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에서 즐기는 시원한 여름 드라이브 코스
강원도 홍천군을 동서로 가르며 흐르는 홍천강은 물이 깨끗한 데다 물살이 완만하고 수심도 깊지 않아 가족이나 연인들에게 여름철 피서지로 인기다. 굽이굽이 흐르는 강변 곳곳은 넓은 자갈밭을 이루면서 무려 10곳이 넘는 유원지를 형성하고 있다.
아직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지 않았는데도 물놀이를 나선 피서객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래도 수영 삼매경에 빠지기는 조금 이른 편이다. 대신 작은 그물을 이용한 투망이나 허벅지까지 차오른 강물 한 가운데에서 즐기는 견지낚시로 물놀이를 대신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홍천강 상류와 합류하는 수타사계곡은 가벼운 산책을 즐기기에 좋다.
홍천강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은 낚싯대를 드리운 채 강물 한 가운데 우두커니 서 있는 태공들의 모습이다. 북방면 노일리에서 팔봉산·밤골·반곡·통고리·개야리·수산리·모곡·마곡에 이르기까지 유원지가 형성된 곳이면 어김없이 만나는 ‘일상’이다.
이중 가장 상류인 북방면 노일리 강변. 흔히 노일강변으로 불리는 이곳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룻배가 다녔을 만큼 멋진 풍경이 인상적인데, 최근 홍천강에서 가장 유명세를 타는 곳으로 변했다.
물살은 조금 빠른듯 하지만 올 여름 장맛비가 많이 내리지 않아 물이 허벅지를 넘기지 않는다. 햇살에 보석처럼 비치는 강물 한 가운데 검은 그림자를 드리운 채 낚싯대를 드리운 태공들의 표정은 짐짓 엄숙하기까지 하다. 강 건너 짙은 숲과 어우러진 모습은 마치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에서 낚싯대를 휘두르는 장면을 연상시킬 만큼 아름답다.
굳이 낚싯대가 없다면 인근 상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견지대를 이용한 낚시로도 충분하다. 300년을 휠씬 넘기는 역사를 자랑하는 견지낚시는 우리 고유의 낚시법이다. 연을 날리는 얼레보다 크기는 작지만 손잡이 부분이 긴 견지를 사용하는데, 줄에 달린 추의 무게만 잘 조절하면 강 바닥에서 수면 가까이 사는 물고기까지 모두 낚을 수 있다.
낚시나 물놀이에 흥미가 없다면 강변 드라이브를 추천한다. 노일리에서 팔봉산을 거쳐 모곡까지 약 20㎞ 구간은 한강변 등 이름난 강변드라이브 코스처럼 세련되지 않았지만 춘천과의 경계를 넘나들며 달리는 동안 주변 산세와 어우러진 홍천강의 풍경과 물놀이·낚시에 여념이 없는 피서객을 감상하는 것 만으로도 더위사냥은 충분할 듯하다.
홍천 나들이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수타사계곡이다. 안근 공작산(887m)에서 발원, 홍천읍 인근에서 홍천강과 합류하는 덕지천의 상류로 넓은 암반과 크고 작은 소가 조화를 이루며 빼어난 절경을 연출하고 있다.
계곡을 만나려면 먼저 천년고찰 수타사를 들러야 한다. 주차장에서 절집으로 이어지는 길은 약 400m 정도로 짧지만 우거진 숲과 바로 옆으로 물이 흐르고 있어 운치가 있다. 신라 후기에 세워진 수타사는 임진왜란 때 모두 불타버렸고, 지금의 모습은 17세기 초에 세워진 것들이다. 규모는 크지 않으나 적당히 배치된 가람은 주변 산세와 잘 어울리며 속세를 벗어난 느낌을 전한다.
수타사 바로 앞에는 작은 연못을 중심으로 아담한 산책로가 조성되고 있다. 이 연못은 ‘물고기 밥주는 곳’이라 불리는데, 멀리 방생을 가지 않더라도 이곳에서 물고기들에게 먹을 것을 던져주며 마음의 평화를 얻으라는 뜻이 아닐까 생각된다. 연못 한 가운데 인공섬을 조성했고, 작은 목조 다리가 섬으로 연결돼 있다. 산책로는 연못 옆으로 이어진다. 마사토와 콘크리트를 섞어 예쁜 길을 만들고 두 개의 정자로 쉼터를 마련했다.
계곡을 벗어나 하류로 내려오면 덕지천은 넓은 공간을 차지하며 흐르기 시작한다. 흐름이 완만하면서 널찍한 곳에서 투망을 이용해 매운탕꺼리를 구하는가 하면 강 바닥을 볼 수 있는 도구를 이용해 다슬기를 채취하는 이도 곳곳에서 눈에 띈다.
아직 철이 일러서인지, 아니면 수심이 얕아서인지 거둬들인 그물에는 피라미만 한 두 마리 보일 뿐이다. 그래도 표정만은 밝다. 굳이 물고기를 많이 잡는 즐거움보다 자연과 호흡하며 더위를 잊는 자체만으로 만족해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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