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 ‘내가마을
유명 여행지가 아닌 시골 마을을 기웃거릴 때는 약간의 뻔뻔함과 넉살이 필요하다. 경기 강화군 내가면 고천리, 이른바 ‘내가(內可)마을’을 즐길 때도 마찬가지다.
거창한 관광지나 유적지를 기대했다면 다소 심심하다 느낄 수 있겠지만 호기심이 슬슬 발동하기 시작하면 옛 풍경 속으로의 산책이 여느 여행보다 특별해진다.
어린 시절 ‘그때 그 풍경’으로 돌아간 듯한 멋스런 사진 한 장을 위해 커다란 선글라스, 널찍한 나팔바지 같은 ‘빈티지 의상’도 챙기자.
◆가는길
서울에서 강화까지_ 신촌로터리에서 서강대교 방향으로 100m 직진하면 강화행 버스터미널이 있다. 첫차 오전 5시40분, 막차 오후 11시20분·배차 간격 10~15분(서울행 막차 오후 10시)·1시간 50분 소요. 요금 3400원. 문의 강화운수 (032)933-2533
강화 터미널서 ‘내가마을’까지_ 강화터미널에서 외포리행 버스 이용 ‘내가시장’ 하차. 첫차 오전 5시50분 막차 오후 9시30분(내가시장 출발 막차 오후 10시 10분), 배차 간격 50~60분, 35분 소요. 요금 1000원. 문의 선진버스 (032)933-6801
자가용으로_ 강화대교 건너 인삼센터 끼고 좌회전→‘찬우물 약수터’가 나오면 외포리 방면으로 우회전→‘인산저수지’ 지나 ‘외포리’ 방면으로 다시 우회전→‘외포리 삼거리’에서 ‘해수 사우나’ 끼고 우회전해 고개 넘으면 ‘내가시장’과 ‘내가저수지’가 나온다.
◆여행 문의
내가면사무소 (032)932-6302
◆내가마을 당일치기 즐기기 추천 코스
찬우물 약수터→ 철종 외가→ 점심 식사→ 내가마을(내가시장→ 유일양복점→ 내가우체국→ 내가약방→ 형제문구→ 내가초등학교→ 조계떡방앗간→ 내가저수지)→ 장화리 낙조
◆일몰 시간 확인
한국천문연구원 일출·일몰 정보 사이트(www.kao.re.kr/Knowledge/sunmoon_map.aspx)
▲ 강화도 내가면의 모든 것은 대부분 오래됐다. 그래서 더 정겹다.
10:30 찬우물 약수터
‘내가마을’가기 전 강화도 선원면 냉정리의 찬우물 약수터에 살짝 들르자. 조선 철종이 유배 생활을 하던 시절, 첫사랑 ‘양순이’와 사랑을 확인하던 곳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물맛이 차고 깨끗해 인기다. 약수터에서 301번 지방도로를 따라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철종 외가는 철종의 외숙인 염보길이 살았던 집으로 고풍스러운 양반가옥의 풍취를 느낄 수 있다.
12:00 꽃게탕 먹을까, 손두부 먹을까
물꼬 가마솥두부는 손두부전문 식당으로 깔끔한 밑반찬과 담백하고 푸짐하다. 두부정식(2인) 1만4000원, 해물파전 1만원. (032)932-7233. 충남서산집은 강화도에서 꽃게탕 잘하기로 소문난 집. 꽃게탕 (소)4만원 (대)6만원 (032)933-1667.
13:30 옛 향기 나는 마을서 산책 시작
내가마을(강화도 내가면 고천리)의 산책은 ‘내가시장’서 시작하게 된다. 예전에 5일장이 서던 이 곳은 이제 버스 정류장 겸 주차장으로 바뀌었다. 내가 시장 바로 앞 ‘유일양복점’에 들어갔다. 연탄난로가 시린 손을 녹여준다. 이곳 내가마을의 간판들은 소박하다. 70~80년대의 간판들을 그대로 둔 가게도 꽤 눈에 띈다. 사고 싶은 게 없어도 안을 기웃거리게 된다. ‘유일양복점’ 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1998년 아침드라마 ‘너와 나의 노래’ 배경이 되었던 ‘내가우체국’이다. 코흘리개 시절 친구 주소를 미리 챙겨와 뜬금없는 엽서 한 장 보내면 딱 좋겠다.
양복점 건너편 ‘내가약방’엔 ‘맨소래담’ ‘물파스’ 같은 약들 위에 사진, 감사패, 훈장이 장식품처럼 놓여 있다. 여든이 넘은 김세영 약사는 황해도 출신으로 25살에 유격대원으로 6·25전쟁에 참전했단다. 전쟁통인데도 기념촬영이라며 환하게 웃는 얼굴들에 마음이 짠해진다.
양복점 바로 옆 색 바랜 간판의 ‘형제문구’ 유리창에는 ‘주산부기문제집’이라고 붙어 있다. 문을 열자 천장까지 다양한 문구와 장난감 등이 엄청 쌓여있다. 비눗방울볼펜 1000원, 토끼모양의 고무풍선 500원 등 예쁜 캐릭터들을 골라 푸짐하게 쇼핑백에 담았더니 8000원이 나왔다. 야광스티커 두 개는 덤으로 얻었다. 문방구에서 ‘내가저수지’ 방향으로 10여분 걸어가면 내가초등학교다. 운동장을 한 바퀴 슬슬 뛰었더니 매서운 추위가 물러가는 듯하다. 내가초등학교 운동장 너머로 낚시꾼들에게 유명한 내가저수지가 보인다. 저수지로 향해 가는 뚝방길을 걷다 보면 ‘조계떡방앗간’ 간판이 보인다. 깨끗하기로 유명한 강화 쌀로 만든 가래떡과 고춧가루, 도토리가루 등을 파는데 큰 봉지에 담긴 떡국 떡이 6000원이다. 고천1리는 개간이 되기 전 갯벌에서 조개가 많이 잡혀 ‘조개리’라는 별명을 얻었다. ‘조계떡방앗간’은 ‘조개’를 ‘조계’로 잘못 표기한 것일까.
내가저수지에 닿으면 겨울 철새들을 구경하자. 강화도에는 인공 저수지가 20여 곳이나 되는데, 내가저수지는 그 중에 두 번째로 크다. 차가 있다면 저수지를 한 바퀴 도는 운치 있는 드라이브길도 즐겨볼 것.
16:00 장화리에서 즐기는 서해 낙조
낙조에 미련이 없다면(대중교통편이 거의 없어 차가 없다면 장화리는 포기하는 편이 낫다.) 바로 집으로 향해도 되지만, ‘서해안 3대 낙조’로 꼽히는 장화리를 놓치기가 아깝다. 외포리 삼거리로 나와 인산저수지 삼거리에서 우회전한 후 화도면 방면으로 직진하다 화도초등학교 앞에서 우회전하면 ‘장화리’ 및 ‘해양탐구수련원’ 표지가 계속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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