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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북한강 카야킹] 자유를 저어라! 노 하나로

by 白馬 2021. 8. 17.

탐험가 남영호 대장과 떠난 북한강 카야킹…기본 운행요령 익히면 초보자도 OK

 

유유자적 물길을 따르는 카약은 미지의 세계로 향하는 작은 탐험이다.

 

여름이다. 예년 같으면 마음대로 물놀이를 즐길 때이지만 요즘 시국엔 그나마도 ‘사치’다. 아니, ‘금기’다. 그렇다고 물의 유혹을 완전히 떨쳐낼 순 없다. 물놀이 대신 카약kayak을 선택했다. “이 시국에 무슨 카약”이라고 말한다면 오해다. 1인 카약은 오히려 ‘모이기’가 금기시 되는 요즘 시국에 가장 알맞은 레포츠다.

 

아무나 갈 수 없는 무인도에 마음대로 갈 수 있다는 것이 카약의 매력이다.

 

춘천 북한강 자라섬 부근에 도착하니 오늘 카약을 함께 타기로 한 탐험가 남영호 대장이 미리 나와 있었다. 남 대장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탐험가다. 2006년 유라시아대륙 1만8,000km 자전거 횡단을 시작으로 세계 최초 중국 타클라마칸 450km 도보 종단, 세계 최초 인도 갠지스강 2,515km 카약·도보 일주, 몽골 고비사막 1,600km 도보 횡단 등 세계를 누비며 극한과 싸우고 미지의 세계를 탐험했다. 

“탐험이 모두 극한이고 심각할 필요는 없어요. 이렇게 가볍게 카약 하나 들고 낯선 곳으로 향하는 것도 일상의 탐험이죠.”

오랜만의 카야킹kayaking에 긴장한 기자와는 달리 남 대장은 ‘왜 이리 심각해?’라는 표정을 지으며 유유히 차에서 카약을 챙긴다. 그런데 큰 카약이 자동차 트렁크에서 나올 수 있나?

 

지상의 전철 아래 물길을 유유히 지나간다.

 

“이건 인플레터블 카약Inflatable Kayak이에요. 쉽게 말해 공기주입식 카약이지요. 공기를 빼서 접으면 가방에 쏙 들어가서 이렇게 세단 자동차 트렁크에도 들어가요. 휴대성을 중시한다면 인플레터블 카약이 제격이죠.”

카약을 펼쳐놓고 에어매트를 사용하듯 공기를 주입하니 금방 커다란 카약이 완성된다. 안장과 허리 받침대 등 추가 세팅을 마치니 두 대의 카약이 뚝딱 완성되었다. 나머지 한 대는 남 대장과 오랜 시간 알고 지낸 ‘여행 친구’이자 월간<山>의 오랜 구독자인 심우관씨가 타기로 했다. 

“남 대장이 카약 타러 가자기에 뭣도 모르고 나왔는데, 월간   <山> 촬영이었으면 멋 좀 부리고 나올 걸 그랬네요.”

심씨가 기분 좋은 농담으로 긴장을 푼다. 등산은 물론, 암벽등반과 마라톤, 자전거까지 두루두루 운동을 즐기는 그이지만 카약을 타고 물길에 나서는 건 오늘이 처음이란다.

 

물만 있으면 어디든 탐험의 대상이다.

 

흐르는 강물에 몸을 맡기다

완성된 카약을 들고 북한강에 들어선다. 남 대장 일행의 모습을 사진에 담기 위해 기자와 사진기자는 2인용 급류 카약을 탔다. 2010년, 남 대장이 인도 갠지스강을 탐험할 때 사용했던 바로 그 카약이다. 

 

“자, 무작정 팔 힘으로 패들링을 하지 말고 어깨를 이용해서 물을 끝까지 밀어내는 는 느낌으로 저으면 됩니다.”

남 대장이 카약이 처음인 심씨에게 패들링 하는 법을 알려 준다. 그 말을 듣고 한두 번 패들링을 해본 심우관씨는 처음인데도 제법 능숙하게 카약을 앞으로 내 몬다. 

 

“북한강은 강폭이 넓고 유속이 느려 초보자도 큰 어려움 없이 카야킹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상수원보호구역에선 카약을 탈 수 없습니다. 그럴 때는 육지로 나와서 이동해야 하죠. 우리나라 수도권에서 카약을 즐길 수 있는 곳은 홍천강과 북한강이 대표적입니다.”

 

이번 카약의 목적지는 자라섬과 남이섬 부근이다. 빠르게 어디를 향해 가는 것보단 천천히 주변 경치를 감상하며 카약의 맛을 느껴보기로 했다. 딱딱한 아스팔트 포장도로가 아닌 흐르는 강물에 몸을 맡기는 즐거움은 카약 투어에서만 느낄 수 있는 남다른 경험이다. 

‘부아아앙~’

 

카약은 기본운행방법만 잠깐 배우면 초보자도 어렵지 않게 탈 수 있다.

 

익숙해지면 파도 타는 재미 쏠쏠

적막을 깨고 보트 엔진 소리가 난다. 이 부근은 수상레저 업체가 밀집해 있어 수상스키나 바나나보트를 즐기는 보트가 많이 다닌다. 각자 가는 길이 달라 충돌할 위험은 없지만 스피디한 보트가 강물을 쓸고 지나간 후 일어나는 파도가 카약 초보자에게는 작은 두려움을 느끼게 한다. 

“뭘 이런 걸 가지고 무서워해요. 카약에 좀 익숙해지면 이런 게 더 재밌게 느껴질 거예요. 원래 카약은 큰 비가 한 번 지나가고 났을 때 타야 제 맛입니다. 유속이 빨라 속도감도 있고, 물도 깨끗해지거든요.”

 

물길 도중 뭍이 나오면 그곳이 바로 쉼터다.

 

“파도가 치면 어떡하죠?”

“뱃머리를 파도가 오는 방향으로 돌려 부드럽게 타고 넘는다는 생각으로 가면 됩니다. 옆면으로 파도를 그대로 맞으면 전복될 수도 있어요. 그런데 지금 이런 잔잔한 파도에는 절대 안 뒤집혀요. 걱정하지 말아요. 하하.”

보트가 만들어낸 작은 파도에도 이런 호들갑이라니! 좀 부끄러워진다. 

“초보자는 무서워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조금만 지나면 즐기게 될 걸요.”

 

자꾸만 뱃머리가 휙휙 돌아가는 기자 일행을 위해 남 대장이 잠시 패들을 잡아 주었다.

 

베테랑의 조언은 언제나 옳다. 남 대장의 말을 듣고 조금 더 적극적으로 패들링을 하니 한결 수월해진 느낌이다. 이제 보트의 파도도 두렵지 않다. 

머리 위로 옛 경춘선 철교가 지나간다. 지금은 레일바이크 코스로 이용되는 곳이다. 짝을 지어 레일바이크를 타고 열심히 페달을 돌리는 연인과 가족의 모습이 한가로워 보인다. 그들에게 손을 흔들었더니 그들도 우리에게 손을 들어 화답한다. 우리는 열심히 페달을 밟으라고 응원하고, 그들은 열심히 노를 저으라고 응원하는 것처럼.

 

자라섬 주변의 작은 뭍에 정박한 일행. 카약이 아니면 들어오지 못하는 곳이다.

 

솔로스포츠지만 혼자 즐겨선 안 돼

햇볕이 너무 따가워 30분 남짓 강물에 있었는데도 온몸이 타들어 가는 듯하다. 경강교 교각 밑 그늘에서 잠시 쉬기로 했다. 평소에는 생각도 못 했던 장소가 카약을 타고 있는 지금은 원두막 같은 최고의 명당자리다. 농담 좀 보태 카약 위에 앉아 수박이라도 쪼개 먹고 가야 할 것 같은 시원함이다. 

“지금은 이렇게 여유롭게 카약을 타고 있지만 카약을 타고 탐험할 때는 정말 생존을 걱정해야 했었죠.”

 

한가로운 물길엔 새떼와 카약만이 주인공이다.

 

남 대장은 잠시 쉬는 동안 과거의 무용담을 이야기해 주었다. 

“2017년 남미 파타고니아 탐험 때 1인용 카약을 타고 호수를 건널 때가 있었어요. 말이 호수지 폭이 200km가 넘는 바다 같은 호수였어요. 한창 가는 도중 돌풍을 만났어요. 호수에서 2m가 넘는 파도 상상이 되세요? 결국 배가 뒤집히고 물에 빠졌는데 파도가 너무 세서 다시 카약으로 올라갈 수 없더라고요. 그 호수는 빙하가 녹은 물이라 아주 차가웠죠.”

남 대장은 “‘죽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차마 ‘죽겠다’는 말은 내뱉기 싫었다”고 했다. 결국 긴급 구조 신호를 보냈다. 남 대장은 저체온증으로 심정지 상태까지 갔지만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졌다. 

“와…….”

남 대장의 이야기를 들은 일행은 일동 침묵이다. 영화 같은 그의 탐험 세계는 일반인의 상상 밖의 일이었다. 

“아니, 그건 특수한 상황이었고요. 기본적인 운행요령을 익히고 안전수칙을 잘 지키면 아주 안전하게 탈 수 있어요. 다만 아무리 베테랑이라도 카약을 탈 때는 최소한 3명 이상이 무리를 지어 가야 비상시에 대처할 수 있습니다. 카약은 솔로스포츠지만 혼자 즐기는 스포츠는 아니에요.”

 

1인 카약은 코로나 시대에 오히려 어울리는 레포츠다.

 

카약 타고 무인도 백패킹도 

경춘선 전철이 지나는 경강철교를 지나 자라섬에 도착했다. 본섬 옆 작은 섬에 카약을 대고 텐트를 쳤다. 젖은 몸을 말리고 잠시 그늘에서 차도 한 잔 마실 요량이었다. 

 

“카약을 타면 좋은 점이 또 있어요. 아무나 갈 수 없는 섬으로 갈 수 있다는 거. 텐트를 들고 가면 아무도 없는 무인도에서 캠핑을 할 수도 있어요. 물을 다닐 수 있는 만큼 갈 수 있는 세계가 확장되는 셈이죠.” 

 

경강철교 위로 전철이 쌩하고 지나간다. 문득 ‘저 전철은 항상 정해진 길을 오고 가야 하니 얼마나 재미가 없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새로운 세계로 향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행운인가. 카약이 그 행운의 열쇠가 될 수도 있다고 하면 너무 거창한 표현일까. 아무튼 오늘만큼은 전철 안에서 바라만 보던 그 미지의 세계에 내가 머물고 있었다. 카약 덕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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