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색조 날아다니는 생태경관보호지역
고흥 거금도居金島는 이순신 장군과 인연이 깊다. 마지막 전투 노량해전 직전인 1598년 7월 절이도해전折爾島海戰이 있었다. ‘이순신 함대는 절이도와 녹도 사이에서 금당도로 침범해 오던 왜선과 전투를 벌였고 적선 50여 척을 격파했다’는 <선조수정실록>의 기록이 있다. 절이도는 지금의 거금도를 말한다.
고흥사람들은 ‘이순신 장군의 수많은 승리의 배후에는 고흥사람들 공이 크다’고 은근히 자랑한다. 전라좌수사 본영은 여수에 있었다. 그 휘하의 지휘소는 여수에 있는 방답진 첨사만 빼고 사도진 첨사, 여도 만호, 발포 만호, 녹도 만호 등 모두 고흥에 자리하고 있었다. 예부터 고흥사람들은 체격이 크고 힘이 셌다. 노 젓는 격군이나 전투병들을 대개 현지 주민을 징발하는 것은 당연했다. 1960~1970년대 거금도 출신 국민영웅 프로레슬러 김일 선수도 180㎝의 거구였다.
거금도는 바다 한가운데 떠있는 커다란 고래처럼 보인다. 육산에 가까운 적대봉(592.2m)과 골산骨山인 용두봉(418.6m)으로 이루어져 있다. 주능선은 구릉처럼 완경사 형태다. 능선에만 올라서면 다도해의 섬과 어우러진 바다 경치가 장관이다. 거금도는 대체로 북에서 출발해서 남으로 내려오는 금산정사, 내동마을 코스를 많이 이용한다. 거리는 짧지만 암릉미가 좋아 거금도의 매력을 축약해 놓은 듯한 구간이다.
이번 산행은 적대봉積臺峰과 용두봉을 동서로 종주하는 구간을 택했다. 특히 동촌(오천리)에서 적대봉 남쪽 일대는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야생이 살아 있고 원시에 가까운 소사나무숲이 압권이다.
용두봉은 거친 암릉이 오히려 장점이다. 공룡능선 구간은 해안선을 끼고 있어 조망만큼은 나무랄 데가 없다. 다만 인적이 많지 않은 곳이라 길이 일부 묵어 있고, 바위 틈에는 말벌이 있다. 주요 지점마다 이정표가 있지만 하산지점은 GPS를 재차 확인하는 것이 좋다.
육지와 하나가 된 거금도는 2011년 총길이 2.3㎞ 거금대교 개통으로 승용차로도 건널 수 있다. 들머리는 동촌마을(오천리) 표지석을 따라 마을을 통과한 다음 오천리 교회 옆 담벼락에 있는 ‘적대봉 등산로 6㎞’ 이정표에서부터 시작된다. 칡넝쿨만 지나면 완만한 능선길은 수월하다. 굴참나무와 사스피레 숲을 10분 정도 지나면 암벽이 나타나고 시원한 바다 조망이 터진다. 오천몽돌해변 너머로 솔섬, 소취도, 준도, 시산도 등이 그림엽서 같다.
청색으로 적힌 ‘적대봉’ 이정표를 지나면서부터 숲이 울창하고 깊어진다. 좁은 길목에는 잡풀과 넝쿨이 발목을 잡는다. 꾸지뽕나무와 열매가 유난히 많다 고흥소방서에서 200m마다 설치한 위치목이 유일한 인공 구조물이다. 이곳은 생태경관보전지역이다. 자연 상태가 원시성을 유지하고 있거나 생물 다양성이 풍부해 보전 및 학술적 연구 가치가 큰 지역을 말한다. 멸종위기 1급 참수리와 팔색조 번식지가 있다. 691종의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용두봉 단애절벽 경관 빼어나
사나운 원시림을 40분 정도 오른다. ‘1-11 이정표’ 부근부터 소나무 군락지가 시작되며 길이 순해지고 넓어진다. 적대봉 정상 직전까지 분포한 커다란 소사나무는 경관적 가치가 뛰어나다고 한다. 청석마을 갈림길 이정표에서 정상까지는 2.5㎞를 가리킨다. 곧이어 보이는 ‘적대봉 생태길’ 표지목부터는 지금까지와는 대조적이다. 야생의 숲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고요함과 긴장감이 있다. 소사나무와 노간주나무, 산벚나무들이 많이 보이고 몸통이 튼실하고 우람하다.
정상에 다가갈수록 철쭉과 애기단풍 서어나무로 수종이 바뀐다. 정상 0.5㎞ 지점에 음용이 가능한 작은 샘이 있다. 적대봉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0.3㎞ 더 가면 봉수대가 있고, 정상 표지석이 있다. 봉수대는 사방으로 관측이 가능함은 물론이고 소록도, 금당도가 코앞에 보인다. 동쪽으로 고흥 마복산, 봉래산 남쪽으로 초도 상산, 거문도 수월산, 서쪽으로 장흥 천관산, 북쪽으로 장흥 제암산, 무등산까지 모두 손에 잡힌다.
마당목재로 내려가는 길은 사방으로 바다와 섬 풍경이다. 능선은 살찐 양의 등처럼 부드럽다. 마당목재는 내동마을로 내려가는 갈림길이기도 하다. 파상재까지 내려가는 도중에 사시사철 마르지 않는 샘에서 목을 축일 수 있다. 산책길 수준의 넓은 길 따라 15분 정도면 쉼터와 생태계 관리사무소가 있고 해설사가 상주한다.
곧이어 도로가 교차하는 파상재 언덕이다. 9시 방향으로 송광암까지는 2.5㎞ 포장도로를 걷게 된다. 지그재그 도로는 ‘거금도 둘레길’ 이정표를 따라가며 크게 지루하지는 않다. 송광전망대는 소록도와 거금대교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포토존이다.
삼거리 갈림길에서 0.5㎞ 지점에 송광암이 있다. 규모는 작지만 고려시대 1209년에 보조국사普照國師가 창건했다고 한다. 수령 500년 느티나무가 버티고 있는 송광암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적대봉의 경관이 매우 좋다. 용두봉 들머리는 송광암 입구에 있다. 용두봉 정상까지 0.5㎞ 거리다. 다듬어지지 않은 길이지만 주요지점에 이정표가 있다. 정상에 근접할수록 사방으로 보이는 바다의 풍경들에 감탄사가 연발한다. 용두봉 정상에는 삼각점과 송신탑이 있다. 금당도가 정면으로 보이고 사방으로 막힘이 없어 적대봉 버금가는 멋진 조망이다.
단애절벽 암릉지대는 조망이 빼어나지만 돌출된 바위 사이를 손발을 모두 사용해야 할 만큼 사납다. 석굴(통천문)은 한 명 정도 들어갈 수 있는 좁은 바위틈이다. 철제 발판이 박혀 있어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다.
고정로프를 이용해야 하는 암릉구간도 만난다. 건너편 325m봉 어전리 화강암 채석장은 일제강점기부터 있었으며 품질과 색상이 좋다고 한다. 그러나 산 절반이 파헤쳐져 흉물스럽다. 산 아래쪽 인삼밭 같은 시설은 대규모 태양광발전소다. 철난간이 있는 342m봉 바위지대만 지나면 암릉을 벗어나지만 여름철에는 가시넝쿨이 무성해 속도가 나지 않는다.
잡목지대는 잡풀이 무성하다. 10분 정도 진행하다가 우측 평지마을로 내려가는 하산 지점은 산행 표지기를 참고하면 된다. 내리막길은 수월하다. 15분이면 해평윤씨 세장산 표지석이 있는 임도다.
느티나무 방향으로 농로를 15분 내려가면 평지마을회관에 닿는다. 멀리서도 보이는 크고 빨간 지붕이 김일 기념체육관이다. 그 근처에 동초제 판소리 창시자 동초 김연수 선생의 생가 터가 있다. 김연수 선생은 근대 판소리의 기초를 만들었고 국립창극단 초대단장을 지냈던 인물이다.
■ 오천리 동촌마을~적대봉 갈림길~
적대봉~적대봉 갈림길~마당목재~샘터~
파상재~도로~송광전망대~송광암~
용두봉~암릉지대~평지마을~김일기념관
<총 15㎞, 6시간 40분 소요>
■ 금산정사~독수리바위~적대봉~
마당목재~암릉지대~기차바위~내동마을 <9.5㎞, 4시간 소요>
■ 파상재~샘터~마당목재~돌탑봉~
암릉지대~기차바위~내동마을 <7.8㎞, 3시간 30분 소요>
교통
서울 호남터미널에서 녹동행 직행버스가 있다. 4시간 50분 소요되며 총 5회(08:50, 09:00, 10:05, 15:35, 17:05) 운행. 우등 3만4,700원, 일반 2만3,300원. 녹동터미널에서 동촌(오천리)까지 군내버스가 하루 12회 운행된다. 약 1시간 30분 소요된다.
볼거리
거금도 가기 직전에 있는 소록도는 연륙교가 놓이며 육지가 되었다. 섬의 모양이 어린 사슴과 비슷하다 하여 소록도라 불리는 이 섬은 한센병 환자를 위한 국립소록도병원이 있다.
현재도 700여 명의 한센병 환자들과 의료진, 자원봉사자들이 살아가는 생활공간으로 4.42㎢의 작은 섬이다.
울창한 송림과 깨끗한 백사장이 아름다운 소록도 해수욕장과 일제 강점기 때부터 한센병 환자들이 손수 가꾼 것으로 알려진 중앙공원 등 볼거리가 다양하다.
맛집
거금도 청석마을에 있는 해돌마루식당 (061-843-5116)은 전망이 뛰어난 맛집이다.
1층은 커피숍이며 2층이 식당이다. 해물찜이 별미다. 3층은 펜션을 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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