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기 등산 모임 베이비하이킹클럽
아기 수면 질, 감각 발달 도움

불암산 애기봉.
옹알이가 끊임없다. 짹짹거리는 새소리에 아기가 두리번거린다. 고개를 내밀고 둥지 밖을 내다보는 아기 새 같다. 불편하거나 심심한 기색이 없다. 엄마 등이 편한가보다.
그렇게 아기 새를 한 마리씩 업고 줄지어 산에 오른다. 귀여운 광경에 시선집중이다. 어딜 가든 주인공이 되어 예쁨 받는 아기들도, 아기를 업고 산을 오르는 엄마들도 행복을 가득 채워 내려간다. 베이비하이킹클럽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베이비하이킹클럽(이하 베하클)은 엄마와 아기가 함께 산을 오르는 등산모임이다. 작년 9월에 만들어져 1년이 채 되지 않은 이 모임의 회원 수는 무려 1,200명이다(네이버 카페 기준). 엄마와 아기를 함께 센 숫자다. 짧은 시간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일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아기와 함께하는 산행에는 보물 같은 무언가가 있음이 분명하다.
베하클을 만든 사람은 주호(13개월) 엄마 오언주씨다. 아기와 함께 산에 다니며 엄마가 되고도 하고 싶은 것을 계속 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언주씨는 “베하클을 통해서 무기력했던 일상에 행복을 되찾았다”고 말했다. 이 즐거움을 다른 엄마들과 같이 나누고 싶었다. 그렇게 10kg짜리 행복을 등에 업고 함께 산에 오를 친구들을 찾았다.
베하클의 산행은 빠르게 입소문을 탔다. 귀여운 아기들의 행렬은 점점 길어졌다. 엄마들은 보물 같은 모임을 찾은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아기와 함께 산에 다니기 시작한 것을 출산 후 가장 잘한 일로 꼽았다.

망우산.

어린이대공원.

원주 소금산.

인왕산.
산이라는 자연의 공간 속에서 아이와 보내는 시간은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다. 게다가 같은 취미를 가진 엄마들끼리 만나 함께 웃고, 걸으며 이야기하는 시간은 큰 위로와 기쁨이 되었다.
산행은 아기에게도 좋은 영향을 준다. 신선한 공기와 자연은 아기의 수면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자연 속에서 보내는 시간은 아기의 감각 발달과 호기심 자극에도 좋다. 산은 아기에게 매 순간 새로운 시각과 경험을 제공한다. 또 산행 내내 엄마와 붙어 있어 방해요소 없이 소통할 수 있다. 소중한 교감의 시간이다.
아기를 보기 어려운 시대다. 도시에서도 보기 어려운 아기를 산에서 만나면 사람들의 반응은 하나같이 똑같다. 함박웃음을 짓고 목소리가 높아진다. 귀한 손님이 온 것처럼 반겨준다. 그래서 베하클의 행진에는 언제나 웃음이 붙어 온다. 막 걸음마를 뗀 아기들도 있다. 계단 하나 하나 천천히 오르는데 어느 누구도 재촉하지 않는다. 모두 그 작은 발자국을 응원한다. 그래서 이들 가는 곳에는 배려도 함께 따라다닌다.

불암산 힐링타운 데크길.
저출산 시대, 이보다 더 효과 좋은 장려 정책이 없다. 아이와 함께 더 건강하고 더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다는 사실이 엄마들의 활짝 핀 얼굴에서 보인다.
베이비하이킹 클럽

매주 1회, 월 4~5회의 정기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언제나 열 수 있는 번개모임이 함께 운영된다.
가끔 열리는 가족 세션에는 아빠들이 참여하기도 한다. 모임마다 5,000원씩 모은 참가비는 자연 보호를 위한 기부금으로 사용되고 있다.
아기에 배낭까지 17kg…옹알이 들으면 힘나요
돌멩이로 숫자놀이 하며 웃는 아기

17kg의 무게가 쉽지 않을 텐데 엄마 오언주씨는 산행 내내 씩씩한 모습을 보였다.
오언주(34)씨는 출산 하루 전까지도 산을 오른 등산 마니아다. 등산은 단순한 운동을 넘어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해주는 가장 큰 에너지원이었다. 주호가 태어났다. 24시간 집에서 아기를 돌봐야 하니 체력은 떨어지고 마음은 외로워졌다. 스스로를 돌보는 시간이 사라졌다.
“어느 날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거예요. ‘나를 위해 무언가 해야겠다’고 느꼈어요.”
가장 좋아하던 것을 주호와 함께 해보기로 했다. 용기를 내 집 앞의 산을 찾았다. 엄마로서의 새로운 시작이었다.

주호는 특히 나뭇가지와 돌멩이를 좋아한다. 주운 돌멩이들을 모아두고 숫자놀이를 하기도 한다.
그렇게 주호는 생후 50일부터 산에 갔다. 작은 몸으로 자연을 마주했다. 호기심으로 가득한 눈으로 모든 작은 것들을 쫓아다녔다. 산에는 처음 보는 것들 투성이였다. 돌멩이, 나뭇가지나 낙엽은 장난감이 되었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면 멈춰 서서 한참을 들여다보고 관찰한다. 진지한 그 모습이 작은 모험가 같다.
가장 걱정되었던 것은 사람들의 시선이었다. 걷지도 못하는 아기를 데리고 산에 가는 것은 낯선 일이었다.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위험해 보이네’ 하는 부정적인 시선이 그려졌다. 하지만 막상 산에 가니 그 반대였다. 사람들은 아기에게 따뜻한 인사를 건넸고 엄마에겐 응원의 말을 전했다. 아기와 함께 찾은 산에서는 항상 웃음이 가득했다.
지금 주호는 13kg 정도 된다. 등산 캐리어와 짐까지 포함하면 총 17kg를 메고 산을 간다. 선뜻 용기내기 쉽지 않은 무게다. 처음엔 지치고 힘들었다. 시간이 쌓이며 몸이 점차 적응해 갔다.
“등에 업은 무게가 벅찰 때도 있지만 뒤에서 조잘조잘 들리는 옹알이를 들으면 힘이 나요.”
캐리어 안에서 웃으며 손 흔드는 주호의 모습을 보면 절로 웃음이 난다.
아기와의 산행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역시 안전이다. 아기의 시야와 위치를 항상 의식하고 신경 쓰며 걷는다. 아기의 상태를 최우선으로 살핀다. 고도나 거리를 따지기보다 컨디션과 계절에 맞는 코스를 천천히 걷는다. 작은 숲길도 아기와 함께 걸으면 나뭇잎 하나, 꽃 한 송이도 소중한 추억거리다.

산행을 끝내니 주호 손이 흙투성이다. 계곡에 내려가 흙묻은 손을 씻었다.
산에는 도심과는 다른 평온함이 있다. 자극이 많은 세상, 아기와 일대일로 깊게 연결되는 시간이 귀하다. 산에 오를 때마다 주호와 언주씨에게 그 귀한 시간이 찾아온다.
“엄마 품에서 자연을 함께 느끼는 것 자체가 소중한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자연 속에서 주호가 더 따뜻하고 건강한 아이로 자라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아기 힘들까 걱정 했지만, 솔바람이 자장가
아기와 초 밀착, 애착 형성에 최고

불암산 힐링타운 전망대에 도착했다. 서라가 불편하지 않은지 수시로 체크하며 산을 오른다.
9개월 아기 서라의 이름은 설악산에서 따왔다. 엄마 전유진(37)씨는 서라가 태어나기 전부터 매주 산을 찾는 등산 애호가였다. 산을 좋아하는 남편을 만나 함께 산에 올랐고 설악산에서 웨딩촬영도 했다. 아기를 낳고도 산을 오른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3개월, 목을 가누기도 힘든 시절 서라는 엄마 품에 안겨 산을 찾았다. 둘은 벌써 6개월 차 산행 파트너다.
처음에는 욕심이 아닐까 걱정도 했다. 아기를 힘들게 하는 것은 아닐까 고민이 되었다.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면 괜히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아직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아기의 마음을 다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산에서 행복해하는 서라를 보니 걱정이 무색해진다. 유진씨는 “늘 웃고 잘 자고 잘 따라와 주는 서라를 보면 대견하고 고맙다”고 말한다.
“서라와 저는 둘다 바깥에서 에너지를 받는 스타일인 것 같아요. 서라는 동네 마실만 나가면 그렇게 옹알이로 사람들을 불러 세워요. 산에서는 더욱이 인기쟁이예요.”
웃으며 옹알거리는 아기를 보며 어르신들은 물론 남녀노소 다들 예뻐해 준다. 엄마 칭찬도 빼놓지 않는다. “엄마 대단하네”하는 응원을 들으면 감사한 마음에 힘이 난다. 그렇게 산에 가면 늘 좋은 기운을 받고 돌아온다.

하산길에 서라가 곤히 잠들었다. 칭얼거리지도 않고 새근새근 잘 자는 효녀다.
산행은 아기 수면에도 도움이 된다. 잠을 잘 못 자고 보챌 때면 아기 띠를 메고 동네 뒷산 둘레길을 찾는다. 솔솔 부는 바람과 어우러진 자연의 소리는 최고의 자장가다. 실제로 베이비하이킹클럽에서 다 같이 산을 찾았다가 하산할 때면 단체로 잠이 든 아기들을 볼 수 있다. 유진씨는 내리막을 내려올 때의 움직임이 아기 수면을 유도하는 것 같다며 웃었다.
캐리어를 불끈 들어 어깨에 메는데 크게 ‘휘청’ 한다. 덜컥 걱정되는 마음에 서라를 보니 까르르 웃고 있다.
“놀이기구 타는 것 같은가 봐요! 엄청 좋아하더라고요.”
이제 막 나온 앞니 두 개를 보이며 서라는 신나게 웃는다.
걷지 못하는 아기는 집 밖에선 엄마와 초 밀착이다. 서라가 지금보다 더 작아 아기 띠로 품에 안고 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콩닥거리는 심장소리, 새근거리는 숨소리 하나하나가 직접 느껴졌다. 캐리어에 업고 다니는 지금도 등에 딱 붙어 아기의 작은 움직임까지 다 느껴진다.
함께 산을 다니며 쌓인 추억이 이미 셀 수 없이 많다. 나중에 사진을 보며 도란도란 이야기할 날이 그려진다. 올해 목표를 물어보자 유진씨는 설악산을 이야기한다. 웨딩 사진을 찍었던, 서라의 이름을 지었던 대청봉에 오르는 것이 목표다.
아기와 산행 일등 공신, 등산 캐리어
아기와의 산행에 필요한 장비와 준비물을 소개합니다

캐리어 자체의 프레임과 스트랩으로 착용감이 편하다. 허리벨트를 통한 무게 분산으로 어깨에 가는 무리를 덜어 준다. 아기가 성장함에 따라 좌석의 높이 조절이 가능해 안전하고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다.
아기와 산행을 함께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할까? 가장 대표적인 것이 등산 캐리어다.
데크길이 잘 되어 있는 산책로에서는 유아차를 쓸 수 있다. 아기 띠를 메고 산행할 수도 있다. 하지만 두 방법 모두 한계가 있다.
아기 띠를 메고 산행하면 시야를 가려 하산 시 위험할 수 있다. 무게 때문에 허리나 어깨에 무리가 가기도 한다.
등산 캐리어는 이 점을 보완한 산행 맞춤형 육아템이다. 엄마와 아기 모두 편하게 전문적으로 제작되었다.
무게가 어깨와 엉덩이, 등 전체에 고르게 분산되어 허리에 부담이 훨씬 적다. 두 손이 자유롭고 균형도 잘 잡혀서 안정적인 산행이 가능하다.
섬세한 디테일 하나 하나까지 감탄할 수밖에 없는 제품이다. 사용해 본 이들은 하나 같이 입을 모아 적극 추천한다. 베이비하이킹클럽 내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모델이다.
이외에도 포브 볼레프로 유아 등산 캐리어(29만8,000원), 오스프리 포코 아기 등산 캐리어(66만9,000원) 등의 제품이 널리 쓰이고 있다.
*당근마켓 같은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중고 제품을 구입하는 것도 방법이다. 아기가 크면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게 되는 일시적인 장비이므로 잘 알아본다면 좋은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할 수 있다.

배낭 아래쪽에 있는 받침대를 펼치면 캐리어를 안정적으로 세울 수 있다. 덕분에 아기를 캐리어에 앉혀 편하게 잠도 재우고 밥도 먹일 수 있다.

햇빛가리개로도 쓰이는 레인커버는 나뭇가지나 장애물들로부터 아기를 지켜 준다. 등산로에 튀어나온 나뭇가지에 긁혀 얼굴에 상처가 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캐리어 위 아래로 큰 수납공간이 있다. 산행 내내 필요한 물품을 넣고 가기에 충분한 용량이다.

캐리어에 탄 아기를 위한 발 거치대다. 아기의 다리 길이에 맞게 조절할 수 있다.

거울은 아기와의 산행에서 필수 준비물이다. 가방에 부착된 작은 거울로 수시로 아기의 상태를 확인한다.
아기와의 산행, 이렇게 준비하세요

오언주
“엄마 준비물도 꼭 챙기세요!”
처음 아기와 산행을 시작했을 때는 걱정되는 게 많아 이것저것 챙겼다. 하지만 경험이 쌓이며 노하우가 생기고 산행 자체가 많이 편해졌다. 아기와 함께하는 산행에서 꼭 필요한 준비물은 아기 먹을 것과 기저귀가 전부다. 그외 장비는 상황에 맞게 선택하면 된다. 아기 물건들을 챙기느라 정신이 없어 엄마 준비물을 빠뜨리는 경우가 많다. 아기가 잘 놀기 위해서는 엄마가 힘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엄마 자신을 위한 물과 간식도 빼놓지 않는다.

전유진
“돗자리는 만능입니다.”
무거운 무게를 메고 산행해야 하므로 무릎보호대는 필수다. 부피가 작은 무릎보호대를 선호한다. 하산 시 스틱을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기가 좋아하는 장난감을 챙겨가기도 한다. 간식과 물은 항상 넉넉히 챙긴다. 돗자리 역시 아기와의 산행에 필수 준비물이다. 어디서든 돗자리를 펼치고 쉬어가거나 아기 기저귀를 갈 때도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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