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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모닥불&오토캠핑 산행 코스가이드 7선] 섬진강오토캠핑장 & 삼산

by 白馬 2009. 12. 23.
         [모닥불&오토캠핑 산행 코스가이드 7선] 섬진강오토캠핑장 & 삼산
 

섬진강오토캠핑장

수수한 듯 보이나 알짜 재미가 있는 보성강변의 숲


수수하다 하여 캠핑의 재미까지 밋밋하진 않다. 섬진강오토캠핑장(N35 07 59.4 E127 18 24.8)은 얼핏 보면 그저 강가의 숲이다. 샤워시설이나 화장실, 개수대는 천막으로 친 것이며, 매점 같은 편의시설은 없다. 캠핑장이라는 이미지보다 평범한 시골 강가의 숲처럼 보인다. 그러나 알고 보면 무궁무진한 재미가 숨어 있는 곳이 섬진강오토캠핑장이다.


▲ 섬진강오토캠핑장의 매력은 자연 속에서 편하게 불을 피우고 야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사진 허재성 기자
먼저 강에서 낚시를 즐길 수 있다. 보성강은 섬진강의 지류로 예로부터 은어, 쏘가리, 메기, 참붕어 등이 많았으며 봄이면 주민들이 투망으로 고기를 잡아 매운탕을 끓여 먹고 노는 풍습이 성행했다. 캠핑장 안쪽에 골프연습장 그물이 쳐져 있고 표적판이 있으나 잔디가 좋아 요즘은 캠퍼들의 사이트로 쓰이며, 그물을 방패막이 삼아 아이들과 야구나 축구 같은 공놀이를 할 수 있다. 캠핑장 뒷산인 삼산 산행도 빼놓을 수 없다.

좀 더 멀리 나가 보면 곡성의 명소인 섬진강 기차마을이 있다. 곡성읍내에 있는 기차마을에는 코레일에서 운행하는 국내 유일의 증기기관차가 있다. 섬진강 기차마을(옛 곡성역)을 출발해 가정역까지 10km를 운행하며 연중무휴로 운행한다. 관광을 위한 열차이므로 시속 30~40km로 저속운행하며 인터넷 예약이나 현장 발권 모두 가능하다. 가족단위 캠핑객이라면 놓쳐선 안 될 추억거리다. 요금은 편도 4,000원, 왕복 6,000원이다. 레일 위를 달리는 자전거인 레일바이크도 꼬마 손님들에게 인기 만점이며, 기차마을 옆에는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를 찍은 영화 세트장이 있어 사진을 남기기에 좋다.

▲ (위)캠핑장 옆으로 섬진강 상류인 보성강이 흐른다. 물소리가 시끄럽지 않아 얘기를 나누거나 잠을 자는 데 지장을 주지 않는다. (아래)정상에서 본 동쪽의 구례와 광양의 산등성이들.
캠핑장은 1만여 평의 평지에 소나무와 참나무가 울창하다. 강 건너에 지방도로가 지나지만 차량 통행이 적은 편이라 밤에도 조용한 편이며 개울의 수심이 1m 정도라 물소리도 시끄럽지 않다. 캠핑장은 최영식씨가 운영하는데 캠퍼들 사이에서 인심 좋고 친절하기로 유명하다. 주인 아저씨가 부지런해 야영장을 자주 순회하며 불편한 점을 해결해준다. 그는 4년째 오토캠핑장을 운영 중이며 여름에는 100대씩 차량이 몰려오기도 했으나 최대 50대를 수용하는 게 캠핑하기에 가장 좋다고 한다.

캠핑장 옆 저수지도 캠핑장에서 운영하는 유료 낚시터인데, 손님이 비교적 적은 가을과 겨울에는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 낚시터라고 해도 방사한 지 7~8년이 지나 거의 자연산이라는 게 최영식씨의 말이다. 1만 평 부지 중에서 5000평을 캠핑장으로 사용 중인데 노부부가 관리하기가 어려워서 앞으로 3000~4000평으로 줄일 예정이라고 한다.

 주소  전남 곡성군 목사동면 구룡리 389

 사이트 대여료  1박 1만5,000원(전기 사용 가능)

 문의   061-362-8466

 장작  그을음이 적은 참나무 한 묶음 5,000원(화로 2개 있음. 선착순 무료 대여)

■ 가는 길  호남고속국도 석곡IC로 나와 좌회전해 석곡 방면으로 가다 우회전해서 다리를 건넌다. 삼거리에서 왼쪽 길로 직진하다 18번 국도를 만나 우회전, 얼마 안 가 용사리 쪽으로 좌회전하여 1km 가면 닿는다.

 참고  석곡면은 돼지고기가 유명하다. 읍내 정육점에서 삼겹살이나 목살 등을 사서 화로에 구워 먹으면 별미다.
삼산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는 신성한 편백나무숲

▲ 삼산 산행의 백미인 편백나무숲. 지친 몸과 마음을 어루만지는 편안함을 갖추었다.
평소 등산을 꽤 하는 사람도 오토캠핑을 가서는 선뜻 산행에 나서기 힘들다. 오토캠핑은 가족단위로 즐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등산의 왕초보인 아이들이나 아내와 함께 하기에는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산은 이런 고민을 말끔히 해결해주는 산이다.

우선 계곡 깊숙한 데까지 임도가 뻗어 있어 3km만 오르면 정상에 닿는다. 피톤치드를 가장 많이 내뿜는다고 알려진 편백나무숲이 있어 건강에 좋고 운치 있다. 특히 몸의 면역력을 강화해줘 아이들에게 좋다. 육산이라 길이 푹신푹신하며 급경사가 적은 편이다. 정상 조망이 좋아 도시락을 먹고 쉬기에 제격이다. 다만 길이 약간 희미해 선두에 선 이가 길 찾기에 주의해야 한다.

산행은 삼산에 올라갔다가 올라간 길을 그대로 밟아 내려오는 코스를 권한다. 비래봉 쪽은 내리막이 가파르고 볼거리가 없으며 길이 희미해 초보자의 경우 길을 잃을 수도 있다. 수곡재에서 내려오는 길이 있으나 역시 길이 희미하고 이정표가 없어 독도에 자신이 없다면 온 길을 그대로 밟아 내려가는 것이 상책이다. 삼산에서 편백나무숲만큼 좋은 명소는 없으므로 온 길을 그대로 내려가 한 번 더 피톤치드를 마시는 게 여러 모로 좋다.

삼산이 온 가족이 타기에 큰 어려움이 없고 적당한 운동량과 운치를 맛볼 수 있는 산임을 뒷받침하듯 섬진강오토캠핑장 최영식씨는 “단골손님 중에 올 때마다 아이들을 데리고 삼산을 다녀오는 손님이 있는데 그렇게 좋을 수가 없대요”라고 말한다. 등산로 입구에서 정상까지 올라간 길로 다시 내려오는 코스는 6km에 2시간 정도 걸린다. 오토캠핑에 곁들이기 좋은 가벼운 산행이다.

삼산 산행은 들머리를 찾는 것이 관건이다. 자가용으로 임도를 최대한 올라가 별장 위 삼거리에, SUV 차량의 경우 등산로 입구에 주차하고 산행하는 것이 온 가족과 부담 없이 산을 타기에 좋다. 내비게이션에 ‘수곡2구회관’ 혹은 주소 검색으로 ‘곡성군 목사동면 수곡리 300번지’ 회관 주소를 쳐서 찾아간다.

회관(좌표 N35 07 34.1 E127 19 16.7) 앞 삼거리 공터에서 오른쪽 길을 따라 150m를 가면 좁은 사거리에 닿는다. 여기서 ‘농원 가는 길’이라 적힌 우측 길로 가지 말고, 맨 왼쪽 길을 따라 1.9km를 가면 붉은 ‘삼산’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에 닿는다. 승용차는 여기에 주차한다. SUV나 4륜 차는 비포장길을 따라 600m를 더 오르면 등산로 입구(좌표 N35 07 11.5 E127 20 15.2)에 닿는다.

▲ 용산제. 곡성군 목사동면 구룡리에 있는 신숭겸 사당이다.
명상에 빠진 수도사들의 편백숲

수곡2구회관 앞이 그나마 터가 넓어 차를 세웠다. 동네 아주머니에게 삼산 들머리를 묻자 저 앞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가란다. 등산로 입구까지 걸어서 40분은 걸린단다. 차로 갈 수 있으니 타고 가길 권한다. 그러나 비래봉까지 종주하려면 차를 다시 가지러 가기가 곤란하여 걷기로 한다. 콘크리트 길을 따라 서서히 몸을 푼다. 완만한 길을 따라 서서히 산속으로 들어간다. 계곡 곁 사면으로 임도가 나 있다.

삼산에서 내려서는 맞은편 지능선엔 단풍이랑 억새가 가을 축제를 벌였다. 서울 근교였다면 사람들이 가만 두지 않았겠지만 심심산골이라 사람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

지루할 것으로 예상했던 임도는 편백나무, 소나무, 대나무, 단풍나무, 감나무 등 다양한 나무가 화사하여 50분이 길지 않게 느껴진다. 임도가 끝나는 곳에는 벤치가 휴식을 권한다. 묵사동면 청년회에서 세운 이정표가 갈 길을 알려준다. 처음에는 의욕적으로 정비한 흔적이 나 있던 등산로가 얼마 안 가 희미해진다. 표지기도 달아 놓고 나무에 표시도 해놓았으나 낙엽이 덮여 희미하다. 그러나 가만히 보면 사람이 다닌 길의 냄새가 난다.

완만한 오름이 이어지는 짙은 숲을 무심결에 잡념에 빠져 산만하게 걷다 딴 세상을 만난다. 편백나무숲, 멀리서 눈에 들기라도 했으면 마음의 준비라도 했을 텐데 제멋대로 자란 나무 틈을 걷다 갑자기 신성하리만치 쭉쭉 뻗은 편백숲에 들자 막 국경을 지나 노르웨이의 깊은 숲에 온 듯 놀랍다. 고요하고 엄숙한 무게감에 신성함이 배어 있어, 거구의 편백들이 명상하는 수도사들 같다. 바닥은 솔잎이 수북해 푹신푹신한 것이 몸과 마음의 긴장을 묘하게 누그러뜨린다. 느리게 걸으며 신성한 향기를 깊이 들이마시자 몸속의 나쁜 기운이 날숨과 함께 밖으로 나오는 기분이다.

어렵지 않게 닿은 능선삼거리, 이정표를 따라 정상으로 간다. 완연한 육산이라 능선 오름길에서도 호흡이 어렵진 않다.

정상(좌표 N35 06 35.4 E127 20 48.7)은 동쪽으로 트여 있고 작은 바위도 있어 쉬었다 가기 좋다. 목사동면 청년회에서 간벌을 해 시야를 틔운 흔적이 있다. 덕택에 기분이 상쾌해진다. 맞은편 봉두산 기슭엔 태안사가 있다는데 산줄기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태안사는 보물을 네 점이나 간직한 곡성 최고의 고찰이다. 그 아래 계곡에는 죽곡면의 동계천이 흐르고 계곡을 따라 곳곳에 마을이 차분히 가라앉았다.

북쪽 비래봉으로 향한다. 능선 내리막에서 자칫 방심하는 사이 엉덩방아를 찧었다. 낙엽이 발목까지 쌓여 있어 디딤이 좋지 않다. 포대자루를 타고 갔으면 싶은 생각이 드는 낙엽의 바다다. 늘어선 나무를 손잡이 삼아 의지하기도 하고 스틱을 미리 짚어가며 균형을 잡는다. 정상에서 북쪽 능선으로 내려선 이후로는 약초꾼이나 다니는 길처럼 희미하다. 간간이 매달린 꾼들의 표지기가 반갑다. 나무가 빽빽해 지루한 능선길, 속도에 집착하며 길이 희미한 만큼 독도를 통해 산행의 재미를 찾는다.

둥그스름한 숲 속의 봉우리. 비래봉에 온 것을 후회하게 만드는 허무한 정상이다.

가파른 낙엽 길이 다리 근육을 바싹 긴장하게 만드는 하산길은 등산로가 없는 듯 보인다. 자세히 살펴보면 사람이 다닌, 그나마 갈 만한 길이 어렴풋이 보인다. 정글처럼 잡목이 우거진 내리막을 요리조리 길을 찾아 내려서자 날머리인 신숭겸 사당이다. 광화문 이순신상 같은 동상에 비석까지, 주변 시골 풍경과 어울리지 않는 화려한 시설이다. 그는 궁예를 폐하고 왕건을 추대한 고려의 개국공신으로 견훤의 군대에 왕건이 포위되자 그를 구하고 전사했다. 도로를 따라 20분을 걷자 차를 세워둔 삼거리다. 아침에 길을 알려준 아주머니가 어땠냐며 묻는다.

“삼산, 삼삼하니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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