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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경남 남해

by 白馬 2009. 1. 21.

        경남 남해

        한려수도 파란 바다를 빛내는 나비 한 마리

나비다. 지형도를 놓고 가만히 살펴보면 남해군(南海郡)은 한 마리 나비를 닮았다. 하지만 남해도(南海島)만으로는 불완전하다. 동쪽이 허전하다. 서쪽 날개와 동쪽 날개의 이런 불균형은 창선도(昌善島)가 연결됨으로써 완성된다. 그 역할을 지족해협에 놓인 창선교가 맡는다. 이렇게 해서 남해군은 한려수도 파란 바다를 수놓은 한 마리 아름다운 나비로 완벽하게 변신하게 된다.


▲ 남해도와 창선도 사이의 지족해협엔 전통 원시 어업의 하나인 죽방렴이 20여개 남아 있다.

조선 전기 4대 서예가의 한 사람인 자암(自菴) 김구(金銶·1488-1534)는 남해로 유배 왔다가 남해를 ‘한 점 신선이 사는 섬’이란 뜻으로 일점선도(一點仙島)라고 찬탄했다. 자신의 불행한 처지조차 잠시 잊게 만드는 신비로운 섬이 바로 남해도다.


최근 남해 주민들은 ‘보물섬’이란 말로 남해를 자랑하고 있다. 나라에서 지정한 문화유산으로서의 보물은 용문사 괘불탱(보물 제1446호) 단 한 점뿐이지만, ‘보물섬’이라는 말이 과장이라고 핏대 올리는 이는 없지 싶다. 실제로 남해엔 보물급 명소가 많기 때문이다.


한번 짚어보자. 인간의 원시 어업방식인 죽방렴과 석방렴, 자연에 순응하려는 의지가 만들어낸 녹색의 부드러운 숲 물건리 방조어부림, 육지의 웬만한 돌산과 견줘도 뒤지지 않는 미감을 지닌 금산, 편백나무향이 그윽한 숲에 들어선 편백자연휴양림, 파란 바다와 층층의 다랑논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가천 다랭이마을, 앵강만 조망이 빼어난 천년고찰 호구산 용문사, 팔만대장경 판각 장소로 알려진 고현 대사리 마을, 그리고 누란의 위기에 처한 조국을 구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 바다인 노량해전의 관음포…. 숨 가쁘다. 어찌 이런 곳을 보물섬이라 하지 않겠는가.


▲ 삼천포-창선대교의 야경. 2003년 이 다리가 완공되면서 남해군으로 접근하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남해군의 출입구는 전통적으로 서쪽 날개 위쪽인 노량해협이었다. 대동여지도엔 이곳으로 길이 있었음을 분명히 표시하고 있다. 남해로 유배 오는 사람들도 모두 여기서 노량나루를 건넜을 것이다. 1973년 준공된 남해대교는 노량나루를 이으면서 남해 출입구 역할을 더욱 견고히 했다. 그러다 2003년 동쪽 날개 위쪽에 창선-삼천포대교가 놓이면서 남해 출입구는 두 군데로 늘어났다.


남해대교와 창선-삼천포대교. 고민 끝에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 바다는 남해 여행의 마무리로 장식하기로 하고 창선-삼천포대교로 남해군으로 들어선다. 삼천포항과 창선도 사이에 있는 늑도·초양도·모개도는 한려수도 징검다리다.


이렇게 들어선 창선도 첫 여정은 가인리 공룡발자국 화석으로 시작한다. 우리나라 남해안엔 공룡 발자국 화석이 넘쳐난다. 지금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기다리고 있을 정도인데, 이곳 가인리 공룡발자국 화석의 특징은 무엇보다 사람 발자국 모양의 화석이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학계에선 ‘사람 발자국과 비슷한 수각류의 발자국’으로 표현하며, 이런 유형은 지금까지 국내외에서 보고된 적이 없어 학술적 가치가 크다고 설명하고 있다.


▲ 삼천포-창선대교를 건너가면서 남해군을 쪽을 바라보았다. 저 멀리 한려수도의 아름다운 나비 같은 남해군의 섬들이 아련하다.

진화론에 따르면 지구 역사상 공룡과 인간은 동시에 존재한 적이 없다. 창조론을 믿는 사람들은 진화론을 비판하기 위해 공룡과 인간이 동시대에 존재했음을 증명하려 애쓴다. 그래서 이곳의 ‘사람 발자국과 비슷한 수각류의 발자국’은 창조론을 믿는 이들에겐 진화론을 공격하는 데 아주 좋은 자료로 쓰이기도 한다. 어쨌든 가인리 공룡발자국 화석은 보물섬 남해를 미스터리한 섬으로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다.


창선면 소재지로 되돌아와 국도를 타고 남쪽으로 달리면 이내 남해도와 창선도 사이의 지족해협(폭 500m, 길이 3km)이 발길을 붙든다. 남해도와 창선도에 감싸 안긴 강진만 일대 조류의 속도는 평균 1.2노트(2.2km), 이 지족해협과 남해대교가 있는 노량해협의 유속은 최대 8노트(15km) 이상이다. 이는 시속이 최고 13노트(24km)에 이르는 진도 명량해협의 유속엔 못 미치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우리나라에서 제법 알아주는 유속이다.


가만히 보면 물살 빠르기로 소문난 이 바다 한가운데 나무가 촘촘히 박혀있는 것을 여러 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다름 아닌 전통 고기잡이 시설인 죽방렴(竹防簾)이다. 통나무를 세워놓고 주렴처럼 엮어 만든 그물을 물살 반대방향으로 벌려놓은 원시 어장. 돌로 만든 것은 석방렴(전라·충청에선 독살)이라 한다. 예전엔 이런 형식을 통틀어 어살(漁箭), 방전(防箭)이라고도 했다. 이런 전통 어장이 디지털 시대에도 남아있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자세히 그 기능을 살펴보자.


우선 죽방렴을 만들기 위해선 길이 10m 정도의 참나무 말목(말뚝)을 물살이 빠르고 수심이 얕은 갯벌에 V자로 벌려 박고, 모서리에 원통형 ‘발통(불통, 임통)’을 만든다. 그러면 거센 조류를 따라 헤엄치던 물고기들이 썰물 때 ‘사도’를 통해 들어선 뒤 발통에 갇히게 되는 것이다. 어부는 썰물 때 배를 타고 접근해 뜰채로 퍼올리기만 하면 된다.


▲ (좌)창선면 가인리 해안에 있는 공룡발자국 화석. 사람 발자국과 비슷한 ‘수각류의 발자국’이 발견되어 학계의 관심을 끈다.(우)벽련마을 앞에서 바라본 노도. 서포 김만중은 이곳에서 유배 당시 ‘사씨남정기’를 지었다고 한다.

죽방렴 조업은 하루 두 차례씩 썰물 때를 맞춰서 한다. 물살이 셀 때 물고기가 활동을 많이 하기 때문에 먹이도 많아 물고기가 잘 잡힌다. 그래서 어부들은 물살이 약한 조금 때보다는 물살이 센 사리 때 바쁘다. 그렇다고 해서 조금 때라 해서 손을 놓는 것은 아니다. 만약 작업을 하지 않으면 발통 안에 든 물고기들이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어부들은 거의 매일 빠지지 않고 두 차례씩 자기의 죽방렴을 확인하고 관리해야 하는 것이다.


조업을 나설 때 보통 “물 보러 간다”고 말한다. 물때를 제대로 지키는 일은 그리 쉽지 않다. 보통 물때는 국립해양조사원에서 발표한 조석표를 참고하지만, 대부분 스스로 체득한 습관적인 감각으로 물을 보러 나갈 때가 많다고 한다.


죽방렴 작업은 보통 4월부터 11월까지 8개월간 이어진다. 겨울엔 수온이 낮아 어획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쉰다. 따라서 겨울철엔 발통의 말목은 그대로 두고 그물과 대발은 철거한다. 그리고 이듬해 봄에 다시 설치하여 늦가을까지 조업하는 것이다.


길손도 몇 해 전 죽방렴을 가업으로 이어온 분의 도움으로 죽방렴으로 멸치를 잡는 전 과정을 취재한 적이 있다. 슬프게도, 이번 남해 여정에서 그 분이 얼마 전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이야기를 들어야만 했다. 정성으로 죽방렴의 멸치를 거두고 삶고 손질하던 그 분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이 자리를 빌어 그 분의 명복을 빈다.


대부분의 죽방렴은 부두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 그래서 부두를 떠난 배는 보통 5분 안에 어장에 도착한다. 죽방렴에 도착하면 어부는 배를 말목에 고정시킨 뒤 발통문을 열고 들어가 작업한다. 발통문은 발통 한쪽에 설치한 작업용 출입문인데, 보통 때는 자물쇠로 잠가둔다.


어부는 곧바로 물고기를 퍼올리는 게 아니라 제일 먼저 발통 안에 들어온 쓰레기나 불가사리·해파리 같이 해로운 생물 등을 족대로 건져낸다. 그 다음 말목에 매달아둔 후리그물을 펴서 사목 옆의 말목에 세워서 묶어두고, 나머지 한쪽으로 발통 가장자리를 따라가며 고기를 모은다. 그 다음 죔줄을 잡아당겨 물고기가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한다. 이어 후리그물 안의 물고기를 족대로 퍼서 둥우리에 담으면 된다. 잡힌 물고기의 양이 적을 때는 전 작업을 혼자 하지만, 많을 때는 2~3명이 분업하는 경우도 있다.


▲ 1전통 고기잡이 시설인 죽방렴. 2후리그물로 발통에 걸려든 멸치떼를 모으는 작업. <2005년 촬영> 3둥우리에 멸치를 담는 작업. <2005년 촬영> 4멸치 삶기.소금물의 염도를 맞추는 일은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온다. <2005년 촬영>
▲ 5멸치 말리기. 너무 말리면 잘 부스러지고, 덜 말리면 보관 과정에서 쉽게 썩는다. 6멸치 선별 작업. 7완성된 죽방렴 멸치. 건멸치의 꽃이라 불린다.

죽방렴은 멸치를 잡는 어법이어서 이 멸치를 노리는 갈치·학꽁치·붕장어·도다리·농어·감성돔·숭어·보리새우 등 다양한 종류가 들어온다. 이중 멸치가 80% 정도 차지한다. 수십 년 전엔 조기·대구·광어도 많이 잡혔다고 한다. 부두에 도착하면 온가족이 모여 물고기 선별작업을 하는데, 여기에서는 횟감으로 인기 좋은 우럭도, 광어도 모두 ‘잡어’일 따름이다.


이렇게 선별한 멸치는 크기별로 나눠 소금물에 삶는다. 이때 중요한 것은 소금물의 염도를 맞추는 일이다. 봄·가을처럼 멸치가 크거나 기름진 경우는 여름 멸치보다 더 많은 소금물을 사용하여야 한다. 소금의 품질과 농도, 이것이 바로 어장주들이 ‘전가의 보도’로 삼는 비법이다.


가마솥에 멸치를 삶은 뒤 산대미라 부르는 고기 건조발을 가지고 멸치를 떠서 부둣가 건조장에 말린다. 건조작업 역시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너무 말리면 잘 부스러져 상품가치가 떨어지고, 덜 말리면 보관과정에서 쉽게 썩기 때문이다. 멸치는 삶은 뒤 바로 자연 햇살에 말리는 게 최고다. 그러면 하루만에 건멸치의 꽃이라는 죽방렴 멸치가 탄생하는 것이다.


▲ 죽방렴과 너무도 잘 어울리는 지족해협의 일몰. 창선교에서 바라보았다.

연중 잡히는 멸치의 종류도 다르다. 4월 중순부터 5월 초순 사이의 봄철엔 주로 액젖을 만드는 데 이용되는 큰 멸치가 많이 잡힌다. 이후 5월 초엔 가장 작은 치어인 소멸(시레기), 보름 정도 지나면 3~4cm 정도의 베젱이, 6월부터는 7~8cm의 중멸(중사리)이 많다. 윤택 있고, 맛이 좋은 중멸은 멸치의 왕으로 꼽힌다.


일반적으로 멸치는 유자망으로 많이 잡는다. 하지만 그물로 잡는 과정에서 멸치의 비늘이 벗겨지고 상처를 입어 신선도나 맛이 떨어진다. 하지만 죽방멸치는 어장에서 뜰채로 살짝 떠서 싱싱한 상태로 곧바로 가공하기 때문에 상처가 하나도 없고, 맛이 뛰어나다.


죽방멸치는 생김새가 납작하고, 은백색의 빛깔과 금색을 띠고 있어 여느 멸치와는 구분된다. 이렇듯 비늘 하나 상하지 않고 곱게 건져 올린 죽방렴 멸치는 물살이 빠른 곳에서 잡힌 것들이라 기름기가 적고 쫄깃하며 비린내가 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구수하고 담백한 맛이 난다. 당연히 일반 멸치보다 몇 곱절이나 비싼 값에 팔린다. 죽방멸치는 대부분 서울의 유명 백화점으로 올라간다.


최근의 가격은 2㎏짜리 특등품 한 상자에 소비자가격이 50만 원을 호가한다. 물론 중품은 10만 원 내외, 하품은 2만 원대까지 떨어지지만, 이것도 주머니 가벼운 서민에겐 싼 가격이 아니다. 멸치 잡는 방식은 전통적이라 소중하고 정겹지만, 거기서 생산된 상품은 언감생심이니 이런 역설이 어디 있는가. 그래도 죽방렴은 해양민속학자 주강현 선생의 말대로 ‘남해안이 살아있다는 마지막 자존심’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안타깝게도 죽방렴의 어획량은 나날이 줄고 있다. 주민들은 해안 간척, 강진만의 정치망, 그리고 화력발전소·제철소 등으로 인해 수질오염과 수온이 상승해 어자원이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또 최근 대형 다리가 많이 생기면서 교각이 조류의 흐름을 바꿔놓은 까닭도 있다.


그래도 많은 것들이 사라지고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이 디지털 시대에도 원시어업 죽방렴은 아직 건재하다. 뿐만 아니라 수많은 부가가치를 가지고 남해로 관광객들을 불러모으는 데도 큰 역할도 하고 있으니 남해를 빛내는 소중한 보물임이 틀림없다. 요즘도 싱싱한 멸치와 갈치들이 뿜어대는 날카로운 은빛은 죽방렴이 아니면 볼 수 없는 광경. 저녁 무렵 붉은 빗살을 긋는 죽방렴 일몰 풍광은 덤이다.


지족해협에서 잡은 죽방렴 멸치회와 갈치회로 입맛을 돋우면 이젠 본격 남해도(南海島) 여행이다. 남해군의 맏형이요, 기둥인 남해도는 통일신라시대인 757년(경덕왕 16) 남해라는 이름을 처음으로 얻었다. 한반도 남쪽 바다엔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섬들이 있는데, 선조들은 하필이면 이 섬에 남해라는 이름을 붙여줬을까. 아마도 위치로 봤을 때 부산과 해남을 잇는 남해안의 한가운데서 무게중심을 잡고 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 물건리 해안의 방풍림. 원래 이름은 ‘바닷바람을 막아주고 고기떼를 부르는 숲’이라는 뜻의 방조어부림이다.

3번 국도를 타고 시계바늘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남해도 여행의 가장 기본적인 동선이다. 남해도에서 제일 먼저 만나는 절경은 남해군의 ‘녹색 보물’인 물건리 방풍림. 350여 년 전 심은 팽나무·상수리나무·수리나무·이팝나무·후박나무·때죽나무 등이 울창한 숲을 이룬 곳이다.


활시위처럼 굽은 해변에 빼곡하게 들어서 있는 이 숲은 거센 해풍으로부터 마을을 보호해주면서 고기떼를 유인하는 중요한 역할도 한다. 녹색을 좋아하는 성질이 있는 물고기들이 해안의 나무그늘로 몰려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물건리 방풍림의 원래 이름은 ‘바닷바람을 막아주고 고기떼를 부르는 숲’이라는 뜻의 방조어부림(防潮魚付林)이다. 남해군은 어디를 가나 방풍림이 잘 조성되어있는데, 그중에서도 이 방조어부림이 가장 돋보인다. 그래서 길손은 남해 여행 중 야영할 때 편백 자연휴양림에서 자리를 못 구하면 이곳을 이용하는 편이다.


▲ (위)남해바다 조망이 빼어난 금산의 상사바위.(아래왼쪽)남해의 꽃이요, 보물섬의 보물이라 할 수 있는 남해 금산. (아래오른쪽)불로초를 구하러 동방에 들렀던 서불이 남긴 글자라는 전설이 서려있는 석각문.

남해도의 최고봉인 금산(701m)은 보물섬의 상징이다. 우리나라 섬엔 산이 많지만, 남해처럼 바위와 숲이 조화를 이뤄 자태가 빼어나고, 해안과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포인트를 곳곳에 지니고 있는 산은 흔치 않다. 그래서 금산은 일점선도 남해의 꽃이요, 보물섬을 대표하는 보물이다.


이곳에 깃든 사연도 많다. 아주 오랜 옛날 중국의 진시황이 보낸 서불(徐市, 徐福)은 이곳에서 불로초를 구하려 했고, 신라의 원효는 도를 깨달으려 보리암을 지었다. 또 고려 말기엔 이성계가 큰 뜻을 품고 이곳에서 산신께 제사를 올려 소원성취도 했다.


이렇듯 신비로운 사연들이 전하는 금산. 38경으로 대표되는 금산의 기암절벽과 역사 유적들은 제비 같은 사투리로 감탄사를 던지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쌍홍문 협곡지대를 빠져나가면 금산에서 조망이 가장 빼어난 상사암이다. 돌아보면 가파른 절벽 위엔 보리암이 아슬아슬 앉아있고, 그 너머로는 한려수도의 크고 작은 섬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가히 절경이다.


▲ 원효가 창건했다는 보리암. 양양의 낙산사 홍련암, 강화의 보문사와 함께 한국 3대 관음성지로 꼽힌다.

금산에서 잠시 중국의 역사를 들춰보면, 춘추전국 시대를 거쳐 최초로 중국을 통일한 진나라 시황은 부귀영화를 마음껏 누렸다. 당연히 죽지 않고 영원히 부귀영화를 누리고 싶었던 진시황은 동방의 삼신산에 불초로가 있다는 말을 듣고 방사(方士)인 서불에게 동남동녀 3천 명을 주고 불로초를 구해오게 하였다.


동방은 우리나라를 말한다. 또 중국 전설의 삼신산인 봉래산·방장산·영주산은 우리의 명산인 금강산·지리산·한라산을 일컫는 말이 되었다. 하여튼 서불은 불로초를 찾기 위해 산둥반도 해안선을 따라 랴오둥반도로 건너간 뒤 한반도 서쪽 해안선을 따라 내려와 불로초를 찾아다녔다. 제주도 서귀포 정방폭포, 거제도, 통영 소매물도, 남해도 서리곶, 고흥 팔영산 등엔 서불이 다녀갔다는 전설이 남아있다.


길에서 만난 별미


멸치회 & 갈치회


섬이나 해안지방을 여행하면서 싱싱한 활어회를 맛보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남해 여행에선 또 다른 별미를 맛볼 수 있으니 바로 멸치회와 갈치회. 보통 멸치·갈치가 아니라 전통 어업방식인 죽방렴으로 잡아 싱싱한 최품이다.


멸치회는 흔히 먹는 회가 아니라 멸치무침에 가깝다. 팔딱팔딱 뛰는 싱싱한 멸치의 뼈를 잘 발라내고 초고추장에 양파·풋고추 등 신선한 야채를 버물려 먹는다. 재래식 방법으로 막걸리를 이용하여 발효시킨 식초가 비법. 이렇게 만든 멸치회는 입안에 들어가자마자 스르르 녹는다. 비린내는 없고, 멸치 특유의 향이 은근하고, 고소하고 담백함은 그대로 살아있다. 이렇게 멸치회에 소주 한 잔 든 뒤 남은 회에 밥을 넣고 쓱쓱 비비면 그야말로 꿀맛이다.


멸치쌈밥도 별미. 생멸치로 우려낸 육수에 된장·고추장을 풀은 뒤 양파·마늘·고추 등 조미료를 넣고 내장을 떼어낸 산멸치를 넣어서 멸치찌개를 끓인다. 멸치 몇 마리 건져 상추에 올리고, 마늘·된장을 얹어 쌈을 싸먹는다. 멸치는 봄에 가장 맛이 좋다.


요즘 같은 여름은 갈치회가 제철이다. 매년 6월에서 11월까지 남해의 푸른 청정해역에서 은빛 갈치가 잡힌다. 초고추장과 갖은 야채를 넣어 버무린 맛은 일품이다. 또 애호박을 곁들인 갈치조림, 왕소금을 뿌려 구운 갈치구이 등도 빼놓을 수 없는 별미.


지족해협의 창선교 주변에 죽방렴으로 잡은 멸치회와 갈치회를 맛볼 수 있는 식당이 여럿 있다. 어디든 멸치회·갈치회에서 전혀 비린 맛이 나지 않는 것이 자랑이다. 죽방렴횟집(055-867-7715), 우리식당(055-867-0074) 등이 잘 알려져 있다. 갈치회·멸치회 소(2~3인분) 20,000~30,000원, 갈치조림 7,000원, 갈치구이 8,000원. 멸치쌈밥 7,000원. 멸치찌개 20,000원.
 


생선미역국


바닷가 사람들은 아주 오래 전부터 산모를 위해서든 생일날이든 미역국을 끓일 때 쇠고기 대신에 싱싱한 생선을 넣은 생선미역국을 끓여먹었다. 생선미역국에 이용되는 생선은 감성돔·도다리·광어·낭태·우럭 등이다. 생선 흰 살과 담백한 국물맛은 깔끔하다. 역시 남해 주민들도 생선미역국을 많이 끓여 먹는다. 창선면 지족리 나룻터횟집(055-867-1557) 등에서 맛볼 수 있다. 이 집은 우럭을 넣어 맛을 낸다. 1인분 8,000원.


남해 여행 중 시장에서 도다리·광어·낭태·우럭·도다리 등 생선을 구입하면 손수 간단히 끓여먹을 수 있다. 여기에 마른 미역과 집간장을 준비하면 된다. 요리 순서는 보통 미역국을 끓이는 순서와 같다. ①우선 미역을 준비하는데, 마른 미역은 물에 담가 충분히 불려야한다. ②싱싱한 생선을 골라 내장을 제거하고 적당한 크기로 썰어놓는다. ③냄비의 물이 끓으면 미역과 생선을 넣어 끓인 뒤 집간장으로 간을 하면 담백한 생선미역국이 완성된다.
 


일정별 길라잡이


●서부권  전통적으로 남해의 중심지였다. 충렬사·이락사 등 충무공 이순신 관련 유적지가 있다. 철쭉으로 유명한 망운산의 화방사, 앵강만 풍광이 좋은 호구산의 용문사도 둘러볼 만하다. 가천 다랭이마을, 그리고 월포두곡 해수욕장·사촌 해수욕장·선구 해수욕장 등이 이 권역에 속한다.
●동부권  보리암이 있는 남해 금산이 관광 중심지다. 그 둘레로 남해편백 자연휴양림, 나비생태공원, 방조어부림, 해오름예술촌, 노도의 서포 김만중 유허 등이 있다. 상주 해수욕장·송정 해수욕장·설리 해수욕장 등이 이 권역에 속한다. 창선교가 있는 지족해협 주변에서 원시어업인 죽방렴을 구경할 수 있다.
●창선권  창선-삼천포대교로 인해 접근이 아주 쉬워졌다. 창선대교타운, 가인 공룡발자국화석, 모상개 해안, 금오산성 등이 이 권역에 있다.
 


일정짜기
●당일  수도권에서 무려 5시간 가까이 걸리기 때문에 당일치기 일정은 아무래도 무리가 따른다. 하지만 2시간 내외 소요되는 영호남 지방에서는 웬만큼 둘러볼 수 있다.
●1박2일  첫날 점심 무렵에 도착해 이튿날 저녁 때 빠져나간다면 어느 정도 둘러볼 수 있다. 남해편백 자연휴양림에 숙박할 경우의 일정은 다음과 같다. 창선-삼천포대교~가인 공룡발자국화석~죽방렴~물건 방조어부림~나비생태공원~남해편백 자연휴양림(숙박)~금산 보리암~가천 다랭이마을~관음포~남해 충렬사~남해대교~귀가.
●2박3일  이 정도면 남해의 산과 바다를 두루두루 돌아볼 수 있는 일정이다. 1박2일의 일정에 해오름예술촌, 화방사·용문사 등을 둘러볼 수 있고, 해수욕장에서도 하룻밤 묵으며 해수욕을 즐길 수 있다. 3시간 정도 걸리는 남해 금산 산행도 가능하다.
 


교통
●자가운전
수도권  경부고속도로→비룡 분기점→중부고속도로(구 대전-통영 고속도로)→남해고속도로→사천 나들목→3번 국도→사천시→77번 국도(3번 국도)→창선-삼천포대교→창선교→남해읍 / 서해안고속도로→고창 분기점→고창-담양 고속도로→대덕 분기점→호남고속도로→남해고속도로→하동 나들목→남해대교→남해읍 <4시간30분~5시간 소요>


영남권  대구→중부내륙고속도로→남해고속도로→사천 나들목→3번 국도→사천시→77번 국도(3번 국도)→창선-삼천포대교→창선교→남해읍 <부산 2시간, 대구 2시간30분 소요>


호남권  광주→호남고속도로→남해고속도로→하동 나들목→남해대교→남해읍 <1시간30분 소요> / 전주→익산-포항 고속도로→장수분기점→중부고속도로(구 대전-통영 고속도로)→남해고속도로→사천 나들목→3번 국도→사천시→77번 국도(3번 국도)→창선-삼천포대교→창선교→남해읍 <2시간 소요>


충청권  중부고속도로(구 대전-통영고속도로)→남해고속도로→사천 나들목→3번 국도→사천시→77번 국도(3번 국도)→창선-삼천포대교→창선교→남해읍 <대전 2시간30분 소요>


강원권  춘천→중앙고속도로→대구→중부내륙고속도로→남해고속도로→사천 나들목→3번 국도→사천시→77번 국도(3번 국도)→창선-삼천포대교→창선교→남해읍 <4시간30분~5시간 소요>


●고속·시외버스
서울→남해
  남부터미널(ARS 521-8550)에서 매일 8회(08:30~19:00) 운행. 4시간40분 소요, 요금 22,200원.
부산→남해  서부터미널(051-322-8301~2)에서 매일 19회(06:20~19:20) 운행. 2시간30분 소요, 요금 10,400원.
진주→남해  시외버스터미널(055-741-6039)에서 매일 20~30분 간격 27회(06:40~20:00)  운행. 1시간 소요, 요금 4,800원.
마산→남해  시외버스터미널(055-256-1621)에서 매일 12회(07:00~19:30) 운행. 1시간40분 소요, 요금 7,700원.
하동→남해  공용정류장(055-883-2662~3)에서 매일 4회(07:20, 08:30, 11:20, 19:20) 운행. 1시간 소요, 요금 3,700원.
순천→남해  공용정류장(061-744-6565)에서 매일 4회(09:20, 13:40, 16:00, 19:30) 운행. 1시간10분 소요, 요금 5,100원.


●현지교통
남해→상주  해수욕장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매일 21회(06:30~20:20) 운행. 상주 35분 소요, 요금 2,000원, 미조 1시간 소요, 요금 2,700원.
남해→사촌  해수욕장 터미널에서 매일 2시간 간격(06:50~20:15) 운행. 40분 소요, 요금 2,600원.
*남해 버스터미널 055-864-7101~2
 


숙식(지역번호 055)
●서부권  남해대교 아래 충렬사 주변에 대구횟집(862-3747), 부산횟집(862-2817), 생선횟집(862-2627), 제일횟집(862-2484) 등의 식당과 남해비치텔(863-5505), 베니스(862-2800), 조은모텔(862-3456) 등의 숙박시설이 있다. 남해 읍내의 미담(864-2277)은 상차림이 푸짐한 한정식집. 1인분 7,000원. 서면 서상리의 스포츠파크가족호텔(862-8811), 두곡·월포 해수욕장 주변에 가족휴양촌(863-0548, 010-9222-0548) 등이 있다. 가천 다랭이마을에도 조약돌집(862-8166), 섬이보이는집(862-9024) 등의 민박집이 있다.


●동부권  남해편백 자연휴양림(867-7881)은 삼림욕을 곁들일 수 있는 숲속의 휴양지다. 어부방조림이 있는 물건리 주변에 남송가족호텔(867-4710~2), 하이델베르그 독일마을(867-7783), 아름다운날들펜션(867-6966), 뷰모텔(867-6967), 남해유스호스텔(867-4848~9), 느낌표&쉼표펜션(867-6563), 한려유스호스텔(867-4510) 등의 숙박시설과 햇살복국(867-1320), 어부림횟집(867-3362), 여원식당(867-4118) 등 식당도 많다. 상주 해수욕장엔 전금열(862-6066), 김안민(862-5842), 강태호(862-6133), 김태진(862-5897), 전성열(862-6232), 최백열민박(862-6370) 등 민박집이 아주 많다.


미조항에도 가산횟집(867-5775), 오륙도횟집(867-5699), 청해횟집(867-5373) 촌놈횟집(867-4977), 해사랑 전복마을(867-7571) 등 회를 전문으로 차리는 식당이 많다.


●창선권  창선면 대벽리 일원에 조성되어 있는 창선대교타운엔 활어위판장, 레스토랑, 활어회센터, 특산물판매장, 자동차극장 등 다양한 시설이 갖춰져 있다. 창선면 서대리의 카리브모텔(867-6622)은 조망이 괜찮다.
*남해군청 문화관광과 055-860-8601
*남해군 펜션·민박집 소개 사이트 http://nhminba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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