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타고 산타고'…경기 남양주 운길산 '수종사'
세조의 깊은 잠 깨우던 물소리
다산-추사가 즐기던 물 한잔 오늘은 내 영혼을 적시다
- ▲ 수종사에서 바라보는 두물머리의 풍광이 한 폭의 그림에 가깝다
유례없는 경기 불황으로 누구나 할 것 없이 맘들이 무겁다. 이럴 때 일수록 일상 재충전이 절실하다. 하지만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어도 발길 또한 무겁다. 가벼운 주머니 사정 탓이다. 저렴하게 떠나 흡족함을 느낄 수 있는 여행지를 찾는 것도 일상의 지혜다.
최근 수도권 지역에 전철 노선이 확장 되며 나들이 코스도 덩달아 늘었다. 한강 조망이 으뜸이라는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운길산이 대표적이다. 지난 연말 개통된 중앙선 전철에 운길산역이 신설됐다. 서울 청량리역에서 전철로 40분 거리. 북한산-도봉산 보다 더 가깝다.
두물머리 너른 강변 한눈에…'동방의 사찰중 으뜸' 극찬
청량리역에서 2시간 거리, '삼정헌' 차-은행나무도 눈길
- ▲ 무료찻집 삼정헌
해발 610m 운길산은 산세가 부드럽고 등산로가 순탄하다. 때문에 가족 산행이나 가벼운 주말 트레킹에 적합하다. 특히 등산 도중 남한강과 북한강이 합쳐지는 두물머리를 한 눈에 굽어 볼 수 있어 산행이 지루하지 않다. 흔히들 '수종사'로 부르는 여행지이다.
최근 수종사를 쉽게 찾을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생겼다. 전철을 타는 것이다. 용산역에서 출발하는 중앙선 전철이 팔당, 운길산역을 지나 국수역까지 개통됐다. 조안면 진중리에 생긴 운길산역은 옛 능내역을 대신하는 역사다.
복잡한 도심에서 전철에 오른 지 채 한 시간도 안돼 호젓한 시골역에 도착했다. 물론 새 건물이라 운치는 덜하다.
산을 오르는 길은 역사 인근 진중리에서 부터 시작한다. 마을에서 운길산 중턱 수종사까지는 2km 남짓. 시나브로 걸어 1시간30분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절집을 찾는 길은 가파른 편이다. 비록 불이문 앞까지 시멘트 포장이 돼 있다고는 하나 굽이치는 산길에 땀이 꼽꼽이 밸 정도다.
간혹 차를 타고 오르는 경우도 있으나 마을에 두고 출발하는 게 낫다. 마침 궂은 날씨에 눈이라도 내리면 미끄러운 길에 대책이 없다.
- ▲ 운길산 등산로
산사를 찾는 길은 여유롭다. 맑은 대자연의 기운을 느낄 수 있어 좋고, 눈 아래 펼쳐지는 한강도 감상할 수 있어 더할 나위 없다. 산길이 크게 굽이칠 때마다 두물머리 너른 강변이 시원스레 펼쳐진다.
다리쉼을 하고 싶을 즈음 가람이 눈에 들어온다. 절 입구에 불전함이 있지만 입장료는 받지 않는다. 수종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25교구 본사인 봉선사의 말사이다. 그 유래는 조선 세조 임금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458년 세조가 신병 치료차 금강산에 다녀오던 중 두물머리에서 하룻밤을 묵다가 난데없는 종소리에 잠을 깼다. 알아보니 부근 바위굴에 18나한이 있었고 굴속에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마치 종소리처럼 울려, 이곳에 절을 짓고 '수종사'라 이름 지었다. 이후 조선 후기 고종이 사찰을 중수, 지금에 이르고 있다.
- ▲ 수령 500년 넘은 수종사 은행나무
절에는 오층석탑과 부도 등 보물이 있지만 그중 으뜸은 전망이다. 일찍이 조선의 문호 서거정이 '동방의 사찰 중 최고의 전망을 가진 사찰'이라 격찬했을 정도로 절 앞마당은 최고의 조망대이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 이루는 바다처럼 넉넉하고 호수처럼 고요한 양수리 물길이 주변 산세와 조화를 이루며 발아래 펼쳐진다.
수종사 옆 마당에는 세조가 수종사 창건 기념으로 심었다는 거대한 은행나무가 있다. 수령이 500년을 넘어선 나무의 둘레만 7m에 이른다. 수종사는 본래 물이 좋아 다산 정약용, 추사 김정희도 이곳 약수물로 차를 즐겼다고 전해진다. 그 명성이 지금은 무료 찻집 삼정헌(三鼎軒)으로 이어진다. 수종사를 찾는 이들이 꼭 경험하고 싶은 곳. 절 마당에 자리한 기와집인데, 차 한 잔을 놓고 통유리 너머 두물머리의 풍경을 굽어 볼 수 있다. 창을 통해 쏟아지는 따사로운 겨울 햇살과 한 잔의 차에 마음속 근심을 위무 받기라도 한 걸까. 다실 속 사람들의 표정이 밝고 안온하다. 가람을 비켜서 계단 길을 오르면 운길산 정상이다.
정상에서 산길은 예봉산으로 이어지고 예봉산에서 내려오면 중앙선 팔당 전철역이 가깝다. 중앙선 전철역은 가벼운 산행코스가 즐비하다. 이번 운길산역과 함께 문을 연 양평군의 양수, 국수역은 각각 부용산(366m), 청계산(658m)을 찾는 길이다. 운길산역 주변에는 연계 관광코스도 쏠쏠하다. 남양주 종합촬영소, 다산유적지, 여름이면 수면 가득 연꽃이 만발하는 세미원, 팔당호 등 운치 있는 여행지가 산재해 있다.
::: 여행메모
▶ 가는 길
/ 초하루-보름 무료셔틀 운행
중앙선(팔당선)을 타야 한다. 용산~청량리~회기~운길산~국수역까지 운행한다. 단 청량리역은 지하역이 아니라 지상역에서 타야하며, 덕소까지는 자주 운행하지만 덕소~국수역까지는 1시간에 2대 꼴로 운행한다. 운길산역 2번 출구(전철역 1층 여행안내소)~진중리 마을 등산로 입구(도보 10분)~수종사(1시간~1시간30분). 수종사에서는 초하루와 보름에는 무료셔틀도 운행한다(031)576-8411
▶ 뭘 먹을까
/ 순두부로 영양 보충 '굿'
남양주 조안면에는 유명한 순두부 집이 있다. 순두부, 콩탕 등을 끓여내는 '기와집 순두부'로, 순두부를 제대로 끓이는 곳으로 평이 나 있다. 달달한 맛이 도는 순두부가 일품이다. 순두부, 콩탕 각 6000원. (031)576-9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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