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염세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태어나지 않은 사람이고, 그 다음으로 행복한 사람은 태어났으되 빨리 죽은 사람이다."라고 했다고 한다. 그는 이 세상을 고통이 가득한 곳으로 보았다. 그러니 고통이 가득한 세상에 태어나는 것이 무슨 축복이고 행복이냐고 생각했던 것이다.
인간의 고통은 상징적으로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존재로서는 도무지 피할 수 없는 운명적인 것들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죽음은 가장 두렵고 가장 큰 고통이다. 언제까지라도 살 것처럼 오만하고,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위선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죽음은 엄중한 경고를 보낸다. ‘너도 언젠가는 죽는다.’
옛날 로마에서는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고 개선하는 장군이 시가행진을 할 때 전쟁에서 포로로 잡힌 노예들은 그 뒤를 따르게 하는 전통이 있었는데, 그때 전쟁에서 포로로 잡혀온 노예를 시켜 행렬 뒤에서 “메멘토 모리!"라고 큰소리로 외치게 했다고 한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라는 말은 라틴어로 ‘죽음을 기억하라’ 혹은 ‘너도 언젠가는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라는 뜻이다. 이 말이 주는 교훈의 의미는 전쟁에서 이겨 우쭐대며 시가행진을 하는 장군에게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너무 우쭐대지 말라. 오늘은 개선장군이지만, 너도 언젠가는 죽는다. 그러니 겸손하게 행동하라.'라는 뜻일 것이다.
교회에서는 사순대재 수일, 즉 ‘재의 수요일’이라고 부르는 날에 사제가 신자들의 이마에 잿가루로 십자가를 그으며 “인생아, 기억하라. 너는 흙으로부터 왔으니 흙으로 돌아가리라." 하고 말한다. 이 말의 의미는 인간의 운명과 한계상황을 이해하고 진지하고 겸손하게 인생을 살라는 것이다.
붓다는 삶이란 것이 태어나고, 늙고, 병들고, 마침내는 죽어야 하는 고통의 바다(苦海)라고 했다. ‘苦’라는 말에는 고통이라는 뜻과 함께 ‘인간으로서는 어찌할 수 없는 것’이라는 뜻도 포함되어 있다. 인간이 어찌할 수 없기에 그것은 더욱 커다란 고통이 된다.
성공회의 예배에서는 기도문의 앞부분에 ‘기리에 일레이손(Kyrie Eleison)’이라는 간구문이 있다. 이 말은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라는 뜻이다. 인간은 신(神) 앞에 서면 다 불쌍한 존재이다. 천하의 권력자도 그 권력으로 죽음을 이길 수 없고, 재벌도 돈으로 죽음을 살 수 없으며, 천재도 죽음을 피해갈 수 없다. 죽을 때는 권력자도, 재벌도, 천재도, 영웅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다 내려놓고 맨손으로 세상을 떠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신 앞에 나아오면 왕도 거지도 다 ‘기리에 일레이손’인 것이다.
나는 요즘 나이가 들어가면서 죽음에 대한 명상을 자주 한다. 나도 언젠가는 죽는다. 나도 죽음을 피해갈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나의 삶을 성찰하게 된다. ‘어떻게 살 것인가?’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미워하고, 증오하고, 이기적으로만 살다가 갈 것인가, 아니면 사랑하고, 배려하고, 감사하며 살다가 갈 것인가?
나는 명상 중에 미국의 작가 데이비드 브룩스가 쓴 <소셜 애니멀>이란 책에서 주인공인 헤럴드가 죽기 직전에 자기 자신에게 물었던 4가지 질문을 나 자신에게도 물어보곤 한다.
나는 나 자신을 깊이 있는 존재로 만들었는가?
나는 미래 세대를 위해서 어떤 유산을 남겼는가?
나는 이 세속적인 세상을 초월했는가?
나는 사랑했는가?
메멘토 모리! 이 말은 명상 중에 성찰해야 할 명제 중에서도 매우 중요한 명제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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