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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육지가 된 섬, 석모도 특집ㅣ해명산

by 白馬 2017. 11. 16.

석모도의 뼈대를 관통하는 해명산~상봉산 9km 종주산행

섬이 뭍이 됐다. 지난여름 개통한 석모대교 덕분이다. 땅값이 올라 좋은 사람도 있고, 외지인들이 밀려와 피곤한 사람도 있지만, 등산인들은 갈 수 있는 육지의 산이 늘어 좋다. 석모도 주민들은 “삼산 산다”고 하지 “석모도 산다”고 하지 않는다. ‘세 개의 산이 솟았다’하여 삼산면이니, 섬의 진짜 주인은 해명산海明山(327m), 상봉산上峯山(316m), 상주산上主山(264m)이다. 월간<山>은 배를 타지 않고도 갈 수 있는 새로운 3개의 산과 해안선을 따르는 걷기길, 석모도의 가볼 만한 곳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대동여지도에는 ‘석모로도席毛老島’라 적혀 있다. “석모로도”하고 발음하면 입술이 둥글게 말리며, 뭔가 신비로운 느낌이 든다. ‘물이 돌아 흐르는 모퉁이’ 혹은 ‘돌이 많은 해안 모퉁이’라는 뜻의 ‘돌모로’라 불렸으나 지도에 한자로 표기하면서 ‘石毛老’가 되었다고 한다.

해명산과 상봉산을 타기 위해 찾은 전득이고개. 많이 변했다. 주차장도 넓어지고, 둘레길도 생기고, 화장실도 생겼다. 전다기고개라고도 한다. 옛날 전全씨 성을 가진 이가 자리를 잡고 번성해 생긴 이름이다. 지금은 잘나가던 전씨 대신 관광객과 등산객으로 가득하다.

동행은 한 명뿐이지만 든든하다. 그레이트 히말라야 트레일 1,700km를 완주한 고영분씨다. 강화도가 고향이라 흔쾌히 동행해 주었다. 20여 년 전 해명산, 상봉산, 상주산을 종주했으며, 자전거를 타고 일주한 경험도 있다고 한다. 옆동네 같은 곳인 셈이다.

단풍이 깊어 가는 해명산. 정상에서 방개고개로 이어진 길의 전망바위다
단풍이 깊어 가는 해명산. 정상에서 방개고개로 이어진 길의 전망바위다
새가리고개 부근의 바위에 누워 하늘을 바라본다. 해명산은 쉼터로 알맞은 마당바위가 많다.
새가리고개 부근의 바위에 누워 하늘을 바라본다. 해명산은 쉼터로 알맞은 마당바위가 많다.
산행 시작 20분 만에 경치가 터진다. 붉은 해변이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는다. 갯벌식물인 칠면초와 나문재가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처럼 강렬한 빨강으로 칠해 놓았다. 짙은 숲에 들어 고도를 좀 높이려 하면, 인심 좋은 시골 아낙처럼 어느새 경치가 펑펑 터지는 전망 터를 내어준다.

늘어진 산행의 템포를 조이려 비탈진 바위가 나타난다. 모처럼 집중해서 발을 딛는데 왼편으로 서해가 등장한다. 짠내 품은 바람이 달려와 확 안긴다. 무표정하던 얼굴에 슬쩍 미소가 번진다. 애교 있는 막내딸처럼 해명산은 슬그머니 외지인의 마음을 풀어놓는다.

한 시간 만에 석모도 최고봉인 해명산 꼭대기다. 정상치곤 좁지 않나 싶은데 왼쪽으로 시야가 툭 터진 바위가 손짓한다. 바다와 하늘이 경계랄 것도 없이 섞여 있고, 반쯤 몸을 드러낸 악어처럼 긴 섬이 흘러간다. 종일 앉아서 바라만 봐도 지루하지 않을 것 같은, 게으름 피우기 좋은 경치다.

높이는 해명산, 경치는 상봉산이 한 수 위

상수리나무와 떡갈나무가 가득 메운 해명산 능선길. 참나무류에 밀려 소나무 잎이 누렇게 변색되어 시름시름 앓고 있다.
상수리나무와 떡갈나무가 가득 메운 해명산 능선길. 참나무류에 밀려 소나무 잎이 누렇게 변색되어 시름시름 앓고 있다.
팥배나무 무리가 해명산을 빼곡히 메웠다. 공해에 찌든 곳에는 자랄 수 없는 나무인 걸 감안하면 중국발 미세먼지가 도시의 매연보다 심하지는 않은 셈이다. 상수리나무와 떡갈나무도 맹렬히 제공권 장악에 나서, 생존을 위한 경쟁을 하고 있다. 발길 닿는 산길 구석구석에는 노란 감국이 피어 가을 분위기를 더한다.

산꾼에게 해명산은 놀이동산이다. 20~30분마다 한 번씩 늠름한 전망바위가 나타나, 다채로운 풍경이 펑펑 터진다. 항해하며 나아가는 배처럼 해명산의 풍경도 변한다. 가만히 보면 정지한 것 같지만 주기적으로 보면 갯벌로 들어오고 나가는 물의 속도가 무척 빠르다는 걸 알 수 있다.

분위기 좋은 전망바위 몇을 지나 닿은 갈림길은 방개고개. 이제 해명산을 지나 낙가산 권역이다. 낙가산은 관음보살이 잠시 머물렀다는 인도 남쪽 보타의 산 이름을 그대로 따온 것이다. 낙가산 중턱에 자리한 천년사찰 보문사 덕분에 생긴 이름이다. 하지만 지형적으로 보면 별도의 산이라 부를 만큼 산세가 뚜렷하거나 독립적이지 않고, 정상 표지석도 없으며 봉우리인 줄도 모르고 스쳐 지나는 곳이기에 지도에만 남은 이름이라 봐도 무방하다.

석모도 개념도
해명산에서 상봉산으로 이어진 능선길은 완만하여 거리에 비해 산행이 수월하다.
해명산에서 상봉산으로 이어진 능선길은 완만하여 거리에 비해 산행이 수월하다.
방개고개를 올라서자 힘 있는 암봉이 담력을 시험한다. 왼편으로 뻗은 지능선 리지가 막강한 고도감으로 유혹한다. 용기 내어 지능선 쪽 암봉에 올라서면 바위를 향해 뻗은 산줄기가 기운 센 용처럼 꿈틀거리는 걸 볼 수 있다. 까마득한 절벽 위에서 오후의 햇살과 바닷바람을 느끼노라면, 승천하는 용의 머리 위에 선 것마냥 몸과 마음이 자유로워진다.

보문사가 가까워올수록 산행도 후반부를 향해 치닫는다. 보문사를 발아래에 두는 낙가산 정상부에 이르면 길쭉한 마당바위 슬랩이 나타난다. 해명산 산행 기념사진을 찍는 대표적인 장소였으나, 그냥 지나친다. 높은 철조망이 생겨 갑갑한 분위기다. 낙석을 막기 위한 사찰의 조치인데, 경관을 해치지 않는 친환경적인 방법은 없었는지 아쉽다. 

새가리고개 부근의 암봉에서 본 서해안. 독특한 구름과 노랗게 물들어가는 산자락이 조화롭다.
새가리고개 부근의 암봉에서 본 서해안. 독특한 구름과 노랗게 물들어가는 산자락이 조화롭다.
해명산 상봉산 등산지도
석모도자연휴양림으로 이어진 갈림길을 지나 잠깐 올려치자, 오늘 산행의 마지막 봉인 상봉산이다. 하늘과 닿은 바위 지대, 마침 구름이 새털처럼 섬세하게 하늘을 수놓고 햇살이 은은하게 번져온다. 압권은 지나온 산줄기, 힘 있게 뻗은 해명산 줄기에 노랗고 빨간 단풍이 살짝 내려앉았다. 바위산과 누렇게 익어가는 논과 바다가 한 폭의 그림으로 완성된다.

산행은 상봉산을 지나며 급격히 하산 일변도로 변한다. 상봉산에서 온 길을 되돌아가 휴양림으로 하산하는 방법도 있지만, 직진한다. 능선을 직진으로 주파해 도로가 지나는 한가라지고개에 닿았다. 잠깐 산을 탄 것 같은데, 시간이 훌쩍 흘러 해 넘어갈 시간이다. 마지막 배를 놓치지 않겠다고 발 동동거리던 시절은 지나갔지만, 석모도를 어루만지는 붉은 노을은 여전히 감미롭다.

해명산 개념도
산행길잡이

해명산은 석모도 최고봉으로 남쪽 끝자락에 솟아 있어 북서쪽의 상봉산을 잇는 종주산행을 하기에 알맞다. 어느 쪽으로 산행을 시작하든 해명산~상봉산 종주는 휴식 시간을 포함해 다섯 시간 남짓 걸린다. 가급적 아침 일찍 석모도에 들어와서 산행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석모대교가 왕복 2차선이라 주말 차량 정체가 심하므로 정체가 시작되기 전에 들어서는 것이 좋다.

약 9km 거리에 5시간 산행이면 짧지 않지만, 오르내림이 심하지 않고 힘든 계단이나 바윗길이 없어 산행은 수월한 편이다.

산 높이는 낮지만 길게 이어지는 능선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며 걷는 섬 산행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산행은 종주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중간에 보문사로 하산하거나 석모도자연휴양림으로 하산할 수 있다. 전득이고개에는 화장실과 주차장이 있으며 한가라지고개에는 승용차 몇 대를 댈 수 있는 공간과 버스정류장이 있다. 

교통(지역번호 032)

전득이고개 입구에서 하차해 700m를 도로 따라 걸어야 한다. 강화읍내에서 석모도로 가는 버스는 31A번, 31B번, 38A번, 38B번이 있으며 석모대교를 지나 우회전해서 석모리 방면으로 일주하는 버스가 A번, 좌회전해 석포리 방면(전득이고개 입구)으로 일주하는 버스가 B번이다. 섬을 한 바퀴 일주해 다시 강화읍내로 돌아간다. 운행시간 6:00, 6:30, 7:30, 8:00, 9:00, 9:30, 10:00, 10:30, 11:00, 11:30 , 12:00, 13:00, 13:30, 14:00, 14:30, 15:00, 15:30, 16:00, 16:30, 17:00, 17:30, 18:00, 18:30, 19:00, 19:30, 20:30. *9:00, 10:30, 14:00, 15:00, 17:00, 18:00(휴일만 운행).

문의 선진버스 934-9105. 석모도 개인택시 010-5581-0123.

숙식(지역번호 032)

전득이고개와 한가라지고개에는 숙소나 식당이 없다. 보문사 근처나 삼산면 인근, 해변도로 인근에 띄엄띄엄 펜션과 식당이 늘어서 있다. 대표적인 대형 숙소는 강화군에서 운영하는 석모도자연휴양림(932-1100)이 있다. 산림문화휴양관 4인실은 7만5,000원, 10인실 15만 원이며, 숲속의 집은 12만5,000원에서 37만 원까지 받는다.

펜션은 민머루해변 인근에 많다. 민머루펜션(010-8869-7848), 나무와숲(933-9290), 바닷가하얀집(932-1330), 아름펜션(932-3766) 등이 있다. 

식당이 가장 밀집한 보문사 입구에는 물레방아식당(933-6677), 솔밭식당(932-3138), 삼보식당(932-5177), 춘하추동(932-3584) 등이 있다. 대부분의 식당은 게장정식(1인분 2만 원 전후)이 대표메뉴다.

이밖에 뜰안에정원(932-3071), 돌캐(932-3221), 토담마을(932-1020) 등은 꽃게탕과 한정식이 별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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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하루도 즐겁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