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 설레는 마음으로 떠난 해외여행 첫날부터 화장실과 씨름하다 일정을 망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흔히 ‘물갈이’라고 알려진 ‘여행자 설사’ 때문이다. 해외여행자 3명 중 1명꼴로 발생한다고 알려진 흔한 질환이지만, 제대로 알고 대비하면 얼마든지 피할 수 있다.
오랜만의 해외여행을 즐겁게 보내기 위해 알아둬야 할 여행자 설사의 원인과 예방법, 국가별 감염병 정보에 대해 내과 전문의 조영욱 원장(베드로내과의원) 도움말로 자세히 알아봤다.

여행자 설사는 오랜만의 짧은 휴가를 망칠 수 있다
여행지의 오염된 물∙음식 주의… 면역 저하자는 병원 진료 필요
여행자 설사는 주로 위생 상태가 열악한 지역에서 오염된 음식이나 물을 섭취했을 때 발생한다. 특히 처음 방문하는 국가에서 노출된 세균에는 면역력이 없어 감염 위험이 높아진다. 조영욱 원장은 “여행자 설사 발생 원인의 약 80% 이상은 세균성 감염이지만, 드물게 바이러스 감염이나 기생충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여행자 설사가 발생하면 갑작스러운 설사와 함께 복통, 복부 팽만감, 오심, 구토, 발열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대부분은 심하지 않은 정도로 나타나다가 3~5일 안에 해소된다. 하지만 증상이 심하거나 오래 지속되는 경우에는 병원 진료가 필요할 수도 있다. 조 원장은 “설사가 48시간 이상 지속되거나, 하루 6회 이상 묽은 설사가 반복되는 경우, 고열이나 혈변, 극심한 복통, 탈수 증상이 있는 경우 병원 진료가 필요하며, 어린아이나 고령자, 임산부와 같은 면역 저하자는 가벼운 증상이라도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라고 설명했다.
혈변, 고열 동반 시 지사제 복용 자제… 증상 심하면 수액 치료 병행
여행자 설사 발생 시에는 탈수를 막기 위한 수분을 보충이 1차적인 치료다. 간혹 설사 증상 완화를 위해 지사제를 복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좋은 선택은 아닐 수 있다. 조영욱 원장은 “여행자 설사 발병 시 지사제의 단기적인 사용은 가능하지만, 혈변이나 고열이 있을 경우 감염성 설사일 확률이 높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라고 설명했다. 또, “증상이 심하거나 2일 이상 지속된 경우에는 항생제를 복용하고, 필요시 병원에서 정맥 수액치료를 병행하는 것을 권한다”라고 덧붙였다.
예방약 챙기기, 여행 전 국가별 유행 감염병 확인
대부분의 여행자 설사가 가벼운 증상으로 수일 내에 해소된다고는 하지만, 오랜만에 떠난 짧은 여행을 망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다. 게다가 최근 동남아 지역에는 홍역 등 감염병도 유행하고 있기 때문에 대비하는 것이 좋다. 조영욱 원장이 설명한 해외여행 전 체크 리스트를 살펴보자.
1. 예방약 챙기기
여행자 설사를 대비해 준비해 가면 좋은 약물로는 로페라미드 성분의 지사제, 복통 완화를 위한 제산제나 진경제 등이 있다. 지사제는 단기간 사용하고, 발열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중단하는 게 좋다. 이외에도 보조 용법으로 프로바이오틱스를 복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2. 생수보단 탄산... 식음료 가려 먹기
해외여행 중에는 생수가 아닌 수돗물, 씻지 않은 과일이나 채소, 덜 익힌 육류나 어패류, 얼음 등은 피하는 것이 좋다. 또 길거리 음식은 조리 환경이 좋지 않기 때문에 세균 감염의 위험성이 높고 살균 여부가 불확실한 현지의 유제품도 여행자 설사를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일부 국가에서는 ‘생수’조차 정수되지 않은 경우가 있어서 세균 오염 위험이 있다. 이때는 오히려 탄산음료나 탄산수가 안전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런 음료들은 제조 과정에서 살균 및 밀봉 처리되고, 산성도가 낮아 항균 성질이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탄산음료나 탄산수는 개봉 시 탄산 기포가 올라오는 것으로 밀봉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3. 국가별 유행 감염병 확인 및 백신 접종
동남아, 남미 등 감염병 유행 지역으로 여행을 할 때는 홍역, A형 간염, 장티푸스 등에 대한 백신 접종이 권장되고 지역에 따라 말라리아 예방약 복용도 필요할 수 있다.
홍역은 2회 접종이 완료되지 않은 경우 1~2회 추가 접종이 필요한데, 출국 전 MMR 백신을 4주 간격으로 2회 접종하는 것이 안전하다.
A형 간염은 여행 2주 전 접종하면 되고, 여행 후 6~12개월이 지나 추가 접종하면 장기적인 면역을 얻을 수 있다.
장티푸스는 1회 주사 투여 또는 4회 경구약 복용으로 예방할 수 있으며 말라리아의 경우 방문 국가에 따라 예방약의 종류나 복용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병원이나 보건소에서 전문의 상담을 통해 처방받는 것이 좋다.
한편, 여행 전 국가별 감염병 정보는 질병관리청 웹사이트(https://www.kdca.go.kr)에서 확인 가능하고, 질병관리청에서 운영하는 ‘예방접종 도우미’를 통해 개인의 백신 접종 여부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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