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구룡포의 바닷바람이 만드는 겨울 별미 과메기

꾸덕꾸덕하게 말린 과메기에 술이 술술 넘어가
학의 형상한 비학산에선 동해바다가 넘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전국의 식도락가들은 으레 포항을 기웃거린다. 그 이유는 두말할 것도 없이 과메기다. 바닷바람에 꾸덕꾸덕 말려 입에 넣으면 비릿하면서도 기름진 맛이 입안에 감도는 덕분에 겨울 과메기는 특히 주당들에게 최고의 겨울 별미로 손꼽힌다.
과메기하면 ‘구룡포’가 수식어처럼 붙는다. 구룡포에서 부는 바람은 백두대간을 넘어오는 북서풍으로 영일만을 거치면서 습기를 머금고 있다가 다시 한 번 산을 넘어오면서 습기가 사라지는 덕분에 과메기 말리기에 최적지이다.
구룡포의 바닷바람에 꽁치를 말리면 고운 선홍빛이 난다. 공장에서 난로와 선풍기를 이용해 말려도 이런 빛깔을 만들 수 있지만 자연풍에 비해 맛이 떨어진다. 구룡포 상인들은 동해안 다른 지역에서도 과메기를 말리지만 이 고운 선홍빛은 구룡포에서만 나올 수 있다고 말한다.
요즘은 대부분 꽁치를 사용하지만 과거에는 청어를 말렸다. 포항과 영덕 일대는 청어가 흔한 생선이었지만 1970년대부터 청어가 잘 잡히지 않게 되면서 지금은 꽁치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손질한 꽁치를 바깥에 내다 걸어 꾸덕꾸덕 말린다. 하루는 햇볕에 말리고 나머지 이틀 정도는 그늘에 두어 숙성시킨다. 햇볕을 너무 받으면 기름이 산패해 냄새가 나고 비를 맞으면 부패되어 버린다.
요즘 우리가 먹는 과메기는 소위 ‘현대식 과메기’다. 통으로 말리기보다는 내장을 깨끗이 발라내고 먹기 좋게 포를 뜬다. 또한 비린내를 최대한 없애기 위해 염도를 맞춘 물에 세척을 하고 좀더 꾸덕꾸덕하게 말린다. 이렇게 만든 과메기는 마치 소고기 육포처럼 거부감이 없다.
포항 사람들은 “배를 가르지 않고 통째 말리는 것이 과메기의 정석”이라 말한다. 추운 날씨에 얼었다 녹았다 반복하면서 내장의 기름기가 살에 스며들어 더욱 고소하기 때문이다. 청어로 만든 ‘오리지널 통과메기’는 물컹하게 씹힐 정도로만 말리기에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린다.
과메기는 쌈을 싸 먹어야 더 맛있다. 우선 노란 배추와 초록 배추를 차례로 깔고, 그 위에 돌미역을 얹는다. 그리고 땡초에 마늘·쪽파를 올린 후 과메기 서너 점을 초장에 살짝 찍어 올려 쌈을 싸 먹으면 소주 한두 병은 술술 넘어간다.
요즘은 구룡포 과메기를 택배로 주문할 수 있는데, 배지기 15마리 30쪽짜리가 야채, 초장 등과 함께 나가는 세트가 2만5,000원 정도다.
거침없는 조망의 산
구룡포에서 약 1시간 거리에 비학산飛鶴山·762m이 있다. ‘학이 날아오르는 형상’이라는 뜻의 비학산은 일명 비학지맥(형북기맥)의 최고봉이다. 산세가 마치 학이 날아가는 형태와 같고 알을 품던 학이 날개를 펴고 신광면 일대의 넓은 벌판 위로 날아오르는 형상이라 전한다. 비학산 산자락에는 예부터 학이 찾아들어 둥지를 틀고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있어 신광면에는 ‘신광비학산학마을’도 있다.
포항 사람들은 비학산을 신령스러운 산으로 떠받들고 있다. 이 산 동편 능선에 ‘등잔혈’이라는 명당이 있어 이곳에 묘를 쓰면 자손이 번성한다는 속설이 전해진다. 신라시대에는 나라에서 제사를 지낸 산의 하나였고, 여름철에는 기우제를 지내기도 했다.
비학산은 주봉인 형제봉을 기준으로 비학산자연휴양림에서 오르는 코스, 신광면 반곡리 반곡저수지에서 오르는 코스 등 다양한 산행코스가 있다. 그중 신광면 상읍2리를 들머리로 하는 원점회귀 코스가 일반적이다.
신광면 소재지에서 상읍리로 오르는 도로 입구에 법광사가 있다. 법광사는 신라 26대 진평왕 때 건립된 절로, 1750년대까지 2층의 대웅전을 비롯해 525칸 규모의 대찰이었으나 조선조 철종 말년(1863) 방화로 전소되었다.
현재 법광사지에는 1952년에 건립한 법광사가 있고, 그 옆에는 신라 제26대 진평왕의 위폐를 봉안한 사당인 숭안전이 있다.
‘비학산 둘레길’ 등 각종 안내판이 서있는 법광사 입구에서 왼편 숲속으로 연결되는 널찍한 산판도로를 따른다. 곧이어 나타나는 조그만 소류지를 왼편에 두고 5분 정도 오르면 첫 번째 갈림길이 나타난다. 여기서 직진해 조금만 오르면 넓은 공터가 나오고, 길은 왼편으로 꺾이면서 능선마루에 서게 된다. 능선에서 넓은 길을 버리고 오른편 숲속 오솔길로 접어든다.
숲속을 벗어나면서 조망이 트이며 묘가 있는 곳에 서면 정상인 형제봉과 두륙봉(627m)이 훤히 올려다 보인다. 등 뒤로는 동해바다도 바라볼 수 있다.
지계곡을 하나 건너고, 5분쯤 진행하면 ‘정상, 법광사, 죽성2리’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에 선다. 여기서 정상 방향으로 5분 정도면 비학산 주능선에 오른다.
이정표(두릅바위, 무제등, 정상)가 서 있는 지점에서 오른쪽 길을 따르면 비학산 상봉으로 향한다. 밋밋하게 오르내리던 산길은 통나무 계단길로 바뀌고 20여 분이면 상봉에 선다.
상봉 정상의 조망은 거침이 없다. 북으로 삿갓봉, 향로봉, 천령산 등 내연산 산군이 바라다 보이고 서쪽으로는 침곡산, 보현산, 면봉산 베틀봉이, 남서로는 운주산, 도덕산, 봉좌산이 낙동정맥을 따라 뻗어간다. 동쪽으로는 포항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고 멀리 영일만의 모습도 가물거린다.
하산은 여러 코스가 있지만 주로 오봉(636m)을 거쳐 법광사로 내려선다. 학의 오른쪽 날갯죽지를 타고 올라 정수리에 섰다가 왼쪽 날개를 타고 내려서는 셈이다. 하산길 능선에서는 나지막이 솟은 오봉과 그 너머로 동해바다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반곡저수지 쪽으로 하산한다면 포항 신광온천(054-262-3232)에서 온천욕을 즐길 수 있다.
승용차로는 익산포항고속도로 서포항나들목으로 나와 ‘안강, 포항’ 방면으로 좌회전해 가다가 달성사거리에서 ‘청하, 신광’ 방면으로 좌회전한다. 이후 직진하다가 신광교를 지나 왼쪽에 ‘법광사지’ 이정표를 보고 10시 방향으로 간다.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포항고속버스터미널까지 하루 27회(첫차 06:00, 막차 01:00) 버스가 운행한다.
요금 우등 2만8,000원. 일반 19,500원. 포항버스터미널에서는 100번 버스를 타고 신광면사무소 정류소에서 내린 뒤 택시를 타는 것이 편하다. 약 3km. 택시요금 약 3,500원.
숙식(지역번호 054)
신광면 소재지에 몇몇 식당이 있다. 비학산반점(241-4171), 고향식당(241-5514), 토속촌닭갈비(254-3780) 등. 하지만 신광면 소재지엔 숙박할 곳이 없으므로 포항 시내나 구룡포에서 과메기 안주로 술 한 잔 한 후 주변의 모텔이나 펜션을 이용하는 편이 낫다. 호미곶펜션(010-3802-3807), 썬빌리지펜션 (284-6600), 라메르펜션(284-5009)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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