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시 거문도] 새색시 연지곤지처럼 붉은 동백이 핀 등대 가는 길
가을부터 4월 말까지 동백 만발…서도와 고도에 걷기길 3코스
이즈음 거문도는 새색시 연지곤지처럼 붉은 동백이 한창이다. 거문도는 고도(古島), 동도(東島), 서도(西島) 3개 섬으로 이루어졌다. 그중 가장 큰 섬인 서도에서는 불탄봉(195m)에서 보로봉까지 이르는 능선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가을에는 억새가 장관이지만 봄기운이 돌기 시작하면 동백과 수선화가 그 자리를 이어받는다.
고도와 서도를 잇는 삼호교를 건너 오른쪽에 위치한 덕촌리 마을회관 옆 등산로 안내판 부근이 출발점이다. 이곳부터 불탄봉 정상까지는 1km가 채 되지 않는다. 경사진 바위지대를 지나 중계탑 아래에서 왼쪽으로 가면 동백 숲으로 들어선다. 거문도 동백은 늦가을부터 4월 말까지 핀다. 동백 숲을 빠져나오면 능선에 오르게 된다.
- ▲ 인어해양공원에서 바라본 녹산등대와 일몰.
해발은 높지 않지만 발 아래로 내려다보는 섬과 바다의 풍광이 그야말로 일품이다. 불탄봉에는 일제 강점기에 만든 T자형 벙커가 있고, 이 벙커에서 왼쪽으로 10여 m 떨어진 봉우리가 불탄봉 정상이다. 불탄봉 정상 억새밭을 지나면 ‘기와집몰랑’이라는 정감 있는 이름의 절벽이 펼쳐진다. ‘몰랑’이란 산마루란 뜻의 전라도 방언으로, ‘기와집 형상의 산마루’란 뜻이다. 섬에서 보면 여느 곳과 비슷한 해안절벽이지만, 바다에서 바라보면 풍채 좋은 기와집처럼 보이기에 그렇게 부른다. 안개가 자욱하게 낀 날 바다에서 기와집몰랑을 바라보면 기와지붕 형태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는데, ‘거문도 8경’ 중 하나인 ‘석름귀운(石凜歸雲)’은 이를 두고 이르는 말이다.
기와집몰랑을 지나면 ‘거문도 최고 전망대’로 불리는 신선바위에 닿는다. 이곳에서는 거문도등대가 서 있는 수월산(128m) 쪽으로 이어진 해안 풍광이 가장 큰 볼거리다.
신선바위 갈림목에서 다시 능선을 타면 보로봉 정상까지 갈 수 있고 울창한 동백 숲 사이로 잘 정비된 길을 따라 내려가면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만난다. ‘거문도등대 1.3km, 유림해수욕장 1.4km’ 팻말이 선 이곳에서 찻길을 따라 조금만 내려가면 보로봉과 수월산 사이의 갯바위 지대인 ‘목넘어’가 나온다. 이곳에서 거문도 등대까지는 잘 정비된 동백 숲 산책길을 따라간다. 1km 정도의 이 길은 거제 지심도의 동백숲길과 함께 우리나라에서 가장 울창하고 아름다운 동백꽃길로 꼽힌다.
- ▲ 거문도등대 옆의 관백정은 일몰을 감상하기 좋다. 봄철엔 등대 오는 길의 동백 숲이 특히 아름답다.
거문도등대는 1905년 4월 12일 남해안에서 최초, 우리나라 전체에서는 인천 팔미도등대에 이어 두 번째로 불을 밝혔다. 지금 있는 등대는 2006년 새롭게 지은 현대식 등대다. 원래의 거문도등대는 정자 근처에 그대로 보관하고 있다. 등대 주변에는 관백정(觀白亭)이란 정자가 있는데 이곳에서는 국가명승 제7호로 지정된 백도와 어우러진 황홀한 낙조를 감상할 수 있어 인기가 좋다.
덕촌리 마을회관에서 불탄봉~수월봉을 거쳐 거문도등대에 이르는 코스는 약 6km에 4시간 정도 걸린다. 더 짧게 걸으려면 유림해수욕장에서 능선 갈림목까지 곧장 올라간 다음 신선바위~갈림목~보로봉을 지나 목넘어로 내려오면 된다. 약 2시간 소요.
서도에는 또 다른 걷기 길이 하나 있다. 섬 북쪽 끄트머리에 있는 무인등대인 녹산등대로 가는 길이 바로 그것이다. 출발지인 거문초등학교 서도분교에서 녹산등대까지는 약 1km 거리다. 거문도등대 가는 길이 동백과 어우러진 길이라면 녹산등대 가는 길은 바다를 옆에 두고 걷는 부드러운 초원길이다.
- ▲ 인어해양공원의 인어상. 주민들은 이 인어가 풍랑이 오기 전 위험을 알려 준다 믿는다.
녹산등대는 그 자체로는 그다지 볼거리가 아니지만 주변에 인어해양공원이 조성되어 있어 가볼 만하다. 거문도에는 옛날 ‘신지끼’, ‘흔지끼’ 등으로 부르는 인어가 살았었다고 한다. 이 인어는 큰 풍랑이 일어나기 전에는 절벽에 돌을 던지거나 소리를 내어 주민들에게 미리 알렸다고 한다.
거문도를 이루는 세 섬 중 가장 작은 고도에도 걸어볼 만한 길이 있다. 거문초등학교에서 출발해 영국군묘지를 지나 회양봉까지 오르는 이 길은 1.4km정도 거리로 천천히 걸어도 1시간이면 충분하다.
교통(지역번호 061)
여수→거문도 여수여객선터미널에서 청해진해운(663-2824)의 오가고호와 오션호프해운(662-1144)의 줄리아아쿠아호가 1일 2회(07:40, 13:00) 일주일씩 교차 운행한다. 거문도발 여수행은 1일 2회(13:30, 15:40) 출항. 약 2시간 20분 소요, 요금 편도 3만4600원. 백도유람선 2만9000원.
- ▲ 거문도 개념도
거문도↔백도 거문도항에서 유람선이 부정기 운항한다. 미리 전화로 청해진해운(663-2824) 또는 오션호프해운(662-1144)에 출항 여부와 시간을 알아보는 게 좋다. 운항 소요시간은 약 2시간 30분.
섬 내 교통 노선버스는 없고, 거문도택시(665-1681)가 2대 있다. 거문, 덕촌, 서·동도, 등대 사이는 수시로 운항하는 도선 이용. 요금 편도 3,500원. 거문호 666-8540.
서울 용산역과 부산 부전역에서 각각 출발해 순천역에서 시작하는 1박2일, 2박3일 열차상품도 있다. 문의 거문도관광여행사 (080-665-7788, geomundo.co.kr).
숙식(지역번호 061) 고도항 주변에 호반여관 (665-8115), 영빈장(666-8150), 뉴백도장 (666-3939), 시랜드모텔(665-1126), 패밀리모텔(666-2333), 해밀턴모텔(061-666-4242) 등 숙박지가 몰려 있다. 4만~5만 원 선.
식당 역시 고도항 주변에 몰려 있다. 횟집이 가장 많은데 모듬회, 갈치회, 산우럭탕, 갈치조림 등의 메뉴를 낸다. 백도민박횟집(666-8017). 섬마을횟집(666-8111), 일이삼횟집(665-8285)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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