이 걷기 좋았다. 새벽부터 부산하게 서두르길 잘했다. 오르막 끝에 다다르자 이름 모를 크고 작은 섬을 품은 다도해 해상이 한눈에 쏟아져 들어왔다. 바다 위로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 있어, 그 사이를 비집고 내리쬐는 햇살이 멋진 빛내림으로 장관을 이루었다. 

멋진 풍광과 함께 쉬어갈 수 있는 관음암 터였다. 스탬프를 찍고, 2코스 ‘수행의 길’을 이어갔다. 달마산 기암절벽과 다도해 바다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코스였다. 노지랑골 스탬프를 찍고 아쉽지만 하산해야 했다. 다음엔 3코스와 4코스까지 완주할 것을 기약하며 미황사로 되돌아 왔다. 

볼일이 있던 김정미는 차량으로 우리를 완도까지 태워 주고 갔다. 늘 그렇듯 배낭을 짊어지고 해안가를 걸었다. 해가 서쪽으로 기울기 시작하자 하늘과 바다 빛깔이 짙어지며 너무도 아름다웠다. 새벽부터 서두른 탓에 점점 체력이 방전되어 배낭이 버거웠지만, 파도가 일렁이는 절벽과 해변을 넘나들며 걷는 남파랑길은 산과는 또다른 매력이 있었다. 

푸른 하늘과 푸른 바다는 데칼코마니처럼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반듯하게 나열된 김양식장과 이따금씩 작은 파동을 일으키며 지나가는 배들이 바다임을 일깨워 줬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을 짧은 일정으로 내려오다니 경솔한 계획이었다. 다음엔 길게 휴가를 잡고 낮과 밤을 여유롭게 고루고루 즐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신지도 상산 정상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떠나기 전 인증샷. 뒤편으로 장보고대교와 완도가 보인다.

 
바다와 별, 그리고 텐트의 낭만

얼마나 걸었을까. 해가 넘어가자 찬바람이 거세졌다. 사람들 발길이 끊어지고, 그제야 우리도 야영 준비를 했다. 지친 걸음을 멈춰 바다가 잘 보이는 곳에 텐트를 쳤다. 별이 하나둘 빼꼼 내비쳤다. 캄캄한 밤, 불 켜진 텐트와 아스라이 빛을 발하는 수평선을 보고 있자니, 도시를 떠나 자연 속의 낭만을 찾아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쳐 있던 심신에 위로가 되었다.

다음날 해가 뜨기 전에 철수했다. 새벽의 해안을 걷는 누군가에게 방해가 되고 싶지 않았다. 완도 시내까지 걸어갔다. 아침식사가 되는 식당을 찾아 배를 채우고, 다시 해변을 따라 걸었다. 

정오가 지날 때쯤 택시를 타고 신지도로 갔다. 신지도는 전남 완도군 신지면에 있는 섬이다. 해안선 길이가  48km이며, 옛날에는 지도智島라고 불렀다. 신안군 지도읍과 혼동하는 경우가 많아서 이를 피하기 위해 신지도新智島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물하태에서 배낭을 메고, 뒷골 산장을 지나 임도를 걸었다. 오른쪽으로 등산로 표지판이 보였다. 상산 정상까지는 1km. 늦어도 1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겠다. 우거진 숲길로 이어지는 등산로는 시작부터 긴장하게 만들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된비알은 어디까지 이어지는지 가늠조차 할 수 없었다. 코를 땅에 박고 가쁜 숨을 토해내며 쉼 없이 올랐다. 

 

신지도 상산에서 본 아침 풍경. 구름낀 날씨지만 멀리 청산도 앞바다로 빛내림이 있어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정상까지의 거리가 고작 1㎞인데, 이렇게 올라서면 바로 정상인가? GPS를 보니 약 800m를 걸었는데, 고도 300m를 찍었다. 가파른 길을 올라서자 다리가 후들거렸다. 능선을 따라 300m를 더 걷고서야 상산 정상에 도착했다. 

상산은 모 브랜드에서 진행하는 인증 장소라는 송은미의 설명에 누군가에게 민폐가 될까봐 해가 질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전망이 트인 북쪽으로 장보고대교가 보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바람이 거세졌다. 우모복을 꺼내 입고 해가 지기를 기다렸지만, 상산을 찾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남쪽이지만 12월의 밤바람은 살을 에듯 매서웠다. 

텐트를 치자 금세 어두워졌다. 캄캄한 밤이 되었고, 한켠에 세워진 하얀 폐초소가 흉물스러웠다. 하지만 찬바람과 싸우며 식사를 할 수는 없어 폐초소 안으로 들어갔다. 연말 분위기를 내기 위해 가져온 줄전구를 유리 없는 창문에 걸쳤다. 조명 하나 달았을 뿐인데, 공포스러웠던 초소가 낭만적인 분위기로 바뀌었다. 오래 걸어 고단했던 하루를 마무리하기에 최고의 야영 터였다.

피곤했던 탓에 아침은 여유를 부렸다. 밤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던 남쪽으로 청사도가 악어 등처럼 길게 늘어서 있었다.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고 있자니 여명이 밝아왔다. 동쪽바다 끝에서 태양이 떠오르자 미세한 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바람에 일렁이는 억새가 사각사각 소리를 냈다. 억새들의 소곤대는 소리가 바람을 타고 잠시 귓가에 머물다 흩어졌다. 조용히 귀를 기울이면 누릴 수 있는 자연 속에서의 자유로움이 좋았다. 

빛이 억새에 반사되어 눈이 부셨다. 장보고대교 너머로 두륜산과 주작산이 보였다. 낮은 산이지만, 풍광은 일품이었다. 더 여유를 부리고 싶었지만, 서둘러 사이트를 정리했다. 청해사 방향으로 하산하던 중 한 무리의 등산객을 마주쳤다. 조금만 늦었어도 민폐를 끼칠 뻔했다. 

하산길은 2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택시를 불러 완도로 이동하는데, 상산 자락에 어마어마한 묘지가 보였다. 짧은 코스로 오른다고 이쪽 길을 선택했다면 무서워서 폐초소에 모여 꼭 붙어 자야 했을 것이다. 묘지를 뒤로한 채 우리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다음에 다도해를 찾는다면 상산에 텐트 치지 말자”며 한바탕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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