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바다 풍광에 마음 울렁~, 사연 많은 숲길에 심쿵~"

일주도로 따라 울릉자생식물원, 대풍감 등 비경들 둘러보기
내수전~석포 잇는 걷기 좋은 숲길 트레킹과 관음도 약 9km
울릉도행 막차가 곧 떠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눈이 많이 내리는 울릉도인지라 11월이 지나면 비밀의 설국雪國처럼 가기가 어려워져 지금이 울릉도를 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쯤 된다는 것이다.
울릉도 주민조차도 한겨울엔 육지로 나와 살다가 봄이 되어서 다시 들어간다고 할 정도이고, 울릉도를 오가는 배편도 11월 중순부터는 포항에서 출발하는 단 한 척만 남기고 모두 휴항하니 지금 바로 울릉도 가는 배표를 끊어도 후회는 없을 것이다.
울릉도 여행의 중심은 도동항과 저동항이다. 도동항 남쪽의 신항인 사동항도 있지만 두 항에 비해서는 한가하다. 울릉도에 왔다면 최소한 2박3일은 머물러야 섬을 둘러보고 독도에 다녀온 후 옛길 트레킹이나 성인봉 등산을 즐길 수 있다. 추석을 앞둔 9월 말, 2박3일간의 울릉도 여행에 나섰다.
강릉항에서 아침 배를 타니 가을 성수기인지라 입추의 여지없이 만석이었다. 성수기에는 많게는 하루 4,000여 명의 관광객이 울릉도에 들어온다고 한다.
“한때는 여행객이 너무 많아서 울릉도가 가라앉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죠.”
울릉도 여행에 동행한 ‘korkim’ 김규대 대장은 “산악회 인솔자로 울릉도에 올 때마다 관광객이 너무 많아 방 잡기 어려울 만큼 고생했다”며 “그나마 배가 제때 뜬 게 다행”이라고 했다.
울릉도는 기상상태에 특히 민감해 배가 뜨지 않는 경우가 잦다. 오죽하면 전국을 누비며 ‘행사의 여왕’으로 불리는 여성 트로트 가수가 울릉도 공연만은 하지 못했다고 말할 정도겠는가.
저동항에 배가 닿자 손님들을 태우기 위해 몰려온 미니버스와 택시, 승합차 등이 일제히 움직이며 활기를 불어 넣는다. 우리는 예약해 둔 렌트카를 찾아 타고 사동으로 넘어갔다.
첫째 날은 울릉도 일주도로를 따라 반시계 방향으로 사동→통구미→남양→태하→현포→천부→나리분지→섬목까지 돌며 관광지를 둘러볼 심산이었다.
둘째 날은 내수전에서 석포를 잇는 옛길을 걸은 후 관음도를 함께 둘러보고, 셋째 날은 독도에 갔다가 육지로 나오는 계획이다. 사동에 도착해 우선 울릉자생식물원(054-790-6482)으로 향했다.
“울릉도에는 우산고로쇠, 울릉국화, 울릉장구채, 울릉미역취, 우산제비꽃, 추산쑥부쟁이 같은 이곳에서만 자라는 귀한 식물이 많지요. 이런 것들을 특산식물이라고 불러요.”
흔히 명이나물도 울릉도에서만 난다고 알고 있는데, 그렇지 않다. 울릉도에서 나는 건 잎이 넓고 주름이 큰 울릉도종일뿐, 오대산과 지리산 등지에서도 각각의 종이 있다.
울릉자생식물원에서는 특산식물 등을 보는 재미 외에도 짧지만 잘 정비된 산책로를 걷는 재미도 있다. 산책로에서는 다른 두 항구에 비해 비교적 한가로운 사동항의 모습이 오롯이 눈에 들어온다. 해송숲도 멋지다.
거북바위 동쪽 건너편에는 가재굴바위가 있다. 구멍이 송송 뚫린 이 바위는 물개(가재는 물개의 울릉도 방언)가 앉아 놀던 바위다. 바위 정상에는 천연기념물 제48호인 통구미 향나무 자생지가 있다.
서면 쪽 여행의 중심은 북쪽 태하리 부근이다. 태하리에는 우리나라 10대 비경 중 하나로 손꼽히는 대풍감待風坎이 있다. 대풍감전망대는 태하향목관광모노레일(054-790-6638)을 타면 훨씬 편하게 갈 수 있다.
6분 정도 모노레일을 타고 하차장에 내려 대풍감 숲길을 걷는다. 이 길에는 동백나무가 많아 초봄에는 붉은 꽃길로 변한다. 10분 정도 걸어 대풍감에 닿는다. 대풍감은 ‘바람을 기다리는 구덩이’란 뜻이다. 육지 사람들이 목재가 많은 울릉도에 와 새 배를 만든 후 바위 구멍에 닻줄을 묶고 돛을 올린 후 육지 쪽으로 세찬 바람이 불면 닻줄을 끊어 그 기세로 육지까지 내리 달렸다고 한다.
2층 정자 뒤쪽에는 투명 유리바닥이 설치된 전망대가 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북면의 해벽이 바로 한국사진작가협회가 선정한 우리나라 10대 비경 중 하나다. 해안선을 따라 현포항과 노인봉, 송곳바위과 코끼리바위가 줄줄이 눈에 들어온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이제 북면으로 간다. 도중에 왼편으로 코끼리바위가 보인다. 바다에 코를 박고 물을 마시는 모습이 영락없는 코끼리다. 코끼리 바위 맞은편 육지 쪽에는 뾰족한 송곳니를 쏙 빼닮은 송곳봉이 있다.
“송곳봉 아래 평리마을에 가수 이장희씨의 울릉도 집인 ‘울릉천국’이 있어요.”
‘울릉천국’ 근처에는 경북도와 울릉군이 70여억 원을 들여 조성한 ‘7080문화원(울릉천국아트센터)’이 있다. 하지만 이 새 건물은 운영 주체와 연간 운영비 등이 조율되지 않아 6개월 넘게 개관을 못 하고 있다고 한다.
악어입터널을 지나면 천부리에 닿는다. 천부리에는 해중전망대, 천부풍혈, 천부일몰전망대 등 소소한 볼거리가 많지만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는 주된 이유는 차를 타고 나리분지로 갈 수 있는 입구이기 때문이다.
대부분 산으로 이루어진 울릉도에서 유일한 평지지대인 나리분지는 성인봉이 폭발할 때 생겨난 화산 분화구로, 이곳에 서면 미륵산, 형제봉, 간두봉, 나리봉 등의 주변 봉우리들을 장엄하게 바라볼 수 있다.
“울릉도 산채비빔밥은 나리분지에서 먹는 게 제 맛이지요”
어느 새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배가 출출했지만 울릉도의 첫날밤은 도동항의 오징어 물회와 함께 질펀하게 치르기로 해 아쉽지만 발걸음을 돌렸다.
이튿날은 내수전~석포를 잇는 울릉옛길을 걸었다. 이 길은 과거 폭풍우로 배가 뜨지 않을 때 천부, 석포와 저동을 잇는 4.4km의 숲길이다. 현재 이 구간은 울릉일주도로에서 유일하게 연결되지 않았다. 때문에 저동에서 관음도까지 직선거리는 5km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차를 타고서는 서면과 북면을 지나 무려 34km 거리를 둘러가야 한다. 내년 11월에 내수전~천부리를 잇는 4.75km 길이의 터널이 개통되면 1시간 거리를 불과 10분 만에 닿을 수 있게 된다.
옛길의 출발지는 내수전일출전망대 입구이다. 옛길을 걷기 전에 전망대에 다녀오기로 한다. 빨간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 마가목과 동백나무가 터널을 이룬 오르막을 20분쯤 올라 해발 440m의 전망대에 오르니 새파란 동해바다와 함께 저동항의 모습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시야가 좋은 날이면 울릉도에서 87.4km 떨어진 독도까지 바라다 보인다는데 오늘은 그 정도로 맑지는 않다.
“밤에도 사람들이 많이 올라와요. 저동어화苧洞漁火를 보기 위해서죠. 저동항을 밝히는 오징어배들의 풍경을 말해요. 울릉8경 중 하나죠.”
올해는 오징어가 흉년이란다. 그래서일까, 요즘 저동어화를 이루는 오징어배들의 환한 불빛에는 어부들의 근심과 시름이 묻어 있을지 모르겠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본격적으로 옛길 걷기를 시작한다. 해국이 흐드러지게 핀 콘크리트길을 걷는다. 오른쪽 바다로는 죽도가 계속 따른다. 콘크리트길이 끝나면 삼림욕장과 다름없는 숲길이 이어진다. 이 옛길에서는 아름드리 섬고로쇠나무 등 다양한 나무들이 만들어 내는 단풍 또한 주인공이다.
“여기 단풍은 좀 늦어요. 성인봉은 10월 중순~하순 사이, 나리분지는 11월 초순 무렵이 절정이죠. 그에 비해 이 길의 단풍은 11월 초부터 물이 들기 시작해 12월 초까지 이어져요. 아마 산자락이 동쪽을 보고 있어서 그럴 거예요.”
옛길은 잘 정비되어 있어 조금이라도 골이 있는 곳엔 어김없이 나무다리가 설치되어 있었다. 30분 정도 걸어 구름다리를 건너니 바로 왼쪽으로 몇 개의 탁자와 정자가 있는 정매화골쉼터가 보였다.
정매화골은 옛날 이곳에서 주막을 열었던 정매화라는 사람의 이름을 딴 골짜기다. 이 골짜기에는 1962년부터 1981년까지 이효영씨 부부가 정착해 살았는데 이들은 폭우와 폭설로 조난당한 300여 명의 인명을 구조해 화제가 되었다. 울릉군은 이 부부의 선행을 기리며 그들이 떠난 후 정매화골쉼터를 만들어 걷기꾼들이 잠시 다리를 쉬어갈 수 있게 했다.
정매화골쉼터에서 완만한 오르막을 10분 정도 오르면 지금은 폐쇄된 와달리 갈림길을 지난다. 동백나무와 산죽이 어우러진 옛길은 일부러 돌을 깐 길과 나무다리만 제외한다면 원시의 숲길 그대로다.
‘←울릉읍, 북면→’ 이정표가 있는 쉼터를 기준으로 북면에서 울릉읍으로 들어선다. 이제 완만했던 오르막은 평탄한 내리막으로 바뀐다. 북면 경계로부터 30분 남짓 걸으면 콘크리트길과 만난다. 흙길로 된 옛길은 여기에서 끝난다.
이제 내수전둘레길이 끝나고 석포둘레길이 시작된다. 콘크리트길 삼거리에서 오른쪽 석포마을 방향으로 가면 안용복기념관을 지나갈 수 있지만 콘크리트길이 너무 길다. 우리는 왼쪽 생태탐방로·일주도로 방향을 택했다. 이 코스로 가면 관음도까지 4.8km 정도면 닿는다.
관음도 앞에 이르니 더 이상 앞으로 갈 곳이 없다. 내년에 저동까지 터널이 개통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현수교를 건너 관음도 절벽 아래에 닿는다. 관음도는 원래 울릉도 본섬과 붙어 있다가 떨어져나갔기에 ‘땅섬’으로도 불린다. 절벽에 설치한 가파른 나무계단을 걸어 관음도 정상에 오른다. 이곳은 동백과 억새의 땅이다. 울릉도의 동백은 짙은 붉은색이라기보다는 주홍에 가깝다. 봄·가을에 피는 춘백과 추백도 있다.
잘 정비된 산책로를 따라 섬을 한 바퀴 도는데 서쪽의 첫 번째 전망대에서는 옥황상제의 딸 셋이 아버지와의 약속을 어겨서 바위가 되었다는 전설을 가진 삼선암이 잘 보인다.
“옛날에는 관음도에서 소를 방목해 키우기도 했다는데 지금은 소도, 사람도 살지 않는 무인도지요.”
관음도 동쪽 전망대에서는 죽도가 아주 잘 보인다. 울릉도의 부속섬 중 가장 큰 섬인 죽도에는 현재 ‘죽도 부부’로 알려진 두 명만이 더덕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한눈에 봐도 아늑하고 고즈넉해 보이는 죽도를 바라보고 다시 관음도 다리를 건넌다.
천부리로 가는 마지막 버스를 기다리며 스넥카에서 호박막걸리를 사서 시원하게 한 잔씩 나눠 마셨다. 그런데 스넥카 주인아주머니가 내일은 바람이 많이 불고 파도가 높아 독도에 접도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단다.
“울릉도에선 조급하지 않아야 마음이 편하다우. 육지의 편함을 생각하면 속 터져서 못 머물러요. 울릉도에선 여유가 가장 큰 덕목이지요.”
맞는 말이다. 울릉도에서 관광지만 후다닥 둘러보고 독도 갔다가 성인봉만 찍고 돌아간다면 진정 울릉도에 다녀왔다고 하지 못할 것이다. 시간을 쪼개 쓰기보다는 시간 가는 대로 움직일 때 울릉도의 진가는 더욱 높아진다. 그런 의미에서 울릉도 둘째 날의 긴 밤에도 시간가는 대로 진득하게 술이나 마시기로 했다.
도동항~성인봉~나리분지 약 9km 코스 가장 인기
울릉도의 성인봉(986.7m)은 제봉, 미륵봉, 나리령 등 크고 작은 산봉우리를 거느리고 있으며 겨울철 눈꽃 산행지로 특히 인기가 좋다. 동해 바다의 습기를 머금은 눈이 나무와 바위에 붙어 만들어 내는 설경은 환상적이다.
성인봉 등산코스는 도동리의 대원사 코스, KBS중계소 코스, 안평전 코스, 나리분지 코스 등이 있다. 이 중 도동항에서 출발해 남동릉을 따라 성인봉에 오른 후 북쪽 나리분지로 내려오는 코스가 가장 인기 있다. 약 9km, 약 5시간 소요.
도동항 부근 울릉군 보건의료원 왼쪽 버스정류장 옆에 대원사 가는 이정표가 있다. 콘크리트도로를 따라 10분쯤 오르면 성인봉 등산로가 시작된다. 산길을 따라 오르다 쉼터를 지나면 478.5m봉 북사면을 가로지르는 산길이 나타난다. 이곳부터 산이 깊어진다.
팔각정에서 나와 바람등대라 부르는 능선 상의 안부를 지나면 다소 경사가 급해진다. 15분 정도 오르면 헬기장이라 부르는 쉼터가 나온다. 헬기장에서 정상까지는 10분 거리다. 정상에는 ‘聖人峰’ 정상석이 있고 북쪽으로 20m 정도 내려가면 조망대가 있다. 북서쪽으로 뻗은 형제봉~송곳봉 능선과 나리분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하산은 오른 길을 되짚어 내려가거나 나리분지 방향으로 가 천부리로 내려간다. 정상 직전 쉼터에서 서쪽 아래로 나리분지로 가는 등산로가 나 있다. 급경사 통나무 계단길을 20분쯤 내려가면 나오는 작은 공터에서 우측으로 이어지는 갈림길이 나리분지 가는 길이다.
나리분지에서 성인봉을 왕복하는 코스는 평지와 계단이 많아서 좀더 수월하다. 약 3.9km. 왕복 3시간 정도 소요.
교통(지역번호 054)
울릉도로 들어오는 배는 강릉, 묵호, 후포, 포항의 4개항에서 출발한다. 강릉항과 묵호항에서는 씨스포빌(1577-8665, seaspovill.co.kr)이 운항한다.
강릉항→울릉 출항 09:40, 입항 15:00, 요금 출항 5만4,000원, 입항 5만5,500원,
묵호항→울릉 출항 09:00, 입항 15:00, 요금 입·출항 6만500원.
후포항→울릉 요일에 따라 07:00, 08:20, 10:00 출항(입항 10:30, 14:30, 16:30). 요금 6만 원. 문의 제이에이치훼리 1644-9605, www.jhferry.com.
포항항→울릉 대저해운(1899-8114, daezer.com) 출항 09:50, 입항 15:30. 요금 6만3,000원. 태성해운(1688-9565, tssc.co.kr) 출항 09:10, 입항 14:00. 요금 6만8,500원.
*11월 13일~3월 중순까지 포항항 제외한 항구에서 동계 휴항 예정.
울릉도↔독도 저동항과 사동항에서 각기 다른 배들이 하루 1회씩 총 4~5회 오간다. 사동항에서 07:20 출항하는 돌핀호(791-8111)가 첫 배다. 이외 씨스타5호 씨플라워호, 엘도라도호 등이 있다. 정확한 시간은 선사에 문의.
울릉도에서는 공용버스나 택시, 렌터카 이용.
숙식(지역번호 054)
도동과 저동에 숙소가 몰려 있다. 사동항 근처의 대아울릉리조트(791-8800)에는 레스토랑, 카페, 노래방, 사우나 등 부대시설이 마련되어 있다. 이외 리조트라페루즈관광호텔(791-0114), 마리나관광호텔(791-0020), 울릉관광호텔(791-0081) 등이 있고 모텔과 민박도 많다.
울릉도에서는 신선한 회와 오징어 요리, 물회, 산채비빔밥 등을 먹을 수 있다. 오징어의 내장을 넣고 맑게 끓인 오징어 내장탕은 해장국으로도 좋다. 도동의 다애식당(791-1162), 동해식당(791-2820), 99식당(791-2287) 등. 별미인 따개비밥, 홍합밥은 1만5,000원 선, 따개비칼국수는 9,000원 정도다. 울릉도의 풀과 약초를 먹고 자란 약소와 산에서 채취한 산채로 만든 산채비빔밥도 별미.
★오늘의 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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