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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산따라 맛따라] 충북 두대산(두타산)

by 白馬 2008. 10. 31.

      [산따라 맛따라] 충북 두대산(두타산)

    ‘곳간에서 인심 난다’
      생거진천 고을과 초미니 군(郡) 증평의 먹거리집들

옛날 옛적 한 여인이 용인으로 시집가서 아들 하나 낳아 잘 살다가 남편이 세상을 떠나자 진천으로 개가, 진천에서도 아들 하나를 더 낳고 ‘잘 먹고 잘 살았다’고 한다. 세월이 흘러 성장한 용인의 아들이 진천의 어머니를 용인에서 모시겠다고 했다. 진천의 아들이 극구 반대하자 결국은 관가의 판결을 받기로 했다. 관가의 판결이 “너희 어머니가 살아 계시는 동안에는 진천에서 모시고 돌아가시면 용인에 모셔다 제사도 지내도록 하라(生居鎭川 死居龍仁 생거진천 사거용인)”는 얘기는 다 아는 얘기일 터.


또 하나 믿거나 말거나로 전해오는 이야기. 옛날에 진천과 용인에 ‘추천석’이라는 동명이인(同名異人)이 살고 있었다. 농사를 짓고 살던 진천의 추천석은 매우 착한 사람이었다. 반면, 용인에 살던 추천석은 부자로 살면서도 심술이 많아 동네사람들을 못살게 굴었다고 한다. 염라대왕이 용인의 추천석을 괘씸하게 여겨 사자(使者)로 하여금 잡아오도록 했다. 그런데 사자의 실수로 진천의 추천석을 데려갔다. 이를 알게 된 염라대왕이 이번에는 용인의 추천석을 잡아들이고는 그 몸에다 이미 장례까지 치른 진천 추천석의 영혼을 불어 넣고는 환생을 시켰다는 것이다.


그래서 진천의 추천석은 살아서 진천, 죽어서는 용인에서 다시 살게 되었다는 ‘생거진천 사거용인(生居鎭川 死居龍仁)’이라는 말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로 용인분들이 언짢아할 필요는 없겠다. 이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일 뿐, 풍수지리와는 관계가 없다. 용인은 산세가 순후하여 사대부가의 묘소가 많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사거용인(死居龍仁)에 연계시킬 곳이 아니다. 현실은, ‘세계 최고 선진 용인’을 표방하고 있는 거대 도시가 되어 날로 도약하고 있다.


진천은 생거진천(生居鎭川)의 ‘생거(生居)’를 특허청 등록 고유 브랜드로 삼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 사는 고을’을 지향하고 있다. 진천은 평야가 넓고 토지가 비옥하여 산물이 풍성하다. 한해와 수해가 별로 없어 농업경영이 순조롭고 인심마저 넉넉하다.


곡간에서 인심 난다고 했던가. 1932년에 만든 진천군의 역사책 상산지(常山誌) 토산(土産)편에는 조선시대 진천에서는 연간 6만여 석의 쌀을 수확했다는 기록이 있다. 당시의 전국 통계는 단보당 평균 수확량이 9말 3되였다는데, 진천은 11말 5되를 수확, 곡향(穀鄕)으로서 크게 명성을 떨쳤다는 것이다. 그리고 동국여지승람의 고적조(古蹟條)에는 조선 중종조(1506-1544) 이전부터 관개용 저수지를 만들어 활용했다는 기록도 있다.
 


조선왕실 보양식 붕어찜 천국
단골집


두대산(일명 두타산) 자락 초평호 물가로 가본다. 전국적인 유명 낚시터로 크게 알려져 있는 아름다운 호수 초평호 주변에는 ‘붕어찜마을’이 형성되어 있다. 이곳은 붕어찜을 전문으로 차려내는 19개 업소가 산재해 있는 붕어찜 천국이다.


붕어찜은 오래 전부터 내려오는 보양식 중 하나다. 조선조 때 왕명의 출납(出納)을 맡아 보던 관청 승정원(承政院)의 승정원일기 등 왕실 기록에는 왕실의 보양식으로 붕어찜이 나온다. 왕실의 보양식이라고 하면 특별한 음식으로 알기 쉽지만, 사실은 특이하거나 구하기 힘든 음식들만은 아니었다고 한다.


이것은 조선 왕실의 절제된 음식문화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기도 한데, 인조, 영조, 효종 때 이 붕어찜에 대한 기록이 여러 번 나오고, 나중에는 민간에도 널리 퍼졌다는 것이다.


1881년(고종 18년)에 간행된 부녀자의 생활지침을 위한 순 한글판 사전 규합총서(閨閤叢書)에는 붕어찜에 관한 내용이 소상하게 소개되어 있기도 하다. 조선조 17대 임금 효종 즉위년(1649년)에는 신하들이 중전에게 보양을 위해 붕어찜을 권하면서 ‘붕어찜은 비위를 보하고 원기를 회복시키는 성약(聖藥)’으로까지 치켜세우기도 했다.


좋은 음식은 보약이나 마찬가지라는 뜻인‘의식동원(醫食同源)’이라는 말처럼 우리 주변에는 보약이나 마찬가지인 좋은 음식이 많다. 붕어찜도 이러한 음식 중 하나인데 하산길에서 조선의 한 임금이라도 된 기분으로 이런 음식을 쉽게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산행의 큰 즐거움이겠다.


초평호는 광복 후 축조된 저수지인데, 1985년 새롭게 증설되면서 낚시터로 크게 각광을 받게 되자 낚시꾼들이 몰려 왔고, 마을에서는 이들에게 먹거리를 제공하게 된 것이 붕어찜마을이 형성된 내력이라고 한다. 그래서 당시에 이곳에서 살던 분들이 자신의 집으로 개점한 집들은 모두가 원조임을 강조하고 있다.


‘단골집(043-532-6171)’은 제2대 업주 황근철(46)-연금자(40)씨 내외가 대를 이은 붕어찜의 본가로 그 명성이 외지로 널리 알려져 있는 충북도에서 지정한 ‘대물림 업소’다. 진천군에서 지정한 향토맛집으로 충청북도에서 주관한 향토음식경연대회에 붕어찜을 출품, 수상한 것을 큰 자랑으로 내세우고 있다.


붕어찜이 대표음식이지만 메기찜과 각종 매운탕도 차려낸다. 특히 충북 영동이나 충남 금산, 금강변 물가의 업소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소문이 난 도리뱅뱅이도 식탁에 올라온다. 도리뱅뱅이란 이름은 피라미나 빙어를 프라이팬에 동그랗게 돌려서 요리한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다. 피라미나 빙어를 깨끗이 손질하여 프라이팬에 가지런히 놓는다.


 그 위에 기름을 넉넉히 붓고 바싹 튀긴 다음에 기름을 따라낸다. 튀긴 고기 위에 고추장, 물엿, 파, 마늘, 설탕, 참기름 등 갖은 양념을 섞어 살짝 조리면 훌륭한 요리가 된다. 쟁반 위에 옮겨 담은 뒤 붉은 고추로 장식을 하면서 멋을 부릴 수도 있다. 단백질 성분이 많고 칼슘 보충에 좋은 음식으로 민물고기의 비린내도 나지 않는다. 술안주 특히 맥주 안주로 대단한 인기다.


붕어찜 12,000~15,000원, 도리뱅뱅이 15,000~20,000원. 주차공간이 넉넉하다. 충북 진천군 초평면 화산리 513-20. 산행 후 많은 사람들이 붕어찜마을을 하산지점으로 택하는데, 이곳이 초평지가 아름답게 내려다보이는 화산리다.
 


무항생제 축산물 전국 최초인증 명품한우
자연의 약속


두타산은 증평과 진천의 경계를 이루는 산이다. 하지만 증평의 산꾼들이 주로 선택하는 산행 나들목은 진천땅이라고 한다. 증평쪽 산자락에는 먹거리집이 없다. 증평군은 32,000명의 인구로 증평읍과 도안면 1개읍 1개면의 초미니 행정단위의 군(郡)이지만, 산악단체는 충북산악연맹에 가맹한 단체만도 증평산악회(회장 이인진)와 삼보산악회(회장 이종진) 두 개나 된다.


그만큼 증평사람들의 산에 대한 열정은 대단하다는 것이다. 정회원 110명이라는 증평산악회의 경우 정례산행 때는 통상 가족들까지 합하여 180여 명이 참가한다고 했다.


비록 산자락에는 먹거리집이 없지만 증평읍내 초중리 36번 국도변에는 순수 국내산 고품질 축산물만 판매하는 멋진 식당이 있다. 괴산증평축협(지점장 서덕제)이 직영하는 ‘자연의 약속(043-838-3939)’이 바로 이 업소다.


이 업소에서는 괴산 명품한우 브랜드 ‘자연의 약속’과 국내산 1등급 이상의 돼지고기 ‘사미랑 홍삼포크’를 먹을 수 있다. 괴산 명품한우 ‘자연의 약속’브랜드는 지난해 가을 전국 최초로 국립농산물 무항생제 축산물(한우) 인증(인증번호 제12-09-5-01호)을 취득했다.


괴산의 33명산과 남한강 최상류 천혜의 청정지역에서 사육기간 동안 항생제를 투여하지 않은 친환경 한우고기 ‘자연의 약속’이 개별농가가 아닌 브랜드 단위로 정부로부터 인증을 받았다는 점은 매우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리고 증평군청, 증평양돈협회, 충북대 농업생명과학연구소가 기술제휴로 생산하는 ‘사미랑 홍삼포크’ 역시 소비자들에게 높은 신뢰감을 주는 안심 축산물이다.


한우영양국밥(점심 특선) 6,000원, 한우뚝배기 불고기 7,000원, 특제 꽃갈비살(180g) 34,000원, 한우한마리(600g·등심 채끝 안심 차돌박이 양지 등 기본반찬) 43,000원. 120평 넓은 공간에 150석의 산뜻한 분위기에 100대 동시 주차 가능한 주차공간.


전국 최고의 쌀로 지은 이밥집
진천쌀밥집


식량난에 허덕이는 북한의 현실이 참 딱하다. 벌써 오래 전 ‘김일성 수령의 이밥(흰쌀밥)에 고깃국 구상’이 세기가 바뀌었는데도 아직 실현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먹는 것이 만백성의 하늘(民以食爲天)이라고 했는데, 참으로 딱하다. 누가 뭐래도 우리 민족에게는 먹는 것의 기본은 쌀이다. 진천군의 특산물 ‘생거진천쌀’은 진천의 얼굴이라고 한다. 전국 으뜸 농산물품평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고, 전국 최초 품질인정마크도 획득했다.


한편, 기름진 땅에서 땀과 정성으로 가꿔 특수시설로 가공한 생거진천쌀이 ‘러브미(LOVE米)’ 인증마크도 3회나 연속으로 취득했다. 그러고 보니 진천 사람들의 이 쌀에 대한 자긍심은 대단할 수밖에 없겠다. 러브미는 농림부가 후원하고 한국소비자연합회가 주관하여 전국 1,200여 쌀 브랜드에 대한 품질, 밥맛, DNA분석을 거쳐 소비자의 기호도와 선호도 등을 종합해서 상위 12개만을 선정, 부여하는 마크다. 이 마크가 붙은 쌀이라면 전국 최고의 쌀임에 그 누구도 이의를 달 수가 없다는 것이다.


진천군에서는 자랑스러운 진천의 생거진천쌀을 널리 홍보하고 전업농들의 화합을 다지기 위해 해마다 생거진천 쌀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이 축제에서는 쌀가공 식품전과 농업과 관련된 전통놀이 등이 열리는데, 밥 짓는 옛날의 모습도 재현한다. 올해 축제는 10월17일에서 19일까지 3일간 읍내 백곡천 둔치에서 열린다.


읍내에는 이러한 쌀로 지은 쌀밥을 먹을 수 있는 생거진천쌀밥집 몇 곳이 있다. 진천읍내 중심가 교성리에 있는 ‘진천쌀밥집(대표 강정희·043-534-3539)’은 쉽게 찾아갈 수 있는 집이다. 이 집에서 지은 밥맛이야 기본인데, 윤기가 자르르 흐르고 밥알에는 찰기가 넘친다. 따끈한 쌀밥에서 나오는 특유의 구수한 냄새가 코끝에서부터 입안으로 전해진다. 밥을 비운 돌솥에 생수를 부어 두었다가 마시는 숭늉의 맛도 일품이다. 진천쌀밥 8,000원·12,000원·17,000원.
 


생거진천 화랑밥상을 만난다
예원한정식


진천은 삼국통일의 위업을 이뤄낸 신라의 김유신(595-673) 장군이 태어난 곳이다. 그는 탁월한 지략과 용맹으로 화랑 최고의 영예인 국선에 올랐다. 진천의 서단, 만뢰산 자락에는 생거진천 화랑촌이 조성되어 있을 만큼 진천은 화랑과도 깊은 인연이 있다.


진천군에서는 화랑과 쌀을 연계하여 ‘생거진천 화랑밥상’이라는 한정식 기본메뉴를 개발하여 음식업소에 보급, 권장하고 있다. 진천쌀의 명성을 대내외적으로 알리고 대표 향토음식메뉴로 지원 육성한다는 취지인데, 진천에서는 빠뜨릴 수 없는 식도락 코스가 되어 있다.


읍내 중심가 읍내리1구 골목 안에 있는 ‘예원한정식(대표 정우성·043-534-6388)’이 이 밥상을 차려내는 대표적인 업소라는데, 이 집에서는 7첩과 9첩, 12첩 세 종류로 상이 차려져 나온다. 7첩상 8,000원 x 2인. 9첩상 11,000원 x 2인. 12첩상 20,000원 x 4인.
 


깻잎두부김치 향토음식경연대회 대상
두부촌


취재길을 안내한 진천군청산악회 유승언(柳承彦) 총무는 소중한 자료들을 챙겨 주고 교통편의까지 제공해 주었다. 진천의 4명산을 설명해 주는 과정에서는 이들 명산을 한양의 동서남북 4대문에 비유하기도 했다.


 진천에는 동(두대산·598m)) 서(만뢰산·611m) 남(환희산·402m) 북(덕성산·519m)에 4명산이 성곽의 망루처럼 솟아 있다는 것이다. 이들 산 중에서 만뢰산이 가장 높아 그 상징성 때문에 진천사람들은 만뢰산을 즐겨 오른다고 한다. 그러면서 만뢰산 하산길, 자주 찾게 된다는 토속음식점 ‘두부촌(043-533-0049)’을 소개해 주었다.


읍내 중심가에서 정서(正西)방향에 솟아 있는 만뢰산 가는 길, 21번 국도변의 농촌풍경은 오염되지 않아 옛 모습 그대로 평화로워 보였다. '두부촌'에 대한 사전 정보를 갖지 못한 상태에서 찾아가는 길이었지만 옥호에서 이미 토속 냄새가 물씬했다. 아니나 다를까. 국도변에 접해 있는 두부촌에 당도하니 식당 주변은 이름모를 초가을의 온갖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고, 주변의 분위기는 예상 그대로 '토속의 대명사'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김점순(47) 대표의 모습은 세련되었고 매너 역시 그러했다. 옥호 그대로 두부로 여러 가지 음식을 차려 내는데 깻잎두부김치는 2004년 가을, 충북 향토음식경연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음식이었다. 깻잎두부김치와 두부전 각 8,000원. 두부보쌈 30,000원. 주차에도 불편함이 없다.


두부촌에서 멀지 않는 곳, 만뢰산 자락 진천읍 상계리가 김유신 장군이 탄생한 마을인데, 이곳에는 1983년에 건립한 유허비가 있고, 장군의 태실은 생거진천 화랑촌과 이웃한 태령산 정상에 있다. 또 한 곳, 연곡리 연곡계곡의 보탑사 통일대탑도 둘러볼 만한 진천의 관광명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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