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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주말산행 전라도의 산 | 모후산(918.8m) / 전남 화순군 남면

by 白馬 2018. 2. 19.

후덕하고 푸근한 ‘임금 어머니의 산’

 

고려인삼 시배지로 귀한 산삼 자주 발견돼…정상 강우레이더기지 모노레일은 흠

화순 모후산母后山(918.8m)은 ‘임금의 어머니 산’이라는 이름이 걸맞다. 원래는 모호산母護山, 나복산羅福山으로 불렸지만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왕비와 태후를 모시고 내려와 가궁을 짓고 환궁할 때까지 1년 남짓 머물렀기 때문에 모후산으로 이름이 바뀌었다고 전해진다.

또한 무수산無愁山으로도 불렸는데, 송광사의 한 스님이 어머니의 소원을 풀어 주려고 수도하다 말고 과장에 나가 장원급제를 하여 어머니의 근심을 없애 주었기에 ‘근심이 없는 산’이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설도 있다.

모후산은 ‘어머니의 산’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산세가 후덕하고 모나지 않다. 또한 1824년(조선 순조 24년) 편찬된 개성부의 읍지인 <중경지中京志>와 조선 후기의 시인 김택영이 지은 산문집 <소호당집韶護堂集>의 기록을 근거로 화순군에서는 고려인삼의 시배지로 주장한다. 이를 입증하듯 지금도 약초꾼들이 귀한 천종산삼을 발견해 화제가 되기도 한다. 실제 지난해 7월에는 한 약초꾼이 50년 이상 된 양각삼 10뿌리를 발견하기도 했다. 양각삼은 약성이 뛰어나 일반 산삼보다 2배 이상 비싼 가격에 팔린다고 한다.

 

삼나무 숲이 아름다운 길

 

 

모후산은 전남에서 지리산, 무등산, 백운산에 이어 4번째로 높은 산이다. 화순군 남면과 동복면, 순천시 주암면, 송광면에 걸쳐 있고 웅후하다. 정상에 오르면 동복호와 주암댐의 푸른 물줄기가 3면을 감싸고 있으며 크고 작은 산군들에 둘러싸여 있어 오지나 다름없는 청정지역이다.

 

이곳은 고로쇠 생산지로도 유명해 2~3월이면 고로쇠 수액을 맛보려는 등산객들이 줄을 잇는다. 단풍나무과에 속하는 고로쇠나무는 남부 지방에서는 해발 300m 이상인 곳에서 산다. 밤과 낮의 일교차가 클 때 고로쇠 수액이 많이 나온다.

 

도선국사가 도를 닦다가 무릎이 떨어지지 않아 고로쇠나무를 잡고 일어나다가 부러진 나무에서 떨어진 물을 먹고 무릎이 펴졌다는 설이 있어 ‘약수’로 불린다. 위장병과 관절염, 신경통에 좋다고 한다.

 

유마사維摩寺는 백제시대 창건된 고찰이다. 고려시대에 호남에서 제일 큰 사찰이었던 만큼 전해오는 설화와 전설도 많다. 고려시대 전기에 건립된 해련부도(보물 제1116호)가 천년고찰의 위엄을 말해준다. 유마사는 6·25전쟁 때 전각이 모두 전소되었다가 근래 들어 복원되었다. 지금은 호남 최초로 설립된 비구니 승가대학원이 있다.

 

유마사 표지석이 있는 갈림길에서부터 산행이 시작된다. 왼쪽으로 가면 일주문을 지나 유마사로 향한다. 과거에는 경내를 지나 모후산으로 갔었으나 지금은 폐쇄했다.

 

대신 유마사 표지석에서 우측 대나무 울타리에 걸려 있는 ‘등산로 모후산 정상 4.7km’ 이정표를 따라가야 한다. 0.7km 거리에 또 하나의 이정표가 나타난다. 

 

넓은 임도를 10분 정도 올라가면 집게봉 갈림길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에 닿는다. 용문재는 왼쪽 목재다리를 건넌다. 오른쪽은 집게봉으로 곧장 올라갈 수 있으나 경사가 심하고 길이 좋지 않다.

 

 

용문재 방향 목재다리를 건너면 편안하고 넓은 길이 나온다. 마른 계곡을 따르면 단풍나무, 느티나무, 굴피나무, 예덕나무, 고욤나무 등이 줄지어 나타나 나무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야생차를 가로수처럼 심어놓은 것이 특이하다. 

 

첫 번째 만나는 쉼터(원두막)에서부터 계곡 폭이 넓어지고 단풍나무도 더 울창해진다. 나무계단이 설치되어 있어 이곳에 올라 계곡전체를 감상하기 좋다. 이제 15분가량 편안한 오솔길이 이어진다.

 

두 번째 쉼터(원두막)에서부터 용문재까지는 민둥산처럼 황량한 길이 이어진다. 용문재에서 북쪽 유천리 방향으로는 ‘치유의 숲’으로 불리는 삼나무 숲이 있다. 독림가篤林家 하문섭씨가 60여 년 동안 가꾸어온 6만여 그루의 삼나무가 자라고 있는데,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울창한 모습이 아름다워 2008년, 제9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어울림상을 수상했다.

 

 

용문재에 이르러 흉물스런 철구조물와 맞닥뜨린다. 놀이동산의 롤러코스트를 연상케 하는 모노레일이다. 산허리를 깎아 황토색 속살이 드러나 있고 그 위에 콘크리트를 붓고 3.2km의 레일을 깔아 놓았다. 모후산 정상에 있는 강우레이더 시설 직원들이 출퇴근용으로 사용하는 것이 주요 용도라고 한다. 국책사업을 빌미로 명산을 회복할 수 없는 괴물로 만들어 놓은 꼴이다. 용문재 팔각정부터 모노레일과 등산로가 함께 간다.

 

명품소나무가 있는 곳에서 조망이 시원하게 터진다. 주암호 너머로 호남정맥의 조계산, 백이산, 존제산, 보성 천봉산 등이 어깨동무 하듯 줄 서 있다. 용문재에서 정상까지는 50분 정도 걸린다. 등산로에는 조릿대와 굴참나무가 주종을 이룬다. 우측으로 나무들이 잘려 나가서 조망만큼은 시원하게 열려있다.

 

 

정상은 헬기장처럼 넓고 사방팔방 막힘이 없다. 북쪽으로 무등산과 백아산, 동쪽으로 조계산과, 백운산, 지리산까지 조망된다. 남쪽으로는 푸른 주암호 너머로 천봉산, 계당산이 보이고 서쪽으로는 용암산까지 파노라마로 바라다 보인다. 과장하면 한라산만 빼고 다 보인다. 고려인삼 시배지는 북쪽 능선 유치재 방향에 있다. 정상 주변에는 하얀 돔 지붕의 강우레이더 관측소가 우뚝 서있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기상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설치한 것이다. 관측소 1층에는 화장실과 간이 휴식공간이 있다.

 

중봉으로 내려가는 길은 경사가 급하다. 안전 로프가 설치되어 있으니 이것을 잡고 내려가는 것이 수월하다. 중봉까지는 50분 정도 걸린다. 곳곳에 육중한 바위들을 만나지만 대부분은 육산에 가까운 푹신한 길이다. 키 작은 조릿대가 온통 뒤덮고 있다.

 

중봉에서 잠시 내려가다가 다시 10여 분을 차고 오르면 전주최씨묘가 있는 곳에 ‘집게봉’ 이정표가 있다. 2분 정도 더 진행하다 멀리 조계산을 풍경이 암봉에 막히는 곳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간다.

 

 

깊고 험한 산, 빨치산의 근거지가 되기도

 

 

집게봉 9부 능선을 비롯해 모후산 곳곳에는 빨치산이 파놓은 참호와 돌무더기들이 남아 있다. 6·25전쟁 전후 유마사에는 남로당 전남도당 위원회가 있었고, 인근 백아산에는 빨치산 남부군 전남도 사령부가 있었다. 그만큼 산이 깊고 험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가파른 길을 20분 정도 내려가면 고인돌 모양의 바위와 마당바위를 만난다. 잠시 부드러운 길이 이어지지만 이내 너덜지대 비슷한 바위지대와 만나게 된다. 로프가 설치되어 있지만 미끄러운 잡석 때문에 발밑을 잘 봐야 한다.

 

날카롭게 절개된 암봉 지대에서부터 잡석 경사면이 나타난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 로프를 잡고 살살 내려가도 자칫하면 엉덩방아 찧기 십상이다. 집게봉에서 임도까지 45분 정도 걸린다. ‘집게봉 갈림길’ 이정표 삼거리에서 임도를 따라 20여 분이면 유마사 주차장에 닿는다.

 

 

산행 가이드

■ 유마사주차장~산막골~용문재~모후산~중봉~집게봉~뱀골~유마사~유마사 주차장(약 9.3km, 약 4시간 20분 소요)

■ 유마사주차장~산막골~용문재~모후산~중봉~철철바위~유마사주차장(약 7.7km, 약 3시간 30분 소요)

 

교통(지역번호 061)

서울 동서울버스터미널(첫차 05:40, 막차 24:00)과 센트럴시티터미널(첫차 05:30, 막차 01:00)에서 광주종합버스터미널까지 수시로 고속버스가 다닌다. 우등 2만8,200원. 센트럴시티터미널 우등 2만6,100원.

광주종합버스터미널 앞에서 유마사가 있는 유마리까지 217번 화순 군내버스가 하루 4회(06:25, 10:10, 12:49, 16:35) 운행한다. 1시간 30분 소요. 유마사에서 출발하는 시간은 08:00, 11:50, 14:35, 18:30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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