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찾은 오래되었지만 좋은 곳.

내공이 느껴지는 '유일반점'의 칼
노포는 무엇인가?
한 가지 업을 오랫동안 이어 온 점포를 뜻한다. 대를 이어 한 가지 업을 이어 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열정과 정성 그리고 사명감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제주에는 수많은 노포가 자리한다. 최고는 아닐지라도, 이미 경쟁 따위는 초월해 버린 ‘찐’ 노포. 그 품격의 아우라를 찾아 떠났다.

정갈하게 튀겨 나오는 '유일반점'의 탕수육
1953年
제주의 유일한 맛
유일반점
1948년, 중국의 국공내전을 피해 54명의 피난민들이 범선 해상호를 타고 랴오닝성(중국 둥베이 지방 남부)을 떠났다. 그들의 목적지는 사실 타이완이었다. 그런데 인천, 부산 등을 떠돌다가 난파된 채, 1950년 8월 제주 산지항에 입항하게 된다. 당시 인원은 24명, 이들이 제주 화교의 뿌리다. 당시 입항으로 제주에 뿌리를 내렸던 사람 중 일부는 ‘중국집’을 차려 생활을 이어 갔는데, 유일반점이 이 중 하나다.

윅질에 한창인 유일반점의 셰프

유일반점은 가격도 상당히 저렴한 편이다
유일반점은 1953년 제주 산지천에 가까운 칠성통에서 처음 문을 열었다. 그 후에도 성산포, 제주 성당 부근으로 자리를 옮겨 가다가 70년대에 현재의 제주시청 앞에 정착했다. 유일반점은 대물림 식당이다. 현 양병운 대표가 선친에 이어 주방에서 웍을 잡고 있다. 이곳의 손님은 대부분 로컬이다. 입맛 까다로운 시청직원들도 단골이다.

면발이 부드럽고, 칼칼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유일반점의 핵심, 짜장면
유일반점의 메뉴는 지극히 평범하지만, 그 맛은 각각 정평이 나 있다. 오전 11시30분부터 시작되는 점심시간에는 간짜장, 고추짬뽕, 군만두, 탕수육이 많이 나간다. 특히 고추짬뽕은 간결한 베이스인데도 풍미가 대단하다. 앞서거나 뒤처지지 않고 일렬횡대로 천천히 진격해 오는 매운맛이 일품이다. 미끄러지듯 부드러운 면발의 텐션도 그만이다. 그리고 고명으로 쓰인 해물, 고기, 야채의 식감도 살아 있다. 물론 신선한 재료를 썼다는 뜻이다. 유일반점은 양사장이 소화할 수 있는 정도의 손님만이 오기를 바란다. 그래야 가장 맛있는 음식을 제공할 수 있단다. 선친의 가르침대로.
1945年
제주민의 지식 창고
우생당
1980년대 초반까지 제주시의 중심은 관덕정, 칠성로, 탑동, 산지천, 동문시장 일대가 차지하고 있었다. 그 후 연동, 노형동을 앞세운 신제주가 생겨나면서 이곳들은 원도심, 구도심이란 이름을 달고서 복판에서 멀어졌다. 하지만 원도심에는 아련한 고집으로 명맥을 이어 온 노포들이 남아 있다. 변화에 휘둘리지 않았던 이곳들은 세월의 풍파를 꿋꿋하게 받아넘기며 자리를 지켜 왔다.

1945년부터 시작한 서점, 우생당
우생당은 과거 제주의 명동으로 불렸던 칠성통의 입구, 현재 제주도 도시재생 지원센터 건너편에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책방이지만, 무려 1945년 해방둥이로 태어난 노포 중의 노포다. 심지어는 신간을 취급하는 일반서점으로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지녔다고도 한다. 개업 당시 우생당은 도서판매뿐만 아니라 국정교과서의 지정 공급처, 문구제조업체의 제주 판매소, 신문, 잡지사의 제주도 지국까지 겸했다. 그리고 창업주 고순하 선생은 한국전쟁 때 제주로 피난 온 여러 문인과도 교류하며 제주의 문학발전에도 기여했다. 나이 지긋한 도민들은 사회 변환기, 문화적 인프라가 넉넉지 않은 제주에서 교육과 교양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우생당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지금까지도 수많은 지식을 다루고 있다
우생당은 그 후 2대 고형권 대표를 거쳐 그의 아들 고지훈 대표가 운영 중이다. 과거의 무거웠던 부담에서 벗어나 독서 인구 증진에 일조하고 있다. 특히 우생당을 비롯 도내 21개 서점이 참여하는 ‘희망도서 서점 바로대출 서비스’는 도서관에 없는 책을 가까운 지역 서점에서 쉽게 빌려 볼 수 있는 진보적 제도다.
1973年
빵집 중 빵집
삼복당
제주는 럭셔리한 빵집이 많다. 그럼에도 동네마다 작고 오래된 제과점이 공존할 수 있었던 까닭은 도민들의 애정 때문이다. 제주민들은 참 빵을 좋아한다. 그래서 제사나 차례상에도 카스텔라, 단팥빵, 소보루빵을 올린다.

당일생산을 원칙으로 하는 삼복당의 빵
서문시장 옆에 있는 삼복당은 담배 가게 정도 크기의 작은 빵집이지만, 이래 봬도 50년이 넘는 노포다. 최근까지 가게를 직접 운영했던 이봉화 할머니의 뒤를 이어 딸과 손녀가 번갈아 운영한다.

단팥빵, 소보루빵, 크림빵, 팥도너츠는 900원

삼복당은 무려 50년 전통 노포다
삼복당의 빵은 지극히 싸다. 단팥빵, 소보루빵, 크림빵, 팥도너츠는 900원. 고로케, 카스텔라, 꽈배기, 사라다빵은 2,500원이다. 매일같이 찾아오는 단골들 탓에 옛날 가격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채 장사를 이어 간다. 그래서 착한가격업소로 선정되기도 했다. 방부제를 사용하지 않고 당일 소진을 원칙으로 하는 것도 원칙이다. 삼복당은 관광객들에게도 레트로 스폿으로도 인기몰이 중이다. 조금은 촌스러운 듯해도 감성만큼은 최고다.
노포가 존중 받는 곳
제주 원도심
제주 3대 해장국은 ‘은희네, 미풍, 모이세’로 통했다. 섬사람들의 쓰린 속을 달래던 이들 식당의 유명세는 관광객들에게까지 번져 나가 체인점을 낼 만큼 대박의 시기를 보냈다.

미풍해장국 본점의 외관

송림반점, 제주 중식당의 전설
중앙로 뒷골목에는 40년 전통의 ‘미풍해장국’ 본점이 있다. 예전만큼은 아니라도 식사 때면 여전히 사람으로 북적인다. 또한, 대로변에는 ‘송림반점’이 있다. 한자리에서 가장 오래 영업을 했다는 제주 중식당의 전설이다. 70년대 말에 오래전 주인이 바뀌었음에도 늘 웨이팅이 있다. 중화요리의 격전지로 불리는 제주에서 말이다.

아주반점은 동문시장 건너편에 위치한다
동문시장 건너편의 ‘아주반점’도 눈여겨봐야 할 곳이다. 화교들은 스스로 소학교를 세워 2세들을 교육할 정도로 생활력과 교육열이 압도적이었다. 50년대 ‘송림’, ‘유일반점’을 필두로 60년대에도 많은 중식당이 문을 열었고 ‘아주반점’은 그중 가장 유명했다. 심지어는 식당이 있던 골목을 아주반점 골목이라 부를 정도였다.

함흥면옥은 제주에서 이북음식을 하던 최초의 식당이다
우생당과 마주 보고 있는 ‘함흥면옥’은 제주에서 이북음식을 하던 최초의 식당이다. 한국전쟁 때 월남한 피난민이 50년대에 개업했고 제주의 위생 허가 1호 업소로 알려져 있다. 함흥면옥은 70년대에 한 번 주인이 바뀌었고 현재까지 대를 이어 영업 중이다.

동진식당은 무려 58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동문시장은 제주도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상설시장으로 1945년 해방이 되면서 생겨난 제주동문상설시장이 그 시초다. 그리고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은 1965년 ‘주식회사 동문시장’ 건물이 준공됨과 때를 같이한다. 동문시장은 주식회사 동문시장, 동문재래시장, 수산시장, 골목시장, 공설시장, 야시장, 새벽시장 등 총 7개의 시장으로 구성돼 있으며 12개 게이트를 통해 출입할 수 있다. 동문시장의 주 고객은 관광객들이지만, 그 틈새마다 꾸준하게 이어져 온 제주의 모습이 있다.
동문시장 포목점 골목 안에 있는 국숫집, ‘동진식당’과 ‘금복식당’은 각각 업력 58, 56년의 노포다. 시장을 보고 난 아주머니, 할머니가 버스 시간을 기다리며 한 그릇 배불리 채우던 그런 곳이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양만큼은 푸짐하다.

메밀 꿩메밀칼국수를 주메뉴로 하는 골목식당

꿩메밀칼국수, 녹진한 국물이 매력적이다
마지막으로 추천할 노포는 동문시장의 변두리 골목 안에 있다. 메밀 꿩칼국수를 주메뉴로 하는 이곳의 이름 또한 ‘골목식당’이다. 한 그릇 가득 담겨 나온 칼국수는 순도 100%의 메밀이다. 수저로 떠먹어도 될 만큼 뚝뚝 끊어진다. 게다가 꿩 살코기의 단백함이 더해지니 그야말로 ‘베지근’ 할 수밖에 없는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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