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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Kayaking] 추천 의암호 ‘밤배 타기’

by 白馬 2008. 10. 18.

      [Kayaking] 추천 의암호 ‘밤배 타기’

      도시 불빛 가르는 야간 패들링으로 색다른 가을맞이

 

대구가 사과의 주요 산지란 말은 아직 유효하다. 하지만 과일을 재배할 수 있는 작물재배한계선이 자꾸 북상하고 있다. 요즘에는 서울보다 북쪽에 위치한 가평이나 포천 등지에서도 사과재배단지가 크게 늘었다. 제주도 특산으로 알려졌던 한라봉도 이미 거제도나 나주 등지에서 생산되고 있다. 한반도의 기후 상승이 불러온 결과다.

카약을 이야기하며 갑자기 과일 이야기를 꺼낸 것은 요즘 날씨가 유난히 덥기 때문이다. 찬 바람이 불어야 할 추석 즈음에도 불볕더위가 이어지고, 폐장한 해수욕장에 물놀이객이 몰리는 것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실제 상황이다.

카약을 즐기는 동호인의 입장에서 볼 때 따뜻한 날씨는 분명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그늘 한 조각 없는 강물이나 바다 위에 떠 있어야 하는 카약커에게 뙤약볕은 무거운 짐보다 더한 불청객이다.


▲ 춘천의 야경을 배경으로 즐기는 한범의 카야킹은 색다른 경험이다.
사실 기온이 30℃를 웃도는 한낮에는 카약 타기가 쉽지 않다. 밀짚모자를 쓰고 자외선 차단크림을 발라도 수면에 반사되는 햇볕과 복사열이 고통스럽다. 카약커들 사이에 ‘차라리 비 오는 여름이 낫다’는 말이 있을 정도. 결국 한여름에는 체력 소모가 큰 장거리 코스는 피하는 방향으로 투어링 계획을 잡게 된다.

더위가 한창일 때는 오히려 낮 시간을 피해 한밤중에 카약을 즐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햇볕의 공습을 피할 수 있는데다, 기온까지 떨어져 훨씬 시원하게 패들링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야간 패들링은 아무 곳에서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평소에 자신이 잘 아는 장소로 우선 위험요소가 없어야 한다. 게다가 바다와 같이 야간 출항에 제약이 많은 곳에서는 한밤중에 카약타기가 쉽지 않다.

야간 카약에는 도심 인근 호수가 안성맞춤

야간 카약 투어링에 적합한 장소는 호수나 큰 강처럼 거의 물의 흐름이 없는 곳이 좋다. 물살이 센 강은 야간에는 위험하므로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또한 가능하면 도시의 불빛이 가까워 쉽게 자신의 위치와 목적지를 확인할 수 있는 곳이라야 한다. 야경을 보는 것도 한밤중에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패들링의 즐거움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호반의 도시 춘천은 야간 투어링에 안성맞춤인 장소다. 바로 옆 의암호에 조용하게 갇힌 한강물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도심의 불빛이 호반 전체를 비출 정도로 시가지와 가까워 야경도 아름답다. 늦더위에 지치기 전에 야간에 즐기는 카약 투어링의 진수를 맛보기 위해 춘천으로 향했다.

▲ (위)춘천 시가지와 맞붙은 의암호는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보며 카약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아래)춘천의 명물 삼악산을 향해 노를젓고 잇는 카야커.
춘천은 카약뿐 아니라 모든 수상레포츠를 즐기는 이들에게는 천국이다. 바로 앞에 광활하게 펼쳐진 의암호를 품고 있고, 또한 멀지 않은 곳에 소양호와 춘천호가 자리하고 있다. 아름다운 계류가 흐르는 홍천강도 가깝다. 하지만 야간 투어링에 적합한 곳은 역시 도심과 어깨를 맞대고 있는 의암호다.

의암호는 1967년 의암댐이 생기며 조성된 인공호수로 폭 5km, 길이 8km 정도의 적지 않은 규모다. 호수 서쪽은 삼악산(三岳山) 줄기가 솟아 있어 경관이 수려하며, 동쪽이 춘천시가지와 맞닿아 있다.

의암호에는 물이 들어차며 생긴 몇 개의 섬이 있는데, 이 중 중도(中島)와 위도(蝟島)가 관광유원지로 운영되고 있다. 이번 야간 투어링은 중도를 베이스캠프 삼아 춘천시가지와 삼악산 줄기를 둘러보는 일정으로 진행했다.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중도는 주말만 아니면 늘 한적하다. 손님이 전무한 텅 빈 배를 타고 중도로 들어가 ‘카약과 캠핑’ 카페의 조구룡씨와 접선했다. 주중에 시간을 낼 수 있는 이들이 드물어 이 달의 취재팀은 규모가 조촐했다. 사실 야간 카약 투어링의 컨셉트는 한적함과 조용함이라 할 수 있다. 고요한 강물 위에서 반짝이는 불빛을 바라보며 느긋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정말 특별한 체험이다.

중도는 배를 띄울 수 있는 세 곳의 선착장이 있다. 삼천동에서 들어오는 배가 닿는 유원지 선착장과 근화동 주민선착장으로 운행하는 철선이 정박하는 곳, 그리고 수상레저업체가 관리하고 있는 시설 등이다. 카약을 탈 때도 이들 접안시설을 이용하는 것이 아무래도 유리하다. 야영장 뒤편의 낮은 제방 너머로 배를 가지고 넘어갈 수도 있으나 수초가 많이 자라 불편하다.

레저업체 선착장 옆에서 조립식 카약 두 대와 파이버글라스 카약 1대를 강물에 띄었다. 비가 내린 뒤에 황톳물이 호수에 유입된 탓인지 강물은 탁했다. 의암호는 비교적 수질은 양호한 편으로 알려져 있지만, 물의 탁도는 상당히 변동이 심했다. 올 때마다 다른 물빛은 강우량과 관계가 큰 듯 보였다.

거울같이 조용한 수면에 카약 세 대가 조용히 줄을 그어 나갔다.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이 제 모습 그대로 호수 위에 흘러가고 있었다. 중도의 강변을 따라 조용히 전진했다. 먹이를 찾아 수초 사이를 거닐던 두루미가 놀란 듯 커다란 날개를 펴들고 날아갔다. 하늘을 물들이는 새들의 군무도 아름다웠다.


▲ 중도 서쪽의 작은 수로. 물 흐름이 거의 없고 수심이 얕다.
색다른 시각으로 ‘도시의 밤’ 감상해

중도 남쪽의 뾰족하게 튀어나온 곳을 돌아가니 삼악산이 늠름한 어깨를 뽐내며 솟아있다. 삼악산은 언제나 위풍당당하다. 억겁의 세월을 지키고 있는 듯한 묵직한 멋스러움을 지니고 있는 봉우리다. 멀리 남쪽에는 붕어섬이 보였다. 반반한 평지가 길게 늘어서 있는 의암호의 ‘막내섬’이다. 하지만 그곳은 그다지 볼 것은 없다고 판단하고, 중도를 한 바퀴 돌아보기 위해 섬 동쪽의 수로로 접어들었다.

중도 동쪽의 수로에는 바람도 완전히 숨을 죽인 작은 강이 살아 있었다. 강가에 놓인 좌대를 보니 낚시를 하는 이들이 제법 있는 모양이다. 중년의 부부 한 쌍이 강변에 텐트를 치고 앉아 저녁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낚시를 하러 온 것은 아니고, 호수에서 더위를 식히기 위해 남들이 모르는 곳을 찾아 들어온 것이라고 했다. 우리가 방해를 한 모양이다.

수로를 빠져나와 산으로 둘러싸인 시골 풍경을 보며 북쪽으로 노를 저었다. 해가 지며 산 너머로 붉은 노을이 타오른다. 강물도 진홍빛으로 물들며 하루가 저물어가는 것을 아쉬워했다. 이렇게 늦은 시간에 호수에 앉아 있다는 자체가 신비스러운 경험이다. 어둠을 맞이한다는 것이 약간 두렵지만 여유를 가지려고 노력했다.

▲ (왼쪽)석양이 물든 서쪽 하늘과 의암호 물빛이 조화로운 저녁이다./(오른쪽)메밀꽃 핀 중도의 초원에서 망중한을 보내고 있는 취재팀.
중도 서쪽을 빠져나와 섬과 섬 사이를 빠져나갔다. 바다였다면 엄청난 조류가 흐르고 있을 곳이지만 그곳은 너무도 조용했다. 중도 동쪽은 서쪽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다. 도시의 건물들이 환하게 전등을 밝혔고, 멀리 보이는 소양강 다리에도 화려한 불빛이 아로새겨 있다.

도시에 사는 사람이라면 매일 저녁 보게 되는 풍경이지만 카약을 타면 입장이 달라진다. 복잡하게 경쟁하며 사는 현대사회도 이렇게 자연 속에 보면 판타지 영화 속 세상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카약은 이렇게 세상을 색다른 눈으로 볼 수 있는 힘을 길러주기도 한다.

중도를 한 바퀴를 도는 사이 해가 지고 달이 떴다. 불과 6km 남짓한 짧은 거리지만,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또 어떤 시선도 의식할 필요가 없었다. 특공대처럼 헤드램프를 밝히고 조용히 패들링을 했다.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니 기분이 더 없이 상쾌했다. 한밤의 뱃놀이는 바로 이런 맛에 하는 것이다.

투어링 카약 체험과 입문

카약동호회 카약과 캠핑(cafe.daum.net/fujitakayak)을 통해 투어링 카약을 접할 수 있다. 매달 1~2회 전국의 강과 바다에서 투어를 진행하며, 신입회원은 일정액의 투어비(1일 50,000원 선)을 내면 별도의 장비 없이도 투어링 카약 체험이 가능하다. 카페에 회원으로 가입하면 투어링 카약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문의 010-5276-9098 카페지기 조구룡.

찾아가는 길

서울 외곽순환도로 퇴계원 나들목에서 빠져나와 진접, 일동 방향 47번 국도로 진행한다. 2km 정도 가면 진관 나들목이 나오는데, 이곳에서 우회전해 시속 90km로 달릴 수 있는 자동차 전용도로를 이용해 대성리까지 진행한다. 이후 경춘국도를 타고 춘천으로 진입한다.

춘천 시가지 초입에서 왼쪽으로 보이는 이마트를 지나 첫 번째 사거리에서 좌회전, 잠시 달리면 좌측에 ‘중도유원지’ 이정표가 보인다. 이곳은 중도로 들어가는 사람들만 탈 수 있는 배가 운항 중인 삼천동 선착장이다.

이곳을 지나쳐 계속해 춘천역 이정표를 보고 2km쯤 진행하면 왼쪽에 ‘중도 주민 선착장’이라는 갈색 표지판이 보인다. 이곳에서 좌회전해 들어가면 정면에 근화동 주민선착장이 있다. 선착장 바로 앞 가건물에 중도와 선착장 간을 운항하는 배 시각표가 붙어 있다. 이곳에서 왕복요금을 받는다.

운전자 포함 승용차 20,000원, 성인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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