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yaking] 용유도 왕산 해수욕장
이렇게 가까운 곳에 이렇게 멋진 바다가!”-
국제 유가는 치솟고 덩달아 휘발유와 경유 가격도 춤을 춘다. 차량 유지비가 하늘 높은지 모르고 올라가고 있다. 자가용 이용비율이 절대적인 우리나라의 휴가 패턴을 볼 때 피서비용의 증가는 불을 보듯 뻔하다. 하지만 출퇴근 차량이 줄어들 정도로 심각한 고유가시대에 휴가철 장거리 운행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강원도와 동해안 지역이 수도권 거주자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피서지로 선정됐다는 뉴스가 올해도 유효할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대신 수도권에서 가까운 휴양지로 사람들이 몰릴 가능성은 아주 높아 보인다. 그렇지 않아도 서울 인근의 산과 계곡은 여름철이면 늘 인산인해를 이룬다. 아마 올 여름에는 이런 상황이 더욱 심화될지도 모르겠다.
- ▲ 왕산해수욕장에서 바다로 나아기기 위해 파도를 넘고 있는 부부 카약커.
- 무동력 레포츠인 카약 마니아들에게도 고유가의 폭풍은 남의 일이 아니다. 카약 투어링 자체는 연료비가 안 드는 활동이지만, 강이나 바다로 이동하는 데는 차량을 이용해야하기 때문이다. 이제 수도권에서 멀어 기름값이 많이 드는 남쪽 바다는 아무래도 부담스럽다(물론 남쪽 사람들은 중부지방이 부담스럽겠지만). 맑은 물과 아름다운 풍광도 좋지만 주머니 사정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부담 없이 다녀올 수 있는 거리
장마전선이 슬그머니 실종되고 폭염이 엄습한 7월 둘째 주. 다음카페 카약과 캠핑 회원들이 영종도 왕산 해수욕장에 모였다. 유료도로를 이용해야하지만 서울에서 1시간 이내에 닿을 수 있는 가까운 위치가 매력적이다. 이곳에서 여름 캠프를 겸해 수도권의 초보자들에게 바다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든 것이다.
- ▲ 해변의 백사장에 누워 다음 항해를 기약하고 있는 카약.
- 오후 늦게 왕산 해수욕장에 도착해 캠프사이트를 정리했다. 마침 이 해수욕장이 개장하는 날이라 주민들이 시설물을 단장하느라 분주하다. 화장실, 취수장, 샤워장도 문을 열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밤늦은 시간에도 회원들이 해변으로 모여들었다. 서울에서 가깝기에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는 것이다. 캠프에 모여 만남의 기쁨을 나눈 뒤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잠을 청했다.
왕산 해수욕장은 용유도 을왕리 해수욕장 바로 옆에 있다. 을왕리는 오래 전부터 해변유원지로 개발되어 번화한 곳이지만, 왕산리는 시설물이 많지 않아 비교적 조용한 것이 장점이다. 백사장의 폭도 넓어 야영할 수 있는 공간이 많다. 캠핑하며 바로 앞에 펼쳐진 바다에서 카약 투어링을 즐기기 좋은 장소다.
- ▲ 왕산해수욕장 앞은 망망대해처럼 보이지만 옆으로 조금만 돌면 멋진 섬들이 있다.
- 왕산 해수욕장에서 남쪽으로 7km 정도 떨어진 무의도나 실미도까지 장거리 주행을 할 수도 있다. 북쪽의 장봉도까지는 아무리 짧게 잡아도 편도 9km가 넘는다. 왕복하면 20km가 넘는 긴 바다 투어링이 가능하다. 한여름 뙤약볕의 패들링이 고통스럽다면 천천히 용유도 해안을 따라 가는 여정도 좋다. 복잡한 해수욕장과 달리 조용하고 한적한 해변을 발견할 수도 있다. 용유도 해안 곳곳에 드러난 갯바위 근처는 좋은 낚시 포인트이기도 하다.
- 다음날 아침 식사를 마치고 카약을 조립했다. 10여 척의 배를 완성하고 옮기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됐다. 카약을 처음 타는 사람들은 교육도 필요했다. 아침나절의 준비 끝에 오전 11시경 해변을 출발할 수 있었다. 모터보트 소리가 요란했던 왕산리 앞바다에 화려한 색상의 카약이 수를 놓자 순식간에 분위기가 밝아졌다.
파도를 타고 넘어 바다로 나아가니 윈드서핑을 배우고 있는 사람들이 부러운 눈빛으로 우리를 쳐다봤다. 조용히 먼 바다로 빠져나가는 모습이 자유로워 보였을 것이다. 카약은 엔진이 없어도 바람이 잠잠해도 바다 위에서 민첩하게 기동할 수 있다. 자연을 오염시키거나 남들에게 방해를 주지도 않는다. 환경 친화적이면서도 낭만적인 레포츠인 것이다.
- ▲ 을왕리 남쪽 끝의 갯바위 부근을 지나가고 있는 카약과 캠핑 회원들.
카약 타고 조용한 해변 찾아 피서 즐길 수도
왕산 해수욕장 왼쪽에 쭈뼛하게 튀어나온 갯바위를 돌아서니 을왕리 해변이 눈에 들어왔다. 을왕리는 시골 같은 풍경의 왕산리와 달리 도시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 휘황찬란했다. 수많은 고층 건물이 해변을 둘러싸고 있었고, 지금도 건축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듯한 높은 빌딩도 많았다.
- ▲ 왕산해수욕장 전경. 서울에서 1시간 이내에 닿을 수 있는 가까운 곳이다.
- 을왕리 해변을 바라보며 남쪽으로 진행했다. 길게 뻗어나온 반도 같은 곳의 끝에서 사람들이 낚시를 하고 있었다. 갯바위에 배를 댈 만한 곳이 있어 사진촬영을 위해 이곳에서 잠시 머물기로 했다. 사람들은 카약을 한 군데로 모아 바다 위에 뜬 뗏목처럼 만들었고 그 모습을 사진으로 찍었다.
일부 장거리 투어를 원하는 팀은 멀리 실미도를 목표로 출발했다. 왕복 15km가 넘는 거리를 순수하게 사람의 힘으로 주파하는 것이다. 바다에서는 유난히 체력 소모가 심하기 때문에 초보자들은 투어에서 제외했다. 처음부터 무리하면 카약에 재미도 붙기 전에 정이 떨어질 테니 말이다.
- ▲ 출발 준비 끝! 왕산리 해변에서 기념촬영을 한 동호회 회원들.
- 팀이 둘로 갈라진 뒤 하늘에서 한두 방울 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오전부터 흐리던 하늘이 마침내 사고를 치는 모양이다. 바람도 심해지며 점점 빗줄기가 굵어졌다. 해가 쨍쨍한 날보다 이렇게 궂은 날씨가 카약을 타기에는 좋은 날이다. 시원하게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바다를 가르는 재미는 경험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오락가락하는 빗줄기 속에 해안을 타고 오가는 카약 투어링을 마쳤다.
- ▲ 밀짚모자를 쓰고 신나게 패들링 중인 후지타카약의 조구룡씨.
- 왕산 해수욕장은 피서철 성수기에는 늘 많은 사람으로 붐빈다. 을왕리보다는 조용하다고 해도 인파가 몰릴 때면 번잡하기 마련이다. 카약은 이런 복잡한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된다. 바닷가가 아무리 복잡하다 해도 해안에서 조금만 떨어지면 그런 혼잡은 저 세상 일이다. 카약을 타고 속세를 떠나 신선의 세상을 유람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 먹을 것과 그늘막을 싣고 다니다 보면 조용하고 멋진 해변을 발견하는 경우도 많다. 그곳에서 동호인이나 가족끼리 조용한 피서를 즐긴다면 더 없이 좋은 경험이 된다. 아무도 방해하는 사람 없는 멋진 해수욕장을 통째로 전세내서 즐기는 것이다. 용유도 북쪽 해안을 따라 진행하다 보면 도보로는 접근할 수 없는 조용한 해변이 제법 있다. 이렇게 카약은 특별한 피서를 즐길 수 있는 수단도 된다.
- ▲ 지는 해를 바라보며 뭍으로 돌아오는 모터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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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정보
찾아가는 길
인천국제공항으로 가는 길을 따른다. 서울에서 가려면 강변북로 성산대교에서 일산방향으로 진행하다 가양대교를 지나면 오른쪽으로 인천공항고속도로 진입로가 보인다. 이 길을 따라 끝까지 가면 인천국제공항에 닿는다. 강남쪽에서는 올림픽대로와 연결된 김포공항 나들목을 이용해 노오지 나들목으로 고속도로를 진입한다.
왕산 해수욕장으로 가려면 인천공항 도착 직전에 공항입구 분기점에서 빠져나가 공항북로를 탄다. 바다와 맞붙은 직선도로를 끝까지 타고 간 다음 삼거리에서 좌회전해 1.5km쯤 가면 오른쪽에 왕산 해수욕장 입구가 보인다. 인천국제공항 고속도로는 승용차 기준 7,100원의 통행료를 내야 한다. 강변북로 분기점에서 왕산 해수욕장까지 40분 거리.
- ▲ 붉은빛 석양에 물든 왕산해수욕장 백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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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박
왕산 해수욕장 내 백사장에서 캠핑이 가능하다. 왕산리 주변에 민박집, 모텔, 펜션이 몇 개 있다. 해수욕장 개장기간 동안은 텐트 1동당 5,000원의 쓰레기 수거료를 받는다. 사람이 많이 몰릴 때는 백사장이 텐트로 가득 찰 정도라고 하니 쾌적한 캠핑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조용한 카약 투어링을 위한 왕산리 방문은 성수기를 피하는 것이 좋다.
투어링 카약 체험과 입문
카약 동호회 카약과 캠핑(cafe.daum.net/fujitakayak)을 통해 투어링 카약을 접할 수 있다. 매달 1~2회 전국의 강과 바다에서 투어를 진행하며, 신입회원은 일정액의 투어비(1일 50,000원선)을 내면 별도의 장비 없이도 투어링 카약 체험이 가능하다. 카페에 회원으로 가입하면 투어링 카약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문의 010-5276-9098 카페지기 조구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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