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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세계는 지금 비만과의 전쟁

by 白馬 2008. 10. 29.

        日, 허리둘레 초과하면 가혹한 '생활교정'

        세계는 지금 비만과의 전쟁

        허리 기준 넘으면 소속회사 벌금 예정

        구멍 뚫린 숟가락 개발로 국물 섭취 제한

세계에서 가장 날씬한 나라 중 하나인 일본이 비만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단순한 다이어트 차원이 아니다. 일본 후생성은 지난 4월, 40~74세 건강보험 가입자를 대상으로 건강검진 항목에 '허리둘레 측정'을 추가했다.

기준은 2005년 국제당뇨병연맹이 일본에 권고한 남성 85㎝(33.5인치), 여성 90㎝(35.4인치)이다. 건강검진에서 이를 초과한 사람들은 소속 회사나 지방자치단체 보건소 등의 의사·영양사 등의 지도에 따라 가혹한 생활습관 교정을 받아야 한다.

▲ ① 나가레야마시(流山市) 시민들이 고무줄을 발에 감고 근력운동을 하고 있다. ② 파나소닉전공의 사원들은 라면을 먹을 때 염분 및 칼로리 섭취를 줄이기 위해 구멍이 뚫린 숟가락을 이용한다. ③ 메타보 관련 코너에 다양한 종류의 건강기능식품이 진열돼있다. ④ 운동을 하면 운동량, 칼로리 소모량 등이 '고기능 보수계(오른쪽 만보기 크기의 기계)'에 자동 저장된다. / Getty Images 멀티비츠 제공

지난 16일 오후 4시 일본 도쿄시내 중심가 요쯔야의 한 건물 1층 '다이어트 엔드'숍. 33㎡ 남짓한 작은 가게에 몸을 진동시켜 살을 빼주는 효과가 있다는 '바이브레이터 머신' 5대가 놓여 있다. 운동을 마친 한 여성이 거울 앞에 서서 옷 매무새를 가다듬고 하이힐을 갈아 신고 밖으로 나갔다.

'바이브레이터 머신'은 모양은 일반 헬스클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운동기구와 비슷하지만, 기구 아래 코인 입구에 500엔 동전을 집어 넣어야 작동되는 것이 다르다. 운동하면서 산소를 흡입할 수 있도록 운동 기구 옆에는 헤드폰 모양의 산소 흡입기도 붙어 있다. 가게 벽에 '하루 10분 500엔이면 OK'라는 문구도 써 있다. 10분 운동하면 80~100㎉쯤 소모된다고 한다. 가게 주인 이수치다 키요코씨는 "따로 시간을 내 헬스클럽에 갈 시간이 없는 회사원과 주부들이 길을 지나가다 들러 운동하고 간다"고 말했다. '다이어트 엔드' 숍은 일본 전국에 수백 개의 점포가 있다.

도쿄 신바시에 있는 파나소닉전공의 사원식당에는 숟가락이 두 종류 있다. 하나는 일반 숟가락, 다른 하나는 숟가락 바닥에 구멍이 송송 뚫린 것이다. 구멍 난 숟가락은 한 사원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건더기만 건져 먹고 국물은 먹지 못하게 하려고 개발됐다. 이 회사 복지센터 나카무라 소이치 소장은 "사원 식당에는 매일 라면이 제공되는데, 국물을 습관적으로 마시는 사람들이 많다. 국물을 많이 먹으면 염분을 많이 섭취하고, 칼로리도 높아질 수 있어 구멍 난 숟가락을 비치해놓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전 사원이 구멍 난 숟가락을 이용하는 것은 아니나, 여직원들을 중심으로 점점 호응이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스포츠 트레이닝 컨설팅회사 아즈윅의 호시노 히로키 대표는 "파나소닉뿐 아니라 토요타, 소니 등 대기업들이 회사 차원에서 직원들의 비만을 줄이기 위해 비싼 돈을 들여 스포츠 시설을 마련하거나 스포츠 트레이너를 고용하고 있다. 의료비 상승을 막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5년 뒤부터 허리둘레 기준(남 33.5인치, 여 35.4인치)을 충족하지 못하는 사람의 소속 회사에 벌금을 물리고, 지방자치단체에는 정부 보조금을 줄이는 방안까지 추진할 계획이다.

▲ 500엔 동전으로 10분간 운동 할 수 있다. 머리에 쓰고 있는 것은 산소호흡기.
이 때문에 지방자치단체들도 비만과의 전쟁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도쿄에서 가까운 치바현의 나가레야마시(流山市)는 작년 10월부터 '헬스업 사업'을 하고 있다. 지자체 차원에서 30세 이상 시민들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체중감량 사업을 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16일 나가레야마시 중심의 '에도가와 다이히가시 만남 홀'. 60~70대 노인 다섯 명이 매트에 누워 강사의 구령에 맞춰 상체를 올렸다 내렸다 하는 운동을 하고 있었다.

노인들이 모두 허리에 만보기처럼 생긴 작은 장비를 하나씩 차고 있는 것이 눈길을 끌었다. 이 장비는 '고기능 보수계(步數計)'. 일본 쓰쿠바대 연구팀이 개발한 이 장비는 차고 있으면 걸음걸이 수는 물론 칼로리 소모량 등이 자동 저장된다. 운동이 끝난 뒤 이를 컴퓨터에 연결, 측정된 수치를 쓰쿠바대 연구소에 보내면 연구소에서는 데이터를 분석해 점수를 보내주는 등 관리를 해준다.

이시라 쇼오쿠(70)씨는 "운동을 시작한 지 3개월이 됐는데 1㎏ 빠지고 허리둘레도 1.5㎝ 줄었다. 벌써 목표를 반 이상 달성했다"고 말했다. 히야시(70)씨는 "뱃살이 많아 늘 걱정이다. 지금은 94㎝인데 앞으로 5~6㎝ 줄여 멋있게 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헬스 업' 사업 참가자 중 약 40%가 2㎏ 이상 감량에 성공했다고 한다.

일본이 정부 차원에서 비만과의 전쟁에 나선 데는 이유가 있다. 비만으로 인한 의료비 부담이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인 일본도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 마츠야마시의'탈(脫)메타보' 포스터.

나가레야마시 건강보험연금과 후쿠시마 아키라 과장은 "나가레야마시는 연간 7%씩 의료비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나도 고혈압 치료 비용으로 한 달에 5만엔씩 썼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을 시작한 후 의사한테 갈 필요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현재 일본이 내장지방의 과도한 축적(남85㎝·여90㎝ 이상)과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의 3개 항목 중 2개에 해당되는 대사증후군에 쓰는 총 의료비는 연간 약 10조엔(127조원). 일본 전체 의료비의 3분의 1에 이른다. 비만은 그 자체가 대사증후군의 한 요인이면서, 다른 요인인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을 일으키는 원인이기도 하다. 앞으로 30년 뒤 노인 인구가 전체의 40%로 초고령화 사회가 될 일본은 비만을 포함한 대사증후군 치료 비용 때문에 나라가 흔들릴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대사증후군(metabolic syndrome)을 일본 식으로 줄인 '메타보'란 말은 최근 일본 사회의 핵심 키워드의 하나다. 도쿄 신주쿠의 오다큐백화점은 얼마 전 '메타보 코너'를 따로 개설했다. 이곳에는 200개가 넘는 운동기구, 건강식품 등이 팔리고 있다. 심지어 가전제품들도 '건강환경 선언'을 내세우고 체지방을 줄여주는 기구, 요리할 때 증기를 이용해 기름 흡수를 막는 스팀 오븐 등 '헬시 조리기구'가 인기다. 백화점 안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히야가와씨는 "저칼로리 식품이나 건강기능식품 등이 다양해지고 있으며, 매출도 최근에 20%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일본 ANA여행사는 '메타보 투어'란 여행 상품도 내놓았다. 3박4일간 홋카이도의 탄광에서 석탄 채굴 체험, 걷기 등 전신 운동을 하고 현지 병원에서 건강지도를 받는 것. 심지어 '굿바이 메타볼릭'으로 시작하는 '반(反)메타보' 노래까지 만들어졌다.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강재헌 교수는 "일본과 미국 등 선진국은 비만 예방과 치료에 정부가 나섰다. 미용을 위한 다이어트는 개인의 몫이지만, 비만을 줄이는 것은 사회 전체의 절실한 과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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