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장 요리 봄나물
전남 장흥 천관산휴양림 캠핑장
전라남도 장흥만큼 봄을 맞이하기 좋은 캠핑 여행지는 보지 못했다. 드디어 한반도에 봄이 다시 왔다. 얼굴을 스치는 바람은 말 그대로 온화하다, 따뜻한 햇살은 서울에서 입고 내려온 겨울옷을 부끄럽게 만들어 버린다. 정말 기분 좋은 날씨다.
이 멋진 계절을 볕 좋고 공기 부드러운 장흥에서 보낼 수 있다는 데 감사하다. 천관산자연휴양림 캠핑장은 규모도 그리 크지 않고, 자리와 자리 사이가 가깝지 않아 봄날에 가족 캠핑하기에 그야말로 봄 맞춤이다. 그리고, 장흥 읍내 시장에는 제철을 맞은 나물들이 차고 넘쳤다. 앞에는 바다, 뒤에는 산, 그리고 그 사이에 드넓은 평야를 품은 장흥의 시장에는 봄을 기다린 식재료들이 벌써부터 풍년이었다.
봄을 상징하는 냉이와 달래는 물론이고, 향긋한 미나리가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시장 한켠에는 개펄에서 금방 캐온 싱싱한 해산물도 가득하다. 올봄에는 조용하고 따뜻하고, 맛이 넘치는 전라남도 장흥의 한 모퉁이에 텐트를 치고 새봄을 만끽해 보자.
미나리 삼겹살
봄미나리만큼 고급지고 향긋한 채소는 드물다. 이른 봄에 이 미나리 맛에 빠지면 일 년 내내 건강하게 보낼 수 있다. 특히 기름기 풍부한 삼겹살과 함께 먹으면 그 맛과 향이 배가 된다.
미나리는 시장에서 사올 때 좀 다듬어 달라고 하고, 캠핑장에 와서 큰 코펠에 물을 가득 채워 두세 번 정도 헹궈내면 된다. 삼겹살을 먼저 80% 이상 익힌 뒤 프라이팬에 돼지기름이 흥건해졌을 때 미나리를 넣고 1~2분 정도만 함께 볶아 내면 된다.
미나리의 잎 부분은 보들보들한 식감을 주고, 줄기 부분은 ‘으적으적’ 기분 좋은 소리와 식감을 선사한다. 풍부한 기름기와 어울리는 봄미나리의 식감과 향은 정말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오기 힘든 대한민국 봄의 치명적인 맛이다.
오리알 봄나물전
“이것저것 다 섞어서 3,000원 어치만 주세요.” 재래시장의 맛은 ‘섞어’에 있다. 그냥 봄나물 한 봉지에 3,000원이다. 봄나물 가짓수가 너무 많아 무엇을 고를지 망설이다가 택한 방법이다. 할머니가 거친 손으로 저울질해서 파는 시장의 나물 좌판에서는 나물을 모르는 위인도 걱정이 없다. ‘섞으면’ 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보리싹, 이것은 냉이, 이것은 참나물….”
설명은 들었지만 봉투를 건네받는 순간 지워져 버린다. 캠핑장에 와서 새로 태어난 봄 샘물에 깨끗이 씻어 함께 사 온 오리알 몇 개를 깨트려 함께 버무렸다. 첨가물은 약간의 소금뿐.
기름을 두르고 프라이팬을 달군 다음 이 버무린 것들을 올리니 온 캠핑장이 봄 향기로 가득 찼다. 우리는 ‘나물’ 이라 부르지만 서양 사람들은 ‘허브’ 라고 부르는 봄나물의 위력이다. 캠핑장에서 밀가루 반죽을 만들기 번거롭거나, 간편하게 전을 부쳐 먹고 싶을 때 추천하고 싶은 메뉴다.
봄나물 비빔밥
‘섞어’ 사 온 봄나물이 좀 남았으면 밥에 넣어 비벼 보자. 갓 지은 쌀밥도 좋고, 식어버린 잡곡밥도 좋다. 여러가지 재료를 섞어 만든 비빔밥이지만, 봄나물이 들어가면 그 맛과 향이 확실히 달라진다. 이 비빔밥의 품질을 몇 단계 올려 주는 것은 역시 장터에서 구입한 들기름이었다. 그 향이 어찌나 그윽한지 정말 그 기름병 속으로 들어가고 싶을 지경이다. 평소 생채소를 즐기지 않는 사람이라면 나물을 끓는 물에 살짝(30초) 데쳐 식힌 다음 물기를 꽉 짜서 넣으면 된다. 평소 밥을 잘 먹지 않는 아이라도 이 맛을 들이면 아마 매해 봄마다 장흥의 맛을 기억하며 또 가자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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