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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풍경이 있는 여행

by 白馬 2008. 4. 18.

풍경이 있는 여행

천국의 섬 증도에는

                    시간이 꽃을 피워 소금꽃이 되었더라.



지천으로 널린 게 바닷물이건만,
물이 귀해 예전엔 시리(시루)섬이라 했다.
1975년 한 어부의 그물에 청자가 걸려 올라오더니,
온갖 보물이 물고기만큼 낚여 보물섬이라고도 부른다.
이에 더해 지난해 12월엔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라는 수식어 하나를 보탰다.
전남 신안 증도를 일컫는 말이다. 시간도 쉬어가는 섬, 증도로 바닷길을 떠나봤다.


 

 

 

전남 신안 증도 가는 길은 멀다. KTX를 타고 목포를 향하고, 목포에선 지도버스터미널로. 또다시 버스를 타고 10분여를 달려 사옥도지신개선착장에 내려선다. 지신개선착장부턴 더 이상 차로 갈 수 없다. 제1 증도호를 타고 들어간다. 들어가면 반드시 나오게 돼 있어서 일까. 매표없이 승선한 후 증도에서 나올 때만 승선비를 내면된다. 제1증도호는 15분여 포말을 몽글몽글 일으키며 달린다. 김양식장이 또박또박 칸을 질러 바다에 들어찬 모습이 그나마도 섬풍경이 되어 줄뿐 동적인 움직임을 찾아보기 힘들다. 모든 생명의 기원인 바다가 세상의 전부인 증도, 이 섬엔 얘기꺼리가 많다.

                                   초분은 망자도 느리게 보내려는 마음에서 생긴 풍습            

증도에 발을 내딛자마자 보이는 장면은 역시 갯벌이다. 아무것도 없어 뵈는 갯벌 가운데 뻐끔뻐끔 생명의 구멍이 뚫리고 생명의 소리가 들린다. 증도주민은 “갯벌에 관해선 더 말할 필요가 없다”한다. 세계 어딜 내놔도 자신 있다는 투다. 조개껍질마저 반질반질하게 자란다며 소박한 증거를 내민다. “마그네슘도 풍부하고 사릿빨 때(사리)때는 잡을 거 천지”라는 표현이 허투로 들리지 않는다. 

         
<캐리비안의 해적들>도 못 따라 올 보물섬   “70?80년대엔 깨진 쇠금바리 천지였다”

 

 

먼저 해변일주도로(일부 비포장)를 따라 증도 여행을 시작해 보자.
해변일주도로를 달리다보면 좌측에 무덤 한기가 보인다. 초분(草墳)이다. 초분은 남해와 서해의 섬지방의 특징적인 장례풍습으로 시신을 땅에 묻지 않고 이엉 등으로 덮어두었다가 2~3년 후 뼈만 골라 땅에 묻기 전 만들어두는 풀무덤이다.
이종화 신안군 문화관광해설사는 “(여기는)모형이 있지만, 신안군 곳곳에 초분이 남아있을 것”이라고 했다. 시신을 땅에 바로 묻는 건 고기잡이 나간 사이 갑자기 상을 당한 상주에게 너무 가혹하다고. 망자(亡者)에게도 너무 매정하다고 해 생긴 풍습이라는 게 주민들의 전언이다. 생(生)도 빠르지만 사(死)도 빠른 게 요즘 삶일 텐데 이곳 증도에선 죽음마저 느리다.
다시 주차를 시도하게 되는 곳은 전망대. 낙조가 아름다워 해넘이를 볼 수 있게 해뒀다. 하지만 전망대 보단 ‘송?원대 해저유물발굴해역(발굴기념비)에 더욱 관심이 가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증도의 대표적 별칭인 보물섬이 된 이유가 여기에 있기 때문. 

남해와 서해의 특징적인 무덤인 초분 


신안군과 신안문화원이 만든 <보물섬 증도이야기>을 통해 그 내용을 살펴보자.
“1976년 한 어부의 그물에 청자가 걸려 올라오면서 시작된 신안해저유물의 발굴은 세계를 놀라게 한 사건이었고, 증도라는 섬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당시 도자기 2만점, 금속제품 729점, 동전류 28톤 등 헤아릴 수 없는 중국 송원대의 보물들이 인양됐다.” 주민들은 당시를 “깨진 쇠금바리(밥그릇) 천지라더라”며 너도나도 ‘퍼 올렸다’고 회상했다. 현재는 발굴장소를 알리는 발굴해역과 기념가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들>보다 흥미진진한 보물선 이야기를 대신한다.           

                                                                                           
 

 
        증도의 명물로 알려진 짱뚱어다리(470)는 일몰과 별을 바라보기에 더 없이 환상적인 곳이다.
 
도로를 이어달리면 보이는 독살도 한번쯤 해봄직한 신기한 바다얘기 중 하나다. 독살이란 해안에 돌을 쌓아 밀물에 고기가 같이 들어왔다가 썰물에 물이 빠지면서 돌담에 남은 고기를 잡는 전통적인 고기잡이 방법이다. 오늘날 사용하진 않지만 독살의 원형이 잘 남아 있어 축제 때는 체험행사를 개최하기도 한다.
증도의 명물로 알려진 짱뚱어 다리(470m)는 일몰과 별을 바라보기에 더 없이 환상적인 곳. 썰물 때면 갯벌에서 뛰노는 짱뚱어와 게를 볼 수 있다. 증도 주민들은 “잡아도 퍼내도 나오니까 (관광객들에게) 잡지 말란 말하기도 민망하다”고 했다. 갯벌 생물의 대표 격인 짱뚱어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섬과 섬을 연결하는 노두 너머 있는 화도. MBC드라마<고맙습니다>촬영지에는 여전히 봄이(강아지)가 산다.

화도도 증도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 섬(증도)의 섬(화도)을 가기 위해서는 노두를 밟고 지나게 된다. 노두란 썰물때 드러나는 갯벌 위에 돌을 놓아 건너 다녔던 길. 현재는 도로가 연결돼 있어 물때를 맞추면 차를 가지고 갈 수 있다. 화도는 MBC드라마 <고맙습니다> 촬영지도 알려져 있다.
이 문화관광해설사는 “작은 섬 화도에도 교회가 있다”고 운을 뗐다. 증도를 도는 동안 어렵잖게 교회가 나타난다. 이 문화해설가는 “증도 각 마을마다 교회가 있다. 다른 종교가 없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이렇게 된데는 최초의 여성 순교자 문준경 전도사의 역할이 9할이었다. 문준경 전도사의 일대기를 담은 책이 발간되기도 했다. 증도를 칭하는 <천국의 섬>이란 표현도 책의 제목에서 기인했다.

 
     한여름 뙤약볕 아래가 가장 좋다는 천일염, 늙은 염부의 땀이 소금의 절반은 아닐까

 

 

 
드넓은 태평염전(위) 바다의 농사 천일염(아래)

 

 

 

출발한 자리로 되돌아가는 길엔 거대한 염전이 나타난다. 증도의 염전은 1953년 조성되어 단일염전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이북에서 피난 내려온 피난민들이 염전을 일구며 피난민촌을 조성해 구제하기 위해 만들어 졌다. 전증도와 후증도을 나누는 갯벌에 둑을 쌓아 염전을 만든 것. 지난해에는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여행자의 발길을 멈춰 세우는 곳은 동서로 염전을 가르는 3km의 길. 나무로 만든 소금창고가 줄을 섰다. 반세기 동안 바람과 태양과 바다와 함께한 소금창고 에서 왠지 모를 애잔함이 풍긴다.
 소금창고 옆에 섰다. 빼꼼이 고개를 내밀어 나온 늙은 염부는 비어있는 소금창고의 문을 걸어잠근다. 소금박물관 박선미 학예연구사는 “6월에서 8월 사이에 난 소금이 가장 좋다”했다. 가장 뜨거운 뙤약볕에 좋은 소금이 난다하니 염전 소금 절반은 늙은 염부의 땀이 빚은건 아닐까 싶다. 

철지난 고무장화는 주인 잃고 널브러져있다. 쓸쓸하다. 다시 올 여름을 기다리는 모양새다. "덜커덩, 삐걱. 덜커덩 삐걱." 해풍에 사지를 맡긴 마냥 메마른 소리를 내는 소금창고는 곧 쓸려 갈 듯 낡았다. 하지만 다가올 여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바다와 시간이 빚어내는 소금꽃은 수북히 쌓일 것이다.
 

 

 
<염전을 동서로 가르는 3km의 목조소금창고(상) 유일한 석조소금창고는 소금박물관으로 탈바꿈했다.(하)>

 ‘소처럼 금처럼’ 귀한 소금이 무엇인지 살피려면 지난2007년 문을 연 소금박물관에 들러보자. 소금 박물관은 1953년 염전이 조성될 무렵 400여 명의 인부들에 의해 직접 지어진 소금 창고를 이용해 만들어 의미가 깊다. 문화재청에 설명된 내용에는 “현재까지 남한에서 밝혀진 유일한 석소 조금창고”라고 기록돼 있다. 소금의 역사, 문화 등에 관한 정보는 물론 염전체험이 가능하다.


                                                   
증도의 삶은 바다의 시간표를 따라

천국의 섬이라 했다. 천사의 섬이라고도 한다. 보물섬, 시간도 쉬어가는 섬. 축복받은 섬이다. 섬이 지닐 수 있는 온갖 찬사는 다 가졌다. 대형마트도 편의점도 네온사인도, 각양각색의 도심자동차가 없어도 시간은 흐른다. 증도의 시간은 모든 생명의 어머니인 바다가 정해준 시간표대로 움직인다. 밀물과 썰물처럼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게, 사람의 맥박 딱 그만큼의 속도로 흘러간다.


<여행정보>

◇증도가는 길

자가운전: 

*호남고속도로 정읍 IC→서해안고속도로 선운산IC → 함평 JC→무안국제공항고속도로 북무안 IC →현경

*서해안고속도로→함평JC→무안국제공항고속도로 북무안 IC→현경

*88올림픽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 동림  IC→ 빛고을로 외→ 무안국제공항고속도로 나주 IC → 북무안 IC→ 현경


◇대중교통

*항공: 아시아나 항공 김포→무안(55분 소요 12: 30)

*KTX: 용산역→광주역(3시간 10분 소요)/용산역→목포역(3시간 30분 소요)

*고속버스: 목포→지도(1시간 10분 소요 6:20~)

          광주→지도(2시간소요, 05:45~)

          서울→지도(4시간소요, 08:30)

*현지교통: 지도→지신개선착장(12분소요) 배시간에 맞춰 운행  1,200원

*철부도선: 지신개선착장→버지선착장(10분 소요, 06:40~)왕복 3,000원

지도에서 증도간 하절기93월 1일~10월31일)여객선 시간은 아침 6시 40분부터 밤 10시까지이며, 1시간에서 한시간 30분 간격으로 있다.


승용차를 이용하지 않으면 증도는 돌아보기 애로가 많다. 마을 포인트가 되는 지점에 자전거를 놓아둬 자전거섬이라고도 하지만, 때에 따라 불가능할 수 있으므로 차편을 이용하는 게 좋다.

마을에 한대 다니는 버스는 주민들의 얘기에 따르면 “마을버스가 한대 있는데 고장나서 안갈 때도 있다”한다. 증도를 돌다보면 히치하이킹을 하는 주민들을 어렵잖게 볼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라남도 문화관광해설가인 이종화씨가 운영하는 증도사랑모임(
http://cafe.daum.net/ebr222을 통해 현지지교통 및 증도여행에 관한 정도를 살펴보고 떠나자.


◇증도 여행 포인트

소금박물관(☏ 061-275-0829 입장료2,000원)

갯벌생태전시관(☏ 061-275-8400 입장료 2,000원),

우전해수욕장, 한반도해송공원, 천일염전체험, , 신안보물선유적지, 바다낚시체험, 독살(전통고기잡이체험), 김양식장, 앨도라도리조트


◇묵을 곳

엘도라도리조트 02-3288-6000/061-260-3300

현대장여관 061-271-7528~9

증도에는 ‘엘도라도리조트’를 제외하고는 호텔, 모텔급 숙박시설은 없다. 대부분이 가정에서 운영하는 민박이다.

순교기념관 061-271-7808/ 보물섬민박 061-271-0631/ 화도민박061-261-2394(드라마 촬영장으로 사용된 집)


◇문의 

☞증도면사무소 ☏061-271-7619

☞철부도선 운임 및 시간문의 ☏061-275-7685

☞신안군 관광안내소 061-240-8531

☞문화관광해설가 이종화 ☏ 011-644-8882

☞증도사랑모임 http://cafe.daum.net/ebr2223에는 증도관광에 대한 교통편과 관광안내에 관한 자세한 정보가 담겨있다.
☞전국어디서나 24시간 관광안내전화 ☏일반전화: 1330 / 휴대폰 02-1330
 

♧슬로시티란♧
슬로시티는 ‘속도지향의 사회’ 대신 ‘느리게 사는 삶’을 지향하는 운동이다.
현대문명을 거부하고 과거로 회귀하자는 이념이 아닌 보다 인간적인 삶을 추구하는 철학이 기본이 된다. 빠른 생활과 반대 개념으로 자연환경 속에서 고장의 먹거리와 지역 고유 문화를 느끼며 괘적한 삶을 향유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오늘의 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