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러너의 20k 트레일러닝 도전기

계곡을 건너는 기자. 비에 젖은 바위가 미끄러워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했다.
팍팍한 세상. 갑갑한 마음에 마구 소리치고 싶을 때가 있다. “아아아악!” 도심에선 불가능한 일이다. 속으로 지르고 만다. 사람들은 갑갑한 마음을 뻥 뚫을 무언가를 찾는다. 달리기는 그중 하나다. 달리는 것은 온 몸으로 소리를 지르는 것과 같다. 뛰고 나서 느껴지는 통쾌함을 보면 알 수 있다.
아마도 그래서 달리고 싶었던 것 같다. 소리 지르고 싶어서. 깊은 산속을 관통하며 소리 지르고 돌아오면 몸과 마음이 한결 가벼워져 있을 것 같았다. 트레일러닝 해보겠냐는 말에 고민 없이 ‘하겠다’고 답했다.
“너 20km 신청했어. DNF만 안 하면 돼.”
70km 출전하는 선배가 나를 불러다 놓고 이야기했다. 이때 나는 DNF가 뭔지도 몰랐다. DNF(Did Not Finish: 기록 초과로 실격을 당하거나 스스로 경기를 포기하는 것).
“CP마다 충분히 먹고 안 쉬고 조금 빨리 걸으면 완주할 수 있어.”
CP도 뭔지 몰랐다. CP(Checkpoint: 코스 중간 중간에 위치한 공식적인 지점. 시간기록, 보급소, 의료지원, 탈락관리 등의 업무가 진행된다). 선배는 별일 아닌 것처럼 말했다.
“할 수 있지?”
잘 모르는 채로 대답했다.
“네, 할 수 있어요.”
한 달 전 훈련 시작… 괜찮을까
20km 참전 소식을 들은 것은 불과 대회가 한 달 남은 시점이었다. 시간이 부족했다. 훈련 같은 걸 했다. 매일 회사 근처 6km 트랙을 달렸다. 로드 훈련을 끝내고 산을 찾았다. 북한산을 넘어 회사로 출근했다. 14km, 누적상승고도 1,250m의 코스였다. 5시간 30분이 걸렸다. 대회 코스보다 난이도가 어려운 길이었다는 것을 감안해도 간당간당한 기록이었다. DNF 할 것 같았다. 대회 전 가장 큰 훈련이자 마지막 훈련이었던 ‘산 넘어 출근하기’를 만족스럽지 못하게 끝냈다. 그렇게 잔뜩 쪼그라든 채 대회장으로 향했다.

행사장의 풍경. 다양한 브랜드들의 깃발이 펄럭였다.
새벽을 뚫고 도착한 장수종합경기장의 풍경은 쾌청했다. 파란 하늘 아래 넓은 잔디밭이 깔려 있었고 적갈색 트랙이 그 주변을 둘렀다. 다양한 브랜드의 회사 로고가 박힌 깃발들이 펄럭였다. 팽팽하게 솟은 천막들이 줄지어 자리 잡고 있었다. 해가 지고 저녁이 되자 선수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경기장 전체에는 노래가 빵빵하게 울렸다. 사람들은 긴장과 설렘이 뒤섞인 표정으로 넓은 잔디밭을 뛰어다녔다. 두 팔을 활짝 벌리며 사진을 찍고 멀리 지나가는 사람을 불러 반갑게 아는 척을 했다. 뛰기 좋아하는 사람들을 다 모아 놓은 것 같았다. 넘쳐흐르는 활기가 느껴졌다. 대회장의 시끌시끌한 분위기에 긴장감을 조금 날려 보냈다.

필수장비 검사 과정은 생각보다 까다로웠다.
배번표를 받으려면 필수 장비 확인을 받아야 했다. 20K 참가자의 필수 장비에는 베스트, 트레일러닝화, 물통, 개인컵, 방풍재킷, 방수재킷, 서바이벌 블랭킷, 붕대, 응급키트, 비상식량, 호루라기, 휴대폰이 있었다. 70K 참가자는 여기에 긴팔 상의, 방한바지, 장갑 등 보온을 위한 장비와 해드랜턴, 보조배터리, 안전등 등 안전을 위한 장비가 추가적으로 필요했다. 길게 이어진 줄이 좀처럼 줄지 않았다. 검사가 매우 치밀했기 때문이다. 비 예보로 잔뜩 긴장을 한 주최 측은 방수재킷에 심실링이 처리되어 있는지도 직접 확인했다. 빡빡한 검사 탓에 ‘불합격’하는 사람들도 보였다. 어떤 사람들은 같이 참가한 지인의 장비를 잠시 빌려 검사를 받기도 했다.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다. CP에서 혹은 완주 후 장비 검사 시 필수 장비가 누락된 경우 실격 혹은 패널티가 부과될 수 있다.

20K 코스 고도표 타투스티커를 팔에 붙였다. 스마트워치와 나란히 두고 볼 수 있어 편했다.
출발 전 고도표와 CP 위치가 새겨진 타투 스티커를 왼쪽 팔에 붙였다. 조끼 양쪽에 달린 물병에 물을 채우고, 등 뒤에 스틱을 꽂았다.
“20K 참가자분들 얼른 이동하세요! 마지막 버스 출발합니다!”
현장은 정신없었다. 색색의 트레일러닝 복장을 한 사람들이 우르르 버스에 올라탔다. 20K 출발지점으로 이동했다. 20K 종목의 진행방식은 특이했다. 버스를 타고 30분 떨어진 무룡고개에 사람들을 내려 준 뒤 “자! 이제 출발했던 곳까지 달려오세요!”라고 했다. 웃겼다. 이 비효율적인 뜀박질에 참가한 사람이 무려 341명이다. 다들 뛰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추위에 발 구르다 안개 속으로
출발지점에 도착하자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먹구름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사람들은 추워 죽겠다는 표정으로 발을 동동거렸다. 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얼른 출발하고 싶었다. 더 기다리다가는 몸이 얼어버릴 것 같았다. 머리가 멍했다. 쉬지 않고 몸을 움직였다.
사물놀이패와 후원사 아크테릭스 깃발, MC들의 현란한 춤사위 사이를 오가던 눈앞에 손가락들이 들어왔다. 카운트다운이다. 오, 사, 삼, 이, 일, 출발!

출발지점을 통과하는 20K 참가자들. 아직은 다들 표정이 좋다.
종소리, 징소리, 박수소리, 함성소리. 요란한 소리에 비해 움직임이 더뎠다. 초반 병목현상 때문이었다. 착, 착, 착, 착, 앞사람의 속도에 맞추어 뒤따라갔다. 안개로 뒤덮인 숲속으로 줄지어 입장했다. 추위 때문인지 마음보다는 몸이 떨렸다.
장수트레일레이스 20K 부문은 20.1km, 누적고도 1,153m의 코스다. 6.5km와 14.5km 지점에 각각 CP1, 2가 있으며 컷오프 타임은 6시간이다. 장수군의 동쪽 장안산 끝자락에 있는 무룡고개에서 시작한다. 장안산 정상까지 오른 후 좁고 가파른 하산 길이 이어진다. 첫 번째 CP를 지나고는 다시 고도를 높여 오르내리는 능선을 탄다. 달리기 좋은 금남호남정맥 숲길이다. 두 번째 CP, 신덕산마을을 통과하고 마지막 오르막인 논개활공장에 오른다. 멀리 장수종합경기장과 함께 장수의 풍경을 내려다볼 수 있다. (대회 당일엔 안개로 뒤덮여 볼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동촌리 가야 고분군을 지나 경기장으로 달려 들어가면 골인이다.
3km 정도 오르니 장안산 정상이었다. 사람들은 정상석에서 사진을 찍으려 줄을 섰다. 살짝 고개를 돌렸지만 멈추지 않고 움직였다. DNF를 할까봐 멈출 수 없었다. 완주 메달을 갖고 싶었다. 활짝 웃고 있는 완주자의 사진이 필요했다. 팔뚝에 붙은 고도표와 손목의 시계를 번갈아 보며 치밀하게 머리를 굴렸다. ‘아직 괜찮아’ 양쪽 무릎과 양쪽 발목도 확인했다. ‘괜찮지?’ 10분의 1을 조금 넘겼지만 자신감이 생겼다. 앞뒤로 함께 달리는 사람이 크게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장안산을 내려오다보면 70K 선두 주자들을 마주칠 수 있을 거예요.”
장안산 하산길은 70K 선수들의 코스이기도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뛰어올라오는 70K 선수들을 볼 수 있었다. 이미 수십 킬로미터를 달려온 이들의 얼굴에는 여전히 집중력이 남아 있었다. 존경스러웠다. 그들은 이제 막 달리기 시작한 나보다 힘 있게 뛰었다. 몸에선 활력이 뿜어져 나왔다. “파이팅”하고 응원의 말을 건네면 더 크게 대답해 주었다. 짧은 대화에 어마어마한 힘이 오갔다.
배고프고 위험해! 그래도 더 뛰어라
허기가 졌다. 텅빈 몸으로 콸콸 내리는 비를 맞는 기분이었다. 빗소리가 온몸을 울렸다. 첫 번째 CP에서는 쿠키를 다섯 개나 먹었다. 그러고도 바나나를 먹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CP2에 도착하자마자 바나나 쪽으로 갔다. 봉사자가 웃으며 바나나 한 조각을 까서 건넸다. 맛있었다. 한 조각 더 먹었다. 세 번째 조각을 먹으려 하니 눈치가 보였다. 머쓱하게 웃으면서 자원봉사자에게 ‘괜찮을까요?’하는 눈짓을 보냈다. 봉사자는 활짝 웃으면서 대답했다.
“서른 개 먹은 사람도 있어요! 얼른 더 드세요!”
마음 놓고 더 먹었다. 옆에 있는 참가자와 함께 웃었다.
장안산은 바위가 거의 없는 육산이었다. 쏟아지는 비는 바닥을 진흙으로 만들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미끄러졌다. 솔밭으로 덮인 구간과 진흙이 드러나 있는 구간으로 나누어 뛰고 걷기를 반복했다. 지나가던 한 참가자가 조심하라며 일러 주었다.
“좀 밝은 색이고 매끈한 진흙은 절대 밟으면 안 돼요! 기름칠해 놓은 것처럼 미끄러져요. 짙은 색! 울퉁불퉁한 부분을 찾아서 밟아요!”
그렇게 진흙의 색깔로 갈 길을 판별하며 뛰었다. 몇몇은 무시하고 매끈한 진흙을 밟다가 미끄럼틀을 타기도 했다. 손에 잡은 스틱을 이용해 최선을 다해 균형을 잡았다. 미끄러질 뻔할 때마다 심장이 철렁거렸다. 울퉁불퉁한 길이 나올 때면 삐그덕 거리며 달렸다. 수십 번 넘어질 뻔 했지만 넘어지지 않았다. 온 몸이 집중력으로 불타고 있었기 때문이다.
“으악!”, “악!”하는 비명소리가 앞뒤에서 들렸다. 다들 온갖 힘을 쓰며 넘어지지 않으려 노력했다. 도착점까지 달려가려고 온 힘을 다했다.

오르막을 오르는 참가자들. 궂은 날씨에도 묵묵히 오른다.
CP2에서 컷오프 당하지 않고 무사히 넘기니 DNF에 대한 불안감이 사라졌다. 몸이 지쳐가는 게 느껴질 때쯤,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이건 대회야. 좀 더 힘내서 달려봐. 힘을 다 써도 돼! 피니시 라인을 넘기고 쓰러지면 되잖아.’ 대회의 ‘한 번뿐’이라는 특성이 나를 자꾸 밀었다. 그 후를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 달리는 순간을 자유롭게 했다. 온 몸으로 소리 지르며 달렸다. 4시간 35분 36초의 기록으로 골인했다.

골인 순간. 통쾌했다.
대회가 끝나고 ‘달리고 싶은 마음’에 불이 붙었다. ‘잘 달리고 싶은 마음’도 생겼다. ‘오래 달리고 싶은 마음’도 생겼다. 그 마음이 어디서 온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주변에 달리는 친구들에게 질문을 하고 다녔다. 달리면 나오는 호르몬 같은 것 때문일까? 뛰는 내 모습이 멋있어서? 숨이 턱까지 찰 때 느껴진다는 살아 있다는 느낌 때문이라고? 결국 ‘왜 달리는가’에 대한 명확한 대답을 찾지 못했다. ‘그냥.’ 이라는 말이 가장 적합해 보였다. 나는 깊게 생각하지 않고 그냥 뛰기로 했다. 50K도 뛰고 100K도 뛰기로 했다. 언젠가 100마일도 뛰고 나면 ‘왜 뛰는 게 좋은가’에 대한 정답을 찾을 수도 있다. 일단 지금은 그냥 뛴다. 어찌됐건 목표가 있는 것은 좋다. 나는 되고 싶은 모습에 ‘잘 뛰는 사람’도 더했다.
대회 전날 팀 스카르파의 정예지 선임과 김진영 주임이 대회 준비를 도와주었다. 내가 준비한 재킷과 바지를 보고 둘은 손사래를 쳤다.
“그거 안 돼요!” 둘은 나에게 재킷을 빌려주고 반바지를 추천했다. 둘의 도움이 없었다면 완주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정유진 기자가 입고 뛴 것
아크테릭스 노반 SL 후디

러닝용 고어텍스 재킷으로 가볍고 신축성이 좋다. 착 붙는 착용감에 달릴 때 걸리는 것 없이 편했다.
아디다스 러닝 쇼츠
잠옷으로 가져간 반바지를 입고 뛰었다. 반바지를 입고 뛴 것은 대회 내 가장 잘한 일 중 하나였다. 훨씬 쾌적하고 가볍게 뛸 수 있었다.
20km를 뛰며 세 가지 에너지 젤을 먹었다. 파시코, 아미노바이탈, 요헤미티. 사실 이전까지 에너지 젤을 기피했다. 인위적인 화학물이라 왠지 몸에 좋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먹으면 힘이 펄펄 난다’는 말도 왠지 광고 문구같이 느껴졌다. 이번 대회에서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내 생각을 바꾼 에너지 젤은 어떤 제품이었을까?

에너지 젤 1호. 파시코
출발 30분 전 추위에 떨며 먹은 첫 에너지 젤이다. 사과 맛의 묽은 제형의 젤이었다. 시럽처럼 끈적거려 목 넘김이 별로였다. 맛도 별로였다. 오래된 사과 맛이 났다. 대신 마음에 안정이 되었다. 달리며 힘이 났는지는 잘 모르겠다.

에너지 젤 2호. 아미노바이탈
CP1에서 배급 받아 먹은 두 번째 에너지 젤이다. 추위에 덜덜 떨며 오르막을 오르다 꺼내 먹었다. 상큼한 맛의 으깨진 젤리 같은 제형이었다. 달릴 땐 무슨 맛인지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나중에 찾아보니 자몽 맛이었다. 정말 맛있었다. 추운 날씨에 젤이 차가워져 더욱 맛있었다. 몸에 활기가 도는 것이 느껴졌다. 광고 문구처럼 ‘힘이 펄펄’났다.

에너지 젤 3호. 요헤미티
아미노바이탈을 먹고 에너지 젤에 대한 신뢰도가 급상승했다. CP2에서 아미노바이탈을 찾으니 없다며 손을 휘저었다. 아쉬운 마음을 오렌지로 달래는데 누군가 어깨를 톡톡 치더니 요헤미티 젤을 건넸다. 메이플 시럽 맛이 살짝 나는 달달한 청포도 맛이었다. 꿀보다 묽고 목 넘김이 부드러운 제형이었다. 점성이 묽어 뛰면서 뜯으면 손에 묻는다는 불편함이 있었다.
아미노바이탈 1등!
CP에서 배급 받아 먹은 아미노바이탈이 가장 힘이 났다. 대회 후 다른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회에서 처음 접하는 에너지 젤을 3개씩이나 먹은 것이 위험한 짓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람에 따라 잘 안 맞는 제품의 경우 소화불량 등의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고 한다. 훈련 시 다양한 제품을 시도해 보며 자신에게 잘 맞는 에너지 젤을 파악해 놓는 것이 좋다.
tip1. 음식은 힘이다!

장수트레일레이스 사전 대비 클래스를 참여했다. 클래스에서 염주호 선수의 뉴트리션 팁이 인상 깊었다. 염주호 선수는 “중요한 대회의 경우 배번표에 어느 CP에서 무슨 음식을 먹을지 표시해 둔다”고 했다. (물론 20K 같이 짧은 대회를 말하는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출발지로 이동하는 버스 안, 그 팁이 떠올라 똑같이 해보았다.
‘CP1에서 쿠키랑 약과를 먹고, CP2에서 바나나랑 오렌지를 좀 먹어야겠다.’
머릿속 지도에 먹을 것들을 그려뒀다. 효과는 좋았다. CP1까지 쿠키를 생각하며 달렸다. CP2에서 바나나를 떠올리며 뛰었다. 큰 힘이 되었다.
tip2. 파이팅을 외쳐라!
“올해는 다 조용한 사람들만 참가했나봐.”
출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뒤에 오는 선수의 말소리가 들렸다.
“작년엔 다들 ‘파이팅!’하면서 엄청 활기찼는데.”
아쉬운 듯한 목소리였다. 용기를 내 “파이팅!”하고 외쳤다. 순간 작은 힘이 솟아올랐다.
70K 선수들을 마주치는 구간, 존경스러운 마음에 한 선수도 놓치지 않고 “파이팅”을 외쳐주었다. 그 말은 돌아와 나에게 힘이 되었다. 덕분에 가장 길었던 CP2까지의 구간을 가장 즐겁게 달릴 수 있었다. 열심히 뛰는 선수가 지나갈 때마다 힘이 솟았다.
tip3. 스틱은 필수!
트레일러닝에서 스틱은 필수가 아닌 권장 장비다. 그럼에도 스틱을 꼭 챙기기를 추천한다. 스틱은 오르막이나 내리막, 암릉, 진흙에서 유용하다. 특히 이번 대회에는 비가 콸콸 내려 진흙 구간을 통과해야 하는 일이 많았다. 스틱이 없었다면 넘어졌을 순간이 수없이 많았다. 완만한 경사의 달리기 좋은 구간에서 속력을 낼 때, 스틱을 이용하면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 배로 편하게 달릴 수 있다. 추가적으로 멈춰 쉴 때도 스틱에 기대 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❶ 블랙다이아몬드 디스턴스4

하이드레이션 베스트 밝은 색이 마음에 드는 트레일러닝용 베스트다.
등과 가슴에 다양한 수납공간이 있어 편했다. 가슴에는 핸드폰과 함께 초콜릿 같은 작은 간식들을 넣어두었고 등에는 쓰지 않을 수도 있는 장비들을 넣어두었다.
❷ 블랙다이아몬드 500ml 소프트 플라스크

이번 대회를 뛰며 소프트 플라스크를 처음 사용해 보았다. 신세계였다. 이로 살짝 깨물면 알아서 입으로 물이 들어왔다. 아주 편리했다. 세척도 문제 없었다. 입구가 크고 물이 나오는 부분은 부품별로 분리가 되어 쉽게 세척할 수 있다.
❸ 블랙다이아몬드 디스턴스 바이저

러닝에서 모자는 필수품이다. 햇빛이나 비 말고도 땀이 얼굴로 흘러내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바이저는 머리에서 나는 열을 잘 배출해 줄 것 같아 이번 대회에 선택했다. 생각한 대로 대회 내내 쾌적하게 뛸 수 있었다.
❹ 블랙다이아몬드 FLZ 폴

이번 대회의 일등 공신이다. FLZ 폴은 빗속, 진흙에서 뛰어야 했던 대회 내내 몇 번이고 나를 살렸다. 오르막 길을 오를 때나 빠르게 뛰어 주파하는 구간에서도 큰 도움이 되었다.
❺ 스카르파 리벨레 런 LT

발을 착 감싸는 듯한 편안한 착용감의 트레일러닝화다. 20K를 뛰고 나서도 발에 피로감이 거의 들지 않았다. 비로 젖은 바위에선 조금 미끄러웠다.
❻코로스 페이스3

스마트 워치를 처음 사용해 보았다. 처음에는 달리는 페이스가 나오는 것만으로 신기하고 좋았다. 사용하다 보니 코로스만의 장점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다.
오래가는 배터리 코로스는 ‘배터리 깡패’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배터리 효율이 좋은 시계다. 실제로 대회에 다녀온 후 1주일이 지나도록 워치 배터리가 남았다.
워치 페이스 커스텀 워치 페이스 디자인이 다양하다는 점 또한 장점이다. 타 브랜드의 워치와 비교했을 때 제약이 적은 편이다. ‘마음대로’ 시계를 꾸밀 수 있다. 멋진 그림을 끼워 넣은 워치 페이스를 자랑하고 다닌다.
앱과의 연동을 통한 다양한 기능 스마트폰에서 코로스 앱을 다운받으면 다양한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그중 km별로 끊어서 기록을 볼 수 있는 기능이 유용했다. 구간별 심박수도 파악 가능하다. 운동한 기록에 메모를 할 수 있는 점도 좋다. 그날의 컨디션을 짧게 적어 둔다.
당신에게 가장 힘이 되는 것은? [제5회 장수트레일레이스에서 만난 사람들]
대회장에서 만난 선수들에게 물었다














“장수가 이렇게 활기찰 수 있다니!”
최훈식 장수군수
조용하던 장수에 젊은 활기가!!
대회 둘째날 아침 7시, 1,000여 명에 가까운 선수들이 출발점에 섰다. 이 광경을 보고 많은 이들이 놀랐다. 최훈식 군수는 매년 이 풍경을 보지만 올해는 더 늘어난 규모에 놀란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장수트레일레이스의 변화를 가까이서 목격한 최훈식 군수를 통해 대회가 장수에 미친 영향을 살펴봤다.
장수트레일레이스가 장수에서 처음 실시된 해가 2022년 즈음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대회에 대한 첫인상은 어떠셨는지요?
사실 ‘트레일레이스’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는 막연히 산을 뛰어다니는 대회라고 해서 생소함이 컸고 ‘장수 같은 시골 지역에 과연 많은 사람들이 찾아올까?’라는 의구심이 컸습니다. 그런데 지역 청년들이 ‘장수러닝크루’라는 단체를 만들고, 때마침 장수트레일레이스가 전북특별자치도의 청년공동체 활성화 사업에 선정되어 2022년 38k, 1개 종목에 약 200명이 참여해 1회 대회를 시작하고 점점 커지는 걸 보면서 매년 놀라고 있습니다.

장수트레일레이스에 참여하는 선수가 매년 많아지고 있습니다. 지역 활성화에 확실히 도움이 될 것 같은데요, 실제로는 어떤가요? 구체적인 수치 같은 것이 있을까요?
구체적인 통계자료는 없지만, 저희가 참가비의 일부를 장수사랑상품권 1만 원으로 페이백 해드리고 있어 참가자들이 대회 기간 동안 자연스럽게 지역 상권을 이용하게 됩니다. 이처럼 직접적인 소비가 이뤄지는 구조 덕분에 지역경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숙박 및 음식점, 교통, 행사장 내 지역 농특산물 구매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소비가 발생하면서 지역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효과를 주고 있습니다. 단순한 스포츠 행사를 넘어 지역을 알리고, 체험하고, 소비에까지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지역민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긍정적일까요? 부정적일까요?
처음에는 조용하던 시골에서 열린 대회를 주민분들이 많이 어색해하긴 했습니다. 지금은 지역 주민들로부터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고, 대회에 함께 참여해 주는 분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평소 유동인구가 많지 않은 장수군에 대회 기간 동안 젊은 사람들이 거리 곳곳을 누비는 모습을 보며 “이렇게 활기찬 장수는 처음 본다”고 놀라워하시는 주민들도 많고, 선수들 사이에서도 “이렇게 따뜻하게 맞아 주는 대회는 전국 어디에서도 보기 어렵다”는 극찬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전국 각지에서 일어난 산불로 인해 대회 개최에 군에서 신경을 많이 썼을 것 같습니다. 특히 대회 코스가 해당 기간 산불방지를 위한 출입통제 구역이라고 알고 있는데요, 이 제한을 푸는 대신 어떤 준비를 했는지 궁금합니다.
대회 코스 대부분이 산불조심기간 입산통제구역에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에 장수군은 관계기관과 협조해 대회 진행을 위한 입산허가서를 발급받고 산불 예방을 위한 철저한 준비를 진행했습니다. 참가 선수 전원에게는 화기물 소지 금지 안내를 사전 고지하고, 참가 등록 시 라이터 등 화기 물질 소지 여부를 꼼꼼히 확인했습니다. 또 산불 예방과 신속 대응을 위해 군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과 산불감시원을 주요 지점에 배치했으며, 군청 전 직원의 절반 이상이 대회 기간 동안 장안산, 팔공산 일원에 집중 배치되는 등 산불 예방에 만전을 기했습니다.
장수트레일레이스 외 군에서 준비하고 있는 지역 활성화 방안이 또 있을까요?
장수군은 대한민국 산악레저의 성지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장수트레일레이스 기반의 인프라 구축과 공모사업 확보에 적극 노력하고 있습니다. 2024년 국토부 민관협력 지역상생협약사업으로 ‘K-샤모니 장수군 조성사업’이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추진하고 있으며, 이와 연계한 국내 최장 메타세쿼이아 식재(10km), 트레일센터 건립 등 트레일레이스 시티 조성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또 임대형 스마트팜 조성사업, 청년 농촌 보금자리 조성사업, 청년마을 만들기 사업 등 청년들의 안정적인 정착과 자립을 지원하는 다양한 정책들을 추진 중입니다.

정신없이 뛰어다닌 스태프들
“보석 같은 대회 될 것”
장수트레일레이스 조력자 박은진 운영팀장
장수트레일레이스 운영은 수많은 사람들의 참여로 이뤄진다. 그중 핵심멤버는 김영록, 박하영 그리고 박은진 팀장이다. 그러니까 정직원은 딱 이 세 사람뿐이다. 그렇다면 박은진 팀장은 어쩌다가 이 팀에 합류하게 됐을까?
“장수에 내려온 건 3년 전이에요. 그 전에 일산에서 살았어요. 직업 군인이었고요. 그 외 여러 직장에 다녔어요. 친구가 여기서 사과 농장을 하고 있었어요. 친구를 도와주러 몇 번 내려왔다가 마음에 들어서 눌러 앉았어요. 장수에 내려왔는데 얼마간 심심했어요. 장수러닝크루가 있다는 걸 알고 회원에 가입하고 김영록 대표와 함께 운동했죠. 장수트레일레이스 2회 때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다가 쭉 두 사람 일을 도왔어요. 일의 범위가 해마다 늘더니 올해부터 정식으로 일하게 됐죠. 처음에는 여기까지 내려와 산에서 뛰는 사람들 보는 게 신기하고 재미있었어요. 그리고 젊은 두 부부가 대회를 탄탄하게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고 놀라기도 했죠. ‘어떻게 이런 걸 만들 수 있지?’라면서요.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이 저절로 들었어요. 예전 직업 경험을 살려 여러 사람을 적절하게 통솔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아울러 두 운영진과 함께 장수트레일레이스만이 가진 철학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있죠. 장수트레일레이스는 아직 ‘보석’이 아니에요. 세공 단계에 있죠. 아마 더 멋진 대회가 될 거예요.”

저체온증 환자 40~50명 이송
CP6 지실가지마을의 응급구조사 소지희씨
“1회 장수트레일레이스 때부터 매회 지원을 왔어요. 행사가 많이 활성화된 게 몸소 느껴집니다. 직업 특성상 여러 행사에 투입되곤 해요. 장수트레일레이스는 다른 행사와 다르게 확실히 파이팅있고 활기찬 분위기라 좋아요. 오늘 하루 종일 자원봉사자분들과 같이 종을 흔들었네요. 오늘 저체온증 환자가 정말 많았어요. 저희 CP에서만 40~50명 정도가 이송됐습니다. 날씨가 풀리다 갑자기 비가 오고 추워져서 그런 것 같아요. 가을, 겨울 행사에는 오히려 잘 준비해 오셔서 저체온증 환자가 많이 안 생기는 편인데 갑작스런 날씨 변화에 준비가 미흡했던 것 같습니다. 저체온증 환자 말고도 근육경련이나 발목을 삔 환자들도 있었어요. 비 때문에 길이 진흙이 되어 사고가 많이 난 것 같아요. CP마다 구급차 한 대씩, 구급대원 두 분씩 배치되어 행사 진행을 돕고 있습니다.”

“응원이 힘이 되는 것 느껴”
CP6 지실가지마을의 자원봉사자 차선주씨
“라온이라는 백패킹 크루에서 단체 지원 나왔습니다. 크루 대장이 대회에 선수로 참여한 적이 있는데 그길로 장수트레일레이스에 대해 알게 됐어요. ‘다같이 지원 나오면 재미있겠다’는 이야기가 나와서 10명 정도 자원봉사자로 참여하게 됐어요. 하루종일 CP 앞에서 소리지르며 응원했어요. 멀리 달려 내려오는 게 보이면 응원을 하는데 눈이 마주치면 웃으시면서 막 뛰어오시더라구요. ‘응원이 정말 힘이 되는구나’ 느꼈어요. 저도 힘을 너무 많이 받았고요. 낮에는 바나나, 오렌지 같은 과일 종류를 많이 찾으시다가 해가 지고 추워지니 커피나 핫초코, 라면 같은 따뜻하고 든든한 것들을 많이 드셨습니다. CP 담당자는 대부분 자원봉사자로 배치됩니다. 지역봉사자분도 몇 분 오셔서 함께 응원해 주시다 가셨어요.”

장수에서 만난 특별한 ‘빵’
사과 조림과 크림치즈 듬뿍, 장수사과빵
대회가 끝나고 장수에서 구할 수 있는 특별한 것을 찾았다. 이 집 사과빵이 눈에 띄었다. 가게 문을 열고 사과빵을 구매하려고 했는데 실패했다. 이미 다 팔리고 없었던 것이다. 몇 시간 뒤 나온다는 말에 포기하고 돌아섰다. 장수사과빵은 대회 기간 동안 트레일러너들로부터 많은 인기를 끌었다. 장수에서 재배한 사과를 이용해 만든 사과 조림이 빵 안에 잼처럼 가득 들어찼고, 크림치즈도 듬뿍 들어 있다. 그 달콤한 맛이 외지인들을 끌어당긴 것이다. 사과빵은 에어프라이어에 넣고 온도 150℃로 맞춘 다음 5분 동안 구워 먹으면 더 맛있다. 전자레인지에 넣고 30초 동안 가열해 먹으면 크림치즈가 녹아 독특한 맛을 감상할 수 있다. 주소 : 장수읍 장천로 162 전화 : 0507-1402-9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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