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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송년 노을 산행 르포 | 서대산

by 白馬 2017. 12. 12.

아듀 2017! 황홀한 노을에 한 해의 아쉬움 실어 보낸다



충남 최고봉 올라 해넘이와 해돋이 감상하는 원점회귀 야영 산행

한 해를 마무리하는 산 사람다운 방법은 노을 산행이다. 시끄러운 유흥가 술집 테이블에서 마주치는 술잔은 아무리 마셔도 채워지지 않는 공허한 메아리일 뿐. 초겨울 산바람의 개운함을 아는 이는 산으로 가야 한다.

낙엽 지고 눈꽃도 없는 어중간한 계절, 등산객이 적은 지금이야말로 산과 진심으로 조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좋은 벗들과 깊은 산, 높은 마루에 다닥다닥 붙어 앉아 따뜻한 국물 한 모금에 행복감 느끼는, 산꾼들만의 한 해를 갈무리하는 방식이 있지 않은가.

딴 세상에 외따로이 떨어진 것 같은 적막한 고요 속에서 눈시울 붉히는 애잔한 노을을 맞는다면, 그들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공유하게 된다. 도시에선 그리 무뚝뚝해 정 없이 느껴지던 이도 기어코 변하게 만드는, 하룻밤의 마법을 산쟁이들은 알고 있다.

877m봉 헬기장에서 야영한다. 서대산 정상 옆으로 물드는 해넘이를 배경으로 산꾼들의 송년회가 열렸다.

카리스마 있는 난세의 영웅, 낮은 야산 사이에 홀로 치솟은 바위산이 충남 최고봉 서대산西臺山이다. 크지 않지만, 높다. 바벨탑처럼 도전적인 기운 넘치는 화강암 거인이다. 서대산(904.1m)은 옛 기록에도 여럿 나온다. 산의 서쪽 기슭에 신라 문성왕(839~857) 때 무양국사가 창건했다는 서대사西臺寺가 있었던 것에서 유래한다. 서대산이란 이름으로만 천 년 넘게 불린, 유서 깊은 명산이다.

개덕사 가는 길, 의외로 비포장이다. 드림리조트 입장료와 주차료를 아끼고자 꼼수를 부린 걸 후회할 즈음 절 마당이다. 서대산드림리조트를 기점으로 제비봉과 신선바위를 거쳐 주능선에서 하룻밤 묵고, 정상을 거쳐 직녀탄금대 지나 개덕사로 내려설 계획이다.

정상 뒤쪽의 숨겨진 조망터. 단풍이 절정을 이룬 낮은 산들 너머로 대둔산이 보인다.
십 몇 년 전 이곳에 비박 산행을 왔다가 폭우와 천둥을 만나, 비등산로를 헤쳐 탈출한 적 있었다. 밤늦게 인가에 닿아 택시라도 부를 요량으로 문을 두드렸는데, 샤워를 하게 해주었고, 음식과 잠자리를 내주었다. 감사했던 기억 때문인지 그리웠던 외할머니집에 온 듯 서대산의 햇살은 따사로웠다.

불자는 아니지만 대웅전과 산신각에 꾸벅 절을 하고 산에 든다. 정상으로 곧장 이어지는 등산로를 버리고 둘레길을 따른다. 드림리조트 운동장을 지나자 절정의 은단풍 숲길이 말을 걸어온다. 속세의 근심 좀 벗고 가라고. 동행한 이는 김시우(원주고 동문산악회장), 이미송, 이재승(슬로우아웃도어팩토리 대표), 배영규, 고영분씨다.

십 몇 년 전 이곳에 비박 산행을 왔다가 폭우와 천둥을 만나, 비등산로를 헤쳐 탈출한 적 있었다. 밤늦게 인가에 닿아 택시라도 부를 요량으로 문을 두드렸는데, 샤워를 하게 해주었고, 음식과 잠자리를 내주었다. 감사했던 기억 때문인지 그리웠던 외할머니집에 온 듯 서대산의 햇살은 따사로웠다.

불자는 아니지만 대웅전과 산신각에 꾸벅 절을 하고 산에 든다. 정상으로 곧장 이어지는 등산로를 버리고 둘레길을 따른다. 드림리조트 운동장을 지나자 절정의 은단풍 숲길이 말을 걸어온다. 속세의 근심 좀 벗고 가라고. 동행한 이는 김시우(원주고 동문산악회장), 이미송, 이재승(슬로우아웃도어팩토리 대표), 배영규, 고영분씨다.

1 견우장연대(장군바위)에서 맞닥뜨린 운해의 바다. 서대산은 낮은 산들 사이에 홀로 우뚝 솟아 경치가 탁월하다. 2 견우장연대 아래의 석문을 지난다. 괴수의 입처럼 뚫린 바위 구멍을 통과하는 구간이다. 3 제비봉에서 신선바위로 이어진 칼등처럼 날카로운 산줄기. 등산로에서 특별히 위험한 곳은 없다. 4 정상의 서대산 강우레이더 관측소. 산 아래의 관측소 사무실과 모노레일이 이어져 있다.
성질부린 게 미안했는지 땀을 쫙 빼자 곧장 선물 같은 풍경을 준다. 바위벼랑 꼭대기인 제비봉이다. 맑은 하늘에 희뿌연 미세먼지가 깔려 있지만, 산행 후 처음 열린 경치라 맛있게 눈에 담는다. 고개 숙이고 다시 오름길에 집중하면 수험생을 위한 정성스런 간식처럼 신선바위가 반긴다. 억새가 있는 큼직한 바위능선에 서자 주능선이 가깝게 다가온다. 비행기를 타고 오른 듯 성당리 일대가 한없이 아래로 내려가 있다. 이렇듯 제비봉 능선은 가파르긴 해도 볼거리가 많다.

주능선에 닿으면 사자바위가 반겨준다. 작은 바위가 툭 튀어나온 것이 자세히 보면 사자를 닮았음을 알 수 있다. 드러나지 않았던 산 너머 옥천 땅까지 속 시원하게 펼쳐진다. 시선이 지평선 끝까지 가 닿는다. 산 너머엔 이렇게 넓은 세상이 있는데, 눈앞의 좁은 오르막길만 집착하고 있었다는 걸 깨닫게 하는 경치다.

억새와 신갈이 둘러싼 877m봉에 배낭을 푼다. 텐트를 치며 해가 가라앉는 속도에 맞춰 야영을 준비한다. 붉은 울음을 토해내는 노을을 배경으로 각자 메고 온 음식을 나눠 먹는다. 해가 지고 별이 촘촘히 박힌다. 문득 고개를 들어 전설 속 견우성과 직녀성을 가늠한다.

서대산 정상을 두고 동과 서로 떨어진 바위, 견우장연대와 직녀탄금대에도 그 전설이 깃들어 있다. 견우는 장연대에서 1년 내내 직녀를 생각하며 거문고를 탔으며, 직녀는 탄금대(직금대)에서 견우를 그리워하며 옷감을 짰다고 한다. 그러다 1년에 한 번 칠월 칠석 날 서대산 정상에서 만났다는 것이다.

사자바위에서 본 해돋이. 어둠을 깨치는 마법 같은 태양의 힘이 산꾼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반전에 반전, 달콤한 풍경의 연속

놀라워라. 해돋이는 보고 또 보아도 감동이다. 세상이 온통 빛으로 변하는 신비한 과정을 이렇게 하늘이 깨끗한 날 산에서 볼 수 있다는 건, 큰 축복이다. 평생 동안 이 풍경을 갇힌 사진으로만 보는 사람이 얼마나 많을진데, 지금 여기 서서 느끼는 이 순간 가슴속에서도 뜨거운 무언가가 끓어오른다. 지는 노을 속에 어제의 아쉬움을 놓아 주고, 지금의 태양에 다시 한 번 모든 열정을 불살라보자고 식상하지만 중요한 다짐을 하게 된다.

어제보다 가벼워진 배낭을 메고 길을 나선다. 정상의 강우레이더가 거대한 축구공처럼 솟아 이정표가 되어준다. 공룡처럼 불쑥 솟은 괴상한 북두칠성바위를 지나 닿은 거대한 벽, 장군바위란 팻말이 있는 견우장연대다. 흔하디흔한 장군바위보다 후자가 더 깊이 있어 보인다.

드림리조트 등산로 초입. 개덕사와 드림리조트 일대는 단풍이 곱게 물들었다.
괴수의 입 속을 빠져 나오는 듯 기이한 분위기의 석문을 지나면 곧장 우회해 견우장연대 위에 서게 된다. 견우의 전설이 된 그리움이 풍경이 된 걸까, 운해가 세상을 부드럽게 만들었다. 속세의 욕망들은 흰 구름 아래 가리었고, 듬성듬성 구름바다를 헤엄치는 고래처럼 산이 드문드문 솟았다. 발아래는 감미로운 색감의 단풍이 5부 능선 아래부터 물결친다. 이 순간을 배낭에 꼭꼭 넣어 가고 싶다.

강우관측소 건물 옆으로 오르면 곧장 정상이다. 돌탑이 있는 정상도 좋지만, 뒤편에 은밀한 전망 터가 있다. 10m만 내려가면 서쪽으로 열린 풍경이 기다린다. 유독 시선을 끄는 건 현란한 바위산의 실루엣을 그려낸 대둔산이다. 제 아무리 평범한 산 속에 섞이려 해도 비범함은 감춰지지 않는다.

달콤한 경치는 끝이라고 여겼는데, 반전이다. 정상을 지나서 닿은 너른 헬기장에서 말문이 막히고 만다. 금빛 억새밭 너머로 황홀한 운해의 바다다. 이토록 과감한 생략의 미학이라니, 천재 화가가 그려낸 필생의 역작이 이토록 아름다울까. 덕유산에서 민주지산, 속리산까지 명산들이 한 줄기 선으로 남아 구름 위를 유영하고 있다. 견우직녀가 만나는 곳은 정상이 아니라 이곳이었나보다. 아니고서야 이렇듯 비현실적인 풍경을 현실 속에 가져다 놓을 수 있단 말인가.

알고 보니 우리는 직녀탄금대 하산길을 살짝 지나쳐 있었다. 갈림길이 낙엽에 묻혀 있었다. 능선을 버리고 내려서자 절벽 아래에 어수선한 인가가 있다. 직녀탄금대다.

스님 같기도, 아닌 것 같기도 한 분이 ‘쉼터’를 짓고 있다고 말한다. 20년 가량 이곳에 머물렀다는 그는 일종의 암자를 짓고 기도하는데 서대산에서 사고가 잦아 등산객을 위한 산장 역할을 할 건물을 짓고 있다. 그는 “사비를 들여 3년 동안 짓고 있는데 12월 중순이면 완공된다”며, “하룻밤 자거나 쉬었다 가도록 무료로 개방할 계획”이라 한다. 직녀탄금대 절벽 아래에는 물이 고인 샘이 있는데, 이 물을 7번 이상 마시면 미녀가 되어 혼인길이 열린다는 전설이 있다.

하산길, 서어나무·팥배나무·비목나무·단풍나무가 곱게 화장하고 배웅한다. 돌탑이 있는 마지막 바위 전망대에서 배웅이 절정으로 치닫는다. 추성면의 낮은 산들이 오색찬란한 팡파르를 터뜨리며 소리 없는 환성을 지르고 있다. 빨갛고 파란 시골집 지붕이 축제의 한가운데 놓여 유유한 마을 그림을 완성했다.

올해 유독 단풍이 곱다는 걸 알았지만, 서대산은 정도가 지나치다. 걸음을 멈추고 그냥 서 있었다. 중요한 것은 하산이 아니라 지금을 잊지 않는 것이었다.

산행길잡이

서대산 드림리조트(드림캠핑파크)에서 산행을 시작하는 것이 제비봉을 오르는 정석이다. 입장료 1,000원, 주차료 3,000원을 받는다. 현지 등산안내판에는 제비봉을 거쳐 지능선을 타고 오르는 구간을 1코스, 구름다리를 거쳐 계곡으로 오르는 코스를 2코스, 주능선 가운데로 오르는 길을 3코스, 정상에서 직녀탄금대를 거쳐 개덕사로 내려오는 길을 4코스로 표기해 놓았다. 사면 둘레길이 있어 어느 코스로 내려오더라도 원점회귀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1코스로 올라 4코스로 하산하는 것이 볼거리 많은 원점회귀 산행이다. 길찾기는 등산로 초입만 잘 찾으면 어렵지 않다. 산입구의 관측소사무실을 지나면 용바위가 나타나고 이후 왼쪽 지능선으로 붙어야 한다. 주능선부터는 길찾기 쉽다. 직녀탄금대 방면으로 내려설 때 주의해야 한다. 정상에서 직진하면 헬기장에 닿기 전, 살짝 가라앉는 안부에서 우측으로 내려가는 길 흔적이 있다. 이 길을 따라가면 점점 선명해진다.

이정표가 없으므로 낙엽에 묻힌 길 흔적을 따라 가야 한다.

정상에서 남쪽 주능선으로 100m만 가면 동쪽으로 열린 경치가 빼어난 헬기장이 나온다. 직녀탄금대를 지나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여기서 ‘하산로, 리조트 주차장’ 이정표 방향으로 가야 개덕사와 리조트에 닿는다.

능선의 3군데 헬기장과 정상이 야영하기 좋다. 가장 운치있는 곳은 정상 바로 남쪽의 헬기장이며 가장 넓다. 다음은 877m봉 헬기장이며, 가운데 헬기장은 터가 좁고 지면이 기울어 텐트를 치기 불편하다. 정상은 바로 옆에 레이더 시설이 있어 자연미가 떨어진다. 물을 뜰 수 있는 곳은 없으며, 탄금대에 고인 물이 있으나 수량이 적어 많은 양의 물을 얻기는 어렵다. 개덕사는 비포장길 구간이 200m 정도 되지만 승용차도 오를 수 있다. 별도의 문화재관람료는 없다.

교통

금산터미널에서 서대산드림리조트행 농어촌버스가 1일 6회(07:45, 10:00, 10:45, 12:10, 16:00, 18:10) 운행. 금산읍내보다 마전(추부)에서 접근하는 것이 더 빠르다. 마전에서 서대산행 버스는 1일 8회(07:00, 07:45, 09:30, 10:25, 12:40, 14:25, 16:25, 18:40) 운행. 서대산에서 마전행은 1일 8회(07:17, 08:05, 09:50, 10:45, 13:00, 14:45, 16:45, 19:00) 운행. 문의 한일교통 041-754-2830. 대전역에서 마전으로 가려면 10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501번 버스를 탄다.

숙식(지역번호 041)

서대산드림리조트(753-2662)는 몽골 스타일 숲속의 집인 몽골촌을 운영한다. 13평형(6~10인)은 14만3,000원. 5평형(2~4인)은 6만6,000원. 대강당, 워터파크, 한식당, 운동장이 있으며 활쏘기 체험, 짚라인, 서바이벌게임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추부면은 추어탕이 유명하다. 추부면사무소 인근에 추어탕집이 많다. 골목추어탕(752-5318), 동구나무추어탕(751-4007), 마전추어탕(753-6404), 미가람추어탕(752-6404), 쌍둥이네추어탕(752-7733), 고도리추어탕(752-7039), 시골추어탕(753-4429).

오늘의 날씨


* 오늘 하루도 즐겁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