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택에서 하룻밤] 경북 안동 농암고택
새소리에 눈 떠… 흘러가는 구름 좇다 보면어느새 하루가 저문다
- ▲ 경북 안동 농암고택(聾巖古宅) : '어부가'로 이름이 알려진 조선시대 학자 농암 이현보(1467-1555)의 종택. 경북 안동 도산면 가송리에 위치해 있다. 집을 둘러싼 풍경은 사람을 압도한다. 수직으로 뻗은 깍아지른 듯한 절벽과 부드러운 산허리, 굽이치는 낙동강의 물결이 한 눈에 들어온다.
- 안동 농암고택
농암이 오랜 벼슬살이를 마치고 고향에 내려와 지었다는 ‘농암 바위에 올라와 보니 늙은 눈이 오히려 더 밝아진다’는 시조 구절을 가슴에 절로 와 닿게 하는 집이다. 청량산과 건지산, 강 모래톱을 끼고 선 이 우아한 옛 집의 솟을대문을 열고 들어가봤다.
- ▲ 농암종택 '긍구당'에서 산수화를 그리는 화가
- :: 긍구당(肯構堂)에서 물결 굽어보다
고택을 지키는 농암 17대손 이성원씨는 까칠한 주인이다. “내 집 좋다고 자랑하는 짓은 별로 안 하고 싶다”며 손님들 앞에서 입을 다문다. 그래도 “집이 원래는 도산면 분천리에 있었는데, 안동댐을 지으면서 집이 수몰될 위기에 놓여서 3년 전 이 곳으로 옮겼다. 아직 복원작업이 진행 중”이라는 설명만은 들려줬다.
농암고택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곳은 대문 정면에 서 있는 별채 ‘긍구당(肯構堂)’. 고려시대 때 농암 선생의 고조부가 지은 건물이다. 화백이나 문인들이 종종 찾아와 묵는 곳이다. 조선시대 명필 신잠(申潛)이 글씨를 쓴 현판이 우아하다. 누마루에 올라서면 퇴계 이황이 오가며 ‘도산십이곡’을 지었다는 ‘예던 길’(시조에선 ‘녀던 길’로 표기됨. 진리의 길이라는 의미로 쓰였다)과 강물이 아련하게 내려다 보인다. 주인 이씨가 “이 곳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즐기려면 이 곳 누마루에 앉아 하루 종일 아무 생각 없이 빈둥빈둥 대야 한다”고 무심하게 말했다.
:: 새벽녘 물 안개와 해질녘 석양 즐기기
농암고택에서의 하루를 제대로 즐기려면 새벽녘과 해질녘의 풍광을 놓치지 말 것. 창호지를 바른 문 틈 사이로 희뿌연 아침 빛이 스며들 무렵에 잠을 깼다면 잠시 마당으로 나갔다 올 것을 권한다. 아침 물 안개가 자욱하게 고택을 덮는다. 해질녘엔 밥 짓는 연기 위로 떠 다니는 주홍빛 구름을 볼 수 있다. 경치는 단풍이 청량산을 뒤덮기 시작할 무렵인 11월 초, 산벚나무가 꽃망울을 터트리는 5월 초가 가장 좋다고.
:: 하룻밤 묵기
묵을 수 있는 방은 총 12개. 별채와 사랑채, 대문채, 긍구당을 개방하고 있다. 가장 인기 있는 긍구당은 하룻밤에 4인 가족 기준으로 10만원. 작은 중간방과 마루, 내부에 있는 화장실까지 함께 빌리는 비용이다. 별채의 작은 방은 하룻밤 5만원, 대문채의 작은 방은 하룻밤 4만원이지만, 공동화장실(수세식)과 세면실을 사용해야 한다. 주말엔 인터넷이나 전화로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방이 없는 경우가 많다. 세면도구와 수건은 준비해야 한다.
:: 가는 길
안동에서 35번 국도를 따라 도산서원과 오천유적지를 지나, 봉화로 접어들기 전 ‘예던 길’로 들어서면 농암고택이 나온다. 문의 (054)843-1202, www.nong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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