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년전 국내 '첫 불'…올들어 첫 섬 나들이객 맞아
- ▲ 국내 최초의 등대인 인천 팔미도 등대
요즘 전철 나들이객이 부쩍 늘었다. 알뜰 분위기 탓이다. 산은 물론 호젓한 섬을 찾아 잠시 일상의 무게를 내려놓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경인선 전철에 오르면 인천 앞바다로 섬 여행이 가능하다. 인천에는 강화, 옹진, 무의, 영종도 등 연근해에 크고 작은 섬들이 점점이 박혀 있다. 그중 여객선이 닿는 곳은 20여개 남짓. 이들 중 최근 일반에 개방한 팔미도는 국내 최초의 등대, 섬 일주 산책로 등을 갖춘 수도권 일상탈출의 명소이다. 인천에서 배를 타고 50분 남짓, 팔미도는 전철을 타고 한나절 바닷바람 쐬기에 딱 좋은 곳이다.
서울서 전철타고 50분, 배타고 50분…서해 명물 인천대교 구경도
영종도 등 인천 앞바다 섬들 한눈에… 1km 일주 산책로도 장관
▶ 팔미도의 명물 '등대'
팔미도는 멀지도 가깝지도 않다. 전철을 통해 닿을 수 있는 물리적 거리로는 지척이지만, 주민이 살지 않은 호젓한 섬 분위기는 절해고도 못지않다. 팔미도는 그간 일반에게는 그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다. 때문에 그 사실만으로도 신비감이 물씬 풍기는 곳이다.
그렇다고 환상의 섬은 아니다. 아기자기 올망졸망 그저 편안한 느낌을 주는 평범한 섬이다. 섬 면적이 7만5670㎡(2만2890평). 인근 대부도 무의도 영종도 등에 비해 크기 또한 보잘 게 없다. 하지만 그 위치만큼은 절묘하다. 영종도와 대부도 사이 인천으로 들어가는 뱃길 정중앙, 인천항 길목 한가운데 버티고 서있다.
팔미도라는 여행지의 최고 관심 소재는 '등대'이다. 1903년 국내 최초로 이 섬에 등대가 들어섰다. 대한제국 시기 일제는 팔미도에 등대를 설치하고 경성 침탈의 거점으로 삼았다. 한국전쟁 때에는 인천상륙작전의 시작점이기도 했다.
켈로 부대(대북첩보부대) 대원들이 이 등대를 탈환해 1950년 9월 15일 불을 밝힘으로써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길잡이 역할을 했다.
지금도 팔미도에는 106년 전 첫 불을 밝혔던 등대(높이 7.9m, 지름 2m)가 오롯이 서 있다. 100년 동안 수행한 임무를 마감한 등대는 2003년 최첨단 등대(지하 1층, 지상 4층, 높이 31m)와 임무교대를 했다. 팔미도 등대가 불을 밝힌 이후 섬은 등대지킴이와 군인만 거주했다. 100년 이상 일반인의 출입이 규제됐던 첫 등대섬이 올 들어 활짝 열리며 나들이객이 드나들고 있다.
▶ 일상탈출의 적지 '팔미도'
팔미도는 서울 시청역에서 전철로 50분, 다시 배를 타고 50여분 남짓이면 닿을 수 있다. 넉넉잡고 두어 시간 발품을 팔면 한나절 바닷바람을 쐴만한 호젓한 섬이다
인천연안여객터미널 현대유람선 선착장에서 팔미도까지는 유람선(199t급 '용주 2호')을 이용한다. 뱃길 중간에는 서해의 명물 인천대교를 만난다. 올 가을 개통을 목표로 지금은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다. 인천국제공항과 송도국제도시를 연결하는 다리의 총길이는 2만1270m. 세계에서 5번째로 길다. 주 탑의 높이가 238.5m로 63빌딩(249m)에 근접한다.
팔미도는 본래 모래톱에 의해 연결된 두 섬이 마치 여덟팔자처럼 생겼다고 해서 팔미도(八尾島)란 이름을 얻었다. 오랫동안 무인도였던 까닭에 울창한 숲이며, 기암절벽, 백사장 등 자연환경이 잘 보존돼 있다.
팔미도 등대는 최고의 전망대이다. 등대 앞마당 '천년의 광장'에 서면 팔미도 등대가 왜 여기에 서 있는지 그 이유를 단박에 알 수 있다. 해상 교통의 요지답게 사방 조망이 가능하다. 인천대교, 영종도, 송도 신도시, 선재도, 영흥도, 무의도, 승봉도 등이 팔미도를 중심으로 부챗살처럼 펼쳐져 있다.
아쉬운 건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환절기에는 연무가 끼는 날이 많아 시정이 흐리다는 점이다.
100년 동안 바다를 지켜온 등대와 임무교대를 한 새 등대가 나란히 서 있는 마당에는 홍보관도 마련 돼 있다. 등대의 역사, 인천상륙작전 등을 살필 수 있는 기록 등이 전시돼 있다.
또 홍보관을 들렀다가 만나는 산책로가 압권이다. 섬을 한 바퀴 돌아 선착장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100년 넘게 일반인의 발길이 닿지 않았던 숲이 빽빽하다. 1km 길이의 산책로는 탁 트인 바다가 굽이 마다 나타나 색다른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산책로를 따라 소사나무, 소나무, 진달래, 고사리밭 등이 이어진다. 고사리는 등대관리소 직원들의 찬거리로도 사용된다. 손 바닥만한 텃밭에도 철따라 배추와 고추 등 부식거리를 재배한다. 팔미도의 최고 야생 포식자는 두 마리의 들고양이. 우리 해군이 엄연히 주둔하고 있지만 녀석들 역시 동과 서로 영역을 나눠 섬을 분할 통치 하고 있다. 또 산책길에 만나는 기암괴석 사이 앙증맞은 작은 해수욕장도 탐나는 풍광이다. 팔미도 기행에 아쉬운 점 두 가지. 머물 수 있는 시간이 1시간 남짓에 섬에는 식당이나 숙박업소가 없다는 점이다.
"경쟁률 수십대 1…등대지기, 생각보다 인기있죠"
▶ 길에서 만난 사람='팔미도 파수꾼 정창래'
팔미도에는 민간인이 두엇뿐이다. 팔미도 등대를 지키는 이들이다. 등대지기들의 정식 명칭은 '국토해양부 인천해양항만청 해양교통시설과 팔미도 항로표지관리소 기사'. 단 번에 알아듣기 힘들 만큼 긴 직함이다. 항로표지 관리 기사로 13년째 일해오고 있다는 정창래씨(48)는 "아휴, 팔미도야 바람 쐬기 딱 좋죠.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곳에 이렇게 조용한 곳이 있으니…"라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팔미도 자랑을 늘어놓는다. 인천항을 오가는 무역선, 도서 여객선의 길잡이 구실에 큰 보람을 느낀다는 정씨의 애로점은 가족에 대한 그리움. "항로표지관리소 기사(등대지기) 인기가 생각보다 좋아요. 경쟁률이 수십 대 1일 입니다. 오지 근무수당, 자녀 교육비 혜택 등 복지도 좋습니다. '신이 감춰 둔 직장' 정도는 아니지만 파리판 닦기, 등명기 점검 등 기본에 충실하면 자기 시간 보내기도 그만이지요."
::: 여행메모
▶ 가는 길 : 서울 시청역 기준 1호선 동인천역까지 50분(1500원), 동인천역~인천연안여객터미널(현대유람선정거장 하차)까지는 12, 24번 시내버스 이용 20분(1000원).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에 팔미도 까지는 하루 2회(오전 11시, 오후 2시) 운항한다. 팔미도~인천연안여객터미널(오후 1시, 오후 4시). 어른 2만2000원, 어린이 1만3000원(왕복승선료, 여행자보험, 안내가이드 포함). 현대마린개발(www.palmido.co.kr, 1600-0513)
▶ 먹을거리 : 팔미도에는 식당이 없다. 때문에 인천 연안여객터미널 주변 해양센터, 일명 밴댕이거리를 찾으면 된다. 그중 오성식당은 물메기 탕과 지리(각 6000원)를 곧잘 끓인다. 게장백반(8000원), 밴댕이회(1만5000~2만5000원), 조기매운탕(1만5000~2만5000원) 등도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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