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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미식기행 | 겨울별미 찜 열전

by 白馬 2018. 1. 30.

말린 아귀 매콤한 찜으로 만든 마산식 아귀찜…해물 넣으면 해물찜

추운 겨울엔 뜨끈한 국물 요리가 최고다.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는 뜨거운 국물은 시린 마음마저 녹여 준다. 하지만 김 솔솔 나는 찜 요리에 술 한 잔 곁들이며 깊어가는 겨울밤을 보내는 것도 꽤 낭만적인 일이다.

제철 해산물로 입안이 얼얼하도록 맵게 요리한 찜과 속살 고유의 담백한 맛을 살린 찜 요리는 술안주로 그만이다. 안주 따로 밥 따로 먹을 필요도 없다. 매콤한 국물에 흰 쌀밥 한 그릇 비벼 먹으면 배가 행복하고 마음마저 따뜻해진다.

 

1 대구 10味 동인동 등갈비찜. 입이 얼얼하게 매운 맛이 입맛을 돋운다. 2 강원도 인제군 용대리에서 잘 말린 황태로 만든 황태찜. 꾸덕꾸덕 씹는 맛이 일품이다.

 

화끈하게 매콤한 아귀찜

주당들이 좋아하는 찜 요리 가운데 세 손가락 안에 든다는 아귀찜. 바다에서 못생기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아귀는 머리가 크고 입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찜으로 만들면 그 맛은 천하일미다.


아귀는 머리가 커서 헤엄을 잘 치지 못해 가슴지느러미와 배지느러미를 이용해 돌아다닌다. 주둥이 주변의 가시는 등지느러미 가시가 변한 것으로, 아귀는 이 가시를 미끼로 사용해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는다. 이런 사냥법 때문에 영어권에서는 아귀를 ‘Angler Fish낚시꾼 물고기’라 부른다. 이와 같은 뜻으로 조선시대 실학자 정약전은 <자산어보>에서 아귀를 ‘조사어釣絲魚’라 적었다. 흉악스러운 생김새 탓에 유럽에서는 ‘Devil Fish악마 물고기’라 부르기도 한다.

이렇듯 아귀는 못생긴 외모 때문에 과거에는 ‘재수가 없다’며 잡아도 바로 버리는 생선이라 하여 ‘물텀벙이’라 불리는 수모를 겪었으나 마산에서 아귀찜으로 만들어 먹으면서 그 몸값이 크게 올랐다.

아귀찜을 처음 만든 인물은 마산 오동동에서 장어국을 팔던 ‘혹부리 할머니’라고 전해진다. 할머니는 말린 아귀를 북어찜처럼 된장, 고추장, 마늘, 파 등을 섞어 쪘는데 맛이 괜찮아 손님들에게 술안주로 팔기 시작했다고 한다. 아귀찜에 콩나물, 미나리 등 갖은 채소가 들어간 건 1960년대 중반쯤으로 추정된다. 지금도 오동동에는 아귀찜 거리가 있어 아귀찜을 먹을 수 있다.

아귀는 진해만과 전남 여수만 등 남해안과 서해안 일대에서 잡는다. 산란기인 6월부터 8월까지는 금어기라서 잡을 수 없고 11월부터 2월까지 찬 기운이 감돌 때 잡아 올린 아귀가 가장 맛이 좋고 영양분이 풍부하다.

마산 지역에서는 말린 아귀로 아귀찜을 만드는데, 이는 인천, 부산, 군산, 여수, 서울 등에서 생 아귀를 쓰는 것과 차별되는 점이다. 한겨울에 20~30일간 말린 아귀를 쌀뜨물에 불려 콩나물과 미나리, 미더덕 등을 넣고 매운 고춧가루를 풀어 만든 아귀찜은 매콤하면서도 텁텁하지 않고, 쫀득쫀득한 아귀살은 씹는 맛도 일품이다. 아귀는 버릴 것이 없는 생선이다. 찜 외에도 수육으로도 만들어 먹으며 뼈와 내장은 탕으로 끓여 먹는다. 요즘에는 불고기, 불갈비 등으로도 요리한다.

아귀찜을 내는 식당에서 으레 함께 내는 것이 해물찜이다. 기본양념과 만드는 방식이 비슷하지만 아귀 대신 각종 해물을 넣는 점만 달라 둘은 ‘짝꿍 메뉴’로 일컬어진다.

꽃게와 낙지, 오징어, 새우, 홍합, 가리비, 미더덕 등 제 각각의 향과 맛을 자랑하는 바다 것들이 들어가 하나하나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꽃게찜은 아귀나 해물 대신 꽃게를 넣는다. 간혹 ‘꽃게범벅’이라는 요리가 있는데 이는 양념 없이 꽃게를 쪄내는 ‘꽃게찜’과 구분하기 위해 붙인 이름이다. 이즈음에는 가을 제철 꽃게를 얼렸다가 사용하는데, 부드럽고 담백한 속살이 매운 양념과 어우러지는 맛이 일품이다.

아귀찜이나 해물찜이나 꽃게찜이나 건더기를 다 먹고 나면 반드시 남은 국물에 밥을 볶아 먹어야 한 상을 다 먹는 셈이다. 걸쭉한 국물에 미나리, 김치, 김가루 등을 썰어 넣고 밥을 넣어 참기름이나 들기름을 넣어 볶아 먹으면 듬직한 한 끼 식사가 완성된다.

 

1 마산식 아귀찜은 다른 지역과는 달리 꾸덕하게 말린 아귀살을 사용하는 것이 다르다. 2 아귀찜에 아귀 대신 각종 해물을 넣으면 매콤한 해물찜이 된다. 낙지와 꽃게, 홍합 등을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겨울바람에 말린 황태, 장치로 만든 찜

강원도에서는 황태찜이 대표적인 겨울 찜 요리다. 황태는 명태를 얼렸다 녹였다 하며 누렇게 말린 것이다. 강원도 인제 용대리 지역은 백두대간을 넘어오는 찬바람 덕분에 황태를 만들기 최적의 조건을 지니고 있다. 10월부터 4월까지 얼었다 녹았다 반복하는 용대리의 황태는 수분이 날아가지 않으면서도 푹신푹신하게 말라 부드럽고 쫄깃한 식감이 일품이다.


명태를 겨울바람과 햇살에 말린다고 해서 다 황태로 쓰는 것은 아니다. 추운 날씨만 이어지면 껍질이 하얗게 변해 ‘백태’가 되고, 날이 너무 따뜻하기만 해도 황태로서 제구실을 못 하게 된다. 바람이 너무 세차게 불면 속살의 질감이 거칠어지고, 바람이 불지 않으면 썩어버리고 만다.

황태찜 또한 아귀찜이나 해물찜과 비슷한 양념으로 만든다. 이 양념 베이스는 아귀나 해물뿐만 아니라 황태, 동태, 미더덕, 코다리, 대구 등 넣는 메인 재료에 따라 이름이 달라지는 ‘마법 양념’쯤 되겠다.

황태는 아귀나 해물 등의 재료에 비해 양념이 잘 밴다는 장점이 있다. 부들부들 입안에서 씹히는 식감이 매우 좋으며 술안주뿐만 아니라 밥 반찬으로도 안성맞춤이다. 황태찜을 식당에서 맛본다면 황태해장국이 으레 곁들여 나온다. 황태찜의 매운 맛을 중화시켜 주는 뽀얀 국물의 황태해장국은 환상의 조합이 아닐 수 없다.

동해안에서는 제철 생선으로 요리한 찜이 맛있다. 대표적인 것이 동해안 최북단 지역인 고성 대진항 부근에서 먹는 도치알찜과 장치찜이다. 마치 올챙이처럼 동그란 생김새가 심통맞다 하여 ‘심퉁이’ 또는 ‘심퉁어’라고 부르는 도치는 탕이나 찜으로 해먹는데, 찜은 몸통 대신 알만을 꺼내 요리하는 것이 이색적이다.

도치알찜은 도치의 알을 채취해 소금에 재워 둔다. 특별한 양념을 하지 않고 마늘과 생강즙 정도만 넣고 숙성시켜 사각으로 모양을 잡아 쪄내는데, 겉모양은 누룽지와 비슷하게 생겼다. 찜기에서 찐 도치알은 식혀 굳힌 후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모두부처럼 간장에 찍어 먹는다.

장치는 뱀처럼 생긴 생선이다. 도치와 마찬가지로 괴상한 생김새 때문에 어부들도 외면하던 생선이다. 동해 어부들 사이에서 노장치, 노쟁이 등으로 불리는 장치의 정식명칭은 ‘벌레문치’다. 동해안 북부 수심 300~500m의 깊은 바다에 살며 크게 자라면 1m에 이르는 것들도 있다. 그래서 길 장長 자를 써서 장치라고 부른다.

장치는 연중 잡히지만 찬바람에 말려 먹는 겨울이 가장 맛있다. 장치는 잘 말려야 잡내가 없고 맛있다. 기름기가 많아서이다. 해풍에 꽁치를 잘 말려 질 좋은 과메기를 만들 듯 영하 3℃ 정도의 그늘에서 2~3일 정도 말린다. 이렇게 말려도 온도나 통풍이 제대로 맞지 않으면 기름기가 제대로 빠지지 않아 큼큼한 냄새가 나거나 육질이 뻣뻣해진다. 잘 말린 장치는 살색이 노르스름하면서 기름기가 촉촉하게 밴다.

3~4일 꾸덕꾸덕하게 잘 말린 장치는 아귀찜처럼 콩나물, 미나리 등을 매콤한 양념과 버무려 찐다. 이 지역 사람들은 양념 없이 그냥 쪄 먹기도 한다. 지방이 적당하게 밴 장치찜은 매콤한 양념과 어우러져 소주보다는 막걸리와 궁합이 더 잘 맞는다. 말린 생선 특유의 꼬들꼬들한 식감도 입맛을 돋운다. 요즘은 장치가 잘 잡히지 않아 2인분에 2만5,000원 정도는 주어야 맛을 볼 수 있다.

자극적인 양념이 싫다면 재료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찜 요리를 먹어보자. 꽃게나 홍합, 꼬막, 가리비, 굴 등은 기본적으로 염분이 포함되어 있어 물만 넣고 쪄내도 짭짜름한 맛이 일품이다.

어떤 재료든 기본은 물의 수증기로 쪄내는 것이다. 이때 비린내를 잡기 위해 청주나 소주, 된장을 약간 가미하기도 한다. 따로 양념을 하지 않기에 담백하며 열량이 높지 않아 살찌는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렇게 찐 요리는 초장이나 와사비 간장에 찍어 먹으면 그만이다. 별도의 양념 맛이 없기에 밥반찬보다는 술안주로 좋다.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가 제철인 도미도 찜으로 해먹으면 별미다. 예부터 도미는 차례상에 올리거나 귀한 손님에게 내는 고급생선이었다. 흰 살 생선인 도미는 구워먹기도 하지만 찜으로 해먹으면 그 고유의 맛을 한층 더 즐길 수 있다.

도미는 오래 찌면 살이 물러져 맛이 떨어지므로 15분 정도 찐 후 젓가락으로 살 부분이 잘 떨어지면 다 익은 것이다. 잘 익은 도미는 특유의 단단하고 쫄깃한 살의 식감이 살아 있다. 찌기 전에 몸통에 칼집을 깊게 내어야 살 안쪽까지 잘 익으니 참고할 것.

바다에서 나는 재료들로 만든 찜 요리 외에도 색다른 찜 요리들이 많이 있다. 등갈비찜은 주당들에게 특히 인기가 좋은 요리다. 돼지등뼈를 주재료로 하는 등갈비찜은 고춧가루 양념의 매운 맛으로 즐기거나 묵은지를 곁들여 시원하고 칼칼한 김치 맛으로 즐긴다. 등갈비찜은 양념 맛뿐만 아니라 길쭉한 등갈비를 손에 들고 뜯어 먹는 재미도 있다.

대구 중구 치안센터 뒤쪽에는 200m 남짓한 거리에 찜갈비 식당 10여 곳이 모여 있는 동인동 찜갈비 골목이 있다. 이곳의 갈비는 소갈비이다. 1960년대 후반부터 한두 군데 식당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 지금의 동인동 찜갈비 골목의 시초다. 당시에는 쇠고기 가격이 싸고 양념재료도 간단해 식당이 많이 늘어날 수 있었다는 게 업주들의 설명이다.

‘대구를 대표하는 10味’이기도 한 동인동 찜갈비는 마늘과 청양고추 등이 버무려진 강렬한 매운맛을 자랑한다. 갈비찜이 간장양념이라고 한다면 찜갈비는 고춧가루 양념이다. 업소에 따라 어떤 집은 한약재를 넣기도 하고 젊은 층의 입맛에 맞게 치즈를 곁들이기도 한다.

세월의 흔적이 녹아 있는 찌그러진 노란 양푼에 담아내는 동인동 찜갈비는 백김치에 갈비를 싸서 술안주로 먹고 남은 양념에 밥을 비벼 먹는 것이 정석이다. 참기름과 김가루를 넣고 볶음밥을 해먹어도 별미다.

1 돼지 등뼈를 묵은 김치와 함께 요리한 김치등갈비찜. 2 뱀을 닮은 기묘한 생김새 때문에 천덕꾸러기 신세를 받던 장치가 찜으로 변신하면 최고 인기 메뉴가 된다.

 

제철 특산물로 만든 향토 찜요리

조금 특별한 향토 찜요리도 있다. 남해지역에서는 고사리나물을 조개와 홍합 등의 어패류와 함께 넣고 볶아내는 ‘고사리 해물찜’을 만들어 먹는다. 보통 고사리나물은 끓는 물에 데친 후 물기를 꼭 짜서 갖은 양념을 해 무치는데 남해 지역에서는 고사리나물에 조개나 홍합, 소라, 새우 등의 해산물과 콩나물, 미나리 등을 넣고 함께 쪄낸다.


고사리 해물찜은 남해군 창선면 신흥마을에 사는 김숙선씨가 어릴 적 친정어머니께서 해주시는 고사리찜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개발했다고 전해진다. 지역 축제의 향토음식 경연대회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부산 기장 지역에는 ‘매집찜’이란 요리가 있다. 매집찜은 기장의 전통 향토요리로 집안 대소사나 잔치 등에 오르는 대표 음식 중 하나다. 원래는 보릿고개를 넘으며 주위에 흔한 나물과 해산물, 해초를 한데 넣고 밀가루와 들깨가루를 넣어 끓여 먹었던 음식이었다.

매집찜에 들어가는 재료는 참으로 여러 가지다. 콩나물, 고사리, 고구마 줄기, 부추, 죽순 등과 미역, 톳, 몰, 서실 등 기장 특산 해초류, 조개, 밀고동, 소라 등 제철에 나는 다양한 식재료를 넣는다. 물론 재료는 중요치 않다. 있으면 넣고 없으면 그만이다.

이렇게 한 솥 가득 끓인 매집찜은 동네 이웃들과 푸짐하게 나눠 먹는다. 배고프던 시절, 매집찜은 이웃 간의 정을 이어 주는 정감어린 ‘소울 푸드Soul Food’였던 셈이다.



집에서 만드는 찜 요리

도미찜

 

· 재료(2인분 기준) 도미 1마리, 두부 1모, 표고버섯 3개, 다시마 1장, 소금 약간, 청주 약간, 레몬즙 약간

· 만드는 법

1.
내장 뺀 도미에 끓는 물을 부은 후 숟가락으로 비늘을 살살 긁어 벗겨내고 칼집을 넣는다.


2. 다시마를 청주에 10분간 넣어 불린다.

3. 그릇에 불린 다시마를 깔고 손질한 도미와 썰어 놓은 두부, 표고버섯을 올린다.

4. 도미 위에 청주와 소금을 살짝 뿌린다.

5. 그릇을 찜통에 넣어 중간 불에서 10분간 찐다. 젓가락으로 도미 살점이 잘 떨어지면 완성.

6. 레몬즙을 뿌린 후 먹는다. 기호에 따라 파채나 청양고추, 달걀지단, 미나리 등을 곁들여도 좋다.



돼지고기 김치찜

 

· 재료(4인분 기준) 묵은지 500g, 돼지고기(목살) 200g, 김치국물 50ml, 멸치육수 350ml, 청주 2큰술 , 대파 1대, 다진 마늘 2큰술, 참기름 1큰술

· 만드는 법

1. 냄비에 묵은지를 깔고 손질한 돼지고기 목살을 올린다.

2. 대파는 먹기 좋은 크기로 송송 썰어 둔다.

3. 올린 재료에 멸치육수, 청주, 다진 마늘을 넣고 끓인다.

4. 국물이 반으로 줄면 썬 대파를 넣고 약한 불에서 조린다.

5. 재료가 다 익으면 불을 끄고 참기름을 넣고 골고루 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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