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상 전 1km 구간이 최고의 설화 터널, 고도 488m만 올리면 정상 닿아
경강선 KTX를 타고 첫눈 산행을 간다면, 계방산桂芳山을 추천한다. 계방산은 대한민국 대표 눈꽃 산이라 해도 좋을 설화 명산이다. 겨울 계방산의 남다른 인기는 설화 명산의 여러 조건을 두루 갖추었기 때문이다. 우선 계방산은 해발 1,577m로 남한에서 다섯 번째인 고봉이다. 한라산, 지리산, 설악산, 덕유산 다음으로 높다. 때문에 차가운 북서풍이 산정을 휘덮으며 설화나 상고대가 필 확률이 높다.
계방산이 인기 있는 건 탁월한 경치와 눈이 많아서기도 하지만, 산행이 편한 것도 한 몫 한다. 도로가 지나는 운두령에서 488m만 고도를 높이면 정상에 설 수 있다. 어떤 코스로 가든 길어도 5시간이면 산행을 끝낼 수 있어 바쁜 현대인을 위한 적당한 난이도의 당일 산행지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정상 남쪽의 산행기점인 고개의 이름은 구름 운雲 자, 머리 두頭 자를 쓴 운두령雲頭嶺이다. 늘 운무가 넘나든다는 데서 유래한 이름이니 곧 그만큼 설화나 상고대가 자주 핀다는 뜻도 된다. 산행은 이 운두령에서 시작한다. 해발 1,089m인 운두령에서 산행을 시작하면 정상까지 크게 힘들이지 않고 오를 수 있고 하산도 빠르다. 설악, 지리, 한라 등 비슷한 높이의 다른 고산에서는 어림없는 일이다. KTX를 타고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며 강원도 첩첩산중의 설경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계방산 설화터널은 대개 해발 1,400m대부터 1km 정도 길게 이어진다. 물론 눈이 온 다음에 가야 절정의 설화터널을 만날 수 있지만, 저지대는 맑은 날이라도 산정을 운무가 훑고 지나며 상고대를 피워놓는 날이 부지기수다.
대개 산행을 운두령→정상→노동리계곡의 시계 방향으로 하므로, 주말에 역방향으로 산행했다가는 줄을 이은 등산객들 때문에 시간이 많이 지체될 수 있다. 다만 운두령 고갯길이 얼거나 차량이 많아서 고갯마루까지 차가 못 올라가는 날엔 아랫삼거리에서 정상으로 곧장 이어지는 남릉으로 오르는 이들도 있다.
산행은 운두령 고갯마루 주차장 건너편 계단길로 시작된다. 능선에 올라서면 바람이 먼저 맞아 준다. 계방산은 일대를 제압하는 강력한 능선답게 바람도 힘이 장사다. 동해바다에서 바로 들이치는 것같은 매서운 바람이 드러난 피부를 집요하게 푹푹 찌르므로, 장갑, 고글, 모자, 버프 등 목과 얼굴을 가릴 장비는 필수다.
계방산은 고도를 높일수록 열린 시야를 선물하며, 기대 이상의 그림을 보여 준다. 먼저 온 등산객들이 감탄을 연발하는 곳은 야광나무가 지천인 1492m봉이다. 그야말로 광활한 첩첩산중의 풍경이 한 폭의 동양화처럼 펼쳐지는 곳이다. 경치에 걸맞게 전망데크가 있어 사진을 찍는 사람들로 주말이면 항상 붐빈다.
정상은 남한 5위봉답게 제왕의 경치를 보여 준다. 너른 터라 산악회 무리가 아무리 올라와도 경치를 감상하는 데 불편이 없다. 돌탑이 있는 바위더미가 정확한 정상인데, 겨울에는 바람이 무척 심해 오래 머물기 어렵다.
정상에선 지능선을 타고 바로 내려가는 길과 주목군락지로 진행해 노동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 시간을 아낄 수 있는 탓에 지릉을 타고 바로 하산하는 이들이 많지만, 주목군락지 코스는 더 깊이 있는 산행의 운치를 느낄 수 있다. 앙상한 나뭇가지들 속에서 도도한 푸르름을 간직한 주목은 천년나무답게 깊은 세월의 흔적을 보여 준다. 산신령의 수염처럼 멋들어진 굴곡으로 산길 곳곳에 자릴 잡고 있다. 주능선을 버리고 하산길로 접어들면 더 큼직한 주목들이 살아 있는 화석처럼 산객을 반긴다.
여기서부터는 급경사 눈길이므로 아이젠과 스틱 같은 장비를 최대한 활용해 미끄러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중간에 마주치는 샘터는 돌 사이에 맑은 물이 고여 있는 곳.
고도를 내려 계류를 건너면 전나무숲이 아늑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발디딤 푹신한 전나무숲을 지나면 오토캠핑장과 이승복 생가를 만나며 산행이 끝난다. 총 10km 거리이며 5시간 걸린다.
경강선 KTX 진부역에서 버스나 택시를 타야 한다. 진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하루 3회(09:40, 13:10, 17:00) 운행하는 홍천군 내면행 버스를 타면 운두령에서 내릴 수 있다. 내면에서 진부로 가는 버스는 08:20, 11:40, 15:40에 운행하며 내면 출발 시간에서 20~30분 뒤에 노동리를 경유한다.
문의 진부택시 010-9270-7375, 033-335-1050, 334-8488, 335-0088, 336-7271.
숙식(지역번호 033)
계방산 아래는 상수원 보호구역이라 송어양식은 원칙적으로 할 수 없다. 미탄에서 양식한 송어를 들여오는데 이곳 물이 차가워 일주일 동안 수조에 넣어두면 살이 단단해지면서 쫄깃한 맛이 나기 때문에 계방산 송어가 유명하다. 물안골송어횟집(332-4390)은 평창토박이인 배희순ㆍ김명옥 부부가 운영하는 식당으로 펜션을 겸하고 있다. 이밖에 계방산송어회(332-8048), 용골송어회(332- 1115), 선비촌송어회(332-2525) 등이 있다.
계방산오토캠핑장은 겨울에 운영하지 않는다. 노동계곡과 속사로 이어진 길에 펜션과 민박이 많다. 샬롬빌리지(332-2554)는 전나무숲이 좋은 펜션이다. 국립두타산자연휴양림(334-8815)이 계방산에서 가장 가까운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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