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봉평 연가
메밀꽃 필 무렵 봉평을 엿보다
문학의 힘은 대단하다. 가산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이란 단편소설 하나가 산간벽지 마을 하나를 통째로 살렸다. 메밀꽃이 피기 시작하니 조용하던 강원도 산골 마을이 들썩이기 시작한다.
‘보름달 아래서 메밀꽃을 찍다
“이게 활짝 피려면 아직 한 일주일 더 있어야 해. 원래는 이쯤 되면 활짝 피어야 하는 건데 말이야.”
메밀밭을 서성이며 사진을 찍고 있는데 길을 가던 한 노인이 대뜸 메밀꽃이 아직 철이 덜 들었다며 참견한다. 군에서 땅을 임대해 씨를 뿌리는 과정에서 시간이 좀 지체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무이미술관 앞으로 가보란다. 미술관 뒷마당에는 마을 사람들이 직접 메밀을 심어서 지금 메밀꽃이 만발이라며.
한밤중에 찾아간 무이미술관 앞 메밀밭은 그야말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섬세하고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봉평장에서 대화장까지 80리 길을 당나귀 타고 가던 장돌림 허 생원의 눈앞에 펼쳐졌던 신비로운 하얀 꽃밭이 이랬을까? 하늘 높이 솟은 보름달과 메밀꽃에 취해 한참을 서 있자니 메밀꽃은 잔잔한 조용함을 벗어던지고 화려하게 살아난다.
“운이 좋구먼. ‘효석문화제’ 기간에 보름을 끼고 있었던 것은 7년 전 1회 때와 이번뿐인데. 이렇게 딱 맞춰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것도 행운이지.”
무이미술관에서 메밀꽃을 그리는 정연서 화백(52)이 어느새 뒤에 나타나 커피 한 잔을 권한다.
“20년간 메밀꽃을 그리기 위해 전국을 다녀봤지만 봉평만 한 곳이 없더라고. 고창에 가면 20만 평 규모의 메밀밭이 있긴 한데, 이효석이라는 상징이 없으니 봉평에 비해 운치가 떨어져.”
카메라를 B-셔터로 맞추고 한참을 기다려 하는 상황. 자연스럽게 정 화백과 메밀 이야기가 이어진다.
“왜 봉평에 메밀밭이 많은지 아나?”
고개를 흔들자 그는 메밀 이야기를 구구절절 풀어낸다.
“메밀은 원래 감자나 옥수수를 추수하고 남은 기간에 심은 구황작물이었네. 메밀은 수확기가 무척 짧거든. 봉평은 예로부터 논이 없고 밭이 많았어. 살림이 어렵던 동네였지. 한 톨의 곡식이라도 더 수확하려고 했던 이곳 사람들의 의지가 메밀밭을 만들게 된 거라네.”
그러나 먹고 살기가 수월해지면서 봉평에서 메밀을 재배하는 농가는 점차 줄어들었다. 알곡의 크기가 제각각인 메밀은 정미 과정도 까다로워 아예 손을 떼는 가구도 있었다. 그러다 <메밀꽃 필 무렵>이 유명세를 타고 메밀이 구황작물에서 웰빙 작물로 탈바꿈을 하면서 메밀 값이 급등하기 시작했다. 10년 전 1kg에 1,200원이었던 메밀은 지금 2,700원을 육박한다. 다른 곡물에 비해 곱빼기로 가격이 오른 것이다.
정 화백과 아쉬운 작별 인사를 하고 보름달을 가로등 삼아 봉평 거리를 걷는다. 늦은 시간인데도 평상에 앉아 메밀전병을 부치는 아주머니가 보인다. 메밀가루로 전을 부쳐 돼지고기와 김치, 두부 등을 양념해 소를 넣고 말아서 익히는 메밀전병. 소박하고 정겨운 서민 음식의 전형이다. 굵게 숭덩숭덩 썰어 간장에 살짝 찍어 먹으니 쫀득쫀득하면서 맛깔스럽다.
보름달도 푸르고 메밀꽃도 흐드러지게 피었으니 막걸리 한 잔이 빠지면 이효석도 섭섭해할 터. 마침 메밀동동주가 있다고 하니 한 됫박 주문을 한다. 그리고 이 아름다운 운치를 탄생시킨 가산 이효석과 메밀꽃 필 무렵의 두 주인공인 허 생원과 동이에게 건배를 청한다.
메밀꽃, 언제 가장 화려하게 필까?
소설 속에 나오는 메밀꽃밭을 보려면 9월 8~17일에 열리는 ‘평창효석문화제’ 기간에 봉평을 찾으면 된다. 지난 6일 현재, 봉평 곳곳은 메밀꽃이 만개를 기다리고 있다. 축제의 주 무대인 효석문화마을에 위치한 대규모 메밀밭에는 아직 꽃이 제대로 피지 않았는데, 효석문화제위원회 이성기 사무국장은 “축제 기간 중인 10~12일 사이에 만개할 것 같다. 꽃이 25일까지는 피어 있을 것”이라며 축제 기간을 놓친 이들도 꼭 한 번 찾아오라는 당부를 했다. 단, 축제 기간 중 엄청난 인파가 모일 것으로 예상되니 불편함은 예상하고 갈 것.
2nd Day 아침 메밀밭 감상 ▶ 오대산 월정사 ▶ 대관령 삼양목장 or 대관령 양떼목장 ▶ 점심식사 ▶ 봉평 장터 ▶ 이효석문학관 ▶ 무이미술관 봉평까지 왔다면 30분 거리에 있는 월정사나 40분 거리에 있는 대관령 삼양목장에 들러보는 것도 좋다. 점심식사는 다시 봉평으로 돌아와 장터를 이용한다. 다양한 먹을거리가 저렴하게 판매된다. 이동이 용이하지 않다면 10분 거리에 있는 허브나라에 들러보자. 100여 종의 허브가 다채로운 향기를 선사한다. |
‘보름달 아래서 메밀꽃을 찍다
“이게 활짝 피려면 아직 한 일주일 더 있어야 해. 원래는 이쯤 되면 활짝 피어야 하는 건데 말이야.”
메밀밭을 서성이며 사진을 찍고 있는데 길을 가던 한 노인이 대뜸 메밀꽃이 아직 철이 덜 들었다며 참견한다. 군에서 땅을 임대해 씨를 뿌리는 과정에서 시간이 좀 지체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무이미술관 앞으로 가보란다. 미술관 뒷마당에는 마을 사람들이 직접 메밀을 심어서 지금 메밀꽃이 만발이라며.
한밤중에 찾아간 무이미술관 앞 메밀밭은 그야말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섬세하고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봉평장에서 대화장까지 80리 길을 당나귀 타고 가던 장돌림 허 생원의 눈앞에 펼쳐졌던 신비로운 하얀 꽃밭이 이랬을까? 하늘 높이 솟은 보름달과 메밀꽃에 취해 한참을 서 있자니 메밀꽃은 잔잔한 조용함을 벗어던지고 화려하게 살아난다.
“운이 좋구먼. ‘효석문화제’ 기간에 보름을 끼고 있었던 것은 7년 전 1회 때와 이번뿐인데. 이렇게 딱 맞춰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것도 행운이지.”
무이미술관에서 메밀꽃을 그리는 정연서 화백(52)이 어느새 뒤에 나타나 커피 한 잔을 권한다.
“20년간 메밀꽃을 그리기 위해 전국을 다녀봤지만 봉평만 한 곳이 없더라고. 고창에 가면 20만 평 규모의 메밀밭이 있긴 한데, 이효석이라는 상징이 없으니 봉평에 비해 운치가 떨어져.”
카메라를 B-셔터로 맞추고 한참을 기다려 하는 상황. 자연스럽게 정 화백과 메밀 이야기가 이어진다.
“왜 봉평에 메밀밭이 많은지 아나?”
고개를 흔들자 그는 메밀 이야기를 구구절절 풀어낸다.
“메밀은 원래 감자나 옥수수를 추수하고 남은 기간에 심은 구황작물이었네. 메밀은 수확기가 무척 짧거든. 봉평은 예로부터 논이 없고 밭이 많았어. 살림이 어렵던 동네였지. 한 톨의 곡식이라도 더 수확하려고 했던 이곳 사람들의 의지가 메밀밭을 만들게 된 거라네.”
그러나 먹고 살기가 수월해지면서 봉평에서 메밀을 재배하는 농가는 점차 줄어들었다. 알곡의 크기가 제각각인 메밀은 정미 과정도 까다로워 아예 손을 떼는 가구도 있었다. 그러다 <메밀꽃 필 무렵>이 유명세를 타고 메밀이 구황작물에서 웰빙 작물로 탈바꿈을 하면서 메밀 값이 급등하기 시작했다. 10년 전 1kg에 1,200원이었던 메밀은 지금 2,700원을 육박한다. 다른 곡물에 비해 곱빼기로 가격이 오른 것이다.
정 화백과 아쉬운 작별 인사를 하고 보름달을 가로등 삼아 봉평 거리를 걷는다. 늦은 시간인데도 평상에 앉아 메밀전병을 부치는 아주머니가 보인다. 메밀가루로 전을 부쳐 돼지고기와 김치, 두부 등을 양념해 소를 넣고 말아서 익히는 메밀전병. 소박하고 정겨운 서민 음식의 전형이다. 굵게 숭덩숭덩 썰어 간장에 살짝 찍어 먹으니 쫀득쫀득하면서 맛깔스럽다.
보름달도 푸르고 메밀꽃도 흐드러지게 피었으니 막걸리 한 잔이 빠지면 이효석도 섭섭해할 터. 마침 메밀동동주가 있다고 하니 한 됫박 주문을 한다. 그리고 이 아름다운 운치를 탄생시킨 가산 이효석과 메밀꽃 필 무렵의 두 주인공인 허 생원과 동이에게 건배를 청한다.
메밀꽃, 언제 가장 화려하게 필까?
소설 속에 나오는 메밀꽃밭을 보려면 9월 8~17일에 열리는 ‘평창효석문화제’ 기간에 봉평을 찾으면 된다. 지난 6일 현재, 봉평 곳곳은 메밀꽃이 만개를 기다리고 있다. 축제의 주 무대인 효석문화마을에 위치한 대규모 메밀밭에는 아직 꽃이 제대로 피지 않았는데, 효석문화제위원회 이성기 사무국장은 “축제 기간 중인 10~12일 사이에 만개할 것 같다. 꽃이 25일까지는 피어 있을 것”이라며 축제 기간을 놓친 이들도 꼭 한 번 찾아오라는 당부를 했다. 단, 축제 기간 중 엄청난 인파가 모일 것으로 예상되니 불편함은 예상하고 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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