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창문을 열면 마음이 들어오고. . . 마음을열면 행복이 들어옵니다
  • 국내의 모든건강과 생활정보를 올려드립니다
여행

[명품숲 탐방] 부안 내소사 전나무숲

by 白馬 2007. 6. 9.
      [명품숲 탐방] 부안 내소사 전나무숲
 
까치박달·나도밤·덜꿩나무 등 무수히 많은 수종 관찰할 수 있어
▲ <사진 1> 전나무 숲길.

세월은 참 빨라졌다. 빨라진 만큼이나 사람들의 삶 또한 쏜살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만, 숲을 이루며 오래 전부터 살아오는 나무들은 빨라지는 사람의 세월과는 무관하게 늘 그렇게 멈춰서 있는 듯하다. 1천년의 세월을 살아도 늘 변함없이 한결같은 모습인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 인간의 간섭을 받지 않은 자연스러운 숲의 모습이다.


전북 부안군에 위치한 내소사를 둘러싼 숲이 바로 그렇다. 사찰이 주는 고적한 맛도 맛이지만, 특히 주변을 둘러싼 숲이 일품이다. 내소사 하면 우선 전나무숲이 떠오를 만큼 이미 대중적인 명소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전나무숲의 명성 못지않게 더불어 즐길 만한 가치가 있는 주변 숲을 아는 것 또한 내소사의 아름다움을 좀 더 즐겁게 만끽하는 방법이지 않을까란 생각에 6월의 내소사숲을 다시 찾았다.


서울에서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약 2시간 남짓 가다보면 전북 부안이란 이정표를 만나게 되고, 이내 줄포 IC란 이정표가 나온다. 이어 23번 국도를 타면 곧 변산반도 내소사란 표지가 눈에 들어오고 마침내 천년고찰인 내소사의 용맹스러운 전나무숲의 품에 안길 수 있다.


▲ 단풍나무.
다소 관람객들이 붐비긴 하지만 하늘을 향해 높이 자란 전나무들과 그 아래에 작은 키로 옹기종기 자라 올라오는 그들의 후손과 까치박달, 나도밤나무, 덜꿩나무 등 무수히 많은 다양한 나무들을 관찰하다보면 어느 듯 내소사의 일주문 바로 직전에 다다른다. 전나무숲을 뒤로 하고 보면 오래된 고목들이 양옆으로 서있는데, 대부분 왕벚나무와 단풍나무들이다.<사진 1, 사진 2>
▲ <사진 3> 윗부분의 나뭇가지들이 더 이상 잎을 달지 못할 정도로 늙은 느티나무. 점점 죽음의 문턱으로 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일주문을 들어서게 되면 어느 사찰이나 마찬가지로 대웅전이 눈앞에 들어온다. 그 넓은 앞마당에는 수백 년의 세월을 살아 이제는 삶을 내려놓을 때가 된 듯한 노거수인 느티나무가 세월을 마감하지 못하고 서있다. 삶을 쉽게 내려놓지 못하는 이유가 혹시 수백 년 간 끊임없이 내소사를 찾아오는 사람들을 반겨 맞이했던 일이 그의 천직이란 생각 때문일까.<사진 3>

백당나무나 불두화는 가짜 꽃 만들어 곤충 유인


사찰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키 작은 나무로 불두화(佛頭花)가 있다. 지금이 바로 한창 하얀 꽃들이 공처럼 뭉쳐 피어나 있는 불두화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는 절호의 시기다. 불두화는 모두가 무성화이다. 다시 말하자면, 꽃가루가 날려 수분(受粉)을 통해 수정(授精)할 수 없는 상태의 꽃을 가진 나무다. 마치 당나귀가 아닌 노새와 같다고나 할까.


이 불두화는 원래 백당나무에서 나타난 변종이다. 백당나무나 불두화 또는 수국, 산수국 등이 가지는 특징은 꽃을 피울 때 자신의 꽃가루를 이동시켜줄 곤충들을 유인해야 하는데, 본래의 꽃 형태가 화려하지 않기 때문에 곤충들의 눈을 현혹시키기 위해 추가적으로 발달시켜 만들어낸 가짜 꽃, 즉 가꽃이 화려하게 보인다.


▲ <사진 4> 불두화의 무성화. <사진 5> 백당나무의 무성화와 유성화.
이 화려하게 보이는 꽃은 오로지 곤충들을 유인하기 위한 수단으로 발달되어있고, 그 꽃을 보고 날아온 곤충들은 보잘것없는 진짜 꽃이 발산하는 향기에 취해 수분이 이루어지게 하는 놀라운 전략가인 셈이다. 곤충을 유인하기 위한 무성화는 암꽃도 수꽃도 없는 오로지 꽃잎만이 있을 뿐이다.<사진 4, 5>

자, 이제 내소사를 한 번 둘러봤다면 대웅전을 바라보면서 우측으로 살짝 빗나가는 작은 길이 하나 보인다. 바로 그 길을 따라 올라가는 방향이 청련암 가는 곳이며, 이번 내소사 숲을 생태적으로 함께 느껴보고자 하는 코스가 된다. 무엇보다 이 길은 한적하고, 사람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은 자연의 맛을 느낄 수 있어 좋다.


▲ <사진 6> 청렴암으로 가는 숲길.
중부지방에서는 만날 수 없는 이나무와 나도밤나무, 음지에서 만날 수 있는 대표적인 나무인 까치박달, 그리고 유난히도 높이 자란 쪽동백들이 청련암 가는 숲길을 아름답게 만든다.<사진 6> 

이나무? 진짜 이런 이름을 가진 나무가 있는가? 지시대명사가 아닌 진짜 나무이름의 이나무가 있다. 이 이나무는 북한에서는 의나무(椅木)라 부른다. 나뭇가지가 옆으로 쏠리면서 자라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남한에서는 의나무를 발음상 편리하게 부르게 되어 이나무로 됐다.


이나무는 암그루와 숫그루가 따로 자라는 나무이며, 특별히 자라는 곳을 선호하는 까다로운 나무는 아니다. 하지만 남쪽지방에서만 볼 수 있는 이유는 추위에 견디는 능력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장산을 기점으로 위쪽지방에서 볼 수 없다. 또한 이나무의 학명은 이데시아 폴리카르파 Idesia polycarpa인데, poly(다수), carpa(씨앗)라 해서 다수의 씨앗들이 뭉쳐나는 특징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붙어진 이름이다. 지금 이맘때쯤인 5월과 6월에 연노란 색의 이나무 꽃을 즐길 수 있다. 암꽃(8mm 정도)은 숫꽃(13~16mm 정도)보다 작게 자란다. 이나무의 암꽃과 수꽃을 구분해보면서 암나무와 숫나무를 한번 찾아보자. 


추위를 싫어하는 나무는 이나무뿐 아니라 나도밤나무란 친구도 비슷한 성향을 지니고 있다. 우리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밤나무는 추위에 그렇게 까다로운 친구는 아니기 때문에 자라는 영역이 나도밤나무보다 넓다. 밤나무와 나도밤나무 외에 너도밤나무도 있는데, 자연적으로는 우리나라 울릉도에서만 자라는 나무다.


이름에 모두 밤나무란 명칭이 들어가는 이유는 나뭇잎이 서로들 약간 비슷하게들 생겼다고 붙어지게 된다. 하지만 이 나무들은 전혀  다른 나무들이다. 이름에 밤나무란 것을 빼고, 너와 나가 되듯이 완전히 다른 유전적 정보를 가지고 있는 나무들이다. 서로 다른 과(科)에 속한다. 자라는 장소도, 꽃의 모양도 열매의 모양도 같은 나무라 할 수 없을 정도로 아주 먼 관계다.


▲ <사진 8> 나도밤나무의 나뭇잎.
청련암을 따라가는 길에 나도밤나무를 쉽게 식별할 수 있는 이유는 우선 나뭇잎이 유난히도 길쭉하고 크기 때문만이 아니라 여러 그루의 나도밤나무가 반복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사진 8>

나도밤나무가 왜 그런 이름을 갖게 되었는지에 관한 전설이 있다. 깊은 산골에 한 부부가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산신령이 나타나 언제까지 밤나무 1천 그루를 심지 않으면 호랑이로부터 큰 화를 당할 것이라 했다. 그래서 부부는 합심하여 밤나무란 밤나무는 모두 가져와 심기에 열중했고, 드디어 약속한 시간이 다가왔다. 부부가 심은 밤나무의 그루는 모두 998포기였다. 두 그루의 밤나무가 모자랐다. 그런데 밤나무는 아니지만 밤나무 잎보다는 좀 작지만 아주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는 나무 두 그루가 마침 옆에 있어 급하게 그 두 그루를 채워 1천 그루를 만들었다. 비슷한 두 그루의 나무를 심은 것을 호랑이가 알면, 큰 화를 당할 것이란 불안감에 부부는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드디어 호랑이가 나타나 1천 그루의 밤나무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좀은 이상하게 생긴 한 나무를 발견하고서는 그 나무에게 “너도밤나무냐”고 물었더니, 이웃하고 있던 다른 한 그루의 나무와 동시에 “네, 나도밤나무입니다”하고 대답했다. 화가 난 호랑이가 밤나무가 아닌 두 나무 중 한 그루는 울릉도로, 그리고 다른 한 그루는 남쪽지방 매우 더운 곳으로 귀양을 보내 두 나무는 아주 다른 모양으로 살아가게 되었다. 그래서 울릉도로 간 나무는 너도밤나무가 되었고, 남쪽지방으로 간 나무는 나도밤나무가 되었다고 하는 전설이 있다. 호랑이는 나무들만을 처벌하고, 1천 그루의 나무를 심겠다는 부부의 정성을 생각하여 행복하게 살도록 내버려두었다고 한다.



지의류는 청정지역 알리는 지표식물


청련암 가는 길은 큰 나무들로 우거져 무더운 날에도 시원하기 때문에 습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그래서 주변 습한 곳이나 바위, 또는 나무의 줄기에 많은 이끼와 고사리, 그리고 지의류들이 많이 자란다. 이러한 양치식물들이 많이 자란다는 것은 공기가 맑다는 뜻이다. 특히 지의류는 청정지역임을 알리는 좋은 지표생물이다.


지의류란 이름은 지(地) 자와 의(衣) 자를 써 땅을 덮고 있는 생물이란 뜻으로 붙인 이름이다. 이 지의류는 아주 오랫동안 물이 없어도 죽지 않고 버틸 수 있는 강인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마침내 비가 내려 빗물을 맞으면 회색이 초록색으로 변하면서 광합성을 하기 시작한다. 그러니까 지의류는 광합성을 할 수 있는 식물성 조류에 속한다.


그런데 이 녹조류는 광합성은 할 수 있지만, 스스로 물을 빨아올릴 수 있는 뿌리가 없다. 물을 빨아올릴 수 있는 뿌리 역할을 곰팡이가 대신해준다. 광합성을 통해 만든 양분(탄수화물)의 일부를 다시 곰팡이에게 제공해주며 살아간다. 곰팡이는 스스로 땅에서 물은 빨아올릴 수 있는 능력이 있지만, 양분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없다. 그러니까 이 둘은 서로 없으면 안 되는, 서로 상부상조하는 관계로 맺어진 공생의 생활을 해가는 것이 지의류인 것이다. 지의류라 함은 두 종류의 생물이 만나 이루어진 생물인 셈이다.

 

▲ <사진 9> 나무껍질에 붙어서 살아가는 지의류는 나무에게는 전혀 피해를 주지 않는다. 오로지 나무껍질을 타고 내려가는 빗물을 이용해서 살아간다.
 
지의류는 지상에 살아가는 많은 생물들에게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존재다. 지금으로부터 약 41억 년 전 가장 먼저 지상으로 올라와 광합성을 하기 시작한 생물이다. 이후 대기 중에는 점점 산소량이 증가하기 시작했고, 그에 따라 산소호흡을 하는 생물들이 점진적으로 늘어나게 되었다. 사람들도 태초에 지의류의 활발한 활동으로 살게 되는 기회를 부여받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사진 9>

조금만 더 올라가다 보면, 둥글고 큰 잎을 가진 쪽동백을 만날 수 있다. 남쪽지방에서 겨울이면 붉은 꽃을 피워내는 동백나무가 있다면, 중부지방에는 쪽동백나무가 있다. 남쪽지방 사람들이 옛날 머릿기름이나 호롱불을 밝히기 위해 동백 열매를 사용했다면, 중부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이 쪽동백 열매를 이용해서 머릿기름이나 호롱불을 밝히는 원료로 이용했다.


▲ <사진 10> 쪽동백나무의 둥글고 큰 잎.

 

본디 쪽동백은 많이 자라도 높이 10m를 넘지 못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하지만, 청련암을 올라가는 길에는 신기하게도 훨씬 더 높이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아마도 함께 자라는 이웃하고 있는 나무들과 누가 더 높이 자라나 경쟁이라도 하는 듯 말이다. 잎이 크고 둥근 모습을 하고 있는 쪽동백나무는 작고 많은 하얀 꽃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기 때문에 쉽게 눈에 들어온다. <사진 10>


▲ 내소사 주변 숲 개념도

 

그밖에도 까치박달나무, 예덕나무, 박쥐나무 등 많은 나무들과 키 작은 들풀들이 더불어 살면서 청련암 가는 길을 더욱 더 멋지고 아름답게 만들어낸다. 내소사에서 청련암까지 거리는 천천히 걸으면 약 30분이면 도착할 수 있어 연로하신 부모님과 아이들 함께 해도 큰 부담이 없는 곳이다. 주변의 숲과 나무를 풍류하면서 걸어가도 1시간 정도면 넉넉하게 청련암에 도착할 수 있다.


청련암에 도착하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변산반도의 곰소항이 시원스럽게 그 자태를 보여준다. 약수 한 모금 마시고 곰소항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는 것 또한 이 땅에 사데 축복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