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의 산길 걸으며 올림픽 열기 느껴봐!

정동진~괘방산~안인항 9.4km 산길, 솔숲과 바다 조망 환상적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은 평창과 정선, 강릉 세 지역으로 나누어 경기가 열린다. 각 지역마다 진행되는 종목이 정해져 있는데, 강릉권의 ‘강릉 코스탈 클러스터’에서는 동계올림픽의 꽃이라 불리는 빙상 종목이 개최된다. 피겨스케이팅과 아이스하키, 스피드스케이팅,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컬링 총 5개 종목의 세계적인 선수들이 강릉으로 집결하는 것이다.
강릉은 동해안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많은 볼거리를 갖추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해안을 따라 많은 명소가 흩어져 있어 동계올림픽 관람과 함께 겨울 여행을 즐기기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등산 애호가들은 강릉시 서쪽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백두대간 종주를 욕심낼 만도 하다. 하지만 올림픽 관람을 겸하려면 강릉 시가지에서 가까운 가벼운 산행지가 합리적인 선택이다.
괘방산掛膀山(339m)은 강릉에서 가장 인기 있는 산행지 가운데 하나다. 나지막하지만 부드러운 능선에서 조망하는 멋진 바다 경관으로 잘 알려진 산이다. 게다가 동해안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인 정동진을 끼고 있어 여행을 겸한 산행지로 최적의 환경을 자랑한다. 강릉시내에서 가까워 접근이 쉽고 편의시설 역시 풍부한 것이 이곳의 장점이다.
초보자도 완주 가능한 부담 없는 능선길
산행은 정동진과 안인항 어느 곳에서 시작해도 좋다. 안인항 기점의 산행은 초반에 좋은 전망을 볼 수 있는 것이 장점인 반면, 정동진에서 출발하면 한동안 아늑한 숲길을 걸으며 호젓한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어 매력적이다. 짧은 오르내림이 반복되는 부드러운 능선길이라 초보자도 큰 무리 없이 산행이 가능한 곳이다.
괘방산 정상으로 오르는 계단길
바우길과 해파랑길, 안보체험등산로를 조성하며 넓고 평탄하게 자리잡은 괘방산 등산로.
산길에서 본 하슬라아트월드 전경.
강릉 시내에서 하룻밤을 머문 뒤 괘방산을 오르기 위해 정동진으로 이동했다. 강릉 올림픽파크에서 출발해 정동진까지 이동에 걸린 시간은 30분 정도였다. 부담 없이 오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다. 바닷가 식당에서 느긋하게 아침식사를 하고 산행을 준비했다. 바람이 거칠게 휘몰아쳤지만 맑은 하늘과 따뜻한 햇살 덕분에 기분은 상쾌했다.
괘방산이 유명해진 것은 1996년 발생한 무장공비 침투사건이 발단이 됐다. 당시 안인진 포구 남쪽 1.5km 지점에서 북한 잠수정이 고깃배의 그물에 걸려 고립됐고, 상륙한 공비들은 근처 괘방산을 거쳐 칠성산七星山(953m)으로 도주했다. 공비들이 소탕된 후, 강릉시와 지역 산악인들이 이 산길을 정비해 안보체험등산로로 만든 것이다. 이후 괘방산은 전국에서 많은 등산애호가들이 찾는 강릉의 대표적인 산행지가 됐다.
“밑에서 볼 때는 나지막해서 별것 아닌 것 같았는데, 경사가 제법 가파른데요.”
선두에서 한참동안 비탈길을 올라가던 사진기자 양수열씨가 갑자기 뒤를 돌아보며 한마디 던졌다. 해발 300m 산이라고 만만하게 봤던 기자도 사실 숨이 가빠지려던 찰나였다. 다행스럽게도 급경사는 그렇게 길지 않았다. 목덜미에 살짝 땀이 배일 즈음 고래 등처럼 널찍한 능선이 모습을 드러냈다. 산길 주변에는 크고 작은 소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 차 있고, 그 나무들 사이로 동해의 푸른 물결이 넘실대고 있었다. 그러나 조망은 기대보다는 못했다.
“조금 더 가다 보면 시야가 터지는 곳이 나오겠죠.”
마음속에 희망을 품고 183고지를 향해 속도를 올렸다. 하지만 작은 이정표가 세워진 183고지 꼭대기 역시 조망은 시원치 않았다. 동쪽 사면에 나무가 가득해 시야를 가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로도 한동안 능선 주변 풍광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소나무 숲과 폐광지대의 검은 흙이 드러난 산길이 계속 이어졌다. 하지만 이런 단순함이 오히려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혔다. 산길을 걸으며 사색에 잠기기 좋은 구간이었다.
주능선에서 본 강릉통일공원과 임해자연휴양림.
멋진 바다 조망과 솔숲이 어우러진 괘방산 등산로.
강릉 시가지와 백두대간, 동해 조망이 환상적인 괘방산 활공장.
정상에서 본 멋진 정동진 조망
183고지를 지나 1시간 정도 능선을 걷다 보니 등명해변으로 내려서는 갈림길과 만나는 삼거리에 도착했다. 산신을 모시는 작은 당집이 있는 아늑한 숲이 일품인 장소였다. 잠시 앉아 숨을 돌리고 휴식을 취했다. 이정표를 보니 안인항까지 남은 거리가 5.1km 정도였다. 아직도 갈 길이 멀었다.
당집에서 30분 거리의 괘일치에는 동쪽으로 높은 철조망이 설치되어 있었다. 등산객들이 유료관람시설인 하슬라아트월드로 진입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설치한 시설물로 보였다. ‘하슬라’는 고구려, 신라시대에 강릉의 옛 지명으로, 해와 밝음을 뜻하는 순 우리말이라고 한다. 멋진 이름이지만 산 속의 흉물스러운 철조망과는 어울리지 않아 아쉬웠다.
고갯마루를 지나 언덕을 통과하면 등명낙가사에서 괘방산 정상으로 이어진 넓은 도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길을 가로질러 급경사 계단을 따라 고도를 높이니 서서히 시야가 터졌다. 동해안의 긴 해안선과 정동진을 상징하는 이미지로 자리 잡은 선크루즈리조트의 선박형 건물이 한눈에 들어왔다. 두어 시간 동안 숲에 갇혀 보이지 않던 상쾌한 전망에 가슴이 시원해졌다.
괘방산 정상은 대형 통신시설이 들어서 있어서 등산객은 오를 수 없다. 대신 동쪽 사면을 타고 우회한 뒤 만나는 왼쪽의 삐죽하게 튀어나온 봉우리에 괘방산 정상석을 세워뒀다. 이 봉우리는 강릉 시가지 방면의 널찍한 평원지대가 한눈에 드는 곳이기도 하다. 연이어 터지는 시원한 조망에 가슴이 상쾌했다.
괘방산은 과거에 합격한 사람들의 명단을 쓴 방[榜]을 이 산에 걸었다[掛]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산줄기 덕분에 예부터 강릉에서 과거 급제자가 많이 나왔다고 한다. <택리지> 강원도 편에 ‘오직 강릉에만 과거에 급제한 사람이 많이 나왔다’고 적은 구절이 있을 정도다. 물론 그 이유를 정확히 언급한 기록은 없다. 하지만 세 글자 지명 속에 역사를 담은 선조들의 지혜는 정말 놀라웠다.
등명해변 갈림길과 주능선이 만나는 곳에 위치한 당집.
괘방산에서 본 정동진 해변의 장관.
울창한 소나무 숲이 산길 주변에 가득하다.
삼우봉과 활공장은 강릉 전망대
괘방산 정상을 지나면 연이어 조망처가 모습을 드러냈다. 새 부리처럼 날카롭게 솟아 있는 바위가 인상적인 삼우봉에 서면 안인포구가 발아래 펼쳐진다. 바다에 의지한 자그마한 해변 마을 뒤로 펼쳐진 거대 도시 강릉의 회색빛이 사뭇 대조적이었다. 전망 좋은 삼우봉은 괘방산 방문용 기념사진 촬영지로 최적의 장소였다.
삼우봉 이후 잠시 고도를 낮춘 능선을 따라 가다 보면 커다란 돌탑과 함께 산성의 흔적이 나타났다. 고려시대 산성으로 알려진 곳인데 지금은 극히 일부만 남아 있었다. 이 능선 끝의 봉우리에 엄청나게 넓은 나무데크가 설치된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곳은 바다는 물론 강릉 시내와 백두대간 줄기까지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최고의 전망대였다.
활공장을 지나면 안인항까지 고도가 계속 낮아졌다. 산길 오른쪽 아래 도로가에 보이는 곳은 강릉통일공원이다. 안인진리는 1950년 6·25전쟁이 발발하던 날 북한군이 최초로 발을 디뎠던 곳이기도 하다. 그것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곳이 바로 강릉통일공원이다. 공원 아래 바닷가 함정전시관에는 퇴역함정인 전북함과 1996년 북한 무장공비들이 타고 왔던 잠수정이 전시되어 있다. 입장객은 함정과 잠수정 내부 관람이 가능하다.
능선길이 끝나는 곳에 주차장으로 이어지는 가파른 내리막 계단이 설치되어 있었다. 이곳만 내려서면 실질적인 괘방산 산행은 막을 내리게 된다. 하지만 시간이 허락한다면 안인포구安仁津는 반드시 들러봐야 할 곳이다. 자그마한 모래밭과 등대가 있는 아름다운 해변이기 때문이다. ‘강릉 동쪽의 편안한 곳’이라는 지명의 의미 그대로 아늑한 분위기가 일품인 장소였다.
산행 길잡이
정동진 삼거리에서 괘방산으로 오르는 산길이 시작된다. 이 능선은 바우길(8구간) 과 해파랑길, 안보체험등산로 세 가지 산길로 조성된 만큼 이정표가 잘 설치되어 있고 길도 매우 잘 정비되어 있다. 산길 초입에서 선크루즈리조트 방면으로 조금 떨어진 곳에 대형 무료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어 차를 세우기도 쉽다. 안인삼거리 들머리에도 무료주차장이 있어 편리하다.
들머리에서 183고지까지 계속 오르막의 연속이지만 그리 가파르지 않고 길도 좋아서 무난하게 오를 수 있다. 괘방산 정상 직전의 도로를 타고 등명낙가사로 하산이 가능하다. 등명낙가사는 정동진과 더불어 강릉 최고의 일출명소로 알려져 있다. 절 자체도 아름다운 볼거리지만 이와 더불어 입구의 등명감로약수는 톡 쏘는 맛이 독특한 탄산약수로 유명하다.
괘방산 정상은 송신탑시설 때문에 출입이 금지된 곳이다. 바로 옆에 마련된 우회로를 따른다. 삼우봉에서는 강릉통일공원 쪽으로 내려갈 수 있다. 전망은 거의 마지막 봉우리인 활공장이 가장 좋다. 산길 곳곳에 이정표가 잘되어 있어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교통(지역번호 033)
서울→강릉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강릉고속버스터미널까지 하루 39회(첫차 06:00, 막차 23:30) 고속버스가 운행한다. 요금 우등 2만1,500원. 일반 1만4,600원. 2시간 40분 소요. 동서울터미널에서는 하루 21회(첫차 06:20, 막차 22:20) 운행. 요금 1만5,000원. 2시간 30분 소요.
강릉고속버스터미널(641-3184)에서 안인항이나 정동진까지는 111, 111-1, 112, 113번 버스 이용. 50~60분 정도 소요. 택시로는 약 25분 거리. 1만5,000원 내외. 문의 케이콜강릉 648-0000, 강릉택시 652-7071. 안인항에서 정동진으로 이동할 때도 강릉시내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안인항 버스정류소에서 매시 20분 정동진행 버스가 출발한다.
숙식(지역번호 033)
숙박지는 정동진에 즐비하다. 랜드마크인 선크루즈리조트(610-7000)는 7만 원대에서부터 72만 원대까지 호텔형과 콘도형 방이 있다. 다빈치모텔(644-5043)과 숲속의집(644-5193), 캐슬모텔(644-5859), 엔담모텔(646-4477) 등 다양한 업소가 정동진에 몰려 있다. 평일과 주말 요금이 달라 사전에 확인이 필요하다.
안인포구 삼거리에 일출봉 횟집(644-6303), 늘푸른집(643-2550) 등 식당과 횟집이 있다. 정동진에도 식당이 즐비하다. 시골식당(644-5312)은 망치매운탕 전문점이다. 정동진 삼거리의 정동진초당순두부(644-8853)의 순두부짬뽕은 얼큰한 국물과 푸짐한 해물이 특징이다. 이외 등명해변의 큰기와집(644-5655)은 전복해물수제비(1만 원), 짬뽕해물순두부 (8,000원)가 별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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