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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신촌·홍대에서 한발짝… 고급 주택가 틈새로 '감각'이 흐른다

by 白馬 2017. 10. 31.

'불편한 교통'이 매력?
뜨는 동네지만 非역세권 비교적 차분하고 한적해
새로운 가게 들어서도 동네 분위기에 녹아들어

카메라 들게하는 멋집
마당 딸린 2층 주택에 꽃집·카페 등 자리잡고
車庫 개조한 카페는 계절마다 인테리어 바꿔

미각을 깨우는 맛집
아뇰로티·타야린 등 정통 이탈리안 파스타
맛볼 수 있는 곳부터
초콜릿·커피 등 디저트 제대로 만드는 가게도

연희동은 여전히 차분하고 한적한 동네 길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 내공 단단한 식당·카페 그리고 이들을 꾸준히 지지하는 토박이 단골들의 힘이다. 

                <figcaption>연희동은 여전히 차분하고 한적한 동네 길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 내공 단단한 식당·카페 그리고 이들을 꾸준히 지지하는 토박이 단골들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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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rticle text body 20151022 -->
        <div class=지난주 금요일 오후에 찾은 연희동은 의외로 차분하고 한적했다. '연희동' '연희동 맛집'이 요즘 하도 여기저기 나와, 들썩들썩 시끄러운 분위기로 바뀌었으리라 지레짐작했다. 연희동에서 10년째 사는 요리연구가 나카가와 히데코(中川秀子)씨는 "변화가 없다는 게 이 동네의 매력"이라고 했다. "지하철과 연결되지 않는 교통의 불편이 동네 느낌을 보존해주는 것 같아요."

동네이긴 하나 보통 동네 분위기는 아니다. 한눈에도 패션이 범상찮은 세련된 '동네 할머니'들이 연희동 터줏대감 '사러가 쇼핑센터'에서 서로 인사한다. 서울외국인학교와 한성화교중고교, 연세대, 이화여대가 가까워 오래전부터 외국인, 교수, 선교사들이 많이 거주한다. 연희동은 그 탄생부터가 '고급진' 유서 깊은 동네다. 조선 초 정종이 동생인 태종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머물렀던 곳이 연희궁(延禧宮)이다. 연희동은 여기서 유래했다고 알려졌다. 궁터는 현재 연세대 자리로 추정된다. 1970년대 초부터 고급 주택가로 개발됐다.

인스타그램 화제 멋집

사람들이 "연희동에 놀러 간다"고 할 때 주로 찾는 건 '연희로11가'다. 사러가 쇼핑센터 뒤에 있다. 2011~2012년쯤부터 카페·레스토랑·갤러리·옷집 등이 들어섰다. 고급 주택을 개조해선지 요즘 뜬다는 다른 지역보다 가게들이 번듯하다. 눈에 띄려 애쓰기보단 동네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간 곳이 많다.

연희동=('연희동은/는'이라 읽는다)이 대표적이다. 겉보기엔 전혀 상업시설로 보이지 않는다. 연희동에 흔한 마당 딸린 2층 주택 같다. 하지만 빼꼼 열린 철제 대문을 들어서면 꽃집(초콜릿 코스코스)·카페(비하인드)·서점(유어마인드)·찻집 겸 다구점(사루비아다방)·조립가구점(가라지가구)·핸드백 브랜드 매장(바이커스탈렛)이 보인다. 원형대로 유지된 주택의 방과 거실, 차고를 나눠 쓰는 모양새다.

부어크는 요즘 인스타그램에서 '연희동'을 검색하면 가장 많이 등장하는 '핫'한 카페다. 라테(6000원)·머랭(9000원) 등 음료·디저트도 있다. 하지만 음식·음료보다는 멋지게 꾸민 공간 혹은 시각적 자극을 소비하기 위해 찾는 곳이다. 푸드스타일리스트 김채정씨가 시즌(계절)마다 다른 주제로 실내를 꾸민다. 차고를 개조해 8명밖에 들어갈 수 없어 언제나 길게 대기 줄이 선다.

시오(しお·02-3144-6919)도 젊은 여성들에게 인기 높은 집이다. 일본 가정식을 낸다. 삼색 야키도리(점심 1만3000원·저녁 1만5000원)가 대표 메뉴. 달콤짭조름하게 조린 닭다리 살과 부드럽게 익힌 달걀 스크램블, 살캉하게 볶은 청경채를 얹은 덮밥과 일본식 반찬 2~3가지, 샐러드, 일본식 된장국이 1인분씩 네모난 목판에 담겨 나온다. 모양새만큼이나 맛도 깔끔하다. 예약은 받지 않는다.

알테르에고(02-336-1898)는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인기를 얻은 방송인 겸 요리사 박준우씨가 최근 오픈한 레스토랑이다. 오리 다릿살을 기름에 담가 낮은 온도에서 천천히 익히는 콩피(cofit·2만8000원)나 수란·베이컨을 올린 리옹(Lyon)식 샐러드 등 토속적인 프랑스요리가 기본. 여기에 벨기에 살다 온 그답게 마요네즈 소스를 곁들인 감자튀김(8000원)·구다 치즈와 셀러리 소금(5000원) 같은 벨기에 음식이 섞여 있다. 음식을 맛보니 간이 유럽식으로 꽤 진해서, 세련되고 예쁜 인테리어와 대비됐다. 알테르에고(alter ego)는 '또 다른 나'라는 뜻. 박 셰프도 섬세하고 언뜻 여려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성격은 남성적이고 터프할지 모르겠단 생각도 들었다. 같은 건물 디저트 카페 오트뢰도 박 셰프가 운영한다.

본토 뺨치는 맛집

외국인이 많이 사는 동네답게 어설픈 맛으로는 살아남지 못하는 연희동이다. 건물 반지하에 자리잡은 에노테카 오토(02-336-9958)는 최근 맛본 파스타 중 이탈리아 본토 맛에 가장 근접했다. 고기·치즈·채소로 속을 채워 물만두처럼 작게 빚은 파스타에 따끈한 닭 육수를 부어 내는 아뇰로티(agnolotti·1만9000원)나 달걀노른자로 반숙해 부드럽고 진한 황금빛이 나는 타야린(tajarin·1만9000원)처럼 국내에서 쉽게 맛보기 힘든 파스타를 메뉴판에서 찾을 수 있어 반가웠다. 전채로는 고기와 채소로 속을 채워 튀긴 올리브(1만5000원)가 맛있다. 와인 바·숍이란 이름(에노테카)에 걸맞게 와인 1병 최하 2만9000원부터, 1잔 7000원부터로 와인 가격이 전반적으로 저렴하다. 압구정 2호점이 생긴 뒤 예전만 못하단 평가도 있지만 몽고네(02-336-6808)도 서울 대표선수급 이탈리아 레스토랑이다.

지난달 문 연 쇼콜라띠크(070-8870-6598)는 초콜릿 공방 겸 판매점이다. 달지 않으면서 초콜릿 풍미가 진한 핫초코를 판다. 정통 핫초코와 카다몸(cardamom)·시나몬(계피) 등 향신료를 넣은 핫초코, 제주 녹차와 섞은 핫초코가 있다(각 5500원). 아몬드봉봉, 히말라야 소금 초콜릿 등 초콜릿을 소량 단위(50g)로 판매한다.

매뉴팩트커피(02-6406-8777)는 커피공장에 들어앉아 커피를 마시는 기분이다. 실제 매장에서 커피 원두를 볶는데다, 콜드브루 커피 추출기가 벽을 따라 설치돼 있어서 커피향으로 실내가 꽉 차 있다. 에스프레소·아메리카노·라테·플랫화이트·카푸치노(3000원) 등 커피음료 가격이 저렴해 의심스러울 정도이나, 맛은 어떤 비싼 카페만큼이나 훌륭하다. 오렌지 카푸치노·바닐라빈 라테·비엔나 커피(6500원)로 유명한 노아스(02-3141-6356)도 직접 원두를 볶는다.

여럿이 편하게 앉아 차 마시기엔 아뜰리에 안(02-332-8870)이 좋다. 건물 2층에 있는 이 카페에서는 탁 트인 통유리창 너머 궁뜰어린이공원 나무들이 내려다보인다. 건강차 브랜드 닥터마더스티에서 블렌딩한, 서로 다른 효능을 가졌다는 '내 눈, 맑은차' '내 간, 휴식차' '내 코, 시원차' 등 다른 곳에서는 맛보기 어려운 허브차(각 5500원)가 마셔볼 만하다.

동네 토박이 단골집

연희동 주도로인 연희맛로를 지나는데 九畝田(구무전·02-3141-8788)이란 간판이 언뜻 스쳐갔다. 길에서 쑥 들어가 눈에 쉬 띄지 않는 위치에다 읽기 힘든 한자로 된 간판이라 '괜찮겠다' 싶었다. 아니나다를까, 히데코 선생에게 물으니 "그 집 맛도 괜찮고 저렴해요"라고 알려줬다. 점심때 식당에 들어가니 손님 하나 없고, 머리가 완전하게 백발인 주방장이 TV를 보고 있었다. 일단 볶음밥(6000원)만 시켜봤다. 이게 웬일인가. TV를 끄고 주방에 들어간 주방장이 내보낸 볶음밥에 깜짝 놀랐다. 느끼하지 않고 밥알 하나하나 고슬고슬하면서 불맛이 확실하게 나는, 제대로 만든 볶음밥이었다. 짬뽕(6000원)도 뛰어나다.

피터팬제과(02-336-4775)는 1978년부터 단골들에게 사랑받아온 빵집. 사러가 쇼핑센터 안에 분점이 있다. 핌 커피(02-715-0403)는 무항생제 달걀과 최소한의 버터·설탕을 넣어 만드는 건강한 빵을 지향한다. 연희동 맛 투어를 산뜻하게 마무리하기엔 콜드레시피(02-323-1550)가 제격이다. 합성 착향료·착색료·유화제·안정제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표방하는 아이스크림 집. 다 먹고 나도 입안이 텁텁하지 않고 물 마신 듯 깨끗하다. 싱글(1가지 맛) 3500원, 더블(2가지 맛) 4500·6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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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하루도 즐겁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