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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산따라 맛따라] 양평 청계산

by 白馬 2009. 5. 6.

       [산따라 맛따라] 양평 청계산

용산역에서 중앙선 국수역까지 전철이 개통되었다. 지난해 연말 개통된 이 구간에는 21개 역이 있는데, 이촌~응봉, 덕소~국수 간 철길은 한강 물길과 나란히 달린다. 팔당역을 지나 북한강 철교를 건너기 직전에는 운길산역이 새로 생겼다. 역 이름이 말해주듯, 운길산 자락에다 만든 이 역은 운길산에 오르고 수종사를 다녀오기에 아주 가까운 곳이다.


운길산역과 북한강 철교를 건너면 바로 닿게 되는 양수역과 국수역은 최첨단 시설을 갖춘 새로운 모습의 역사를 지었다. 양평 사람들이 외지인들에게 즐겨 들려주던 말이 있다. “양평은 생각보다 가깝습니다. 서울에서 1시간이면 충분합니다.” 청량리역에서 중앙선 기차를 타면 양평역까지는 1시간이면 충분히 닿을 수 있는 곳이다. 그렇지만 그 기차는 2시간 간격이다. 자동차로도 길이 막히지 않으면 양평까지 1시간 만에 닿을 수 있다. 그런데 길이라도 막히면 1시간이라는 시간이 보장되지 않는다.


이제는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다. 주말에 30분 간격으로 용산~국수 구간을 달리는 전철은 ‘등산열차’라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팔당역에 내려 예봉산에 오르고 운길산역에 내려 운길산에 오른다. 이제는 양수역이나 국수역이 양평 청계산의 산행 나들목이 되었다. 역전에 산행 안내판이 세워진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안내소까지 지어놓고 양평군청 직원이 나와서 안내를 하고 있다. 역전에는 청계산에 오르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먹거리집과 편의시설들이 새 단장을 하면서 손님맞이에 분주하다. 생기가 철철 넘치는 모습이 보기 좋다.


양수역과 국수역은 사계절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는 양평군의 서쪽 관문 양서면에 위치해 있다. 남쪽으로 남한강, 서쪽으로는 북한강이 에워싸고 있는 고장이다. 길고도 큰 두 물줄기가 품에 안고 있는 이곳 두물머리 양수리(兩水里)는 금강산에서부터 흘러내리는 북한강과 강원도 금대봉 기슭 검룡소(儉龍沼)에서 발원한 남한강의 두 물줄기가 합류하는 곳이라는 뜻이다.


연꽃 음식점
국수리에서는 연꽃 칼국수 한 그릇을


앞으로는 사정이 달라지겠지만 그 동안 양평 청계산은 세상에 널리 알려지지 않아 붐비지 않아 좋은 산이었다. 목왕리나 청계리, 벗고개를 들머리로 하면 1시간 반 정도로 정상을 밟을 수 있다. 그렇지만 이들 들머리는 접근성이 국수리 쪽보다 쉽지 않아 국수리가 청계산에 오르는 첫 번째 루트로 꼽혔는데, 이제는 국수역까지 전철이 닿게 되었으니 국수리 역전이 ‘청계산 명동’으로 변모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국수역 남쪽으로 500여m 앞에는 6번 국도가 동서를 가로 지른다. 오래전부터 이 국도변에는 큰 마을이 형성되었고 먹거리집 여럿이 문을 열어 손님을 맞고 있었다. 양평은 물의 고장, 양평에서는 발길이 닿는 곳곳에서 수생식물인 연(蓮)을 볼 수 있다. 연은 씨, 잎, 꽃, 뿌리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이 먹을 수 있는 훌륭한 식자재다. 연잎으로 차를 끓여 마시고, 연근으로 조림을 해서 반찬으로 먹는 것은 일반화되어 있다.


국수역 남방 6번 국도에 있는 ‘연꽃칼국수(031-774-2938)’는 연을 식재료로 한 다양한 음식들을 먹을 수 있는 업소다. 안주인 이성휘(53)씨는 딸과 함께 지혜를 모아 자체 개발한 음식들을 차려낸다. 세 가지 색깔의 연근, 연씨, 연잎으로 만든 연해물칼국수 삼색면이 대표 음식인가 했더니 찐 찰밥을 연잎에 싼 연밥이 따라 나온다. 다른 어떤 음식점에서도 보지 못한 특이한 음식이다.


연해물칼국수(연잎, 연근, 연씨 2인분) 12,000원, 연밥(연자, 연근, 찹쌀, 녹두, 수수, 팥, 밤, 은행, 대추, 잣) 6,000원, 연근버섯육개장 6,000원, 연해물전 9,000원, 연완자 12,000원. 연근조림도 판매한다. 100석. 주차공간도 넉넉하다.


국화향기
1만원의 행복메뉴


음식이 깔끔하고 주인은 상냥하다. 음식점에서 맛이야 기본일 테니 상냥한 주인이 차려내는 깔끔한 음식이라면 찾아가 봐야 할 집이다. 청계산 산행을 마치고 국수리로 하산하는 경우라면 국수리 6번 국도 건너편에 있는 양평한증막에 들러 목욕하고 피로를 푼다. 그리고 한증막 앞에 위치한 ‘국화향기(031-773-4498)’로 들어가서 1만 원의 행복을 누려 보는 것도 좋겠다. 이 식당은 상냥하기 그지없는 집주인 이진희(45)씨가 웰빙코스 한정식 전문점을 표방하고 있는데, 주말이면 식탁이 빌 틈이 없다고 한다.


현지 손님보다 서울에서 찾아오는 손님이 더 많다고 하니 붐빌 수밖에 없겠다. 집주인이 ‘착한 가격’이라고 표현하는 1만 원에 차려 내는 코스 음식으로는 검은 깨죽(흑임자)을 시작으로 잡채, 전, 들깨탕, 오징어와 우렁초무침, 한약 소스로 만든 떡갈비와 약선장육 등이 차례로 식탁에 올라온다. 정성을 다해서 한약 소스를 달여 모든 음식을 주인인 이진희씨가 직접 장만하는데, 식후에는 충청도 깊은 산속에서 따 말린 국화차를 내놓는다. 봄이 되면 용문산에서 갖고 오는 더덕으로 구이를 하며, 무공해 쌀로 지은 쌈밥을 제육볶음과 함께 7,000원에 차려 내기도 한다.


중미산막국수
37번 국도변의 큰 별


양평땅에는 여주와 가평을 잇는 37번 국도가 남북으로 달리고 있다. 이 국도를 축으로 동쪽에는 양평을 대표하는 용문산과 백운봉, 유명산이 솟아 있다. 또 서쪽으로는 중미산과 청계산이 솟아 있다. 청계산 동쪽, 옥천면 신복리에는 84만6000평의 울창한 숲으로 조성된 중미산 자연휴양림이 있고 한화리조트도 있다.


이러한 여건이라 아름다운 37번 국도는 늘 붐비는 편인데, 이 37번 국도변에는 경기도가 2008년에 선정한 ‘맛깔스런 경기 으뜸음식점’ 중미산막국수(031-773-1834·대표 윤광규 사분희)가 성업 중이다. 양평 일대의 산을 찾는 산꾼들이나 리조트 이용객들이야 말할 것도 없고 일부러 이 집 막국수와 빈대떡을 먹기 위해 서울에서 식도락 원정을 오는 사람도 부지기수라니 중미산막국수의 명성을 알 만하겠다.


업주 윤광규씨는 본지‘산따라 맛따라’가 연결고리가 되어 산자락 유명 업소 업주들로 구성된 전국산촌미락회 부회장이기도 하다.


연밭
창밖 가정천변은 수생식물의 낙원


연꽃은 여러 가지 덕성을 지녔다. 진흙탕에서 자라지만 진흙에 물들지 않는다. 연꽃이 피면 물속의 시궁창 냄새는 사라지고 연꽃 향기가 연못에 가득 찬다. 연꽃은 어떤 곳에 있어도 푸르고 맑은 줄기와 잎을 유지한다. 바닥에 오물이 즐비해도 그 오물에 뿌리를 내린 연꽃 줄기와 잎은 청정함을 잃지 않는다. 연꽃 줄기는 부드럽고 유연하다. 그래서 좀처럼 바람이나 충격에 부러지지 않는다. 연꽃이 피면 반드시 열매를 맺는다. 모든 사람이 이런 덕성을 지닌 연꽃처럼 살 수는 없을까. 특히 사회 각계의 지도층 인사들은 연꽃 같은 고고한 품성을 지니고 사회를 이끌어주면 좋겠다.


물의 고장 양수리 두물머리는 연꽃의 천국이다. 중앙선 양수역 남쪽 700여m 지점 남한강변 용담리에는 6만여 평의 땅에다 각종 수련과 연꽃, 수생식물들을 가꾸어 놓은 물과 꽃의 동산 세미원이 있다. 산행 뒤풀이로 꼭 들러볼 만한 곳이다. 양수역에서 세미원 가는 길 중간 지점쯤에 양서면사무소가 있고, 그 바로 맞은편에는 빌라식으로 크게 잘 지은 4층 건물의 1층이 ‘연밭(031-772-6200)’이라는 이름의 외식업소다. 안으로 들어가 보면 건물 한쪽 유리창 밖이 남한강의 한 지류인 가정천변. 연꽃을 보기에는 이른 계절이지만 그 분위기는 세미원의 일부를 보는 듯하다. 실제로 가정천은 세미원에서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1981년에 창업, 양평군의 맛집으로 선정된 이 식당에서는 옥호가 말해 주듯 연을 식자재로 한 연잎찰밥, 연자녹두전 등의 음식들을 차려낸다. 300여m 거리 양수역에 전철이 들어오자 찾아오는 손님의 연령 분포도 넓어졌고 주문하는 음식도 다양해졌다고 한다. 연밥정식(연잎에 싼 찰밥) 15,000원. 민물고기 매운탕 20,000~40,000원.


이 지역 토박이인 업주 권오충(66)씨 다섯 형제자매 내외가 작고한 선친의 뜻에 따라 식당 건물 2~4층에서 함께 살고 있다. 주변에서는 매우 이상적인 노년의 주거형태라며 부러워한다고 했다.


육콩이네
세미원 앞 유기농쌈밥집


‘맑은 물 사랑’의 근원이라는 양평은 친환경농업의 중심지로 자부심이 대단하다. 농약과 제초제를 쓰지 않고 맑은 물로 재배한 쌀로 옛 고향의 맛을 지키겠다는 다짐 또한 대단하다. 이러한 당찬 의지는 6번 국도변 식당들의 간판에서 잘 읽을 수 있다. 세미원 바로 앞에 위치한 유기농 쌈밥 전문점 ‘육콩이네(031-773-6733)’ 음식들이 이러한 양평 사람들의 의지와 양수리가 연꽃의 천국인 것을 잘 대변해 주고 있다.


연자전·콩전·모두부 각 5,000원, 얼큰순두부·콩비지 각 6,000원, 유기농 쌈밥 8,000원, 연자해물수재비·연칼국수 각 2인분 15,000원. 1~2층으로 120명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규모. 식당 이름은 업주 형제가 6명인 것에 유래했다고 한다. 식당 옆 마당이 건너편 양서문화체육관 세미원의 무료주차 공간이라 이용하기에 아주 편하다.


양수추어탕
30년 전통의 명업소


양평 청계산의 하산 포인트로 조명을 받게 된 양서면을 지도상으로 보면 서울에서 그리 멀지 않다. 그렇지만 전철이 양수역까지 개통되기 전까지는 찾아가 보기가 불편했다. 그런 가운데서도 두물머리에 다녀온 사람들이 예사롭게 추천하는 집이 ‘양서추어탕(031-773-5995)’이었다. 업소 간판에는 ‘30년 전통’이라는 접두어가 붙어 있다. 지금의 업주 강명자(54)씨가 20년 전 시어머니로부터 승계한 업소다.


오랜 전통의 집이라 자랑거리가 한둘이 아니겠지만 이 집에서 쓰고 있는 미꾸라지만은 빠뜨릴 수 없는 자랑이라고 한다. 경기도 이천에서 갖고 오는 이 미꾸라지는 큰 연못에서 인공사료를 주지 않고 자연산에 가장 가깝게 양식한다는 것이다. 양서면 중심가에서 서종면 방향으로 철뚝 가기 전 200m 지점에 위치. 80석. 주차 공간 넉넉. 추어탕 8,000원. 미꾸라지완자 10,000원.


저녁바람이 부드럽게
친환경 유기농 순두부·만두전골


우리의 농토는 농약과 화학비료 등으로 크게 오염되었다. 이렇게 오염된 땅에서 거둬들인 농산물이 우리 식탁에 올라와서 건강을 해치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중국을 위시, 정체불명의 땅에서 생산된 식품들이 우리의 식탁 상당부분을 점령하고 식생활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는 사실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양평 청계산이나 운길산 산행을 마치고 귀환길에 멀지 않은 곳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마현마을)에 있는 다산 유적지를 둘러보시기를 권한다. 우리 역사에서 가장 큰 스승의 한 분이신 다산 정약용(茶山 丁若鏞) 선생이 1762년(영조 38년) 이곳에서 태어났다. 이곳에는 다산기념관이 있고 선생의 묘소도 있다. 오는 6월에는 지금 완공단계에 있는 실학박물관도 새로 문을 연다.


다산기념관에 도착하기 직전에 아담한 작은 가게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저녁바람이 부드럽게(031-576-0815)’다. 문화관광부와 한글학회가 ‘아름다운 우리말 가게 이름’으로 뽑은 집이다. 이 집에서는 철저하게 친환경 농산물만 식자재로 사용한다. 팔당생명살림연대가 팔당 상수원 지역에서 유기·전환기유기·무농약 등 친환경 농산물만을 생산하고 이 생산물들을 이 집에 공급하고 있다.


그만큼 음식값이 다른 업소에 비해 비쌀 테지만 이 집에서는 실학정신에 입각한 것일까. 음식값 책정이 매우 합리적이다. 안주인 이향근 여사의 회심작이라는 굴림만두는 여러 언론매체와 입에서 입을 통해 이미 세상에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음식값은 파격적이라는 평이다. 유기농순두부 6,000원. 굴림만두국·굴림만두떡국·감자전 각 8,000원. 유기농굴림만두전골(1인분) 10,000원. 고추장구이백반 12,000원.


아름다운 가게 이름은 모차르트의 오페라 ‘휘가로의 결혼’ 중 수잔나와 백작부인이 부르는 여성 2중창에서 따 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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