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병산 정상에서 보낸 낭만적이고 촉촉했던 밤"

장고개~신선대~구병산~적암리 8.5km
구병산 정상에서 비박…북쪽 속리산 마주보는 부인 산
“이걸 어떻게 메고 간담?”
여름날 비박산행을 하려니 배낭을 가볍게 꾸려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70리터 배낭이 꽉 찼다. 침낭과 에어매트리스, 비박색이 장비의 전부였지만 문제는 물이었다. 2리터짜리 생수 3개에 이온음료 1.5리터를 때려 넣으니 그것만 해도 배낭이 꽉 찬 것이다.
이번 비박산행지로 택한 신선대神仙臺·759m~구병산九屛山·876m 구간에는 딱히 물을 구할 곳이 없으니 하루를 묵으려면 물이 생명수와 다름없다. 그에 반해 ‘korkim’ 김규대 대장의 배낭은 가벼웠다. 이 무더위에 가장 큰 적은 배낭 무게임을 알기 때문이다.
전날 비가 내려 습도가 높은 데다 최고기온이 32℃로 예보되어 있어 한낮 뙤약볕 산행을 피하기 위해 아침 8시 30분부터 들머리인 장고개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산양산삼농원 건물이 있는 장고개에서 신선대까지는 이정표상 4km, 신선대에서 구병산까지는 2.7km다.


신선대부터 아름다운 암릉 만끽
“천천히 올라도 한 5시간이면 갈 것 같으니 쉬엄쉬엄 가자고요. 일찍 가도 할 일이 없어요. 하하.”
김 대장은 20여 년 전 구병산에 오른 적이 있다고 했다.
“상학봉~묘봉~문장대~천왕봉의 속리산과 형제봉~신선대~853m봉~구병산을 잇는 43.9km 구간을 ‘충북알프스’라 부르지요. 1999년에는 특허청에 업무표장 등록까지 했죠. 당시에는 충북알프스를 홍보하느라 등산대회도 열고 인기가 좋았어요.”
구병산은 속리산국립공원 권역에서 조금 벗어난 남단의 산이다. 예부터 보은 사람들은 속리산의 천왕봉을 지아비 산, 구병산은 지어미 산, 금적산은 아들 산이라 하여 이들을 통틀어 ‘삼산三山’이라 불렀다. 말하자면 구병산은 속리산의 부인인 셈이다.
‘봉우리가 병풍처럼 둘러싸인 산’이란 이름에 걸맞게 10km 능선에 높고 낮은 봉우리가 연봉으로 펼쳐져 있는 풍광은 산림청 선정 ‘한국의 100대 명산’에 오른 이유이기도 하다.
“천천히 올라도 한 5시간이면 갈 것 같으니 쉬엄쉬엄 가자고요. 일찍 가도 할 일이 없어요. 하하.”
김 대장은 20여 년 전 구병산에 오른 적이 있다고 했다.
“상학봉~묘봉~문장대~천왕봉의 속리산과 형제봉~신선대~853m봉~구병산을 잇는 43.9km 구간을 ‘충북알프스’라 부르지요. 1999년에는 특허청에 업무표장 등록까지 했죠. 당시에는 충북알프스를 홍보하느라 등산대회도 열고 인기가 좋았어요.”
구병산은 속리산국립공원 권역에서 조금 벗어난 남단의 산이다. 예부터 보은 사람들은 속리산의 천왕봉을 지아비 산, 구병산은 지어미 산, 금적산은 아들 산이라 하여 이들을 통틀어 ‘삼산三山’이라 불렀다. 말하자면 구병산은 속리산의 부인인 셈이다.
‘봉우리가 병풍처럼 둘러싸인 산’이란 이름에 걸맞게 10km 능선에 높고 낮은 봉우리가 연봉으로 펼쳐져 있는 풍광은 산림청 선정 ‘한국의 100대 명산’에 오른 이유이기도 하다.


오른쪽으로 산양산삼농가에서 설치한 철제펜스를 따라 가파르게 오른다. 등산객이 주로 오르는 적암리 코스는 경사가 무척 가팔라 조금 더 걷더라도 장고개에서 출발하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이게 웬 걸, 초반부터 코가 땅에 닿을 만큼 경사가 가파르다. 불과 서른 걸음 남짓 올랐을 뿐인데 이마에선 땀이 줄줄 흐르기 시작한다.
“어? 이거 산삼?”
산양산삼 밭이 옆에 있는지라 습한 공기 중에 산삼 냄새가 섞여 있다. 산더덕 향도 짙었다. 꽃향기를 맡으면 힘이 솟는 꼬마자동차 붕붕은 아니지만 약초 냄새를 맡으니 조금 힘이 나는 것 같다.
헬기장이 있는 신선대 능선에 오르니 눈앞에 구병산까지의 능선이 보인다. 직선거리는 가깝지만 업-다운이 심해 실제 거리는 만만치 않다. 헬기장 모서리 쪽에 이정표를 보고 능선길에 붙었다. 오른쪽으로 언뜻 속리산 천왕봉~형제봉의 백두대간 능선이 보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귀한 조망을 쉽게 보여 줄 수 없다는 듯 짙은 안개가 몰려와 시야를 가려버린다.
신선대가 가까워지면서 서서히 바위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중간에 멋진 조망바위도 있다. 아슬아슬하게 기어 올라가니 앞으로 가야 할 신선대와 구병산 정상이 훤히 바라다 보인다.
“어? 이거 산삼?”
산양산삼 밭이 옆에 있는지라 습한 공기 중에 산삼 냄새가 섞여 있다. 산더덕 향도 짙었다. 꽃향기를 맡으면 힘이 솟는 꼬마자동차 붕붕은 아니지만 약초 냄새를 맡으니 조금 힘이 나는 것 같다.
헬기장이 있는 신선대 능선에 오르니 눈앞에 구병산까지의 능선이 보인다. 직선거리는 가깝지만 업-다운이 심해 실제 거리는 만만치 않다. 헬기장 모서리 쪽에 이정표를 보고 능선길에 붙었다. 오른쪽으로 언뜻 속리산 천왕봉~형제봉의 백두대간 능선이 보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귀한 조망을 쉽게 보여 줄 수 없다는 듯 짙은 안개가 몰려와 시야를 가려버린다.
신선대가 가까워지면서 서서히 바위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중간에 멋진 조망바위도 있다. 아슬아슬하게 기어 올라가니 앞으로 가야 할 신선대와 구병산 정상이 훤히 바라다 보인다.


밧줄을 잡고 바위를 올라 신선대 정상에 당도한다. 멋진 소나무가 자리한 정상에 서니 사방으로 조망이 트인다. 남쪽 적암리 방향으로는 청원상주고속도로가 미끈하게 빠져 있고, 북쪽으로는 만수계곡 너머 속리산 천왕봉의 모습도 보인다. 천왕봉에서 동남쪽의 형제봉, 봉황산(740.6m)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능선은 대간꾼들의 향수를 자극한다.
“이제부터 구병산 정상까지가 하이라이트예요.”
구병산 9개의 봉우리에는 신선대, 백운대, 봉학대, 노적봉, 쌀개봉 등 저마다 이름들이 있다. 이 중 신선대~백운대(구병대 정상)에 이르는 능선이 메인이벤트라 할 수 있다.
‘위험. 여기서부터 바윗길 벼랑이므로 추락위험’
신선대에서 853봉(동봉)으로 가는 길에 이런 표지판이 있다. 그냥 한 번 올라볼까 생각했으나 먼저 올라간 김 대장이 기자들은 우회로로 가는 게 좋겠다고 한다. 신선대~구병산 코스 중 가장 난이도가 높은 구간이란다.
우회로로 내려가는 길도 만만치 않다. 바위에 못을 박아 나무판을 올려 계단처럼 만들어두었는데, 로프가 설치되어 있지만 발 딛기가 애매한 곳이 한두 군데 있어 중심을 잃을 뻔했다.
“칼날이야, 칼날. 까딱하면 추락하겠어. 853봉은 볼 것이 별로 없구만.”
정면대결을 피한 자들을 위한 배려였을까, 절터삼거리에서 다시 만난 김 대장은 “우회로로 오길 잘했다”며 애써 위로했다.
“이제부터 구병산 정상까지가 하이라이트예요.”
구병산 9개의 봉우리에는 신선대, 백운대, 봉학대, 노적봉, 쌀개봉 등 저마다 이름들이 있다. 이 중 신선대~백운대(구병대 정상)에 이르는 능선이 메인이벤트라 할 수 있다.
‘위험. 여기서부터 바윗길 벼랑이므로 추락위험’
신선대에서 853봉(동봉)으로 가는 길에 이런 표지판이 있다. 그냥 한 번 올라볼까 생각했으나 먼저 올라간 김 대장이 기자들은 우회로로 가는 게 좋겠다고 한다. 신선대~구병산 코스 중 가장 난이도가 높은 구간이란다.
우회로로 내려가는 길도 만만치 않다. 바위에 못을 박아 나무판을 올려 계단처럼 만들어두었는데, 로프가 설치되어 있지만 발 딛기가 애매한 곳이 한두 군데 있어 중심을 잃을 뻔했다.
“칼날이야, 칼날. 까딱하면 추락하겠어. 853봉은 볼 것이 별로 없구만.”
정면대결을 피한 자들을 위한 배려였을까, 절터삼거리에서 다시 만난 김 대장은 “우회로로 오길 잘했다”며 애써 위로했다.


산객 약 오르게 만드는 호랑이 등
이제 산의 풍광이 한순간에 바뀌었다. 아홉 개의 봉이 그려진 병풍 속으로,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 속으로 들어선 느낌이다. 절벽 앞에 우뚝 솟은 기암절벽은 웅장하고 그 틈을 비집고 자란 키 작은 소나무들은 온몸이 뒤틀려 세월의 풍파를 그대로 몸으로 맞은 티가 역력하다.
왼쪽으로 깎아지른 암벽이 천 길 벼랑을 이루고, 오른쪽으로 푸른 숲이 파도처럼 암벽을 넘으려 하고 있었다. 그 경계선에 솟은 병풍이 구병산 정상까지 이어져 있다.
“병풍을 갈 지之자로 펴듯 여기 병풍도 딱 그 모양이로구만.”
이 풍광이 일직선으로 뻗었다면 그 굴곡의 미가 덜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병풍이 순하지는 않네요. 벌써 몇 번을 올랐다 내려갔다 했는지…, 5km 남짓 왔는데도 벌써 지치네요.”
“그렇지, 여기가 호랑이 등줄기처럼 악산이야, 악산.”
잠시 순해진 등을 어루만지려면 어김없이 호랑이는 털을 세우며 등을 곧추 세웠다. 헉헉대며 그 등을 오르면 다시 호랑이는 골골 소리를 내며 세운 털을 가라앉혔다. 그러기를 서너 번, 오후 2시 30분이 다 돼서야 드디어 구병산 정상에 닿았다.
“물이 좀 남았나? 이걸로는 빠듯하겠는 걸? 더운데 물이라도 마음대로 마셔야지. 내가 근처 지계곡에서 물이 있나 보고 올 테니 빈 페트병 다 주구려.”
이제 산의 풍광이 한순간에 바뀌었다. 아홉 개의 봉이 그려진 병풍 속으로,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 속으로 들어선 느낌이다. 절벽 앞에 우뚝 솟은 기암절벽은 웅장하고 그 틈을 비집고 자란 키 작은 소나무들은 온몸이 뒤틀려 세월의 풍파를 그대로 몸으로 맞은 티가 역력하다.
왼쪽으로 깎아지른 암벽이 천 길 벼랑을 이루고, 오른쪽으로 푸른 숲이 파도처럼 암벽을 넘으려 하고 있었다. 그 경계선에 솟은 병풍이 구병산 정상까지 이어져 있다.
“병풍을 갈 지之자로 펴듯 여기 병풍도 딱 그 모양이로구만.”
이 풍광이 일직선으로 뻗었다면 그 굴곡의 미가 덜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병풍이 순하지는 않네요. 벌써 몇 번을 올랐다 내려갔다 했는지…, 5km 남짓 왔는데도 벌써 지치네요.”
“그렇지, 여기가 호랑이 등줄기처럼 악산이야, 악산.”
잠시 순해진 등을 어루만지려면 어김없이 호랑이는 털을 세우며 등을 곧추 세웠다. 헉헉대며 그 등을 오르면 다시 호랑이는 골골 소리를 내며 세운 털을 가라앉혔다. 그러기를 서너 번, 오후 2시 30분이 다 돼서야 드디어 구병산 정상에 닿았다.
“물이 좀 남았나? 이걸로는 빠듯하겠는 걸? 더운데 물이라도 마음대로 마셔야지. 내가 근처 지계곡에서 물이 있나 보고 올 테니 빈 페트병 다 주구려.”

오늘 산행은 끝이었으나 아직도 해가 중천인 까닭에 김 대장은 몸이 근질근질한 모양이다. 가장 가까운 곳이 구병리 들머리의 구병약샘이었으나 마을주민 말에 의하면 그 샘은 이미 오래전에 말랐다고 했다. 지도상으로는서쪽 쌀개봉을 지나 구병리 쪽 지계곡을 내려가면 샘터가 하나 있다고 나오는데 그것도 확신할 수 없었다.
“그냥 운동하는 셈치고 다녀와 보는 거지. 어제 비가 많이 내려서 계곡물이 솟는 곳이 있을 것 같아. 다녀오리다.”
김 대장은 배낭에 빈 페트병만 넣고 바람처럼 사라졌다. 정상에 남은 기자와 이경호 기자는 비박할 터를 물색하고 땅을 골랐다. 너른 마당바위를 생각했건만 잔돌이 많이 깔린 터라 생각만큼 누울 자리가 나오지 않았다.
매트를 깔고 얼려온 맥주로 목을 축이고 나서야 주변 풍광이 눈에 들어왔다. 신선대에서 본 조망과 얼추 비슷했으나 남쪽 적암리 방향의 휴게소와 전파기지국이 더욱 가까이 보였다. 서쪽으로는 하산 능선인 쌀개봉~백지미재~685m봉이 연이어 보였다. 헉헉대며 지나온 동쪽 능선도 이렇게 보니 선경 중의 선경이다.
정상석에서 적암리 방향으로 고사목 한 그루가 있는데 펜스로 막아놓았다. 물론 그곳이 절벽이라 사람을 보호하기 위함일 테지만 나무의 생김새가 그림처럼 멋져 어쩌면 나무를 보호하기 위함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병리 거의 내려가서 션~한 계곡물 발견!”
물 뜨러 간 지 두 시간 만에 김 대장이 금의환향했다. 경사가 꽤 가팔라 힘들었다며 너스레를 떨었지만 마음껏 산행을 해 즐거운 표정이었다. 이른 시간에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다.
“손 기자가 배낭 무게에 신경을 쓰긴 썼구만. 소주를 하나밖에 가져오지 않았네.”
산정에서 술 한 잔 하며 비박의 낭만을 한껏 즐기고 싶었으나 배낭 무게를 생각해 정상주 한 잔 할 정도로만 챙겨온 터였다. 식사를 마치고 침낭을 펴고 잠자리를 마련하니 서쪽 서원리 쪽에서 하늘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구름이 산행을 도와주고 마지막엔 일몰도 도와주는구만. 이제 밤에 비만 내리지 않으면 완벽하구만!”
일몰이 끝나고 밤이 되었다. 적암리 쪽 고속도로를 오가는 차들의 불빛이 불꽃놀이처럼 펼쳐졌다. 구름 때문에 여름날의 별 구경은 할 수 없었지만 풀벌레 소리 가득한 산정에 침낭을 깔고 누워 하늘을 보는 낭만이 쏠쏠하다. 등에 박히는 울퉁불퉁한 돌들은 집 잠자리의 편안함에 비할 바 아니지만 병풍 사이를 오가는 산바람을 얼굴에 맞으며 누워 있는 기분은 비박할 때만 느낄 수 있는 특권이었다. 늦은 정상주를 한 잔씩 하고 잠을 청했다.
“그냥 운동하는 셈치고 다녀와 보는 거지. 어제 비가 많이 내려서 계곡물이 솟는 곳이 있을 것 같아. 다녀오리다.”
김 대장은 배낭에 빈 페트병만 넣고 바람처럼 사라졌다. 정상에 남은 기자와 이경호 기자는 비박할 터를 물색하고 땅을 골랐다. 너른 마당바위를 생각했건만 잔돌이 많이 깔린 터라 생각만큼 누울 자리가 나오지 않았다.
매트를 깔고 얼려온 맥주로 목을 축이고 나서야 주변 풍광이 눈에 들어왔다. 신선대에서 본 조망과 얼추 비슷했으나 남쪽 적암리 방향의 휴게소와 전파기지국이 더욱 가까이 보였다. 서쪽으로는 하산 능선인 쌀개봉~백지미재~685m봉이 연이어 보였다. 헉헉대며 지나온 동쪽 능선도 이렇게 보니 선경 중의 선경이다.
정상석에서 적암리 방향으로 고사목 한 그루가 있는데 펜스로 막아놓았다. 물론 그곳이 절벽이라 사람을 보호하기 위함일 테지만 나무의 생김새가 그림처럼 멋져 어쩌면 나무를 보호하기 위함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병리 거의 내려가서 션~한 계곡물 발견!”
물 뜨러 간 지 두 시간 만에 김 대장이 금의환향했다. 경사가 꽤 가팔라 힘들었다며 너스레를 떨었지만 마음껏 산행을 해 즐거운 표정이었다. 이른 시간에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다.
“손 기자가 배낭 무게에 신경을 쓰긴 썼구만. 소주를 하나밖에 가져오지 않았네.”
산정에서 술 한 잔 하며 비박의 낭만을 한껏 즐기고 싶었으나 배낭 무게를 생각해 정상주 한 잔 할 정도로만 챙겨온 터였다. 식사를 마치고 침낭을 펴고 잠자리를 마련하니 서쪽 서원리 쪽에서 하늘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구름이 산행을 도와주고 마지막엔 일몰도 도와주는구만. 이제 밤에 비만 내리지 않으면 완벽하구만!”
일몰이 끝나고 밤이 되었다. 적암리 쪽 고속도로를 오가는 차들의 불빛이 불꽃놀이처럼 펼쳐졌다. 구름 때문에 여름날의 별 구경은 할 수 없었지만 풀벌레 소리 가득한 산정에 침낭을 깔고 누워 하늘을 보는 낭만이 쏠쏠하다. 등에 박히는 울퉁불퉁한 돌들은 집 잠자리의 편안함에 비할 바 아니지만 병풍 사이를 오가는 산바람을 얼굴에 맞으며 누워 있는 기분은 비박할 때만 느낄 수 있는 특권이었다. 늦은 정상주를 한 잔씩 하고 잠을 청했다.
예보 빗나간 새벽비 ‘이거 실화냐?’
“이봐! 손 기자! 물이 너무 많아!”
김 대장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새벽 3시 즈음부터 빗방울이 시작되더니 이내 세찬 비가 되었다. 불빛도 없고 고어텍스 재킷을 입을 여유도 없어 비박색에 쏙 들어가 투두둑 빗소리를 두 시간 동안이나 들으며 선잠을 자야 했다.
날이 조금 밝아지고 비가 조금 잦아들고 나서야 겨우 일어나 주위를 살폈다. 앞으로 갈 서쪽 능선은 안개가 가득 휘감아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다.
“적암리 쪽으로 안전하게 하산하는 게 나을 것 같네. 바위가 미끄럽고 조망이 트이지 않아서 서원리 쪽 하산은 별 의미가 없겠어.”
김 대장의 제안대로 정상에서 바로 적암리로 내려가는 지계곡(숨은골)을 탔다. 가파른 경사에 나무들이 뿜어내는 수증기로 이것이 땀인지 빗물인지 구분이 안 갈 만큼 온몸이 흠뻑 젖었다.
2.6km 정도를 내려와 물에 빠진 생쥐 꼴로 마을에 도착하자 한 아주머니가 “이게 웬 난리유”라며 자기 집에 가서 밥이라도 한 술 뜨고 가란다. 알고 보니 구병산 등산객에게는 유명한 ‘구병산포장마차’의 주인장 김경숙씨다.
“밥 새로 하는 동안 라면 좀 끓일 게유. 총각들은 저기 개울가에 가서 좀 씻어유. 비 오는 날 저 악산은 왜 올라가셨데?”
“날 좋은 날 산정에 올라 침낭 깔고 일몰 보고 잤어요. 그런데 새벽에 갑자기… 흑”
눈물 젖은 따끈한 라면을 먹고 구병산을 바라보니 병풍들이 모두 안개에 휩싸여 보이지 않았다. 병풍 반만 내어 주고 나머지는 허락하지 않은 것이 못내 섭섭했지만 안개에 휩싸인 그 모습마저 한 폭의 산수화니 어찌 싫어할 수 있으랴. 다음에는 서원리에서 올라 비박하며 장고개까지 이어보리라 마음먹고 구병산에 ‘안녕’을 고했다.

산행길잡이
신선대~구병산은 능선 남쪽의 적암리에서 출발해 구병산에 오른 후 동쪽 능선을 타고 신선대를 찍고 계곡길로 하산해 적암리로 원점회귀하는 코스를 많이 이용한다. 적암리에서 오르내리는 구간은 경사가 가파르다. 약 8km. 4시간 정도 소요.
장고개에서 오르는 길은 적암리에서 오르는 길보다는 경사가 완만하지만 약간 더 길다. 신선대에서 구병산까지 높고 낮은 업-다운이 이어진다. 853봉은 칼날 같은 바위 길이다. 자신이 없다면 우회로를 이용하면 된다.
비박할 자리는 신선대 이르기 전 헬기장과 신선대 정상, 구병산 정상이 적당하다. 신선대 정상이 조망도 좋고 자리도 좋으나 어프로치가 짧아 다음날 많이 걸어야 하는 부담이 있다. 구병산 정상이 조망이 가장 좋다. 비박할 만한 자리가 3~4곳 정도 있다. 하산은 남쪽 적암리나 북쪽 구병리, 또는 서쪽 능선을 이어 서원리로 한다. 구병리나 적암리 하산 거리는 비슷하나 장고개에 세워 둔 차량을 회수하기에는 구병리 쪽이 가장 가깝다. 적암리로 하산하는 것이 가장 편하다. 장고개~신선대~구병산~적암리 코스는 8.5km 정도이고, 장고개~구병산~서원리 코스는 약 12km 거리다.
신선대~구병산은 능선 남쪽의 적암리에서 출발해 구병산에 오른 후 동쪽 능선을 타고 신선대를 찍고 계곡길로 하산해 적암리로 원점회귀하는 코스를 많이 이용한다. 적암리에서 오르내리는 구간은 경사가 가파르다. 약 8km. 4시간 정도 소요.
장고개에서 오르는 길은 적암리에서 오르는 길보다는 경사가 완만하지만 약간 더 길다. 신선대에서 구병산까지 높고 낮은 업-다운이 이어진다. 853봉은 칼날 같은 바위 길이다. 자신이 없다면 우회로를 이용하면 된다.
비박할 자리는 신선대 이르기 전 헬기장과 신선대 정상, 구병산 정상이 적당하다. 신선대 정상이 조망도 좋고 자리도 좋으나 어프로치가 짧아 다음날 많이 걸어야 하는 부담이 있다. 구병산 정상이 조망이 가장 좋다. 비박할 만한 자리가 3~4곳 정도 있다. 하산은 남쪽 적암리나 북쪽 구병리, 또는 서쪽 능선을 이어 서원리로 한다. 구병리나 적암리 하산 거리는 비슷하나 장고개에 세워 둔 차량을 회수하기에는 구병리 쪽이 가장 가깝다. 적암리로 하산하는 것이 가장 편하다. 장고개~신선대~구병산~적암리 코스는 8.5km 정도이고, 장고개~구병산~서원리 코스는 약 12km 거리다.
교통
승용차로는 청원상주고속도로 속리산나들목으로 나와 상장교차로에서 ‘화서’ 방면 우측→25번국도 직진→화남파출소 삼거리에서 ‘평온1리’ 방면 좌회전→평온동관로 따라 4.4km 정도 직진하다가 ‘보은, 속리산면’ 이정표를 보고 좌회전해 가면 화남산양산삼농원 건물 못미처 왼쪽에 ‘입산금지’ 현수막이 붙은 등산로 입구에 닿는다.
대중교통으로 장고개로 가기는 어렵다. 차량 두 대를 가지고 들머리와 날머리에 두는 것이 가장 편하고 여의치 않으면 날머리에서 콜택시를 불러 차량회수를 해야 한다. 장고개↔서원리 3만 원. 적암리↔장고개 2만 원. 적암리↔서원리 2만5,000원선. 문의 관기 개인택시 010-5325-2843, 화서 콜택시 054-535-3030. 보은시외버스터미널에서 적암리 농어촌버스가 다니지만 시간도 많이 걸리고 다니는 횟수도 적어 불편하다.
숙박(지역번호 043)
장고개 쪽에는 식당이 없고 적암리 들머리에는 구병산포장마차(010-4238-9411)가 있지만 지금은 영업을 하지 않고 내년 즈음 건물을 새로 지어 다시 식당을 열 예정이다. 직접 담은 칡즙, 오미자·복분자 엑기스 등을 주문판매한다.
마로면 관기리에는 20여 곳의 식당과 충북여관(542-2807)이 있다. 속리산나들목에서 서원리 가는 길목인 장안면에도 몇몇 식당이 있다. 신장안식당(043-544-6083), 차부식당(542-5962) 등. 구병산 북쪽 구병리에는 충북무형문화제 3호 임경순씨가 만드는 향토술인 보은송로주 공장(구병산골가든. 542-0774)이 있다. 식당도 겸하며 송로주를 살 수 있다. 보은읍과 구병리에 묵을 만한 모텔과 펜션이 있다. 보은읍 대호모텔(543-8447), 산토리니모텔(544-2259). 구병리 산향기의 속리여행(542-0004), 하늘정원펜션(544-8987)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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