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봄 돛에 걸고, 남도의 젖줄따라, 흘러흘러 영산이라
관광 코리아! 나주영산강-황포돛대-불화사-죽설헌
- ▲ 영산강에 다시 띄운 황포돛배. 영산강의 옛 정취를 되살리기 위해 5월 중순부터 운행되는 황포돛배는 나주 관광의 새로운 테마거리가 되고 있다.
영산강이 넉넉한 호남 들녘을 휘감아 도는 전남 나주는 예로부터 풍요의 땅이었다. 삼한시대부터 조선조까지 호남내륙 수운의 거점으로 전라도의 또 다른 상징으로 군림해왔다.
그 중심 영산포는 1977년 영산강 하구둑이 건설되기 전까지 쌀과 소금, 홍어 등 호남 물자의 집산지로 풍요롭고도 독특한 천년의 문화를 형성해왔다. 때문에 곳곳에 귀한 문화유적이 산재해 있으며, 홍어, 곰탕, 장어 등 남도 미식거리도 풍성하다.
배꽃이 지고 난 이즈음 영산강 줄기에는 옛 영화를 되살리기라도 하듯 다시 등장한 황포돛배가 물살을 가르고, 초록을 더해가는 신록들은 싱그러운 봄기운을 맘껏 발산 중이다. 느릿하고 풍성한 봄날의 정취를 따라 천년고도 나주를 찾았다.
::: 영산강 & 황포돛대 / 이달 중순부터 돛배 띄워
- ▲ 몽환적 풍광의 영산강 물안개
여명의 영산강은 오리무중이다. 최근 일교차가 심해지며 짙은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탓이다. 영산강 뱃길을 다시 여는 황포돛배의 반환점인 석관정의 아침은 환상에 가깝다. 먼동이 트고, 햇살이 내리쬐며 물안개가 천천히 걷히자 절경을 굽이치는 푸른 물줄기가 제 모습을 드러낸다. 들녘을 온통 노란빛깔로 채색한 다채밭이며, 삼한지 테마파크가 어우러져 영산강 물굽이는 가히 한 장의 그림엽서처럼 몽환적 풍광을 담아낸다.
호남 물류의 중심지 영산강 영산포는 조선시대 인근 17개 고을의 세곡창(영산창)을 뒀을 만큼 번성한 포구였다. 영산포에는 40여 년 전만 해도 고깃배, 옹기배, 젓갈배들이 몰려들어 불야성을 이뤘다. 그러나 해방 이후 사통팔달 도로가 뚫리고 상류의 댐과 하구의 둑이 잇따라 만들어지며 영산강은 그 기능을 잃어갔다.
하지만 수십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영산강은 천년고도 나주 관광의 랜드 마크로 거듭나고 있다. 전라남도와 나주시는 영산강의 옛 정취를 되살리기 위해 5월 중순부터 2척의 황포돗배를 띄운다. 10인승 돛배는 옛날 영산강을 오가던 전통 한선의 모습을 재현한 것으로, 다시면 석관정에서 공산면 다야뜰까지 3㎞ 구간을 왕복(30∼40분 소요)한다.
- ▲ 삼한지 테마파크
나주의 주요 유적과 관광지는 젖줄 영산강 유역에 모두 몰려 있다. 대표 유적이 반남고분군. 나주에는 3∼6세기 마한-백제시대 지배층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200여개의 고분이 남아 있다. 그 대부분이 영산강과 가까운 반남면과 다시면의 복암리에 집중돼 있다.
고려 태조 왕건의 '완사천의 전설'도 영산강이 그 배경이다. 왕건이 우물(완사천)에서 물을 청하자 나주 호족인 오다련의 딸(장화왕후)이 버들잎을 띄워 물바가지를 건넸다는 전설이다.
TV드라마 '주몽'의 촬영지 '삼한지 테마파크'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이다. 영산강과 나주평야를 한눈에 굽어 볼 수 있는 자리에 세워져 있다.
::: 불회사 & 죽설헌 / 절 입구 삼나무숲길 짙은 초록
- ▲ 불회사
▶ 불회사
예로부터 나주사람들 사이에는 '춘 불회 추 내장'(春 佛會, 秋 內藏)이라는 말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가을 단풍은 내장산이 최고이고, 봄 신록은 불회사가 으뜸이라는 것이다.
나주시 다도면에 위치한 불회사는 인도승려 마라난타가 창건한 백제고찰이다. 주차장에서 절의 입구에 이르는 300여m의 삼나무 숲길은 5월의 신록이 짙은 숲내음을 풍기는 삼림욕 길이다. 삼나무 숲과 더불어 아름드리 비자나무 2000여 그루가 들어 선 비자림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진입로 중간쯤에는 돌장승 두 기가 마주보고 서있다. 시골 촌부의 따뜻한 마음을 담기라도 하듯 익살스러운 표정이 절로 미소 짓게 하는 정겨운 모습이다.
사찰 진입로 격인 진여문을 지나 누마루 밑을 통과해 절 마당에 오르면 비로소 사찰 내부가 한눈에 들어온다. 대웅전 뒤편의 짙은 초록은 동백과 비자나무 숲이다.
신록이 아름답다던 불회사는 과연 연둣빛 신록의 바다 위에 떠있는 한 척의 배와도 같다. 사찰 관계자는 "초파일을 앞둔 이즈음의 신록이 가장 좋을 때"라며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달라지는 덕룡산의 풍광이 볼거리 그 자체"라고 말한다.
보물로 지정된 대웅전 안에는 지불에 옻칠을 하고 금박을 한 비로자나불을 모셔 두었다. 또 천장에 새겨놓은 연꽃 안의 자라, 게, 물고기 문양은 여느 사찰에서는 보기 드문 조각품이다.
::: '질경이 카페트'사이 오솔길
- ▲ 죽설헌
▶ 죽설헌
나주시 금촌면 초곡리 시골마을에는 그림처럼 아름다운 집이 있다. 집이 아니라 자연과 곧잘 조화를 이룬 하나의 조경 작품과도 같은 곳이다. 화가 박태후씨(54)가 기거하는 '죽설헌'이 바로 그곳이다. 푸르른 대나무의 직선과 기왓장 담벼락의 곡선이 멋진 하모니를 이뤄낸 공간으로 5월의 창포로 둘러싸인 연못에는 복숭아 사과나무가 물그림자를 드리운 채 서 있는 자연친화적 공간이기도 하다.
특히 녹색의 질경이를 카페트 삼아 집을 빙 둘러 나있는 오솔길엔 옛 기왓장 수만 장이 허리춤 높이로 야트막한 담장을 이뤄내 운치를 더한다. 한 장소에 기왓장이 많이 모여 있기로는 기네스북에 오를 감이다.
1만2000㎡ 규모의 죽설헌은 작품 활동과 대학에 나가 강의를 하고 있다는 박태후씨가 수십 년간 직접 나무를 캐다 심고 꽃들을 키워 일궈낸 커다란 설치작품에 다름없다.
::: 나주 곰탕 & 홍어
- ▲ 나주 곰탕 & 홍어
▶ 나주 곰탕 = 나주를 대표하는 미식거리가 바로 '나주 곰탕'이다. 나주 곰탕은 뽀얀 국물의 여느 곰탕과 달리 말갛고 시원한 국물 맛이 특징이다. 나주시내 금성관 앞에 자리한 100년 전통의 '하얀집(061-333-4292)'이 원조격으로 주인 황순옥씨(66)의 시할머니대부터 시어머니, 며느리 등 3대가 손맛을 이어오고 있다. 새벽 2시 한우의 사골을 끓이기 시작해 두어 시간이 지난 후 우설, 사태, 머리고기 등을 넣고 다시 3시간을 삶는 등 갖은 정성을 쏟아 국물맛을 낸다. 간수를 뺀 5년 묵은 천일염을 쓰는 것도 맛의 비결. 묵은김치와 깍두기도 별미이다. 나주에는 곰탕집이 7곳 더 있다. 남평집, 노안집 등도 유명 맛집으로 통한다. 곰탕 6000원. 수육 2만원.
▶ 홍어 = 흔히들 홍어는 흑산도나 목포를 원조격으로 여긴다. 하지만 예로부터 홍어 맛의 본가는 나주 영산포였다. 영z산포는 유명한 흑산 홍어의 집산지로 조선시대 흑산도에서 잡은 홍어를 돛단배에 싣고 달포쯤 걸려 영산포 까지 오면 알싸하게 발효가 됐다. 그런 연유로 영산포 일대에 홍어 요리가 발달했다. 영산포에는 홍어의 거리가 조성돼 있고 매년 4월 하순 홍어축제도 열린다. 나주 토박이들은 홍어 별미집으로는 영산포 '홍어1번지(061-332-7444)'를 꼽는다. 홍어삼합, 홍어무침, 홍어튀김, 홍어전, 홍어찜에 보리애국까지 홍어의 모든 맛을 볼 수 있는 홍어정식(4인상 기준)이 흑산 홍어는 8만원, 칠레 홍어는 6만원이다.
이밖에도 구진포 강변에는 장어거리가 조성돼 있으며, 나주시내 남내동에 자리한 '사랑채(061-333-0116)'는 100여년 된 한옥 건물에 30여 가지의 반찬을 내놓는 한정식으로 유명하다. 4인 기준 한상에 8만원.
::: 여행메모
▶ 가는 길
◇ 철도 여행
- 일반열차(용산역~나주역, 오전 7시5분~오후 10시5분 사이 7회 운행/ 나주역~용산역, 오전 8시8분~오전 0시1분 사이 8회 운행)
- KTX(용산역~나주역, 오전 8시30분, 10시25분, 오후 2시10분, 6시40분 4회 운행/ 나주역~용산역, 오전 6시57분, 오후 1시7분, 5시7분, 7시27분 4회 운행, 각 3시간 소요). 문의=1577-7788, 1544-7788
◇ 승용차
- 호남고속도로 동광주 IC(비아 IC)~송정리~노안삼거리~나주시. 4시간 소요. 동광주 IC에서는 30분 소요. /서해안고속도로 무안 IC~나주시. 4시간 소요(무안 IC에서는 20분 소요)
▶ 그밖의 여행팁
천연염색문화관(061-335-0091)에서는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나주호 인근의 '중흥 골드 스파-리조트'(061-339-5000)는 워터파크, 수상레포츠 시설을 갖춘 숙박시설이다. 나주시청 문화관광과(061-330-8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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