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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태백산 숲 나들이] 겨울 숲의 멋쟁이들

by 白馬 2007. 11. 30.

       [태백산 숲 나들이] 겨울 숲의 멋쟁이들

 

         호피무늬 겉옷 입은 개버찌나무…
        
영하 40도에 초록인 만병초나무… x-text/html; charset=UTF-8" showgotobar="" no="" showcontrols="" showstatusbar="" hspace="0" vspace="0" loop="false" autostart="fal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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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백산 숲'

       

      겨울 숲은 미지의 연인 같다. 꽃눈은 개화(開花)의 설렘을 단단하게 봉인했고, 나뭇가지들은 눈부신 초록을 접어둔 채 그저 앙상하게 흔들린다. 지금 보이는 건 그저 막막한 황량함뿐, 겨울 숲 속에서 대체 뭘 볼 수 있다는 걸까.

      ‘겨울나무 쉽게 찾기’의 저자 윤주복씨는 그러나 “아무 것도 볼 게 없는 것 같지만, 알고 보면 제일 흥미진진한 것이 겨울 숲”이라고 말했다. 강원도 태백산 숲을 거닐며 겨울나무를 관찰해 보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무뚝뚝한 줄 알았던 겨울나무들도 꽃눈과 수피(樹皮), 나뭇가지 뒤로 화려한 비밀을 감추고 있었다.

      겨울나무도 멋을 부린다

      태백산 등산코스 중에서도 유일사 매표소 입구에서 시작해 유일사까지 걸어가는 2.3㎞ 코스를 골랐다. 번호가 적힌 전봇대가 1번부터 50번까지 늘어서 있어서, 푯말 하나 없는 숲에서도 겨울나무를 찾아보기 쉽다.

      전봇대 L8번 곁에 서 있는 거제수나무는 이 중에서도 화려한 외관으로 눈길을 끄는 나무. 잎은 모두 떨어져 내렸지만, 몸통의 껍질이 양파처럼 얇게 벗겨지면서, 흰색과 주홍빛과 어우러진 화려한 모습을 갖추게 됐다. ‘옷 갈아 입는 모습’으로 시선을 끄는 나무인 셈이다.

      L28번 옆의 물박달나무 역시 ‘옷 벗는 모습’이 화려하다 못해 요란한 나무. 거제수나무의 수피가 흰색과 주홍빛이 섞인 빛깔이라면, 물박달나무의 나무껍질은 흰색과 회색이 섞인 모습이다. 온 몸에서 얇고도 잘게 껍질이 부서지면서 떨어져 나가는 모양이 워낙 특이해, 겨울철에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

      L17번 근처에 있는 개버찌나무도 기억해두자. 마치 겨울을 대비해 호피무늬 겉옷이라도 입은 양 몸통이 대단히 화려하다. 나무껍질에 황갈색에 광택이 있는 작은 껍질눈들이 가로로 길게 붙어있어, 호화로운 무늬의 옷을 걸친 효과를 낸다. L25번의 미역줄 나무도 온 몸에 작은 돌기를 둘러, 꼭 겉옷을 입은 것처럼 보이는 나무다.

      꽃눈과 가지는 액세서리가 아니다

      화려한 꽃잎이나 잎사귀를 못 본다 해도, 꽃눈이나 잎눈, 가지 모양만 유심히 관찰하면 겨울나무들도 충분히 구별이 가능하다.

      L8번 근처에 자라는 마가목은 겨울눈이 커서 관찰하기 좋은 나무 중 하나. 원래 이름이 ‘말의 이빨’이라는 뜻의 ‘마아목’이었다는데, 이름만큼이나 겨울눈도 전투적이고 투박한 느낌이다. 길고 끈끈한 타원형 눈이 다른 나무들의 2~3배 크기로 매달려 있다.

      L17번과 18번 사이에 있는 함박꽃나무 역시 겨울눈 크기가 커서 알아보기 좋다. 손가락 마디 한 개 크기의 눈들이 온 가지 끝에 매달리는데, 이 때 눈을 덮고 있는 비늘이 꼭 검은 가죽을 씌운 마냥 질기고 두텁다.

      가지로 겨울나무를 알아보는 방법도 있다. L14번의 층층나무는 가지 모양만 봐도 대번에 구분이 가능하다. 가지들이 1층, 2층, 3층으로 나뉘어 모여 자란다.

      산돌배나무는 가지 끝부분을 보고 찾는 나무다. 배와 비슷하게 생긴 열매를 10월에 맺는 나무로, 짧은 가지 끝을 보면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번데기 주름 같은 자국을 온 몸에 두르고 있다. 잎이 나고 진 자리가 표시되는 ‘잎자국’이 주름 같은 흔적으로 남은 경우다.

      튀고 싶니? 한겨울에도 초록색인 나무들

      가도가도 황갈색뿐인 겨울 숲, 그런데 가끔 수상하게 초록빛인 식물들이 있다.

      L37번 전봇대 근처의 나무가 특히 의심스럽다. 수피를 두른 몸통부분이 초록색이다. 이름도 그래서 청시닥나무라고. 반면 숲 곳곳에 심어져 있는 시닥나무는 수피가 회색빛에 가깝다.

      유일사 매표소 근처에서부터 볼 수 있는 L1 전봇대 근처의 보리수나무도 주목할만하다. 눈 덮인 11월 말의 태백산 속에서도 푸른 잎사귀를 번듯하게 자랑한다.

      숲 곳곳에 무리 지어 자란 조릿대도 있다. 잡초처럼 잘 자라는 끈질긴 생명력 덕택인지 한겨울에도 새파랗다. 워낙 잘 자라고 번식을 잘하다 보니, 최근엔 제주도의 한라산 천연보호구역까지 잠식해, 자생식물들을 고사시키는 무서운 녀석이기도 하다.

      한겨울 산행이 힘들다 해도, L50번 전봇대를 지나 유일사에 닿으면 ‘잘 왔구나’ 싶어진다. 그림 같은 풍경도 풍경이지만, 절 한가운데에서 우뚝 솟은 만병초나무를 볼 수 있기 때문.

      고산지대에서만 자란다는 이 나무는 한 때 잎과 꽃이 민간에서 만병통치약처럼 쓰였단다.

      영하 30∼40도의 추위에도 푸른 잎을 떨어뜨리지 않는 놀라운 식물이다.

      만져만 봐도 알아요

      촉감부터 다른 식물들도 있다. L42번의 황벽나무는 생긴 것은 험상궂기 짝이 없다. 사각뿔을 온 몸에 박아놓은 것처럼 울퉁불퉁한 수피를 지녔는데, 막상 만져보면 “앗, 말랑말랑하다!”고 외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나무 중에선 코르크질이 가장 많다는 설명이다. 쿠션처럼 푹신푹신해서 한겨울에도 손만 갖다 대면 구분이 가능하다.

      L22번 곁에 난 멍덕 딸기에게도 한번쯤 눈길을 주자. 부드러운 털이 잔뜩 나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막상 손가락을 갖다 대면 날카로운 가시라는 사실에 알고 놀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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